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 비포 디 애쉬(Chronos Before The Ashes), 다소 싱겁게 돌아온 리메이크작
크로노스 비포 디 애쉬(Chronos Before The Ashes), 다소 싱겁게 돌아온 리메이크작
  • 진병훈
  • 승인 2020.12.04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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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출시한 <램넌트 프롬 디 애쉬(Ramnant From the Ashes)>를 즐겼던 게이머라면 이번 건파이어 게임즈(Gunfire Games)의 출시 작품이 다소 의아할 수 있다. 분명히 눈에 익은 ‘소울라이크(Souls-Like)’ 장르인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것처럼 게임 패턴이 매우 단순해 보이기 때문이다. 비주얼은 모바일 포맷을 그대로 가져온 것처럼 엉성해 보이기도 하는데 마치 철 지난 기술력의 베타 플레이를 보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크로노스 비포 디 애쉬(Chronos Before The Ashes)>는 이미 2016년에 VR 게임으로 출시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완전한 1인칭 VR 게임은 아니었지만 시야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게임 자체가 VR로 움직이다 보니 배경은 비교적 협소하고, 몬스터들도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철저히 게이머의 시선을 따라서 게임의 배경 곳곳을 누빌 수 있었던 덕분에 전투 중에도 기묘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건파이어 게임즈가 이 게임을 3인칭 시점으로 리메이크하면서 발생한다. VR로 출시했던 2016년의 그 게임과 달라진 점이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리메이크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게이머의 입장에서 보면 VR 시점에서 3인칭 시점으로 변경됐기 때문에 ‘소울라이크’ 장르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는 있다. 다만 VR 게임만의 특성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곳곳에서 다소 싱거운 부분이 발견됐다.

게임은 세상의 종말을 시작으로 이 모든 원흉이 드래곤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무작정 탐험을 시작한다. 게이머는 남자와 여자 주인공 중 하나를 선택하는데 ‘운명’이라는 단어가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부족원을 모아서 설명하는 이 정체불명의 노파는 이 얄팍한 이야기를 아주 거창하게 설명하는데 다른 말은 제쳐두고 핵심은 ‘나이’라고 할 수 있다. 열여덟 살로 시작한 주인공은 사망할 때마다 한 살을 먹고 다시 태어난다. 결국 1년을 기다린 다음에 다시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이 되기도 하고, 노년으로 접어들어서 게이머의 ‘스탯’ 자체에 변화가 오기도 한다.

건파이어 게임즈의 이 신선한 시도는 레벨을 올리는 과정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주인공의 ‘스탯’은 힘, 민첩, 마법, 활력으로 간단히 나누는데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능력치 점수가 올라가면서 할당된다. 보통 힘을 중요하게 여기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마법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대에서는 힘과 더불어 민첩과 활력을 마음껏 올릴 수 있지만, 능력치 점수가 2단계로 올라가면서 마법에도 할당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우리 게이머들의 머릿속에는 여러 그림이 보일 것이다. 노년이 되면 젊은 시절처럼 힘을 쓸 수 없다는 핸디캡이 자연스럽게 떠올리기 마련이다. 팔팔했던 청춘이 몇 시간 전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마법에 능숙한 ‘간달프’가 됐으니 말이다. 이건 꽤 우아하고 멋들어진 상상력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게임의 여정은 그리 길지 않다. <다크소울>이나 <인왕> 시리즈처럼 광범위한 스테이지는 없으며 무지막지한 보스도 등장하지 않는다. 난이도를 보통 기준으로 플레이했을 때 우리 게이머들은 30대에 깔끔히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울라이크’에 친숙하지 않은 본인도 이 게임의 단순한 패턴을 금방 파악했으며 게임 전개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 했다. <다크소울> 시리즈처럼 반복적인 죽음을 맞이하다가 결국 나이가 들어서 슬픈 전사가 될 꿈을 꿨다면 애당초 접는 것이 좋겠다. 이 게임은 여타 RPG 장르처럼 직업이 세분화 되어 있거나 전투 시스템이 그리 복잡한 것도 아니다.

먼저 게임의 전투가 무척이나 가벼운데 ‘소울라이크’의 FM(Field Manual)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비유를 하자면 조교의 명령대로 좌우 살피지 않고, 객기도 부리지 않는 ‘모범 군인’을 보는 듯하다. 몬스터로 시선을 고정해서 가볍고 무거운 공격을 펼칠 수 있고, 방어와 패리(공격을 쳐낸 다음에 그 틈을 타서 강력한 공격을 할 기회), 회피와 구르기 등 표준적인 시스템 외에는 신경쓸 것이 전혀 없다. 물론 드래곤 스톤과 같이 특별한 힘을 주는 아이템도 있지만, 기존 ‘소울라이크’ 장르에 비하면 아주 간단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도 별로 없다.

게다가 무기의 선택권도 그리 중요하지가 않았다. 초반에 검과 도끼 등 무기의 종류를 고를 수 있지만, 추후에 얻었던 망치는 그 어떠한 무기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력했다. 초반부터 틈틈이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기 전환을 할 필요도 없었다. 게임은 더 매력적인 무기를 제공하면서 여전히 힘과 균형을 강조하지만, 본인은 생존이 아니라 보너스 형태로 인식하면서 수집하고 있었다.

아마 이 게임부터 접한 쪽이라면 처음부터 이상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픽은 아기자기하다고 쳐도 주인공의 움직임 자체가 매우 단조롭기 때문이다. 무기를 몸에서 넣었다 빼고, 방패를 전방으로 내세울 때도 이상하게 로봇처럼 굼떠 보이는데 사다리 부분에서 대부분 눈치를 채고 말 것이다. 사다리에서 액션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올라가고 내려가는데 당연한 이치겠지만, 재수가 없으면 몬스터로부터 무방비 상태에서 얻어맞을 수도 있다. 중간에 보이는 보스급 몬스터에게 호기심으로 다가갔다가 나이 한 살 더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게임은 2016년에 출시했던 VR 게임을 3인칭 시점으로 변경했는데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어 보인다. 특히 사각 지대에 숨어 있는 몬스터들을 보면 확신이 선다. 분명히 VR로 플레이했다면 깜짝 이벤트였겠지만, 문이나 벽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몬스터들은 ‘소울라이크’ 장르에서 그리 신선한 모습은 아니다. 게다가 VR 게임의 특성을 고려한 탓인지 몬스터들의 기습이나 전투 패턴이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이 게임의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퍼즐에 있을 것이다. VR로 플레이할 때면 퍼즐 요소가 더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전투 시에는 다소 어수선한 면이 있었지만, 퍼즐을 풀 때면 완전한 1인칭 시점으로 돌아간다. 퍼즐을 푸는 방식은 여타 RPG와 비슷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테이지를 필연적으로 탐구하게 만들고, 구석까지 몰아가서 해결하게 만든다. 실마리를 통해 풀어나가는 퍼즐 일부는 영리하게 보였고, 레벨 디자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배경’ 문제는 이 부분에서 다소 희석된다. 당신이 심각할 정도로 길치가 아니라면 오히려 퍼즐 요소에서 재미를 찾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여정이 마냥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이 게임에는 지도가 없기 때문에 돌아왔던 길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한다면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시 ‘배경’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아쉽지만, 각 스테이지마다 비슷해 보이는 레벨 디자인이 가득하기 때문에 헤매는 경우가 아예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게다가 게임 자체가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숨어 있는 아이템 하나로 인해서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이건 꽤 성가시게 작용할 텐데 아이템을 대놓고 숨겨 놓지는 않았지만, 뻔뻔한 구석이 있다. 누가 봐도 똑같아 보이는 책장 한 구석에 열쇠를 덩그러니 놓아 놨으니, 게임이 똑똑해 보이기보다 마치 사기를 당한 느낌이 든다.

건파이어 게임즈의 이번 작품은 대체적으로 잘 만든 게임으로 보이지만, ‘소울라이크’ 장르에 속한 것 치고는 난이도가 평이한 수준이다. <크로노스> VR을 즐겼던 게이머라면 플레이할 필요를 느끼지 못 할 수도 있다. 3인칭 게임으로 변경되면서 VR의 시점이 조금 달라진 것 외에는 특별히 달라진 점이 없어 보이는데다 <램넌트 프롬 디 애쉬>를 즐겼던 게이머라면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울라이크’ 장르의 표준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점과 나이가 들면서 ‘스탯’에 변화가 온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만일에 30대에 끝내지 못 했다면 건파이어 게임즈가 준비한 시스템을 더 빨리 접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좌절할 일이 아니라 영광으로 여겨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 게임의 모든 볼륨을 통하겠다고 다짐하고 시작한다면 나이가 들면서 긴장감은 고조될 것이며 퍼즐 요소에서 많은 재미를 만끽할 것이다.

P.S) 국내 게이머들이 반가울 만한 소식이 하나 있는데 이 게임은 국내 성우진으로 풀 더빙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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