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알못 쌀공주의 밥심액션! PC '천수의 사쿠나히메' 리뷰

  • 입력 2020.11.19 12:26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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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의 홈페이지가 다운될 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농알못'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정도의 일이다. 이런 '국가 공공 기관'의 서버가 게임 하나 때문에 터졌다면, 그것은 또 가능한 일일까? 도대체 뭐 하는 게임이기에 국가기관의 홈페이지가, 그것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게임물관리위원회'라면 이해가 가겠다. 왜 하필이면 '농촌진흥청'일까?

 

이렇게 등장부터 상당한 이슈를 만든 게임이 하나 있다. 우연인지, 아니면 정말 연관이 있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출시와 함께 많은 게이머의 이목을 집중시킨 게임. 바로 '천수의 사쿠나히메'다.

'천수의 사쿠나히메'는 횡 스크롤 액션에 '벼농사'라는 독특한 콘텐츠를 도입했다. 아이템이 아닌 '벼'를 직접 '파밍'하는 시스템이다. 게임에서의 '벼농사'는 상당히 사실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이에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정도의 지식밖에 없었던 게이머들은 게임의 공략을 위해 '농촌진흥청'으로 몰려들었고, 그 탓에 서버가 터져버리는 일이 생긴 것이다.

 

'아니 뭔 파밍 시뮬레이터도 아니고, 횡 스크롤에 벼농사가 좀 섞은 게 그리 대단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천수의 사쿠나히메'는 '벼농사'의 상당한 디테일을 담아냈다. 논을 갈고, 볍씨를 선별하고, 모내기하고, 풀을 뽑고, 추수, 탈곡, 도정까지 거의 전 과정을 게이머가 직접 참여해야 한다.

 

게임에서는 농사와 관련된 전문용어가 마구 튀어나온다. 여기에 논에 물은 얼마나 채워야 할지, 모내기의 간격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등의 지식은 처음부터 알려주지 않는다. 당연히 게이머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고, 순수하게 '농사'를 배우기 위해 실제로 농사를 짓는 유튜브 채널을 찾거나 심지어 '농사직설' 같은 책을 찾아보는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 튀어나오게 된 것이다.

 

'벼농사'라는 신선한 소재 덕분에 첫 등장부터 요란하게 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독특함을 얼마나 잘 담아냈나 하는 것이다. 과연 이 정도의 주목을 받을만한 게임이 맞는지, 또 수확이 가져다주는 재미는 얼마나 될지, 한 번 살펴보자.

주인공인 '사쿠나히메'는 '신'이다. 무신인 '타케리비'와 풍요의 신 '토요하나'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신의 역할이나 책임감에는 관심이 없다. 부모의 덕으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금수저' 캐릭터.

 

그러던 어느 날 인간의 무리가 신계의 '도읍'으로 다리를 건너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배고픈 인간무리들이 '이시마루'라는 사무라이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 '사쿠나히메'는 이를 도와주게 되고, 인간들에게 신계를 떠나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인간들은 '도읍'에 몰래 들어와 주신에게 바칠 곡식을 훔쳐먹는다. 이를 발견한 '사쿠나히메'는 인간의 무리를 쫓아내려 하는데 그때 마침 촛대가 쓰러지게 된다. 곡식 창고의 곡식은 물론, 술과 기름에 모두 불이 붙게 된다.

 

이에 주신 '카무히츠키'는 '사쿠나히메'를 일종의 요괴 섬인 '히노에섬'으로 보내버린다. 이제 플레이어는 함께 온 인간들과 함께 이 섬을 탐험하고, 요괴들을 물리치며, '사쿠나히메'의 힘의 원천이 되는 쌀을 수확해야 한다.

'사쿠나히메'의 주된 역할은 섬을 지배하고 있는 '오니'를 해치우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템과 재료들을 얻을 수 있고, 기본 스펙을 강화할 수도 있다.

 

전투는 '횡 스크롤 액션'이고,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줄타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사쿠나히메'는 '날개옷'을 사용해 벽면이나 적에게 사용할 수 있다. 스파이더맨의 와이어 액션처럼 벽을 타면서 이동할 수도 있고, 멀리 있는 적을 끌어오거나, 밀어낼 수도 있다.

 

기본 공격은 약공격과 강공격을 사용할 수 있고, 연타시 콤보 공격으로 이어갈 수 있다. 공격은 방향에 따라 형태가 조금씩 바뀐다. 예를 들어 방향키를 위로 입력하면서 공격하면, 적을 공중에 띄운 채로 콤보를 이을 수 있고, 아래로 방향키를 입력하면 빠른 태클 공격으로 접근할 수 있다.

 

약공격은 한손무기를 사용하고, 강공격은 양손무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장비는 각각 따로 장착해줘야 한다. 전투 시 장착한 무기에 따라 4가지의 공격 형태로 나뉘고, 등장하는 적에 맞춰 상성을 바꿀 수도 있다.

기력을 소모하는 '무기 기술'은 특수기술로, 숨겨진 지형이나 상자를 찾아서 얻을 수 있다. 최대 4개의 방향키에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할수록 숙련도가 증가한다. 날개옷 역시 무기기술과 비슷하다. 기력을 소모하면서, 날개옷을 활용한 공격이 가능하다. 이때는 방향키를 눌러서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날개옷 트리거를 누른 후에 방향을 설정해주는 방식이다.

 

콤보공격에서 느껴지는 타격감과 날개옷을 활용한 무빙은 시원한 편이다. 전투 자체가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스킬을 사용할 때나, 날개옷으로 이동할 때의 그래픽은 깔끔하지 않다. PC에 맞춰진 그래픽이라고 보기엔 최적화 디테일이 조금 떨어진다. 블러 효과가 적용된 느낌이나 텍스쳐가 뭉개진 그 느낌은 조금씩 느껴지지만, 게임의 본질을 망칠 정도는 아니다.

 

각각 지점의 목표를 달성하고, 탐색도를 높이면 새로운 지역이 개방된다. 숨겨진 지형을 찾거나, 상자를 찾으면 아이템 제작에 필요한 재료, 음식 재료, 스킬 및 날개옷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밤'이 찾아오면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것이다. 시간상 '밤'이 되면 시야도 없어지고, 적들의 공격력도 급격하게 상승한다. 초반에는 주로 낮에 사냥하면서, 어느 정도 스펙업과 장비가 갖춰진 후에 밤 사냥을 도전하는 것이 좋다.

'천수의 사쿠나히메'의 핵심 콘텐츠는 역시 '벼농사'다. 플레이어가 기르는 '쌀'은 '사쿠나히메'의 스탯과 스킬 업그레이드와 이어져 있기 때문에 대충할 수 없다. 장비의 제작과 파밍보다 더욱 중요하고, 이 게임의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얼마나 좋은 쌀을 생산하느냐' 다.

 

쌀은 양, 맛, 경도, 향 등의 6가지 종목으로 나뉘고, 각각의 평가를 종합해서 등급을 얻는다. 예를 들어 양은 HP와 연관이 있고, 맛은 힘, 윤기는 치명타와 연결되어 있다. 전투 중에도 이 상황은 항상 업데이트되는 만큼, 자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농사는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하나의 계절은 3일로 나뉘고, 봄부터 겨울까지 총 12일을 1년으로 진행한다. 각각의 계절에 맞춰 꼭 진행해야 하는 과정이 있는 만큼, 탐색이나 전투에 빠져서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농사의 디테일은 상당히 높은 수준. '대충 심고 거두면 되겠지' 정도가 아니라 압축된 '시뮬레이션'에 가깝다. 언 땅을 갈고, 돌을 제거하고, 비료를 뿌리고, 논에 물을 대고, 모내기하고, 풀을 뽑고, 병충해를 잡고, 수확하고, 볏단을 말리며, 탈곡과 도정까지.

 

간단하게 큰 과정만 요약해도 상당히 많다. 여기에 비료는 어떤 배합으로 섞을지, 병충해를 제거하기 위해 개구리를 쓸지 오리를 풀지, 모내기에서 물의 높이는 어느 정도 할지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플레이어가 직접 결정할 수 있다. 게이머들이 왜 '농촌진흥청'을 찾았는지 알게 될 정도다.

 

처음엔 단순한 미니게임 정도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플레이어가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면 NPC에게 맡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농사가 어떤 것인지, 내가 기른 쌀을 수확하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느껴보고 싶다면, 처음엔 실수하더라도 꼭 직접 해보는 것이 좋다. 그동안 했던 복잡한 과정이 수확의 기쁨으로 바뀌는 것은 '천수의 사쿠나히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재미 요소다.

'천수의 사쿠나히메'는 '액션 횡 스크롤'의 요소에 '벼농사'라는 독특한 조합을 아주 잘 조합한 게임이다. '당연히 홍보를 위한 어그로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왜 게이머들이 '농촌진흥청'을 찾게 되는지를 직접 깨닫게 됐다. 그만큼 개발사의 '하나 제대로 판다'의 저력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동안 다른 게임에서 봤던 '낚시' '연금술' '요리' 같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과 정성이 필요한 '농사'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올해 했던 게임 중 가장 신선한 소재였다. 무엇보다 이제 '농알못' 수준의 지식에서 벗어나 어떤 계절에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게 된 것이 즐겁다.

 

단순히 '벼농사'를 얹기만 했다면, 그저 그런 횡 스크롤 게임으로 멈췄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한 분야를 깊게 파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그리고 그것을 또 게임에 어떤 식으로 잘 녹여내야 하는지를 보여준 게임이다. 독특한 소재의 게임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농사'라는 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이번에 알고 싶다면, '천수의 사쿠나히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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