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 아일랜드 리믹스(Mixx Island Remix), 1인 개발자의 가벼운 인디 게임

  • 입력 2021.01.07 11:23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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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Mackinn)7’이라는 1인 개발자가 제작한 <믹스 아일랜드 리믹스(Mixx Island Remix)>는 2018년으로 먼저 건너갈 필요가 있다. 이때 당시에 개발진은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오드 아일랜드(Odd Island)>를 개발하였고,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과해 정식 출시하게 되었다. 한 번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랜덤한 구성까지 갖추면서 ‘로그라이크’ 장르를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횡스크롤 ‘런 앤 건’ 액션 게임으로써 캐주얼한 2D 도트 그래픽을 보여주었으며, 비교적 높은 난이도와 아기자기한 BGM 덕분에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후에 힘을 받은 개발진은 ‘아일랜드’ 시리즈를 계속해서 출시하면서 액션의 콘셉트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수많은 적들에 둘러싸였던 ‘난전’에서 디펜스 형태로 바꾸기도 했는데 핵심은 ‘기본 공격’과 무적 시간이 존재하는 ‘특수 능력’이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진짜 게임의 핵심은 이것이 전부다. 최초로 개발했던 <오드 아일랜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오로지 보스와의 대전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스팀에서 ‘Mackinn7’ 개발진을 검색하면 ‘아일랜드’ 시리즈를 볼 수 있는데 간략한 게임 설명에 모두 ‘홀드 앤 건 & 보스 러시’ 방식이라고 적혀 있다. 각 스테이지에 보스급의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기본 공격’과 ‘특수 공격’만으로 물리치면 클리어하는 것이다.

최초로 개발했던 <오드 아일랜드>는 등장하는 적들을 해치우면서 지도의 맨 끝으로 가는 방식이었다. ‘메트로베니아’ 장르처럼 발판으로 점프를 하면서 헤쳐나가는 방식이 아닌 완전한 평면 위에서 전투를 하는 것이다. 조금 의아하게 들릴 수 있는데 그 의미는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먼저 캐릭터를 선택할 수도 있는데 오리지널 캐릭터를 기준으로 봤을 때 ‘기본 공격’은 우리가 흔히 인지하는 자동 소총 공격이며, ‘특수 능력’은 잠시 주인공에게 클로즈업이 되면서 발생하는 이펙트 효과라고 이해하면 된다. 더 강력한 수류탄 공격도 있는데 ‘특수 능력’과 함께 3초 동안 무적 상태가 된다.

게임이 굉장히 단순하게 보일 텐데 더 남은 것이 있다. 이 게임에서는 ‘객체’라는 것이 별로 보이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다. 아니, 그럴 틈도 보이지 않는다. 보스들, 그러니까 ‘에너미 오브젝트’의 공격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평지 아래에 잠시 보이는 블록을 통해 인식할 수 있다. 블록이 ‘에너미 오브젝트’의 공격 범위라는 뜻이고, 그 범위에서 벗어나면서 피해를 막아야 한다. 그렇다 보니 전투가 치열하기보다 굉장히 가볍고 단순하다. 블록이 보이면 대시를 통해 회피하거나 무적 상태를 활용하기만 하면 되니까.

다행히도 캐릭터의 스탯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레벨 차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 또한 개발진의 배려 덕분에 아주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방어력이 현재 스테이지 수치보다 높으면 적은 대미지를 받는다. 공격력은 어떨까? 스테이지 수치보다 높은 공격력을 유지하면 되는 것이다. 게이머는 덧셈 뺄셈만 할 줄 알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나면 개발진의 양심을 의심해야 할 것이다. 그만큼 게임의 액션에 쾌감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공격력과 방어력은 워낙 게임에 있어서 기본이니까 남은 건 뭘까? ‘특수 능력’을 사용하려면 ‘마나’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개발진은 ‘배터리’라는 개념을 선택했다. 3포인트에 하나씩 충전할 수 있고, 자동으로 채워지게 했다. 그밖에 최초 게임에서 시도했던 ‘로그라이크’ 장르를 인식했는지 ‘회복력’이라는 것도 넣었다. 이 역시 아이템을 획득하면서 수치를 올릴 수 있는데 1초마다 자동으로 회복이 된다. ‘행운’은 보상 아이템의 포인트 수를 늘려주는 아이템인데 당연히 수치를 높이면 유리할 것이다.

지금까지 들어보면 이 게임의 간단한 규칙이 마음에 들 것이다. 스탯의 수치를 올려주면서 ‘웨이브’ 방식의 전투 스타일이 지속될 것 같은 기류가 흐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게임의 전투 콘셉트는 게이머의 시선이 아니라 개발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형형색색의 2D 이미지들이 아주 단순하게 나열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가 한 명 완성되는데 사용되는 ‘스프라이트(sprite)’ 기능을 상기해 보면 그 원리가 쉽게 이해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자동 소총을 발사하는 캐릭터를 화면에서 그리고자 했을 때 캐릭터의 머리와 팔, 다리, 자동 소총이 모두 따로 움직이는데 사실은 2D 이미지들을 따로 붙여서 제작하는 것이다. ‘유니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카메라 시야를 바꿔서 들여다보면 무수한 2D 이미지들이 복잡하게 걸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이 게임의 시스템은 아주 단순하다. 개발자가 아니라 일반 게이머들도 금방 눈치챌 정도다. 캡처 기능을 계속해서 사용하다 보면 흐릿한 화면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는데 포토샵의 ‘opacity(불투명함)’ 기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객체 사이의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나거나 특별한 연출이 필요할 때 이런 ‘opacity’의 고속 기능이 시작된다. 파티클 효과 등 인상적인 장면을 얻으려다가 흐린 화면을 캡처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게임은 오로지 평면 위에서만 진행된다. 던전에 들어가서 숨어 있는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게이머를 괴롭힐 만한 복잡한 수수께끼도 존재하지 않는다. 평면 아래에 스쳐지나가는 블록을 회피하면서 계속해서 공격을 퍼붓기만 하면 된다. 게임의 가격도 워낙 저렴하고, 전투 스타일이 아주 간편하기 때문에 가볍게 즐길 수 있겠지만, 평면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전투가 시작되면 총성과 함께 여기저기서 폭발하게 되는데 눈으로 보는 즐거움은 딱히 없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주인공 캐릭터와 ‘에너미 오브젝트’의 생김새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번잡하기 그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블록이 공격 범위라는 설명이 선 듯 이해하기 힘들었다. ‘에너미 오브젝트’에서 생성되는 ‘불릿’이 존재한다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다가 자동 소총의 타격감이 의외로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블록이 곧 들이닥칠 공격 범위였으며, 회피와 무적 효과를 활용하는데 매진해야 했다. 1인 개발자라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이런 방식은 매우 심심했으며, 의욕적이거나 도전적인 전개도 아니었다.

다만 이 게임은 대중성이나 상업성과는 별개로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개발자가 창작한 ‘쳐비’라는 캐릭터는 미국식 카툰과 일본식의 망가가 어우러진 것으로 보이는데 ‘마이 리틀 포니’나 ‘스폰지밥’ 등 미국의 악동 캐릭터들이 여럿 떠오른다. 시각적으로 눈에 띄기 위해 원색을 많이 넣어 주었는데 레벨 디자인과 제법 잘 어울려서 단순한 2D 도트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 밖에도 개발진은 아주 재밌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적이 있다.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하고 있을 때 후원자가 원하는 캐릭터를 제작했다는 점이다. 최초로 제작했던 <오드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이 게임에도 상점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그 배경에 후원자들이 신청한 캐릭터들로 채워 놓기도 했다. 이른바 ‘배경 캐릭터’라는 것을 통해 후원자들의 성원을 받았던 것이다.

개발진의 제작 기간은 꽤 길었다. <오드 아일랜드>까지 포함하면 4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는데 그의 기록을 보면 조급증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시간을 두고 게임 제작에 애정을 쏟았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게임은 자체적으로 심심한 면이 있지만, 1인 개발자와 저렴한 가격을 고려하면 흥미로운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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