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이색적이고, 독특한 디펜스 메카닉(?) 게임. 한글화가 아닌 게 아쉽다. Craft In Abyss 리뷰

  • 입력 2021.02.08 00:30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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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디펜스 게임은 언제, 어느 때나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 당연히 개인 취향을 어느 정도 타겠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디펜스 게임에는 호불호가 없는 재미요소가 많은 편이다. 액션이 가미된 디펜스 게임은 많지 않은 편이고, 거기에 요구되는 액션성이라는 것도 한정되어 있기에 조작에 부담을 느낄 여지가 거의 없다. 몰려오는 적들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구조물이나 챔피언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전략적인 재미를 느낄 수도 있으며 캐릭터 혹은 구조물이 강해지는 걸 보며 RPG의 성장 맛(?)도 만끽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게임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필자는 개인적으로 디펜스 게임이라고 하면 반 이상은 간다는 생각을 하고 게임을 플레이하곤 한다. 물론 디펜스 게임에도 단점은 있다. 게임 구성 자체가 방어적인 측면이 있어서 적들의 움직임에 맞추는 수동적인 플레이가 강요되며, 플레이 방식 자체도 정해져 있어서 레벨링이나 추가되는 요소를 신경쓰지 않으면 금방 질릴 수도 있다. 단점이 명확하지만,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고, 호불호가 강하지 않기에 디펜스 게임은 언제나 적어도 평균 정도의 흥행은 보장하는 장르가 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디펜스 게임이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라면 메카닉은 온전히 남자들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한 장르다. 나만의 장비를 맞추고, 적들을 해치우며 부품을 습득, 또 다른 무기를 장착하는 재미. 컨셉에 따라 레이저, 미사일, 빔 블레이드 등에 주력하는 나만의 기체로 전장을 휩쓰는 쾌감은 남자의 로망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하다. 일견 완전히 다를 것 같은 메카닉과 디펜스. 이 두 장르를 합쳐낸 나름 괜찮은(?) 혼종이 출시되어 리뷰를 해볼까 한다. 게임의 이름은 크래프트 인 어비스(Craft In Abyss). 우리 말로 하면 심연의 기술자? 심연의 보트? 202093일에 얼리 액세스로 출시되어 4개월 동안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았고, 마침내 2021131일 정식 출시했다. 인디게임으로 개발과 배급은 모두 fire pillar 2가 맡았다. 장르마저 생소한 이 게임의 정체는 무엇인지, 리뷰를 통해 살펴보자.

햇살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

스토리가 아주 독특하다. 통상 디펜스 게임은 무언가를 지키는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이 게임은 초기 설정부터가 이러한 틀을 벗어나 버린다. 크래프트 인 어비스의 주인공인 알렉스라는 소녀는 작은 기계요새에 살고 있다. 이 요새는 심해 깊은 곳에 있는 수중 유적으로 알렉스는 이곳에서 태어나 평생 밖으로 나가본 적 없는 아이다. 어릴 때부터 천재적인 엔지니어 능력을 보유하고 있던 그녀의 평생 소원은 밖으로 나가 맑은 햇살을 마주하는 것. 이를 위해 알렉스는 자신이 태어난 요새를 전함 형식으로 개조, 길을 개척해 나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인어 형태의 기계 물고기(이렇게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냥 물고기는 아닌 것 같고) 를 격파하고 그 자원으로 기계 요새를 강화한다.

인디게임 치고 꽤나 독특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스토리의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설명이 조금 불충분하다. 아니. 설명이 잘 되어 있는데, 필자가 알아채지 못한 걸 수도 있다. 일단 한글화가 아니니까. 한글화가 안 되어 있다는 이 단점은 앞으로 리뷰를 하면서 계속 언급하겠지만, 일단 스토리 면에서 아주 답답하게 다가온다. 알렉스의 태생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와 통신을 하는 퍼기라는 여인은 또 어떻게 알게 됐으며 시대적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해 게이머가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대사량이 적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 가벼운 게임도 아니라 스토리의 몰입감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정작 스토리를 파악하기가 힘드니 답답함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론과 실전은 다르지? 엔지니어의 기분을 느껴보자.

심해 타워 방어 로그라이크 게임이라는 설명답게 시스템이 굉장히 독특하고 이색적이다. 먼저 게임을 시작하면 쉽게 말해 세팅이라 불리는 과정이 선행된다. 메인 구조물인 기계요새를 튜닝하고 강화하는 건데, 이 콘텐츠가 남자들의 로망인 메카닉 세팅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하나씩 살펴보면 기계요새 위에는 터렛이나 기타 무기 콘텐츠를 설치할 수 있는 판이 있다. 이 판 역시 게이머가 설정하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무기를 깔 수 있는 설치 가능지역을 세팅하는 거다. 그리고 이렇게 구현된 판 위에 무기를 설치하고, 강화하며 게임이 진행된다. 무기는 미사일, 레이저 등이 있는데 무기 스타일, 종류에 따라 각각의 특징이 있다. 여기다 고유 능력치를 보유한 장비도 있어서 판을 어떻게 깔고, 장비들을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게 중요한 전략적 요소로 작용한다. 무턱대고 판을 넓게 깔아버리면 노는 공간이 생기는데, 전투시 이 공간은 약점으로 작용한다. 후술할 전투파트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전투에서는 각종 미사일과 적들의 육탄돌격을 예측해서 피해야 한다. 그런데 판으로 인해 크기가 커지면 회피기동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무기를 뭘 선택하고, 어떤 장비를 설치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같은 무기라도 보조장비에 따라 무기의 위력과 이펙트가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의 주력 무기가 무엇이고, 이 장비, 능력이 어떤 스타일의 무기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세밀히 고려해야 한다.

타격감 좋고, 전략 좋고

전투는 전형적인 디펜스 게임이다. 메인이 되는 기계요새는 가운데 있고, 움직일 수 있는데, 적들은 사방에서 무작위로 쏟아져 나온다. 무기는 기본적으로 설치된 쪽에 적이 등장하면 자동으로 발사되며 1번과 2번으로 쿨타임이 있는 필살기와 비슷한 강력한 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 위에 있는 포대는 돌아가기 때문에 조작을 통해 적들이 오는 방향으로 맞춰주면 되고, 필살기는 나갈 위치를 게이머가 지정해줄 수 있다. 앞에서 세팅한 무기와 장비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으로 엔지니어들의 고충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전투다. 실제로 필자는 이론상으로 각 모서리 세 군데에 무기를 설치해 완벽한 트라이앵글 지대를 만들려고 했는데, 제대로 기능하는 건 가운데 꼭짓점의 무기 하나뿐. 나머지 두 군데는 장비 탓인지, 무기의 종류 탓인지 최하의 효율을 자랑하며 실패하고 말았다. 필자의 경험처럼 게이머는 자신의 전략에 맞춰 무기를 세팅하고 이를 전투에 활용하며 전략의 실효성을 확인하게 된다. 마치 메카닉 전술을 짜는 것 같은 이 과정이 꽤나 즐거워서 전투가 기다려지기도 했다.

전투 자체는 쉽지만, 생존은 어렵다. 탄막 슈팅처럼 적들의 미사일이나 육탄돌격을 피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래픽 때문인지, 색감의 문제인지 탄막 중에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사일 몇 대 맞으면 빈사 상태라 회피와 세팅이 더욱 중요하다. 회피는 방향키 조절로 할 수 있지만, 특별한 능력을 얻거나 장비를 설치하지 않는 이상 답답할 정도로 이동이 느려서 발사 경로를 예측하고 움직이거나 아예 빠르게 적을 섬멸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한글화가 아닌 게 최대 단점

타격감도 좋고, 그래픽이 약간 어중간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인디게임치고는 준수한 편이다. BGM이 부실한 건 아쉽지만 다른 효과음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어 허전하지는 않다. 플레이 자체는 할만하지만, 한글화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앞에서 계속 강조했듯이 이 게임은 세팅이 엄청나게 중요한 게임이다. 그런데 모든 세팅 설명이 영어다. 장비, 능력, 무기 성능과 종류까지. 게이머가 전략적으로 조작할 여지가 엄청나게 많은데 이 모든 요소가 영어로 표현되어 있어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세팅하는 재미가 절반 이상인데, 이 부분에서 애로사항이 있으니, 완전한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번역을 하면 그만 아니냐고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라면 보는 순간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설명량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수능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화면을 가득 채운 영어를 굳이 번역해가며 플레이할 가치가 있을까?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번역만 가능하다면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

개발사에서는 맵을 선택하는 방식이고, 전투 보상이 랜덤이라는 이유로 로그라이크 게임이라 소개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로그라이크보다는 디펜스 기반의 메카닉 게임이 더 잘 어울린다. 게임 플레이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고, 파고들만한 요소가 많지만, 그놈의 한글화 때문에 발목이 잡힌다. 영어에 거부감이 없는 이들에게는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할 수 있지만, 토종 한국인들에게는 게임의 재미와 별개로 추천하기가 망설여진다. 앞으로도 이런 알찬 게임들이 제발 한글화 되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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