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PC '라이자의 아틀리에 2 ~잃어버린 전승과 비밀의 요정~'리뷰

  • 입력 2021.02.04 16:54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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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캐릭터, 스토리, 배경, 시스템 등 다양한 요소가 서로 잘 어울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게임이 전반적으로 조화를 잘 이뤘을 때 나오는 시너지 효과. 그리고 이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 이런 것이 담긴 게임을 게이머들은 '명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한 게임은 몇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발자들의 영혼을 갈아 넣은 특별함이 하나씩 존재하는 게임은 있다. '젤다의 전설' '컵헤드' '어쌔신 크리드' '레드 데드 리뎀션'과 같은 게임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이거 하나 만큼은 인정'하는 특별함이 담긴 게임이다. 나는 이걸 '장인정신'이라고 부른다. 이 '장인정신'은 게임사의 철학이자 전통일 수도 있고, 개발자의 집착일 수도 있고, 게이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장인정신'이 가장 빛을 내는 장르가 '미소녀'라고 생각한다. '미소녀' 계열은 아직 다가가기 어려운 점이 있어 그 문화를 자세하게 말할 순 없다. 그냥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 입장에서 봤을 땐 부러운 점도 있다. 특히 캐릭터의 '특정 신체 부위'에 거의 모든 열정과 영혼을 태우는 게임을 개발자도 원하고, 또 팬들도 원한다는 것. 일반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쪽'과 '플레이하는 쪽'이 항상 나뉘는 것과 다르게 그쪽 세계에서는 '위아더 월드'같은 강력한 유대감이 느껴진다. 

'미소녀'가 등장하는 게임은 주로 '캐릭터'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인기가 많을수록 '시즌' '한정' '특별' 같은 코스튬 DLC를 계속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DLC가 이렇게 쏟아져도 열광하는 분야가 바로 '미소녀' 게임이다. '예쁜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수요와 '개성이 아닌 예쁨과 귀여움'이라는 고전적인 캐릭터성을 지금까지 이어온 저력과 이런 요소를 꾸준히 사랑하는 게임 팬의 열정을 인정한다.

 

사실 잘 모르는 처지에서는 '미소녀'라고하면 크게 달라 보이는 것 없이 비슷하고, 눈이나 머리색, 헤어스타일 정도만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하나의 타이틀을 꾸준히 플레이한 게이머 입장에서는 결코 같다고 볼 수 없는 '어떤 것'이 담겨 있다. 이번에 다룰 게임이 바로 이 '어떤 것'을 표현한 게임이다. 개발사와 게이머의 유대감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들의 '고집'이 어떻게 이어져 나가는지를 잘 살펴볼 수 있는 게임. '예쁜 캐릭터와 허벅지'라는 단순함으로 많은 게이머의 관심을 받은 게임. 바로 '라이자의 아틀리에 2 잃어버린 전승과 비밀의 요정'이다.

 

아마 게임을 좋아한다면 '가슴 DOA' '엉덩이 니어오토마타' '허벅지 라이자' 정도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코에이 테크모가 역사 시뮬레이션만 내는 곳이 아니구나' 라는 걸 알려준 타이틀이기도 하다. 과연 게이머들은 왜 '허벅지'에 열광하는지 '라이자'는 어떤 캐릭터인지를 알아볼까 한다.

이번 '라이자 2'는 전작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간다. 세계관이나 캐릭터가 크게 바뀌지 않았기에, 1편을 즐겼던 게이머라면 당시의 재미와 감동을 그대로 이번에도 이어갈 수 있다. 게임에서의 시간은 1편 이후 3년. '쿠켄 섬'의 '라젠보덴'에 머물던 주인공 '라이자'는 왕도에 있는 동료 '타오'에게서 '왕도 주변의 유적과 연금술이 어떤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편지를 받는다.

 

마침 그 무렵 '모리츠'에게 브르넨 가문의 돌 '무지갯빛 보옥'의 정체를 알아봐달라는 의뢰까지 받게 된다. 연금술의 지식과 기술에 대한 필요성까지 느끼던 '라이자'는 왕도 '아슬람 암 버트'에 가기로 한다. '라이자'는 예전의 동료 '타오'와 '보스'를 만나게 되고, 새로운 만남인 '파트리샤'를 마주하며 게임은 시작된다. 

 

스토리는 가볍지만, 캐릭터와의 관계는 1편을 하지 않은 게이머에겐 벽처럼 느껴진다. 이번 2를 통해 '라이자의 아틀리에'를 입문한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소외당한다'는 느낌도 든다. 전작과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다 보니,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다. '누군지 알지?’ 정도로 정리되고 빠르게 넘어간다. 물론 게임 중간중간 이전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컷신도 등장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처음 입문한 게이머 입장에선 마치 ‘전학생’이 된 기분이다.

 

1편을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이머라면, 조금씩 성장한 캐릭터의 모습과 뉴페이스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라이자 2'부터 시작한 게이머는 등장하는 캐릭터의 관계가 궁금하다면 따로 찾아야 한다. 

'라이자 2'의 그래픽은 '그래 이거지. 이게 일본 미소녀 게임의 감성이지'라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예쁘고 말랑말랑하다.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들을 볼 때의 그 즐거움이 느껴진다. 게임에 등장하는 3D 캐릭터나 배경은 물론이고, 이를 더 가다듬고 정제한 일러스트는 '이래서 미소녀 게임에 빠져드는구나!' 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다.

주인공 '라이자'를 비롯해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고, 이를 소리로 살려낸 음성 더빙도 수준급이다. 배경, 몬스터, 각종 오브젝트 모두 '일본 미소녀 게임' 특유의 귀여움이 잔뜩 담겨있다. 오로지 '캐릭터 원툴'로 미는 게임이라는 게 이해 가긴 하지만, 극적인 흐름이나 갈등 없이 '밝음' '명랑함'으로 가득 차 있는 걸 못 견딘다면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로지 주연과 조연에만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마을에 가만히 서 있는 NPC를 보면 어딘가 영혼이 다 빠져나간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거기다 의상까지 같다. 엑스트라들은 형식상 복사 붙여넣기로 채워 넣은 모습이다. 상점 외의 마을의 NPC와는  별다른 상호작용도 없기 때문에 마치 '박스 그래픽' 시절의 어색함이 느껴진다.

캐릭터의 '예쁘다'는 느껴지지만, 스토리의 구조나 내용은 힘을 완전히 뺐다. 스토리 진행은 이미 정해진 루트 대신, '유적 조사'라는 큰 흐름을 따라가면서, 다양한 서브 퀘스트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서브 퀘스트는 의외로 '오픈 월드 게임' 처럼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따라가다 보면 '내가 뭐 하고 있었지? 뭐가 메인이었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다.

 

서브 퀘스트와 함께 각종 의뢰까지 합쳐져 호흡이 늘어지고 지루함이 느껴진다. '실전 압축 퀘스트' 대신 굉장히 길게 늘어트리는 방식을 선택한 만큼 언제든 퀘스트를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여기에 어지간한 이벤트에는 무조건 컷신이 나온다. 좋게 보면 여유롭고, 나쁘게 보자면 지루하다. 캐릭터가 나와서 별다른 이벤트 없이 대사만 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빠른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답답함이 느껴질 것이다.

 

퀘스트의 중심에는 이 게임의 핵심 가치인 '연금술'이 담겨있다. 거의 모든 퀘스트가 '연금술'과 연관된다. '라이자 2'에서는 일단 보이는 모든 오브젝트는 채광과 채집으로 모아놔야 한다. 어떻게든 재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 재료들을 잘 조합하면 각종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연금술에는 레시피가 필요하다. 이 레시피는 퀘스트나 이벤트, 스킬 트리 개방을 통해서 획득할 수 있다.

 

레시피를 얻으면, 이에 맞는 재료를 수집해야 한다. 재료는 '화 빙 뇌 풍'의 각종 속성을 지니고 있고, 같은 재료 아이템에도 서로 다른 속성이 붙을 수도 있다. 재료는 속성과 함께 '품질' '특성' 등이 다양하게 부여된다. 이 재료를 조합하는 것이 '머터리얼환'이다. 이 '머터리얼환'은 여러 개가 링크되어 있다. 투입하는 재료에 따라 이 링크가 개방되어 레벨업 할 수 있고, 개방된 '머터리얼환'에 재료를 추가하고 계속 레벨업 한다면 강력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연금술'은 일단 많이 줍고 만들어 보는 것이 전반적인 시스템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뭐든 성공적으로 만들면 스킬 포인트를 계속 얻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스킬 트리의 다양한 능력을 해금할 수 있다. 초반에는 특정 도구가 없으면 채집할 수 없는 재료가 많다. 신나게 이것저것 찍어보는 것도 좋지만 빠른 진행을 원한다면 '낫'이 있는 스킬 트리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나마 조금 긴장감을 넣어 있는 것은 전투 시스템이다. '라이자 2'의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타임라인에 따라 캐릭터와 몬스터가 공격과 수비를 하는 형태다. 고전적인 턴제 RPG의 '너 한번. 나 한번'이 아니라 턴이 오면 곧바로 행동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내 차례가 왔을 때 어떤 행동을 할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몬스터가 공격해온다고 쳐다만 보고 있다거나, 내 차례가 왔을 때 '공격' 한번 눌러주고 끝내면 안 된다. 몬스터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방어도 적절히 해줘야 하고, 공격 차례에는 각종 스킬이나 아이템을 사용해야 한다.

 

전투 시스템 자체가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굉장히 독특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물리와 마법 속성, '화 빙 뇌 풍' 속성, 스킬 연계, 버프와 디버프, 격투 게임의 '가드 크러쉬' 개념의 '브레이크' 등 다양한 요소가 적용되어 있지만, 사실 전투의 난이도는 따로 건들지 않는 이상 굉장히 쉽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형식상 '그래도 우리 싸우긴 해야겠지?'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작에서 계속 지적된 '폭탄'의 성능은 이번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라이자 2'는 확실히 취향을 타는 '미소녀 게임'이란 느낌이 든다. 스토리의 전개에서는 흥미도 느껴지지 않고, 게임의 진행도 단순한 내용을 반복한다. 몬스터 색깔 놀이와 수집 노가다, 제작 노가다에서 그 피로감이 다른 게임들보다 더 빠르게 온다. 단조롭고 밋밋하다. 그래도 이 게임을 하게 되는 이유는 정말 단순하다. '라이자'가 이뻐서, 그리고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와 몬스터들이 귀여워서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허벅지'의 뭔지 모를 매력을 찾아보고 싶어서다. '게임'에서 추구하는 '예쁘고 귀여움'의 그 원초적인 즐거움이, 오직 그것만이 담겨있다.

 

'라이자 2'는 1편과 마찬가지로 개발사가 추구하는 '캐릭터'의 가치를 그대로 이어간다. '우리는 이거 계속 밀고 간다'의 '장인정신'이 이번에도 담겨있다. 이 방향을 받아들이는 게이머라면, '라이자의 허벅지'로 대표할 수 있는 이 게임의 가치관을 받아들인다면 분명 좋은 게임이 될 것이다. 대신, '미소녀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라이자 2'를 접근하기엔 버거울 수 있다. 이 감성이 살아있어야 하고, '장인정신'을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무작정 '아 나도 한 번 해볼까?' 로 추천하기엔 어려운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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