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화의 정석... 아일랜드M 리뷰
[모바일] 게임화의 정석... 아일랜드M 리뷰
  • 김민진
  • 승인 2021.01.18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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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게임은 언제나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얽혀있다. 게임 입장에서는 이미 스토리가 탄탄한데다가 고정 지지층까지 지니고 있는 만화를 게임으로 만들면 원작 팬들을 유입할 수 있어 좋고, 원작자는 게임이 흥행하면 만화 역시 화제가 되면서 재판매될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된다. 말 그대로 서로가 윈윈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만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은 크게 성공하기 힘들다. 일단 만화와 게임이라는 콘텐츠의 차이도 명확하거니와 스토리 위주로 흘러가는 만화에 구현된 캐릭터들을 게임 속에 온전히 구현해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게임이 게임성과 스토리를 모두 잡기는 힘들다. 물론 나루토 대전게임 시리즈나 원피스 무쌍 시리즈 등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 성공한 만화기반 게임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 게임의 대부분은 이미 만화가 일상이 된 일본의 사례. 국내에서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게임이 개발되기도 어렵고 성공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일랜드라는 만화가 있다. 만화 꽤나 읽었다는 팬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작화로 유명한 만화로 소마신화전기, 신암행어사 등을 그린 양경일 만화가와 윤인완 작가가 콤비가 되어 탄생시킨 만화다. 과거 아주 짧은 단행본만 내고 연재가 중단되었다가 2016년에 재연재를 시작해 완결까지 낸 만화로 양경일 특유의 무겁고 날카로운 그림체와 퇴마라는 소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큰 호평을 받은 만화다. 본래는 30대 이상의 아재들만 아는 숨은 만화였지만, 웹툰으로 재연재되고, 완결까지 나오면서 많은 만화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그런데 지난 2021113, 이 만화가 수집형 턴제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되어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과연 이 게임은 성공적인 콘텐츠 변환을 이끌어냈을까?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기본은 원작을 따르지만 세부적인 면에서는 차이를 뒀다.

세계관을 비롯한 기본적인 스토리의 큰 틀은 만화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재벌집 자제이면서 성격이 개차반인 원미호는 휴식과 요양차 제주도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제주도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정염귀라 불리는 요괴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을 퇴치하는 반을 만나게 된다. 반은 원미호가 특유의 냄새로 인해 요괴들을 꼬이게 한다며 금방 죽을 것이라 하고, 이에 원미호는 자신을 지켜주며 주변의 요괴를 죽이면 요괴 1마리당 1억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계약이 성사되어 반은 원미호 주변을 지키며 요괴를 죽이지만, 원미호는 요괴보다 오히려 반이 더욱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후, 제주도에 무언가 있다는 소식이 퇴마사들 사이에 퍼지면서 일본의 퇴마사들을 비롯해 실력 있는 퇴마사들이 제주도로 오게 되는데......

만화의 스토리를 알고있는 필자는 처음에 아일랜드가 게임으로 나온다고 해서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만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면 필연적으로 일본을 악역으로 설정해야 하는 데다가 일부 선정적인 장면도 표현되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메꿀지 걱정이 된 것이다. 하지만 게임은 만화책과는 조금 다른 스토리로 흘러간다. 원미호나 반의 캐릭터 자체는 그대로 살렸고, 초반부의 일부 에피소드들 역시 만화를 따라가지만 하랑, 강해나, 이주호 등 게임에만 등장하는 캐릭터도 존재한다. 이들의 포지션이 스토리상 공기인 것도 아니라 흥미를 돋운다. 원작 팬이라면 게임에 구현된 반과 요셉, 원미호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원작 팬이 아니라도 새로운 캐릭터들이 어우러진 독특한 세계관의 제주도를 보는 재미가 있다. 원작 특유의 무겁고 사회비판적이기까지한 분위기도 좋았지만, 그보다 조금은 가벼원진 게임의 분위기와 스토리도 나쁘지 않았다.

고오급 캐릭터들이 즐비한 수집형 턴제 RPG의 전형

아일랜드M은 스타일리쉬 퇴마 액션 판타지를 장르로 내세우고 있다. 거창한 용어를 붙여놨지만 쉽게 말하면 그냥 수집형 턴제 RPG. 게이머는 주인공인 원미호가 되어서 자신을 보호해줄 퇴마사들을 고용, 이들이 전투에 나간다는 설정이다. 여타 턴제 RPG처럼 스테이지가 있고, 이를 진행해나가면서 스토리를 즐기고, 다른 콘텐츠에서 캐릭터들을 성장시키는 시스템이다. 아쉽게도 출시 초반이라 구현된 캐릭터가 많지는 않다. 다 해서 20명이 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캐릭터이지만, 이 캐릭터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고급인력이다. 쉽게 말해 다른 수집형 RPG에서처럼 깔아주는, 노말 영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 키우기에 따라 활용도가 있어 좋은 캐릭터를 뽑기 위해 고군분투할 필요가 없다. 물론 당연히 좋은 캐릭터는 있고, 소위 말하는 등급표도 존재한다. 하지만 캐릭터 하나를 얻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이 어마어마하기에 새로운 캐릭터를 얼른 얻기보다는 원래 있던 캐릭터를 키우는게 마음이 편하다. 캐릭터를 얻는 방법이 꽤 독특하다. 설정 상으로는 퇴마사들의 구인란 같은 사이트에서 새로운 퇴마사와 인연을 맺고, 선물을 주며 호감을 얻어 등용한다는 것인데, 각 캐릭터마다 다른 전용선물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호감도를 올리는 진행은 오직 한 번에 한 캐릭터만 진행할 수 있다. 며칠 내내 캐릭터 하나를 얻기 위해 선물을 구하고 대화를 해 나가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질을 하면 이런 과정을 건너뛸 수 있는 확정뽑기 아이템 같은 것이 있겠지만, 무과금 유저에게 그런 아이템은 꿈같은 이야기고. 단순히 보석을 지불하는 식으로 캐릭터를 얻을 수 있었던 다른 수집형 턴제 RPG와는 다른 점이기에 독특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불편한 시스템이었다.

타격감이 탁월! 연출도 수준급이다.

연출과 전투가 아주 수준급이다. 원작의 작가들이 소속된 와이랩이 참여하지 않은 게임이라고 하지만 그래픽이나 연출이 만화 특유의 고어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아주 잘 표현해 냈다. 거기다 전투 역시 호쾌하다. 최대 4명의 캐릭터를 데리고 스테이지에 나갈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자동진행이지만 스킬은 게이머가 그때그때 눌러서 사용을 해줘야 한다. 요즘 나오는 거의 모든 모바일 게임이 그렇듯, 이 부분 역시 완전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 캐릭터가 적을 때릴 때 느끼는 타격감도 괜찮고, 스킬을 쓸 때마다나오는 이펙트, 연출 역시 좋다. 캐릭터마다 궁극기라고 부를 수 있는 스킬이 있는데, 궁극기를 쓸 때는 또 다른 컷신이 나오면서 눈을 즐겁게 해준다. 사실상 게이머가 할 수 있는 건 스킬버튼만 누르는 단순한 행위이지만 그게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진진했다. 전략을 짜거나 컨트롤를 요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 모든 단점을 타격감과 연출이 모두 씹어먹는다. 그래픽도 깔끔하고 깨끗해 조작하는 맛이 있었다.

너무 빨리 찾아온 한계가 아쉽다. 복에 겨운 소리인가.

튜토리얼도 지나치리만큼 자세히 구성해 진입장벽을 낮췄고, 친절하게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도 계속해서 하나씩 표기해 주니, 진행에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아쉬웠던 건 성장의 한계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는 점이다. 모든 수집형 턴제 RPG가 그렇겠지만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성장을 강요하는 듯, 막히는 구간이 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진행하지 말고, 게임 내의 여러 콘텐츠를 즐기며 성장하라는 개발사 측의 배려 아닌 배려인데, 아일랜드M에서는 그 지점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필자가 게임을 재밌게 느꼈기에 체감을 빨리한 것일 수도 있는데, 에피소드 3-9 ~ 4-2 정도 구간에서 한계가 찾아와 다른 콘텐츠를 돌아다녀야했다. 열심히 스토리를 따라가다 막힌 거라 김이 빠지는 감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만큼 게임이 몰입감 있다는 뜻이기도 했기에 큰 불만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불합리하다고 느껴졌던 스카우트 시스템도 탐색을 통해 선물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탐색 한 번에 3시간, 6시간씩 걸리니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결국 원하는 캐릭터를 얻게 되긴 하는 거니까. 이건 개발사측 선택의 문제지 불호의 요소는 아닌 것 같다.

성공적인 게임 이식. 운영과 패치만 문제 없다면 A급 게임으로 확실히 자리잡을 것 같다.

게임은 재미있다. 스토리도 몰입감 있고, 액션은 눈과 귀가 즐거워 넋 놓고 보게된다. 만화를 모바일 게임으로 이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개발사가 나름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보통 만화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은 원작의 한계 탓에 아무리 잘해봐야 B급 게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아일랜드M은 앞으로 운영만 잘하고, 패치만 문제 없다면 그런 편견을 깨준 최초의 게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