말랑말랑 양키센스 턴제 RPG, '스티븐 유니버스: 언리쉬 더 라이트' 리뷰

  • 입력 2021.02.25 14:38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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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들이라면 동양과는 다른 느낌의 '북미 감성' 혹은 '양키 센스'를 경험해본 적 있을 것이다. '이게 같은 게임의 같은 캐릭터라고?'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괴리감을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이 '양키 센스'를 어떤 것이라고 딱 집어서 말하긴 어렵다. 단지, 캐릭터의 디자인이나 색감, 유머 코드 등 동아시아의 감성과는 다른 어떤 이질적인 게 담겨있다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미적 감각의 차이 혹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겠지만, '북미'라고 하면 약간은 현실 지향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모든 분야가 그런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엔 오히려 반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의 애니메이션과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떠올려보면 쉽게 구분이 된다. '드래곤볼' '슬램덩크' '나루토' 같은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사우스 파크'나 '심슨' '스펀지밥'의 감성에은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북미의 애니메이션은 아직도 '디즈니 만화 동산'의 느낌이 강하게 남아있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이 '북미의 감성'이 물씬 나는 게임이다. '카툰 네트워크'에 원작을 둔 게임 '스티븐 유니버스: 언리쉬 더 라이트'다. 사실 내게는 '그게 뭔대?' 라고 할 만큼 생소한 IP다. '카툰 네트워크'보다 '투니버스'가 더 친숙한 입장에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과연 이 '양키 센스'를 제대로 캐치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 번 살펴보자.

'스티븐 유니버스'의 전체 스토리를 알고 있거나, 전작을 플레이한 게이머라면 세계관이나 캐릭터의 파악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모른다고 해서 게임 플레이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스토리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그대로 받았다.

 

이번 신작 '스티븐 유니버스 언리쉬 더 라이트'는 앞선 '어택 더 라이트'와 '세이브 더 라이트'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게임 타이틀에도 나오는 '스티븐'은 지구를 지키는 '크리스탈 젬스'의 멤버다. 여기에서 '젬'이라는 존재는 사실 지구를 침공하러 온 외계세력 이었지만, '스티븐'의 어머니 '로즈 쿼크'의 영향으로 지구를 보호하고자 마음을 바꾼다. 

 

이번 편에서는 그동안 위협적인 형태의 빛을 만들던 '프리즘'이 스티븐의 동료가 된다. '제국 해체를 위한 스티븐 유니버스 3시대'에서 식민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젬'은 이제 모두 자유로운 독립 행성이고 전쟁 무기를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식민지에서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 게임에서는 이 세력을 '파이로프'와 '데만토이드'라고 부른다. 이제 플레이어는 '크리스탈 젬스'를 이끌고 우주 정복의 목적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들을 찾아가 위험요소인 '프리즘'을 회수해야 한다.

근본을 '카툰 네트워크'에 두고 있는 만큼,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반가운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스티븐' '가넷' '라피스' '에머시스트' '펄' '비스무트' '페리도트' 총 일곱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었고, 어떤 스토리를 가졌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다 보니 '개성 넘치는 캐릭터' 정도에서 그쳤다. 하지만, '카툰 네트워크' 애니메이션 특유의 미니멀한 느낌, 그리고 정형화되지 않고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는 배경은 매력적이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검사' '궁수' '마법사'의 형태가 아닌 점도 마음에 든다. '예쁘고 잘생기고 귀여운 캐릭터'를 담아낸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보여주고자 한 게 그대로 드러난다.

전투는 턴제 RPG로 진행된다. 나의 턴과 상대방의 턴이 확실히 구분되어있어 한 번씩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다. 캐릭터 스킬은 '스타 포인트'를 소모하고, 이 포인트를 모두 소모하면 행동이 종료된다. 여기에 '언리쉬 더 라이트'는 독특한 점이 하나 있다. 손 놓고 구경하는 방식 대신 조금 변형된 형태의 '실시간 턴제'를 도입했다.

 

모든 캐릭터의 공격은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캐릭터가 공격하는 대상은 별 모양의 바닥이 생기고, 이 별이 반짝일 때를 잘 맞추면 추가 공격을 할 수 있다. 완벽한 타이밍을 맞출 경우엔 약간의 보너스를 얻을 수도 있다. 플레이어의 경우엔 적의 공격을 받아내는 방어 때에도 타이밍을 맞추면, 받는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 타이밍의 방식과 패턴은 캐릭터마다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별 모양을 맞추는 것부터, 낚시 게임이나 골프 게임처럼 움직이는 바를 멈추는 방식, 혹은 특정 모양을 가득 채워서 맞추는 방식이다. 고전적인 '턴제 RPG'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턴마다 타이밍을 맞춰야 하므로 상당히 귀찮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팀에는 4명의 캐릭터를 배치할 수 있다. '탱커' '딜러' '힐러'의 역할이 뚜렷하게 나뉜 것은 아니지만, 사용하는 스킬에 따라 공격형이나 지원형 정도로는 구분할 수 있다. '스티븐'의 경우엔 체력 회복과 보호막같은 지원 스킬을 주로 사용하지만, 필요하다면 공격 스킬도 사용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바로 '진형'이다. 캐릭터의 위치에 따라서 한꺼번에 3마리의 적을 공격할 수도 있고, 또 아예 공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진형은 다이아몬드 형태로 후방, 위와 아래, 전방에 각각 하나의 캐릭터를 배치한다.

 

이 진형을 잘만 활용하면 적의 어그로를 끌 수는 있다. 진형은 기본적으로 한 턴에 한 번만 바꿀 수 있고, 아이템을 사용하면 두 번도 가능하다. 맵에서 마주치는 적들도 다양한 형태의 진형으로 등장하는 만큼 우선 ‘자리’를 잘 잡고, 캐릭터의 공격 범위 안에 두고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캐릭터는 '배지'와 각종 장비 아이템인 '주문'을 장착할 수 있다. '배지'와 '주문'은 스테이지의 오브젝트에서 얻을 수도 있고, 상점 스테이지를 방문해 구매할 수도 있다. 아이템의 등급이 낮거나,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은 '마법 풀기'를 통해 자원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마을 스테이지의 NPC들이 주는 퀘스트를 해결할 경우엔 보상을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주기 때문에 퀘스트는 꼭 진행하는 것이 좋다. 각각의 아이템은 등급이 있고, 직업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장비 위치만 맞으면 어떤 캐릭터나 사용할 수 있다.

 

'의상'은 각 캐릭터 고유의 아이템이다. 캐릭터마다 보너스 버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의상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도안을 얻어야 한다. 도안은 쉽게 나오지 않고, 또 도안에 필요한 재료인 '크로마' 역시 그 종류가 다양하다. 초반보다는 후반에 얻게 되는 아이템인 만큼 고유 효과도 뛰어나다.

레엡업을 통해 얻는 '스킬 포인트'로 스킬의 특성을 해금할 수 있다. 스킬 특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지만, 포인트만 있다면 양쪽 모두를 해금할 수 있다. 선택하는 특성 트리에 따라 캐릭터의 활용을 다양하게 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약간의 조건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캐릭터의 남은 체력이 25% 이하일 경우 공격력이 올라간다거나, 특정 진형에 위치할 경우 보너스를 받는 등 전략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대신 전투에서의 효과는 확실하다. 자신이 있다면, 공격적인 방식의 캐릭터 육성을 하는 것도 좋다.

 

'팀워크 스킬'은 캐릭터가 스킬을 사용하면서 게이지를 모으는 '궁극기' 스킬이다. 처음엔 파티원을 모두 회복하는 기술을 기본으로 하지만, 진행하면서는 무적 방패나 캐릭터 합체 같은 다양한 기술도 활용할 수 있다. 강력한 기술인 만큼 최대한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전투를 쉽게 풀 수 있다.

진행은 하나의 구역에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이다. '1-1' '2-5' 처럼 차근차근 구역을 해방하고, 마지막 보스 스테이지까지 클리어하면 하나의 구역이 완료된다. 각각의 구역에는 아이템이나 오브젝트들이 숨겨져 있고, 모든 조건을 달성하면 100%와 함께 별을 얻을 수 있다.

 

'언리쉬 더 라이트'는 캐릭터를 따로 움직이지 않고, 화면을 전환하는 방식이다. 상하좌우로 화면을 바꾸면서 길을 찾다가 적을 만나기도 하고, 또 숨겨진 구역을 발견하기도 한다. 캐릭터의 움직임은 생략하고 구역이 바뀐다. 굉장히 간결하고 빠른 진행이지만, 따로 미니맵이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 구조를 잘 기억해야 한다.

 

특정 구역에서는 퍼즐을 풀어야만 진행할 수 있다. 퍼즐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지만, 한 화면에서 해결되지 않고, 맵 전체 구조를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언리쉬 더 라이트'는 '스티븐 유니버스'의 팬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요소가 가득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감성이 게임에 고스란히 녹아있고, 시리즈를 이어오는 캐릭터와 이야기가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한국어 지원도 매끄럽게 된 만큼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완전히 모르고 단순히 '게임'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큰 흥미를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카툰 네트워크' '스티븐 유니버스'라는 이름표를 떼고 '턴제 RPG' 자체로 보기엔 밋밋한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게임의 난이도가 너무 쉽다. 턴제 RPG에서 추가 턴을 얻는 아이템 사용에 큰 제한이 없다. 사실 여기에서 이미 장르 고유의 색깔이 많이 퇴색된다.

 

더군다나 '포인트'를 소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하나의 캐릭터가 같은 스킬을 반복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하자면 '하나의 캐릭터에 몰아주기'를 해도 큰 페널티가 없다는 뜻이다. 제한된 움직임에서의 최대 효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 같은 '턴제 RPG' 고유의 맛을 기대하는 게이머에겐 별로 큰 재미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스티븐 유니버스'를 사랑하는 팬들에겐 좋은 선물이 되겠지만, '턴제 RPG' 고유의 하드코어 한 재미를 원한다면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신, 가벼운 마음으로 말랑말랑한 양키 센스를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 해볼 만한 게임이다. 이번 기회에 '스티븐 유니버스'의 세계에 발을 살짝 담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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