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추억보정도 정도껏 해야지... 포트리스 V2 리뷰

  • 입력 2021.01.05 14:31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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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학창시절은 스타크래프트와 카트라이더였다. 아마 대다수의 30대 남성들은 공감하는 이야기일 거다. 지금처럼 게임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야간자율학습을 집어던지고 PC방을 갔고, 휴일에는 PC방에 모였다. 점심시간, 저녁시간에는 어제 TV에서 틀어준 스타크래프트 프로경기를 되새기면서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중, 고등학생 남학생들의 취미와 성향을 고려하면 여전히 게임은 학교에서 좋은 이야기 소재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게임뿐 아니라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등 오래된 콘텐츠에는 접하는 이의 과거가 추억처럼 새겨져 있다. 30대 초반인 필자의 경우에는 스타크래프트와 카트라이더를 생각하면 그 시절 함께 즐겼던 친구들의 얼굴과 PC방의 풍경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고, 메탈슬러그, 킹오브파이터 94를 생각하면 또 매캐한 담배연기가 자욱한 오락실의 모습이 떠오른다.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필자처럼 자신의 과거를 생각나게 하는 상징적인 게임이 있을 것이다. 10, 20년 된 게임들에 역사와 추억이 담겨있는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과거에는 학생이었던 유저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수단으로 게임을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또다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또다른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된 게임들 중 성공한 것들은 대부분이 리마스터 되거나, 과거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다른 시리즈 형태로출시되곤 한다. 스타크래프트는 아예 리마스터 되었고, 카트라이더 또한 모바일로 변형되어 출시되고, 새로운 시리즈, 버전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다. 오늘 리뷰의 주인공 포트리스 역시 마찬가지다.

필자에게 포트리스는 친구들과 PC방에서 다함께 즐겼던 게임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포격 온라인이라는 장르를 내세운 포트리스는 친구들과 가볍게 즐기기 쉬운 게임이었고, 필자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며 PC방을 점령했던 게임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포트리스는 새로운 PC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갖춘 포트리스V2라는 이름으로 1231일 출시되었다. 과연 필자가 기억하는 과거의 포트리스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2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몇 안되는 국내 게임 시리즈

사실 필자는 대학교에 들어가서 카오스를 시작하면서 포트리스라는 게임의 소식에 대해서는 일절 아는 바가 없었다. 간간히 친구들과 PC방 갈 때 생각나는 과거의 게임이랄까. 스타크래프트나 카트라이더도 비슷했지만, 포트리스는 유난히 기억에서 빨리 잊혀진 게임이 되고만 것 같다. 하지만 필자가 금방 포트리스를 잊은 것과 반대로 포트리스는 기록적인 흥행 이후 나름대로 본인들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었다. 리뷰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건데, 필자가 즐겼던 1999년 출시된 포트리스는 2였고, 그 이전에 포트리스라는 비슷한 종류의 게임이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필자가 즐겼던 포트리스21999년 처음 시작한 이래 거의 20년 가까이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이번 V2 발매와 함께 서비스를 종료했다.

포트리스2의 흥행에 힘입어 2002년에 포트리스3 패왕전이라는 후속작을 내놨으나, 관리부족으로 3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해야 했고, 포트리스4 개념인 뉴포트리스는 아예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후 포트리스2만 근근히 서버를 유지해 오다가 2018년부터는 모바일로 자리를 옮겨 포트리스M과 포트리스 배틀로얄을 출시했다.

각 게임의 완성도는 차치하고서 일단 원류가 되는 하나의 콘텐츠로 이토록 오래도록, 다양한 게임이 출시되었다는 것만 봐도 포트리스의 왕년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인기가 정말 많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애니메이션으로까지 나왔을 정도니까. 모바일로 방향을 틀었던 최근 게임개발과는 반대로 포트리스V2는 스팀을 무대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으면 1231일 앞서 해보기를 출시한 후, 개선점을 반영해 20212분기 안에 정식 출시를 기획하고 있다. 패키지 게임처럼 9900원이라는 돈을 지불해야 게임을 다운로드, 플레이할 수 있다.

소소한 변경점이 오히려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기존의 포트리스와 크게 다른 점은 없다. 턴 별로 포격을 해서 상대의 HP를 먼저 깍으면 이기는 큰 틀의 시스템 자체는 달라진 점이 없지만 소소하게 달라진 점은 여럿 보인다. 우선 턴이 한 명씩 돌아가는 게 아니라 팀 단위로 한꺼번에 돌아간다. 내 턴이 빨리 돌아와서 좋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필자 입장에서는 조금 정신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필자가 생각하는 포트리스 게임의 묘미는 같은 팀임에도 어디에 배치될지 모른다는 랜덤성인데, 아예 팀별로 위치를 구분해놔서 색다른 재미는 없었다. 게다가 파워게이지에 적 탱크가 표시된다. 이만큼 파워게이지를 채우면 저 탱크를 맞출 수 있다는 걸 표시해 둔 건데, 편의성 면에서는 아주 좋아졌겠지만, 재미 면에서는 최악이었다. 포트리스는 게이머가 직접 영점을 잡아가며 상대를 맞추는 재미가 가장 큰데, 이 재미를 시스템이 앗아가 버린 격. 이렇게 되어버리면 사실상 포트리스는 파워게이지 채우는 리듬게임 같은 형국이 되어버린다. 이 외에도 달라진 점은 많다. 각 탱마다 패시브 스킬이 생겼고, 턴이 돌아올 때마다 1, 2번 스킬과 패시브 스킬 중 하나의 레벨을 올려 주력 무기를 결정할 수도 있다. 화면 상단에 크게 상대와 나의 채팅이 지나가는 새로운 시도도 제법 신선한 점이었다. 전략성을 늘려주기 위해 점프도 추가했다. 이제 구덩이에 빠져도 점프를 활용하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크게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이 모든 변경점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팀 단위로 턴이 돌아가다보니 개인의 전략성은 희석되었고, 점프는 거의 만능에 가까운 효율을 보여준다. 유저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인민탱과 지뢰탱을 비롯한 일부 탱이 너무 강해 밸런스 조절에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소소한 변경점이 있지만, 이것들이 게임의 재미를 살리기는커녕 반감시키는 느낌이다.

20년이 지났는데, 그래픽이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픽이 애매하다. 처음에 게임을 켰을 때 필자가 마주한 건 모바일 게임에서나 봤던 투박하고 유치한 UI와 그래픽이었다. 해상도가 낮아서인 줄 알고, 해상도를 최대로 설정하고 다시 켜 보았으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기자기한 캐쥬얼 특유의 느낌을 살리려 했던 것 같은데, 이런 감성은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사그라진 것 아닌가? 인게임 내에서 탱크들의 움직임이나 모델링 역시 과거보다 진일보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포트리스2의 탱크 모델링이 더욱 부드러웠던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그래픽이 유려하지 못하다. 움직임도 뚝뚝 끊기는 건 기본이고 파워게이지를 비롯한 모든 그래픽이 과거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롤처럼 스킨도 있는 것 같은데, 사실 그 존재 이유를 모를 정도로 그래픽이 달라진 것이 없다. 포트리스2가 처음 선을 보인지 거의 20여 년. 이 정도면 적어도 그래픽에서만큼은 획기적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만큼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극찬받은 이유는 그래픽 때문이었다. 필자를 비롯해 포트리스2를 기억하는 게이머들은 포트리스 V2에게도 그러한 변화를 기대했을 텐데, 전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느낌이다.

인내심이 필요한 매칭 시스템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매칭이 안된다는 거다. 사람이 가장 많은 시기인 주말 저녁에 매칭을 돌렸는데도 1분에서 2. 길게는 5분 넘게까지 기다려야 간신히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마 이렇게 매칭이 어려워진 이유는 패키지 게임처럼 만원에 가까운 가격이 책정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체 왜 이런 전략을 취했는지 아직도 의문이 든다. 포트리스의 귀환이라고 하면 30~40대 게이머들은 충분히 플레이해 줄 수 있는 의리가 있는데, 이걸 굳이 패키지 게임처럼 가격을 책정해서 팔았어야 했을까? 차라리 인게임 내에서 아이템이나 스킨을 통해 과금유도를 하지. 그건 또 그것대로 가면서 게임 가격까지 받아가니, 좋은 감정이 들래야 들 수가 없다. 튜토리얼이 굉장히 부실한 것도 단점이다. 아니, 튜토리얼이라기보다는 게임의 이해도를 돕는 요소가 전혀 없다.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고민되는 점은 어떤 탱을 고를까 하는 점이다. 각 탱의 간략한 특징이라도 설명해 줘야 이러한 게이머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을 텐데, 그런 요소가 하나도 없다. 게이머들은 오직 탱의 생긴 모습만 가지고 선택을 해야 하는 수준이다.

얼리액세스라는 걸 감안해도 부족한 게임성. 포트리스는 추억 속으로

포트리스V2는 얼리액세스 게임이다.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해 더욱 많은 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개발사 측은 밝혔지만 이 정도면 아예 뜯어고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포트리스2와 포트리스V2 사이에는 20년의 세월이 있는데, 이 긴 시간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거의 없다. 물론 포트리스2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추억보정 탓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변명을 내밀기에는 시스템이나 탱 디자인이 너무 포트리스2와 판박이다. 개발진들이 게이머들의 추억보정에 기대어 성공을 바란 건 아닐까? 좀 더 많은 점이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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