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 랜덤 다이스 아류작의 시작인가

  • 입력 2020.11.26 23:59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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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라는 타이틀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이라면 ‘디펜스 워’가 단순한 부제라는 생각은 안 할 것이다. 기존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들이 범람하고 있으니 눈치 빠른 게이머들이라면 ‘데스티니 차일드’를 먼저 검색해 볼 것이고, 이미 연관 검색어를 통해서 독자적인 게임이라는 사실을 금방 파악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이 개발사 ‘111%’의 <랜덤 다이스>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온 것까지는 상상하지 못 했을 것이다. <랜덤 다이스>는 주사위의 단순해 보이는 역학을 디펜스 장르로 옮기면서 심각한 중독성을 보여준 게임이다. 게임 규칙은 물론이고 몬스터들과 보스들의 공격 패턴까지 동일하게 적용했기 때문에 사실상 ‘데스티니 차일드’의 캐릭터들이 주사위를 대체했다고 볼 수 있다.

<랜덤 다이스>의 방식을 따라하고 있으니 자체적으로는 재밌는 게임이다. 우리가 ‘사천성’ 게임을 변형시킨 여러 콘텐츠를 즐겨 온 점을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언제부턴가 기존 IP를 변형시킨 게임들이 모바일로 대거 출시가 되기 시작해서 지금의 소비자들은 도덕성이나 윤리를 따지는 것도 피로해졌다. 그런 면에서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가 보여주고 있는 시스템은 그냥 <랜덤 다이스>라고 이해하면 된다.

<랜덤 다이스>는 여러모로 불친절한 게임이었다. 튜토리얼부터 진지한 모습이 없었기 때문에 게이머들이 스스로 플레이하면서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 아마 이제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도 혼란이 좀 올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를 병행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각적으로 편한 이유도 있겠지만, 캐릭터 수집에 익숙한 게이머들이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도 한몫 할 것이다.

지금부터 설명하는 규칙은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와 동일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사위를 캐릭터로 이해하면 된다. 먼저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다섯 개의 주사위를 선택한다. 각 주사위에는 고유한 능력들이 있는데 독을 부여하거나, 지나가는 몬스터들을 향해 레이저를 뿌리기도 한다. 일부 주사위는 조합으로 인해 효과가 발동되는데 이른바 ‘버프’로 이해하면 된다. 이제 게임이 시작되면 타일이 보이고, 주사위를 무작위로 생성하는 버튼이 있다. SP(스태미나 포인트)는 주사위를 생성할 때마다 점점 증가하고, 몬스터들을 제거할 때마다 점수를 얻는다. 화면 상에서는 모두 SP로 표시되지만, 점수가 주사위를 생성하는 재화라고 이해하면 된다. 무작위로 생성된 주사위는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탄환을 발사하는데 위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맷집이 강한 몬스터부터 공격하는 주사위도 있지만, 핵심은 일관된 업그레이드에 있다. 무작위로 생성되는 주사위를 잘 관찰하면서 뜻밖의 조합이 나오거나 예상치 못한 그림이 나오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운이 좋으면 클래스가 높은 주사위 위주로 배열이 완성되면서 손쉽게 게임을 이끌 수 있다.

타일 안에 주사위가 가득하면 같은 주사위를 결합해서 칸을 만들어야 하는데 등급은 오르지만, 주사위가 무작위로 변경된다. 예를 들어서 레이저 주사위를 결합했는데 몬스터의 방어력을 떨어뜨리게 하는 균열 주사위가 등장한다. 당신이 우연찮게 레이저 주사위를 여러 개를 생성했다면 결합을 통해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이다. 몬스터를 싹 쓸어버리는 레이저를 볼 때마다 레이저 주사위를 따로 업그레이드해서 파괴력을 키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필요치 않은 주사위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앞선다. 당신이 레이저 주사위가 마음에 든다면 생성이 될 때마다 고심이 쌓일 것이다. 이건 당신을 조급하게 만들지만, 게임 내에 역동성으로 발전하면서 재미난 전개를 만들어 낸다.

정리하면 주사위를 생성할 때마다 SP가 올라가고, 몬스터를 제거할 때마다 주사위를 생성할 수 있는 재화가 늘어난다. SP는 아껴 두었다가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규칙은 매우 단순한데 무작위로 주사위가 생성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중독성을 자랑한다.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의 규칙도 다르지 않다. <랜덤 다이스>처럼 각 캐릭터들마다 1성으로 시작해서 결합을 하면 무작위 캐릭터 2성으로 업그레이드한다. 2성끼리는 3성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식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메인 캐릭터를 따로 내세워서 고유한 스킬을 제공한다. ‘데스티니 차일드’에도 등장했던 주인공은 캐릭터 2명에서 3명을 무작위로 생성해서 성공적인 조합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달리아는 일정 시간 동안 아군 전체에게 공격력 버프를 부여하기 때문에 보스전에서 매우 유용하다.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보상도 <랜덤 다이스>와 비슷하다. 상점에서 매일 받을 수 있는 무료 아이템이나 게임을 진행할 때마다 주는 업그레이드 조각들이다. 조각을 받으면 해당 캐릭터들을 업그레이드해서 레벨을 올릴 수 있다. 카드 뽑기를 통해 전설 캐릭터도 얻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텐이라는 캐릭터를 얻었다. 독에 걸린 적에게 강하기 때문에 맹독 능력이 있는 언노운 캐릭터와의 조합이 가능하다.

이 게임만의 장점이 있다면 캐릭터들의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덱을 구성하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랜덤 다이스>가 들려주는 주사위 굴리는 소리와 클래식한 사운드트랙은 언제나 친근감이 있지만, 색상 별로 나와 있는 주사위가 다소 밋밋하게 보일 수도 있다. 본인은 처음 접할 당시 비슷한 색상의 주사위 때문에 업그레이드 버튼을 잘못 누른 경우도 있었다.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는 엄연히 캐릭터가 타일 위에 등장해서 공격을 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헷갈릴 일은 없다. 주사위와는 다르게 공격하는 모션도 있기 때문에 비교적 역동적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랜덤 다이스>의 문제점을 하나 꼽자면 밸런스였다. 게임은 의외로 PvP(Player vs Player) 모드 말고도 PvE(Player vs environment) 모드도 있는데 쉽게 말하면 협동 플레이다. 온라인 친구와 함께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제거하는데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보상이 늘어난다. 협동 플레이는 하루에 다섯 번만 무료로 할 수 있는데 이에 따른 보상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PvP인데 여기서 등장하는 일부 보스들이 주사위의 기능을 못 하도록 잠금 장치를 걸어 버린다. 아예 공격을 못 하기 때문에 재빠르게 잡지 못하면 게임을 쉽게 포기할 수도 있다.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이나 운이 나쁘면 보스전부터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총 세 번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몬스터 하나 잡지 못한다고 해서 싱겁게 끝나는 건 아니다. 잠금 장치를 아예 못 푸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결국 이 게임은 전설 주사위나 일부 특정한 주사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서 업그레이드 자체도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 전설 주사위를 뽑는 것 자체도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사실상 비슷한 패턴의 전개가 오랫동안 지속된다.

반면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는 어느 정도 밸런스를 조절해 놓았다. 잠금 장치를 걸어 놓는 보스가 등장은 하지만 같은 1성이나 2성 캐릭터가 있으면 결합을 통해 다시 무작위로 생성할 수 있다. 대신에 등급이 다르면 결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보스가 등장한 상황은 여전히 위험하다. 잠금 장치를 영원히 못 풀게 되면 당연히 불리해지기 때문에 보스전을 기다리기 앞서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가 재밌는 건 당연하다. <랜덤 다이스>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왔고,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랜덤 다이스>의 첫인상처럼 최소한 낯설게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이 게임에서 만끽할 수 있는 모든 재미가 <랜덤 다이스>의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이 게임이 공식적인 창작물로 보이지 않는 건 당연한 이치고,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데스티니 차일드’라는 타이틀에 집중하지 않는 것 역시 개발진에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랜덤 다이스>의 아류작이라는 평가와는 별개로 이 게임이 ‘킬링 타임’측에 속하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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