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A급 실시간 덱 빌딩 카드 디펜스 게임. 래트로폴리스 리뷰

  • 입력 2020.12.29 16:09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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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라는 시스템이 있다. 보통은 게임의 엔딩을 본 게이머들이 보다 많은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혹은 스토리를 생략하고 좀 더 깊이 있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 마련된 시스템이다. 스토리가 있는 RPG 게임의 경우 주인공이 엔딩까지 키워놓은 능력치와 아이템을 그대로 가지고 처음부터 시작하게 되며 적들은 그에 맞게 강해진다. 엔딩 이후 게임을 손에서 놓아야 하는 게이머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지만, 최근에는 회차를 정식 콘텐츠로 다뤄 게이머들의 도전을 자극하는 게임들도 많다. 다크소울은 물론이고 유명한 액션 RPG의 대부분이 회차 시스템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을 정도. 걔 중에는 아예 회차 시스템을 게임의 주요 키워드로 장착한 게임들도 많다. 애초에 게임의 난이도를 어렵게 만들어 놓고, 이를 여러 차례 클리어하면서 하나씩 새로운 시스템, 능력을 해금하는 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보통 로그라이크류 게임들이 이러한 식의 진행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회차 시스템을 기반으로 출시된 로그라이크류 카드 게임 중 최근 가장 성공적이었던 게임은 슬레이 더 스파이어다. 2인 개발사에서 2017년 얼리 액세스로 시작한 게임이고, 2019년 정식 출시된 게임으로 출시 이후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모바일을 비롯한 다른 기종으로까지 출시된 게임이다. 여러 차례 플레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시스템. 플레이하면 할수록 조금씩 드러나는 전체 스토리의 진실과 각 캐릭터의 능력. 모든 것이 어우러져 큰 재미를 주었고, 많은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비슷한 방식의 인디, 얼리액세스 게임들이 수두룩하게 쏟아졌을 정도로 게임업계에서는 큰 화제가 되었던 게임이다. 오늘 리뷰할 래트로폴리스 역시 이 슬레이 더 스파이어와 유사한 게임이다. 서강대학교 게임, 평생교육원 학생들로 구성된 국내 인디 팀 Cassel Games에서 개발한 실시간 덱 빌딩 카드 디펜스 게임으로 201911월에 얼리액세스로 출시되었고, 20201222일에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우후축순처럼 쏟아진 슬레이 더 스파이어류 게임들과 이 게임의 차이는 무엇이며 어떤 재미가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인간으로 치환해도 무리없을 유쾌하지만 의미있는 쥐들의 이야기

래트로폴리스는 쥐들의 이야기다. 아니, 겉으로는 쥐들의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인간들의 이야기랄까. 어쨌든 스토리는 어렵지 않았고, 흥미로웠다. 생물들 중 최약체로 분류되었던 쥐들은 포식자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공동체를 만들고 도시를 건설했다. 이 도시의 이름이 래트로폴리스. 래트로폴리스는 수많은 쥐들의 안식처가 되어 영광을 누렸지만, 쥐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조금 더 진화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하던 쥐들은 다소 무모한 실험까지 진행했고, 그 부작용으로 인해 도시에 역병이 돌고 말았다. 래트로폴리스는 몰락했고, 쥐들은 뿔뿔이 야생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쥐들은 또다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래트로폴리스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지도자로 당신이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당신은 정착지 주변에 혼재된 수많은 적들과 무질서를 극복하고 래트로폴리스를 재건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게 메인 스토리의 전부다. 아주 간략하고 이해하기도 쉽지만 나름 특색있는 스토리다. 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쥐를 인간으로 치환해서 이해해도 하등 문제가 없는 스토리다. 디펜스 게임이라 스토리가 그렇게 엄청 중요한 게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게임 전반에 스토리가 잘 녹아있어 흥미를 유발하는 부분이 많다. 애초에 쥐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자체도 굉장히 특색있는데, 이를 풀어내는 방식 역시 유쾌해서 게임을 하다보면 어이없는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게임을 관통하는 스토리는 일견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사건들에서 읽히는 분위기가 워낙 가볍고 유쾌해서 흥미를 돋우고 있다.

간단하지만 깊이있는 시스템. 도시건설과 디펜스가 만났다.

래트로폴리스는 실시간 덱 빌딩 카드 디펜스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용어만 들으면 온갖 장르가 짬뽕된 느낌인데, 크게 보면 단순한 디펜스 게임이다. 게이머의 목적은 지속적으로 쳐들어오는 적(감염된 쥐, 족제비, 도마뱀등)들의 위협으로부터 래트로폴리스를 지키는 것. 30개의 웨이브가 좌, . 양쪽에서 랜덤하게 시작되는데, 플레이어는 도시를 발전시키고, 군사를 배치해서 이들의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여기까지는 흔한 디펜스 게임이지만,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카드를 활용해 모든 활동이 이뤄지며, 이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8장의 기본 카드를 가진 덱으로 시작하며 플레이어는 일정 시간마다 카드를 뽀아서 사용할 수 있고, 급할때는 비용을 지불하고 카드를 다시 뽑을 수 있다. 한번 사용한 카드는 카드무덤으로 갔다가 모든 카드를 활용했을 때 다시 섞여서 재활용이 된다.

카드는 방어선을 지킬 병력을 뽑는 군사카드, 돈을 벌게 해주는 경제카드, 다양한 효과를 가진 건축카드, 전체도시에 영향을 주는 실험카드 등이 있다. 게임을 시작할 때 정한 지도자에 따라 주력카드가 달라지며 뽑을 수 있는 카드도 달라진다. 장군을 지도자로 하면 훨씬 다양한 군사카드가, 건축가를 지도자로 하면 건축카드가 더욱 많이 드랍되는 식이다. , 지도자에 따라 다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조언자는 일종의 패시브 효과로 각 지도자마다 다르며 조언자는 플레이하는 와중에 늘려갈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적의 침략으로부터 도시를 지키는 것이 메인이기에 방어선을 강화하기 위해 방어건물과 군사를 뽑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필수적으로 도시를 개발시켜야 한다. 이 과정이 각 지도자마다 다르고 다양한 데다가 나름 체계가 갖춰져 있어서 사소한 부분까지 고려를 해야 한다. 군사카드로 병력만 주구장창 뽑다보면 시민이 모자라 더 이상 병력을 늘릴 수 없는 시기가 오고, 그렇다고 내정에만 집중하면 금방 방어선이 뚫려서 게임오버가 되기도 한다. 난이도가 제법 있어서 클리어를 위해서는 세세한 전략이 필요하다.

수많은 게임오버 속에서 성장하는 플레이어

래트로폴리스는 어렵다. 아마 첫 플레이는 물론이고 3~4번까지는 30웨이브까지 가지도 못할 거다. 필자 역시 그랬으니까. 도시를 계획적으로 관리하지 못해서 인구가 부족해질때도 있고, 병력을 엄청나게 뽑아놨는데도 보스급 적 하나에 쓸려버리는 경우도 있다. 계속해서 실패하지만 실패의 과정에서도 얻는게 있다. 바로 플레이어의 경험과 해금이다. 플레이어는 게임오버 당하는 과정에서 게임의 시스템을 파악하고, 각 지도자에 맞춘 전략을 설정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장군을 지도자로 설정하면 늘어나는 군사에 맞춰 시민의 수도 늘어나니, 병력을 먼저 뽑는게 상책이다. 건축가의 경우에는 한 쪽에 방어타워를 도배하고, 다른쪽에 병력을 집중하는 식의 전략을 꾸밀 수도 있다. 이처럼 새로운 전략을 짜내는 플레이어의 성장을 게임은 시스템 내에 매치해 두었다. 게임오버를 당할 때마다 하나씩 각 지도자의 새로운 카드, 능력들이 해금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인 지도자로 플레이하다가 게임오버를 당하면 그 때까지의 점수를 계산해서 게이지가 올라가고 충분한 경험치가 쌓이면 좋은 카드가 해금, 다음 플레이가 수월해지는 식이다. 애초에 게임오버 당할 걸 계산하고 만든 게임이라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반복적인 플레이가 강요된다. 한 번 엔딩을 본다고 끝도 아니다. 필자는 건축가 지도자로 엔딩을 한 번 봤는데, 그러고 나자, 다음에는 오염도라는 수치를 올려서 상대 적에게 버프를 주는 식으로 난이도를 올려 플레이할 수 있었다.

불합리한 난이도 상승은 단점

인디게임이기에 그래픽이 탁월하게 뛰어나지는 않다. 하지만 깔끔하고 위트있는 그래픽이라 보는 맛이 있으며 거슬리지도 않는다. BGM 역시 마찬가지. 특출난 부분은 없으나, 그렇다고 모난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튜토리얼도 친절한 편이며 카드 설명도 직관적이고 깔끔하다. 유일하게 단점으로 지목할 부분은 난이도와 볼륨이였다. 웨이브를 진행하다보면 느끼겠지만, 갑작스럽게 난이도가 확 상승하는 구간이 있다. 20 중반 웨이브에서 도마뱀이 적으로 등장하면서 적들이 갑자기 강해지는데, 그 상승폭이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이전 웨이브까지 수월하게 적을 막아냈기에 도시개발에 치중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엄청나게 강해진 적들이 등장해서 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한 배치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오히려 웨이브를 더욱 길게 구성해서 자연스럽게 난이도를 높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볼륨 역시 같은 맥락이다. 회차 플레이를 기본 시스템으로 탑재하고 있어서 볼륨 자체가 의미 없긴 하지만 한 번 엔딩을 보기까지 조금 더 많은 웨이브가 있었으면 했다. 기껏 운이 좋고, 잘 풀려서 성장한 내 도시가 30웨이브 만에 사라진다는 게 조금 아쉽기도 하고, 허무하달까? 물론 엔딩 이후에도 계속해서 플레이할 수 있으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다음 회차를 시작하는게 낫지. 한 번 엔딩에 50웨이브까지만 구성했어도 아쉽지는 않았을 텐데.

30~40.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명작 게임

래트로폴리스는 재밌다. 잘 풀려서 엔딩을 한번 보거나, 30웨이브 근처까지 가는데 30분 정도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 걸려서 플레이가 부담스럽지도 않다. 디펜스 게임이 그렇듯이 적들을 한 번씩 막을 때, 혹은 몰려오는 적들이 픽픽 쓰러질 때 느끼는 쾌감도 대단하다.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고, 많은 카드를 조합하면서 나만의 도시를 건설하는 재미도 있다. 가격도 현재 15,000원으로 저렴한 편. 가볍게 즐길 수 있는 A급 게임이니 플레이를 고민하고 있다면 과감하게 구입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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