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거유와 빵뎅이만 기억에 남는다. haydee2 리뷰

  • 입력 2020.12.01 11:40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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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여러 모로 액션을 기반으로 한 퍼즐 플랫포머 장르에 획기적인 족적을 남긴 게임이다. 바이오하자드가 이 장르를 개척한 이래 계속해서 유사한 게임이 등장했고,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게임들도 여럿 존재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게임도 바이오하자드가 생각나지 않는 게임은 없었다. 바이오하자드는 워낙 유명한 시리즈기도 했고, 그만큼 오랜 시간 시리즈를 거듭하며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으니까. 아예 좀비라는 존재가 이토록 대중성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도 필자는 바이오하자드의 공이라고 생각한다.

액션의 스피디함과 퍼즐을 풀면서 느끼는 쾌감을 적절히 조합한 액션 퍼즐 플랫포머 장르는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서 이제는 게이머들에게 엄청 익숙한 장르가 되었다. 퍼즐이 없는 액션 게임은 이제 상상하기 어렵고, 단순히 퍼즐만 푸는 게임도 이제는 생소해진 지 오래다. 지난 20169. 이런 액션 퍼즐 플랫포머 장르를 표방하며 출시된 게임이 있다. 오늘의 주인공인 Haydee2의 전작인 Haydee. 러시아의 작은 게임회사, Haydee 인터랙티브에서 출시한 게임으로 고전적인 메트로배니아 구조에 3인칭 슈팅 게임을 접목시킨 전형적인 바이오하자드식 게임이었다. 다만, 퍼즐 게임을 표방하는 만큼 액션보다는 퍼즐에 집중한 게임이었는데, 이 게임의 여주인공이 출시 당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비현실적인 가슴과 하이힐을 신고 하이레그를 착용한 여주인공은 로봇임에도 엄청난 시선과 인기를 끌었고, 이에 화답하듯, 다양한 모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개발사 측에서 직접 공유한 인기있는 유명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이들도 있었고, 게이머들이 직접 개발해서 공유한 모드도 많았다.

게임 분위기도 독특하고 신비로운데다가 주요 콘텐츠인 퍼즐도 어려워서 게임성도 나름 인정을 받았던 Haydee. 지난 1124. Haydee의 후속작인 Haydee2가 스팀에서 출시되었다. 과연 어떤 게임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불친절하지만, 충분히 이해 가능한 스토리

먼저 필자는 전작을 플레이해보지 않았음을 밝힌다. 필자는 Haydee2를 통해 이 시리즈를 처음 접했고, 그래서 전작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느낀 바가 아니라 개발사에서 공인한 부분만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 Haydee2를 처음 접할 때 꺼려졌던 부분은 영문이라는 점이다. 스토리에 이상한 집착이 있는 필자는 영문게임을 아주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답답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게임을 켰는데 웬걸. 영어는 초반에 조금 나오고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오프닝도, 시네마틱 영상도, 튜토리얼도 없이 바로 게임이 시작되는데, 대사라고는 끊임없이 시설 전체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 뿐이고 그나마 영어가 쓰이는 구간은 종종 발견되는 문서 뿐이다. 문서도 진행에 꼭 필요한 요소도 아니고 단문으로 짧게 쓰여져서 이해가 어렵지 않다. 언어의 장벽은 의미없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스토리나 캐릭터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게임이 시작되어서 스토리를 이해하기에는 조금 버거웠지만 전작과 Haydee2 전체 스테이지에 구현된 분위기를 보면 대충 어떤 스토리인지를 알 수 있다. 인간을 닮은 기계 Haydee가 주인공이고, 플레이어는 이 기계를 이용해 실험실 전체를 돌파해 탈출하는 게 목적이다. 전작에서는 플레이 전체 과정이 하나의 실험으로 귀결되었지만, 이번 작에서는 주인공이 실험실 전체를 아예 탈출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6개의 구역, 160개의 방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진행은 바이오하자드를 생각하면 된다. 바이오하자드에서 길 찾기나 퍼즐 요소가 조금 더, 훨씬 많이 추가된 버전이라고 하면 될까? 처음에는 아무런 장비도 없이 게임을 시작하지만 하나한 장비를 얻어가며 무장을 하고, 이를 통해 진행구간이 늘어나는 식이다. 6개의 구역에 160여 개의 방이 준비되어 있는데, 방들은 독립된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방에서 푼 퍼즐이 다른 방에 영향을 주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도구를 활용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바닥에 설치된 지뢰를 제거할 수 있는 펜치를 얻지 못하면 처음에는 적들에게 대응할 수단이 없어서 진행이 불가능하다. 지뢰를 통해 적을 제거하면, 그제서야 총을 얻을 수 있고, 총이 있어야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는 길을 돌파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도구 하나, 퍼즐 하나가 다음 진행에 영향을 주기에 최대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HP가 있긴 하지만 적들에게 2, 혹은 1대만 맞아도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에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전작은 퍼즐이 주를 이루는 게임이었지만, Haydee2는 퍼즐보다는 액션과 슈팅 등에 더욱 집중을 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바이오하자드 같은 액션을 기대하지는 말자. 어디까지나 기본은 퍼즐이니까.

납득하기 어려운 난이도. 지도만이라도 추가를 해주던가. 리얼리티를 너무 추구했다.

욕이 나올 정도로 어렵다. 이게 게임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의 종류가 점점 달라지는 건 좀 신기한 경험이었지만, 어쨌든 어렵다는 점에서는 매 한가지다. 처음에는 진행 방법을 몰라 한참을 헤맸다. 무려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계속 같은 구간에서 죽고 죽고 또 죽기를 반복하다가 간신히 해결방법을 알아내서 진행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때 필자가 느낀 어려움이 진짜 퍼즐이 복잡해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진행 방식을 몰라서 만들어진 어려움이라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는 조작방식을 일절 설명해 주지 않는다. 앉기 버튼이 뭔지, 달리기가 뭔지. 상호작용 버튼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 키보드를 하나하나 다 눌러봐야 했다.

진행방식 역시 마찬가지. 필자는 처음에 지뢰를 얻어서 재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1시간 넘게 몰랐다. 그거 하나만 알았어도 10분 안에 풀리는 퍼즐을 온갖 개고생을 다 하고서 간신히 풀 수 있었다. 물론 리얼함을 더해주기 위해 튜토리얼을 생략한 걸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간단한 팁이나, 설명 정도는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길 찾기나 저장도 화를 돋구는 요소 중 하나다. 일단 길 찾기는 헬 중의 헬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게임은 6개의 구역에 총 160개의 방이 있고, 방에는 꼭 한 두 명의 적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적들은 기본 총 6발에 해치울 수 있는데, 총알은 정말 무지막지하게 부족하다. 결국 적들과 싸우지 않고 문의 퍼즐을 돌파하는 방법을 고안해야 하는데, 문제는 문이 너무 많다는 거다. 사방에 넘쳐나는 문을 하나하나 열고 들어가는 것도 일인데, 들어가는 곳마다 또 문이 수두룩 하다. 지도도 없이 이 모든 문을 돌파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저장 역시 어려움을 권장하는 요소다. Haydee2는 자동저장이 아니라 수동저장을 지원한다. 죽으면 게이머가 직접 저장한 지점을 로드해서 다시 게임을 이어나가야 하는데, 이 저장된 시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적들의 배치, 도구의 사용유무, 캐릭터의 hp 모든 게 고스란히 이어져서 신중히 저장하지 않으면 계속 같은 구간을 돌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강력한 적을 만나 도망을 갔고, 적이 문 앞까지 쫓아온 상황에서 저장을 했으면 로드를 했을 때, 그 적이 문을 열자마자 맞이해주는 거다. 저장도 지정된 곳에서만 할 수 있어서 어려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독특하긴 한데, 굳이 하이레그를 입혀야만 했나?

Haydee의 흥행을 일으킨 가장 주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전작도 그랬지만, 캐릭터 모델링과 움직임 하나만큼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고퀄리티다. 하체는 여성형인데, 상채는 기괴한 낫을 든 로봇은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느끼게 하고, 눈과 코 없이 날카로운 입을 벌리며 다가오는 적들은 그것만으로도 위협이 된다.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건 주인공인 Haydee의 자태다. 거유에 하이레그, 부담될 정도로 흔들리는 엉덩이는 개발사가 무엇을 의식하고 모델링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전작에서는 굳이 선정적인 모션을 넣지 않았다지만, Haydee2에서는 의도적으로 선정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밖에 없는 지점을 만들어 두었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개발사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로 인해 게임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져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여담으로 Haydee 때처럼 개발사가 모드 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직접 창작마당 모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수 많은 능력자들에 의해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가 Haydee2로 구현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재미는 있지만 특출나진 않은, 평범한 b급 게임

Haydee2는 꽤 독특한 게임이다. 기본적으로는 바이오하자드와 유사한 진행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캐릭터부터 분위기까지 모든 요소요소가 많이 다르다. 길 찾기나 아이템 서치 같이 퍼즐 부분에 조금 더 신경쓴 게임인데, 그렇다고 그 게임성이 특출나다고 표현할만큼 뛰어나진 않다고 느꼈다. 그냥 독특한 컨셉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딱 그 정도다. 지도를 추가한다거나, 스토리, 혹은 튜토리얼 정도만 더 보강했어도 완성도가 달랐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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