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1인칭 닌자 가이덴? 고스트러너 리뷰

  • 입력 2020.11.12 15:45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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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월은 전 세계 게이머들이 손 꼽아 기다린 달이다. 출시 전부터 대작이라는 도장이 꽝 찍혀 있는 게임, 사이버 펑크 2077이 출시되는 달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여러 사정으로 인해 출시일이 12월로 연기되기는 했지만 연기가 되면 될수록 게임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는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위쳐3라는 최고의 오픈월드 RPG를 탄생시킨 CD프로젝트가 야심차게 내놓은 게임, 사이버 펑크는 이름 그대로 2077.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나의 국가, 사회를 온전히 구현해 낸 게임이다. 이 초 기대작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최근 출시되는 게임에서 유독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게임들이 많이 보인다. 오늘 소개할 고스트러너 역시 그런 게임의 하나다.

2000년대 초반에 닌자 가이덴이라는 게임이 있었다. 지금은 어려운 게임의 대명사가 다크 소울로 굳어져 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려운 게임, 공략이 불가능한 게임. 하면 닌자 가이덴이 먼저 떠오르던 시절이다. 필자 역시 조금 플레이 해봤지만, 끝내 2스테이지를 클리어 못하고 포기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다크소울과 마찬가지로 어렵기는 매 한가지지만 다크소울과 닌자 가이덴의 어려움은 그 결이 조금 달랐다. 다크소울은 패턴이 있고, 적들의 움직임이 그렇게 빠르지 않다. 타이밍을 맞추거나 패턴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거지. 적들의 움직임 자체가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정신없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닌자 가이덴은 정 반대다. 닌자 가이덴의 특징은 정신없이 쏟아지는 적들의 공격과 눈으로 쫓기 어려운 빠르기다. 적들은 물론이고, 캐릭터가 조작하는 주인공 역시 너무 빨라서 대체 내 캐릭터가 어디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스피디하고 스타일리쉬한 전개가 닌자라는 특성에 아주 잘 어울려서 닌자 가이덴은 성공한 게임 시리즈로 자리 잡았지만,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호불호가 있는 게임이 되고 말았다.

1027일 스팀은 물론 PS4PS5, XBOX로도 정식 출시된 고스트러너를 처음 봤을 때, 닌자 가이덴이 바로 떠올랐다. 카타나 하나를 들고 종횡무진 적들을 썰어제끼는 주인공. 그런데 또 배경은 미래라 사이버 펑크 분위기도 느껴진다. 과연 이 게임의 정체는 무엇인지, 리뷰를 통해 확인해 보자.

자연스러운 스토리 연결과 당위성 있는 목표

선 공개된 사이버 펑크 2077과 그래픽이나 조작이 비슷해 보여서 착각할 수 있지만, 사이버 펑크 2077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사이버 펑크 2077이 출시되기 전에 외전 격으로 미리 출시한 게임인가?’ 같은 생각을 했으니. 게임의 주 무대는 다르마 타워라는 가상의 공간이다. 미래 시대, 인류의 마지막 거주지가 된 이 곳에서 깨어난 주인공은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따라 전진하며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가고, 다르마 타워 전체에 퍼진 독재, 폭력의 잔재를 해치워 나가게 된다.

세기말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 으레 등장하는 흔한 스토리지만 스토리 연출이나 구성이 굉장히 스무스하게 넘어간다. 처음 인트로 영상도 스토리의 일부분이며 주인공은 인트로 이후 갑작스럽게 깨어난 ‘74. 처음에는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라 쭉 진행하게 되는데 모든 능력을 잃어서 이 목소리가 기술을 하나하나 알려준다는 식으로 튜토리얼도 이어진다. 튜토리얼이 스토리 속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가를 아주 바람직하게 보여준 연출이었다.

퀘스트까지 이어지는 동선과 인과도 아주 적절하며 자연스럽다. 게이머는 자꾸만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의 지시를 따르게 되고, 목소리의 주인을 만나고 나면 주인공의 정체과 궁극적인 목표를 알게 되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보통 액션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임들은 이렇게까지 스토리에 공을 들이는 경우가 없는데, 고스트러너는 세심한 부분에까지 공을 들인 티가 나서 몰입도를 높여 주었다.

17개의 스테이지. 4종류의 보스

고스트러너의 장르는 1인칭 액션이다. 후술하겠지만 이 1인칭이라는 게 아주 난이도를 헬로 바꿔 놓는다. 난이도에 대한 부분은 밑에 단락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전체적인 시스템을 먼저 알아보자. 고스트러너라는 이름답게 목표 지점까지 열심히 달리면 그만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적들과 장애물을 돌파해야 한다. 총 스테이지는 17 스테이지. 저장은 수시로 이뤄지지만 중간에 게임을 시작하면 스테이지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3스테이지 중반에 게임을 끄면 중간에 체크 포인트가 있더라도 다음에 게임을 다시 틀었을 때는 3스테이지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스테이지를 깨는데 걸리는 시간은 당연히 게이머의 손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는 20분에서 30분 정도다. 스테이지마다 마련된 적들은 조금씩 다르고, 보스는 매 스테이지마다 있는 게 아니라 게임 전체를 통틀어서 4종류 뿐이다.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스킬은 기본적인 이동스킬을 제외하고 총 4. 스토리 진행과정에서 보스를 처지하거나 특정 구간을 클리어하면 자동으로 얻어지는데 튜토리얼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조작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어렵다. 더럽게 어렵다. 유다희 양을 그리워 할 줄이야.

이 게임을 리뷰할 때 난이도를 언급 안 할 수가 없다. 모든 게임이 그렇듯, 누가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난이도에는 차등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필자 입장에서는 미친 듯이 어려웠다. 무엇보다 한 방컷이라는 점이 아주 사람을 돌아버리게 한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적들은 칼질 한 방 내지 두 방이면 처리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 역시 한 방 컷이라는 점이다. 눈 먼 총알 한 방 맞으면 죽고, 점프 잘못하면 떨어져 죽고, 전기에 지져서 죽고. 불에 타 죽고. 유다희 양이 그리울 정도로 많이 죽는다. 죽는 원인은 조작 자체가 너무 스피디한 데다가 1인칭 이기 때문이다. 적들도 한 방 컷이기에 총알을 피하거나 칼질로 튕겨내면서 접근, 휘두르면 되는데, 이 접근하는 과정이 굉장히 어렵다. 관건은 타이밍과 대쉬. 특히 벽을 타다가 뛰어내리며 적을 공격할 때, , 체공중에 대쉬키를 길게 누르면 시간이 느려지며 이 때 좌우로 움직여 총알을 피할 수 있다. 이걸 미세하게 잘 활용해야 한다. 점프해서 적이 총을 쏘려 한다고 미리 이동해 버리면 시간이 풀리며 적이 재조준. 죽게 되는 경우가 많다.

벽타기와 시점 역시 난이도를 높이는 데 한 몫 했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타워를 올라가며 적을 처치하는 스토리고, 주인공이 일본풍의 닌자기 때문에 벽을 엄청나게 많이 탄다. 벽에서 벽으로 이동, 벽에서 로프와 같은 갭 재머를 이용해 먼 거리를 이동하기도 하고, 미끄러지다가 벽을 달려 적을 처치해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1인칭 시점이라 캐릭터의 조작이 내 생각대로 되는지가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숄더뷰의 경우에는 캐릭터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볼 수 있으니 그런 걱정이 없지만, 1인칭이란 조작에 약간 어색함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이 같은 어려움을 개발사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는지, 체크 포인트가 무지하게 많았고, 로딩 시간도 빨랐다. 어떻게 죽어도 1초 안에 같은 구간을 재도전할 수 있어서 근성만 있으면 아무리 어려운 구간도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었다.

고퀄리티 그래픽과 연출. 당연히 사양도 허들이 높다.

그래픽과 연출은 대작 게임 버금간다. 특히 그래픽은 필자가 사이버 펑크 2077로 오해했을만큼 굉장히 뛰어나다. 그래서 최소사양도 높은 편이다. 엄청나게 좋은 게이밍 컴퓨터가 아니라면 군데 군데 프레임드랍이 일어날 수도 있을 정도. 실제로 필자 역시 최고 사양에서는 원할한 움직임이 어려워서 사양을 낮춰야 했다. 그래도 3년 전에 최고급으로 맞춘 컴인데. 가뜩이나 조작이 민감한 1인칭 액션 장르라 사양이 떨어지면 온전한 재미를 느끼기 힘드니 꼭 사양을 확인해 보기 바란다. 중간 중간 드러나는 연출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인트로 영상부터가 엄청난 고퀄리티를 자랑하는 게임이고, 중간에 보스와의 연출, 혹은 주인공의 이동 연출 역시 간단하지만, 닌자스러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몰입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도전을 원하는 게이머들에게 추천한다. 조작과 사양만 극복하면 수작이다.

어렵긴 더럽게 어렵다. 필자는 튜토리얼이 포함된 1스테이지를 깨는 데만 40분이 걸렸다. 정말 죽음의 향연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이 죽었다. 하지만 총알을 피하는 감, 조작에 익숙해지면 정말 닌자가 되어서 모든 적을 썰어버리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적을 썬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타격감도 좋고, 몰입감도 있다. 사양과 조작의 어려움이라는 벽만 넘으면 엄청나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인 만큼, 도전의식이 투철한 게이머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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