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한 마리의 닌자가 되어보자. Blue Fire 리뷰

  • 입력 2021.02.16 14:31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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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짐작에 불과하지만 퍼즐은 아마 인류 최초의 게임이 아니었을까? 그림을 맞추고, 길을 찾아서 숨겨진 진실에 도달하는 어드밴처 게임은 조작의 맛이 있는 게임이다. 과거에는 어드밴처 장르가 따로 독립되어 있었다. 지금도 얼핏 생각나는 것이 원숭이 섬의 비밀이라는 게임. 필자가 접한 최초의 어드밴처 게임이었다. 옛날에는 이 게임처럼 아예 독립된 장르로 존재했던 어드밴처 게임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액션게임에 추가된 요소 정도로만 존재하는 것이 어드밴처 게임이다. 어드밴처 게임의 대표격인 툼 레이더를 살펴보면 그 변화의 정도를 알 수 있다. 20년 전에 출시된 툼 레이더는 퍼즐을 푸는 요소가 게임의 주요 콘텐츠였다. 그런데 3D로 리메이크되어 출시된 툼 레이더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어드밴처 게임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다. 툼 레이더처럼 현재 대세를 이루고 있는 액션게임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씩의 어드밴처 요소가 들어가 있다. 갓 오브 워, 세키로, 다크소울. 명작 액션게임으로 이름난 타이틀 모두 선형적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가며 주구장창 때려 부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기점이 나 있는 길을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잘한 퍼즐을 풀어야만 진행이 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날 완전히 퍼즐만을 주력으로 하는 3D 게임은 드물다. 포탈로 대표되는 퍼즐 플랫포머라는 장르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어느정도의 액션성은 담보되어야만 흥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퍼즐, 어드밴처 계의 명작이라 평가하는 트라인 시리즈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물론 주가 되는 게임 콘텐츠가 퍼즐이냐, 액션이냐에 따라 그 게임의 장르가 결정되긴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장르의 구분이 의미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액션과 어드밴처가 혼합되어 있다.

지난 25. 로비 스튜디오는 Blue Fire라는 게임을 출시했다. 어드밴처와 액션. 그 경계선에 있는 이 게임의 특징은 무엇이고, 재미는 어느정도인지, 리뷰를 통해 확인해 보자.

대사가 있고, 세계관도 잘 짜여져 있는 것 같은데, 한글화 미지원. 답답하다.

블루 파이어는 패넘브라라는 독특한 세계를 통과하며 이 땅의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는 스토리다. 주인공은 닌자처럼 생긴 그림자 전사(?) 혹은 방랑자라 불리는 이로 등에 2개의 칼을 차고 있는 이다.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면서 다양한 NPC를 만나고, 사원을 하나씩 클리어하며 나아가는데, 자세한 사정은 알 수가 없다. 그렇다. 한글화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액션 퍼즐 플랫포머 장르로 스토리가 깊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NPC들과의 대화를 들어보면 세계관이 얕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 필자는 도저히 그 내막을 알 수가 없었다. 나레이션은 거의 없고, 대화를 통해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어려운 단어가 많은 건 아니지만 구구절절 말이 길어서 모든 대화를 참을성 있게 듣고 있기가 힘들다. 게다가 어딘가 모르게 추상적인 단어가 많이 사용되어서 설명이 명확하지는 않다는 것도 이해가 힘든 요인 중 하나였다. 조작 가이드나 아이템 설명 등은 초반에 설명을 잘 해주고, 튜토리얼 느낌의 맵도 있어서 쉽게 습득이 가능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조작이나 맵 구조물 이용에 대해서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일단 대사가 어느 정도 있는 퍼즐 플랫포머 게임인데 한글화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부터 점수가 깍이는 느낌이랄까.

유저 편의를 1도 고려하지 않았다.

플레이는 다크소울이나 갓 오브 워 같은 전형적인 액션게임을 생각하면 된다. 게이머는 주인공을 조작하며 차례차례 해금되는 지역을 클리어해나가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맵에 준비된 다양한 퍼즐을 풀어야 한다. 퍼즐은 대부분이 길찾기로 귀결된다. 레버를 당겨서 문을 열거나, 허공에 떠 있는 발판들을 밟고 지나가며 진행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점프와 대쉬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며 게임을 진행해 나감에 따라 이단 점프, 공중 대쉬 등 다양한 능력을 해금하여 퍼즐을 풀어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길찾기로 귀결된 퍼즐이지만 이 퍼즐이 쉽지만은 않다. 대쉬와 이동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아예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고(물론 필자 기준이다.) 기껏 찾은 길도 까딱 잘못하면 떨어져서 골로가기 일쑤다. 메인이 되는 맵 진행도 그러한데, 중간 중간 마련된 사원은 아예 대놓고 헬 난이도다. 사원에서는 제한시간 없이 목적지에 도달하기만 하면 최대 체력을 늘려주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필자가 답답했던 점은 저장 시스템이다. 퍼즐 플랫포머 장르라고 하지만 적들에게 몇 대 맞으면 빈사상태이고, 이동하다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1/3 피가 빠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죽음이 일상이 된다. 그런데 중간 세이브 포인트가 적절한 곳에 있는 게 아니라 계속 같은 구간을 반복해야 한다. 이건 필자의 경험담인데, 처음 시작하고 메인 길에 접어들었을 때, 길을 찾기 힘들고 적과의 교전이 힘들어 특정 구간에서 계속 죽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진행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최소 2~3분이 투자되어야 한다. , 죽을 때마다 2~3분에 이르는 길을 계속 반복해서 와야 한다는 뜻. 이게 아주 돌아버린다. 다크소울 시리즈와 비슷하지만, 다크소울은 적을 죽이며 경험치라도 얻지. 이건 그냥 이동에만 2~3분이 걸린다. 중간 중간 세이브 포인트가 있지만, 이것도 자동으로 언락되는 것이 아니라 맵에서 모은 일정 자원을 소비해야 열린다. 이걸 모르고 한참을 고생한 걸 생각하면...... 죽으면 적어도 바로 앞 문에서 시작하게만 해줬어도 이렇게 불편하진 않았을 텐데. 화가 나서 게임을 끈 적이 너무 많았다. 포탈도 그렇고 불의의 사고로 죽는 경우가 많은 대부분의 퍼즐 플랫포머 게임들이 죽기 바로 전으로 로딩해주는 것과는 너무 달라서 불편했다.

퍼즐과 액션에서 퍼즐에 조금 더 가까운 게임

블루 파이어는 퍼즐이 주가 되지만 전투도 있는 게임이다. 다양하게 생긴 적들이 계속 등장하고, 주인공의 능력도 해금되면서 전투의 다양성을 추가하고 있는데, 그 수준이 그리 높진 않다. 뭐랄까. 퍼즐만 남기기엔 좀 심심해서 그냥 살짝 건드린 수준이랄까. 전투에 박진감이 없고, 타격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밑에서 후술할 엉터리 조작감과도 이어져 전투는 그리 재미있지 않다. 적들이 나오면 어떻게 저것들을 죽일까? 가 아니라 아 또 나왔네. 가 절로 나온다. 적들의 패턴이 다양하거나 예측불가하게 움직이는 건 아닌데 반응이 조금씩 느려서 매끄러운 회피가 불가능했다. 다른 게이머들의 상황을 살펴보니 필자 컴퓨터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프레임 드랍까지는 아니지만 전투 중에만 약간씩 움직임에 딜레이가 오는 버그 아닌 버그가 있어서 전투를 제대로 즐기기가 어려웠다. 애초에 전투 부분이 그리 도드라지는 게임이 아니기도 해서 차라리 전투를 더 간략화시키고 퍼즐을 위주로 구성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키보드로는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

처음 시작할 때 필자를 멘붕에 빠트린 건 너무나도 구린 조작감이었다. 처음에는 키보드로 플레이를 했었는데 카메라가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데다가 시점이동과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이 일치하지 않아 곤욕을 치뤘다. 다른 액션 게임은 키보드로도 잘만 즐겼는데, 왜 유독 블루 파이어에서만 이런 문제가 발생한 건지 모르겠다. 필자의 실력 탓이 아니라 조작감 문제로 몇 번의 죽음을 경험한 후에 패드로 바꿨는데, 키보드보다는 나았지만, 특유의 어색함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일단 타겟 시스템과 공격 모션이 어울리지 않는다. 타겟을 정하고 공격을 하면 그 쪽으로 공격이 나가는 게 일반적인데, 블루 파이어에서는 타겟을 정해도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공격이 나가거나, 대쉬가 나가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공격을 할 때 살짝 앞 대쉬 판정이 있는데, 이 기능 때문에 상자를 부수다가 죽은 적이 꽤 된다. 캐릭터 컨셉상 계속 뛰어다니고 회피하며 적을 타격해야 하기 때문에 조작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임인데 정작 조작이 힘들어 짜증이 날 정도이니 문제가 크다.

몇 가지 불편함이 해결되지 않으면 플레이하기 힘들다.

멸망 직전의 대륙을 돌아다닌다는 컨셉에 어울리게 우울하면서도 은근히 어두운 음악이 계속 흘러나온다. bgm이나 그래픽은 세계관과도 조화롭고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한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이리 저리 빠르게 움직이면서 난관을 헤쳐나가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유저를 고려하지 않은 조작감이나 저장 시스템은 아주 불편했다. 게임 컨셉이나 구성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라서 불편한 부분을 개선만 하면 훌륭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물론 패치를 통해 개선한다고 해도 한글화를 지원하지 않으면 도루묵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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