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바토 오리지널 콤플렉스 리뷰, 간단한 규칙… 놀라운 성취감

  • 입력 2020.11.25 01:40
  • 수정 2020.11.25 01:41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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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바토 오리지널 콤플렉스>는 ‘핵 앤 슬래시(Hack and Slash)’ 장르의 전통적인 의미에 다가갔다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자르고 베는 액션이 핵심이며 시점 역시 ‘쿼터 뷰’를 따라가고 있다. 스토리를 최소화하고, 짧고 간결한 전투를 메인 콘텐츠로 내세웠기 때문에 플레이타임은 비교적 짧지만, 제한된 액션을 유용하게 활용하면서 나름 긴장감을 높여 주었다.

다만 스테이지마다 전투가 반복적인 면이 있고, 플랫폼 장르가 게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색한 부분도 보인다. 쿼터 뷰 시점이다 보니 ‘플랫포밍’을 즐기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어서 의미 없는 죽음이 지속되기도 한다. 발판에 착지하는 부분부터 시각적으로 혼란이 오기 때문인데 의욕이 생기기보다는 난감한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소수 개발자들이 제작한 인디 게임으로서는 가치가 높은 편이다. 허망한 죽음이 지속되면서 흐름이 끊기는 경향이 있지만, 모든 난관을 극복하면서 오는 성취감도 만만치 않다.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의 규칙이 아주 간단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 타이틀에서 ‘루바토(ruvato)’는 이른바 자유로운 템포를 의미하는 ‘루바토(rubato)’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시 기능을 3단계로 제한했다는 점과 카운터 액션까지 추가한 것으로 봐서는 게이머의 자유로운 템포 액션을 기대한 것으로 추측된다. ‘오리지널 콤플렉스’는 인간의 뇌와 기계의 뇌 사이에 발생하는 전이에서 만들어낸 용어다. 기계의 뇌를 전이 받은 인간의 뇌가 딜레마를 겪는다는 일종의 철학적인 개념인데 게임 내에서는 최대한 현학적인 어조로 다소 길게 설명을 늘어 놓고 있다.

게임은 조르간 박사를 찾아내려는 정체불명의 집단이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주인공인 리아가 먼저 찾아내지만 조르간 박사가 현장에서 알 수 없는 의문사를 당해 버리고, 연구실에서 한 어린 여자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임무는 실패했고, 팀원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리아는 연구실에서 발견한 여자 아이와 가족처럼 지내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과거 팀원들이 현금 사냥꾼으로 돌아와서는 리아를 쓰러뜨리고 여자 아이를 납치한다. 리아는 죽음 직전까지 가지만, 옛 동료 바반의 도움으로 대수술에 성공한다. 반은 기계화가 되어 버린 리아지만, 이제 전투에 최적화 된 여전사가 되었다.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먼저 대시 기능이 있는데 총 세 번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고, 그 사이에 쿨타임(스킬을 사용한 이후, 다시 사용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존재한다. 모든 쿨타임이 끝난다 하더라도 대시는 무조건 세 번만 사용할 수 있다. 덕분에 대시 기능을 남발하지 말아야 하는 핸디캡이 발생하지만, 의외로 긴장감을 높여 주고 있어서 전투 부분에서 흥미로운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장검을 휘두르는 단순한 적들을 만나지만, 총기류가 등장하면서부터는 대시 횟수를 눈치껏 살피면서 전투에 임해야 한다. 맷집이 있는 기계류들이 수적으로 밀고 들어오면 상황은 더 급박해진다. 리아가 생존할 수 있는 기회는 딱 두 번이기 때문에 대수술로 기계화된 팔에 기스라도 한 번 나면 금방 초조해질 수 있다.

더 심각한 부분은 ‘플랫포밍’이다. 이 게임은 분명히 ‘핵 앤 슬래시’ 장르지만, 사실상 발판을 밟고 지나가는 전개가 게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쿼터 뷰 시점이다 보니 시각적으로 미묘하게 혼돈이 와서 떨어져 사망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개발진이 도입한 대시 기능 때문에 계속해서 발판을 밟고 지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게임은 점프가 없고 오로지 대시로 발판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쿨타임과 대시 횟수를 늘 유심히 살펴야 한다. 덕분에 긴장감도 생기지만, 발판 객체와 맞물리는 부분이 다소 소홀한 구석이 있어서 반복적으로 죽을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리아에게 아예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개발진은 단순한 콤보 시스템을 통해 그녀에게 주어진 핸디캡을 적게나마 희석시켜 주었다. 그녀가 적들을 하나씩 해치울 때마다 공격력이 세지는데 네 번 공격해야 할 적들을 단 두 번으로 해치울 수 있는 방식이다. 복잡하지 않게 ‘배수’로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게이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리아도 그렇지만 적들의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도 간소화하였다. 지금까지 게임을 하면서 이렇게 단순한 규칙을 접하기는 오랜만인 것 같다. 에너지 바를 표시한 것이 아니라 숫자로 단순 표기해 놓았는데 개발진의 의도가 들어간 점도 있겠지만, 개발에 있어 단순한 알고리즘을 따라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에너지 바를 시각적으로 표시한다고 해도 ‘0’과 ‘1’과 같이 무수한 숫자들이 존재하는 프로그래밍의 세계가 아닌가.

아무튼 이러한 방식은 꽤 유용하게 작용한다. 여전히 발판을 헛디뎌서 떨어져서 죽고 있지만, 그리 길지 않은 난관을 뚫고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는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그 목적지에는 머리 위에 숫자가 표기되어 있는 적들이 10명 안팎으로 대기 중이다. 물론 대시 기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발판을 헛디뎌서 죽는 과정을 계속해서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핸디캡이 크게 지장을 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전투에서 패배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짧은 스테이지들이 계속해서 연결되기 때문에 개발진이 강조한 것처럼 ‘루바토’ 형식으로 전개할 수 있다. 플랫포밍의 고수라면 코웃음을 치면서 마치 물 흐르듯 게임을 클리어할 것이다.

다만 스테이지마다 전개 방식이 반복적이라는 점은 아쉽다. 플랫포밍에 쉽게 익숙해지라는 개발진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발판들의 위치가 조금씩 바뀌거나 이동 경로에 변화를 주는 정도라서 싱거운 면이 있다. 발판 몇 개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다는 점과 대시를 추가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공중에 걸어 놓았다는 점은 괜찮지만, 우리 플랫포밍 고수들에게 있어서 신선한 시도는 아니다. 아마 마니아들은 이 게임의 플레이타임에 불만을 드러낼 수도 있다. 난이도 조정은 가능하지만, 극악할 정도로 어렵지는 않기 때문에 게임 가격 책정도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

리아에게는 카운터 액션과 스킬도 있다. 공격 타이밍에 맞춰서 방어를 누르면 적들이 잠시 그로기 상태에 빠지고 공격력의 배수가 올라가면서 쉽게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 카운터 액션을 연속적으로 성공하면 리아의 칼은 잔인할 정도로 날카로워질 것이다. 스킬은 적들의 이동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총알을 없애는 등 유용한 기술이 많다. 특히 중간 보스가 쏟아내는 총알에 대항하려면 스킬은 필수적이다. 적들을 밀쳐내는 스킬도 존재하지만, 급박한 전투 상황에서 사용하는 스킬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카운터 액션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두려움이 먼저 앞서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마니아들은 쉽게 성공하면서 공격력을 계속해서 올리겠지만, 대시를 사용한 전투가 훨씬 편했다. 게다가 최종 목적지에 적들이 포진하는 경우가 많아서 공격력을 올려 싸우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이 게임을 ‘루바토’처럼 즐기려면 발판 위에 있는 적 한 명을 제거하고, 최대한 빠른 움직임으로 발판을 밟고 통과해서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 그런 흐름을 타고 싶다면 연습을 해야겠지만, 짧은 플레이타임이 또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인디 게임으로서 <루바토 오리지널 콤플렉스>는 가치가 높은 편이다. 규칙은 간단하지만 전투가 꽤 역동적으로 흘러간다. 본인처럼 발판에 이골이 난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 유쾌하지는 않겠지만, 나름 성취감이 있다. 발판을 헛디뎌서 떨어져 죽는 경우를 계속 강조했었는데 밟고 올라가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개발진의 의도라면 성공한 것이다. 게임이 그리 야박하지 않다는 점이 은연중에 계속 드러나기 때문에 패드를 쉽게 놓지는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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