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게임에 사람이 없다고? PC '오버라이드 2 슈퍼 메카 리그' 리뷰

  • 입력 2020.12.30 13:51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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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유년기를 함께했던 로봇에 대한 추억과 자신이 좋아하는 로봇을 조종하며 괴물을 상대하는 상상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변신' '합체' '탑승' 과 '로보트'의 조합은 시간이 지나도 거부할 수 없는 본능처럼 가슴을 뛰게 한다. 육중한 강철 덩어리의 묵직한 움직임에는 아이와 어른의 그리고 시대를 뛰어넘는 로망이 담겨있다.

 

'로봇'은 게임에서도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소재다. 예전에는 당연히 '건담'이나 '에반게리온' 같은 거대한 로봇이 대세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로봇'에 대한 시각, 게임에서 다루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게임에 등장하는 '로봇'이라고 한다면, 거대한 크기의 강철 덩어리가 괴물을 상대하며 도심을 엉망으로 만들거나, 우주 공간에서 미사일을 날리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간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를 주인공으로 세우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로봇'이 등장하는 게임의 장르도 다양하다. 사각형이나 육각형 타일 위에서 로봇을 조종하는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가 있는가 하면, 실제로 로봇에 탑승한 느낌과 복잡하고 어려운 조종을 원하는 게이머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취향이 있지만, 사실 '로봇'이라는 단어가 게임에 스며들었을 때 게이머들이 공통으로 떠올리는 것 한가지는 '파괴'다.

 

높은 빌딩을 몸으로 부수고, 괴물을 잡아서 던지는 로봇이 나오는 게임. 변신이나 합체 중에는 공격 금지, 전투는 항상 1:1 같은 고전적인 불문율을 지키는 게임이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로봇 게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다룰 게임이 바로 이 로봇 게임의 근본을 담아낸 로봇 격투 '오버라이드 2 슈퍼 메카 리그'다.

'오버라이드 2'는 철저하게 'VS'에 초점을 맞춘 '대전 액션 게임'이다. 다양한 형태의 미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략이나 전술이 필요한 게임도 아니다. 정말 단순하게 '상대 로봇을 때려눕히는 것'이 목적이다. '우정 파괴'라고 불리는 바로 그 장르다. 스토리 모드나 퀘스트는 없다. 예전 오락실의 아케이드 격투 게임처럼 시작부터 바로 '실전 투입'이다.

 

대신 별도의 커맨드 입력이나 콤보연계 같은 복잡한 과정은 걷어냈다. 패드로 플레이한다면 'LB, LT, RB, RT'의 트리거와 버튼 입력만 제대로 할 줄 알면 된다. 각각의 버튼으로는 주먹 공격과 발차기 공격을 할 수 있고, 동시에 누르는 버튼에 따라 각종 특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버튼과 동시에 누르는 스킬이 전투 기술의 기본이자 전부다.

 

등장하는 로봇의 대부분은 비슷한 방식으로 공격할 수 있지만, 전혀 다르게 작동하는 로봇도 있다. 펀치 버튼을 눌렀는데 엉뚱하게 무엇인가를 충전하거나, 특정 함정 같은 걸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초반에 조종할 수 있는 로보트는 5종류로 제한되어 있지만, 최종 해금할 수 있는 로봇은 20종으로 다양하다. 각각의 로봇은 연습을 통해서 공격의 형태와 스킬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오버라이드 2'는 묵직한 펀치와 발차기를 기본으로 하지만, 독특한 형태의 공격기술을 가진 로봇들도 등장한다. 그중에서는 모으기 공격을 하는 로봇도 있고, 상대의 공격을 튕겨내거나 반격하는 기술을 가진 로봇도 있다. 

 

투박함대신 '스타일리쉬'한 전투를 원하는 게이머는 좀 더 다양한 기술을 가진 로봇을 고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고 타이밍에 맞춰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마에스트로' 라는 로봇은 직접 공격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색깔의 '영혼'을 소환한다. 소환한 '영혼'을 다양하게 조합해 버프를 걸거나 상대의 행동에 제한을 거는 독특한 스타일로 전투를 진행한다.

 

'콘테사'의 경우엔 대놓고 원거리 공격과 회피를 중점으로 한 로봇이다. 특정 거리가 유지되지 않으면 공격을 할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이다. 이에 맞게 기본 스킬은 미사일 발사와 공중으로 회피하는 방식이고, 로봇과는 어울리지 않게 순간이동 기술도 사용할 수 있다.

 

펀치와 발차기만 믿고 공격하는 로봇들은 다루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격 형태가 단순한 약점이 있다. 반면, 다양한 기술을 보유한 로봇은 숙달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전투 방식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모르면 맞아야지'가 제대로 통한다. '대전 격투 게임'의 기본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전투가 진행되는 전장은 10곳이다. 도중에 지형이 변화하거나, 다양한 아이템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양한 변수가 추가된다. 곳곳에서 등장하는 블레이드, 유탄 발사기, 망치, 프라이팬 같은 아이템은 직접 집어 들고 사용할 수 있는 공격 아이템이다. 아이템을 사용한 공격은 공격속도가 느린 만큼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지만, 데미지와 효과는 확실하다.

 

로봇과 대전을 핵심으로 하는 게임인 만큼 '필살기'도 사용할 수 있다. 스킬의 이름은 '얼티밋'. 이 '얼티밋'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게이지를 모아야 한다. '오버라이드 2'에서는 이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상대방에게 맞거나, 특정 기술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대놓고 기를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전장에 등장하는 빛기둥을 찾아가서 그 지점을 밟고 있어야 한다. 일종의 거점 점령과 비슷하다.

 

얼티밋 게이지 기둥은 게임 내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전투 도중에 얼티밋 게이지 기둥이 생긴다면 그 거점을 차지하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한가지 추가되는 변수는 잃은 HP만큼 이 얼티밋 게이지도 줄어든다는 점이다. 즉, 많이 얻어맞을수록 얼티밋 게이지를 채우는 양도 줄어들어서 상대방보다 더 빠르게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전투 방식은 1:1 듀얼 매치 , 2:2 팀 매치, 4인 경쟁전으로 진행된다. 전투에 따라서 규칙이 변하는 점은 없고, 끝까지 쓰러지지 않으면 최종 승리한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전투에 참여하는 로봇이 많아질수록 특정 시점을 잡거나 상대방을 락온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시점의 전환이 어지럽고, 또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리기도 어렵고, 락온을 한 상대를 자동으로 잡아주지도 않는다. 그렇다 보니 대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많아지고, 각종 스킬이 동시에 발동되면 게임이 상당히 난잡해진다. 어디에 누가 있는지, 어디에서 어떤 스킬이 사용되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시점조차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버라이드 2'의 가장 큰 문제는 유저풀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게임은 일단 '다른 플레이어와의 대전'을 기본으로 하는데, 매칭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기다림에 지쳐서 어쩔 수 없이 CPU와 대전을 선택하게 된다. 게임의 대전 인공지능도 높은 편이 아니라 게임은 쉽게 질린다. 다양한 로봇과 싸워보고, 또 다양한 전투 스타일에서 느껴지는 재미를 기대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결국 CPU와의 반복 대전 '컴까기'다.

 

콘솔과 PC의 크로스 플랫폼도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PC로 구매한 사람은 친구, 혹은 커뮤니티에서 대전상대를 직접 모아서 시간을 정해 플레이해야 한다. 전형적인 '인싸들의 파티용 게임'이다. 제대로 등급을 올리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게임이 아니라, 친구들이 집에 모였을 때 몇판 같이하는 게임에 가깝다는 뜻이다.

 

'와! 로봇! 대전!' 이렇게 기대하는 게이머들은 분명 실망할 것이다. '오버라이드 2'는 조작이 어렵지도 않고, 또 피지컬에 큰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막싸움' 몇 판 짧고 굵게 할 수 있는 가벼운 게임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진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이런 장르에 거부감이 없는 친구를 몇 명 모으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오버라이드 2'는 호불호가 확실하게 나뉘는 게임이다. '로봇' 과 '대전'에서 전문적인 수준, 그러니까 '철권'이나 '스파' 같은 대전 격투의 틀이나 전문성을 기대했다면 분명 실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쉽고 투박한 전투를 바탕으로 가볍게 즐길 게임, '손님 접대용' 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름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접근하는 기대치에 따라서 '오버라이드 2'의 만족도는 명확하게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다른 플레이어와의 매칭은 아쉬웠지만, '대전 격투 게임'을 부담 없이 즐기기엔 적당했던 게임이다. 다양한 개성의 로봇을 보는 재미도 있고, 또 '던진다' '부순다' 같은 기대치도 만족할만했다. 무엇보다 쉽다는 것이 이 게임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때엔 잠시 미뤄두는 것이 좋다. 코로나19가 뉴스에 나오지 않고, 그동안 함께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자유롭게 만나는 시기가 오면, 그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이 게임은 '함께 모여서 할 친구'가 있을 때 빛을 보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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