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와 파괴 본능을 자극하는 '반중력 레이싱', PC 'PACER' 리뷰

  • 입력 2020.11.05 14:57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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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게임'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기도 하지만, 아무나 접근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장르이다. 이 게임은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방향에 맞춰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아주고, 방향을 틀면 된다.

 

하지만, 같은 레이싱 게임이라도 플레이어가 체감하는 난이도와 추구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있다. 가속과 감속, 방향조절이라는 점은 모든 레이싱 게임이 공유하지만, 물리법칙을 어떻게 구현할지, 자동차의 세부 스펙과 구동 메커니즘을 어떻게 적용할지, 현실과 게임의 싱크를 어느 정도까지 맞출 것인지에 따라 게임의 색깔은 바뀐다.

 

레이싱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게이머들은 스티어링 휠과 페달, 변속 시프트나 실제 레이싱 주행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시트까지 따로 장비를 갖추는 경우도 있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레이싱의 세계를 보다 실감 나게, 전문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무엇보다 사고의 위험에서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휴대용 게임기를 통해 간편하게 한 판 즐길 수 있는 것도 레이싱 게임이고, 전용 장비나 어트랙션을 갖추고 최대한 현실에 가까운 환경을 갖추는 것도 레이싱 게임이다. 어쨌든 누구나 할 순 있지만, 또 아무나 할 순 없는 그런 독특한 장르인 것은 분명하다.

운전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시뮬레이션' 보다는 게임적인 보정이 많이 들어간 '아케이드'를 더 선호한다. 현실적인 반영보다 게임적인 요소를 기대하는 게이머라면 아마 대부분 '아케이드 레이싱'을 떠올릴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인 'PACER'는 '아케이드 레이싱' 계열에서도 소수 매니아를 위한 장르다. 바로 '반중력 레이싱' 이다. 즉, 바닥에 붙은 타이어 대신 차체가 공중에 떠 있으며, 지면의 마찰이 아니라 '날개'를 이용해 방향을 전환하는 그런 레이싱이다.

 

아마 오래된 게임인 '와이프 아웃' 이나 '스타워즈 레이싱'을 떠올리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의 공통점은 '반중력 레이싱'의 미래지향적 상상력을 담았다는 것이다. 오프로드나 서킷이 아닌 '우주 공간' 혹은 뒤틀린 공간을 배경으로 하며, 또 여기에 현실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속도를 구현해낸다.

 

과연 'PACER'는 이런 '반중력 레이싱'의 상상력을 어떻게 담아냈을지, 그리고 얼마큼 그럴싸하게 그려냈을지 한 번 살펴볼까 한다.

기본 메뉴의 UI는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다. 본격적인 질주를 하기도 전에 게임 자체가 가벼운 느낌을 준다. 오프닝 컷신과 튜토리얼을 함께 이어가며 진행하는 최근의 방식과는 다르다. 별다른 세계관 설명이나 캐릭터의 등장 없이 곧바로 메뉴가 등장한다.

 

우선 싱글 플레이에 주력할 수 있는 모드는 '커리어'. 하지만, 'PACER'의 커리어모드는 다른 레이싱 게임과 조금 차이가 있다. 플레이어가 생성한 캐릭터를 조금씩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에 가깝다. 자신만의 선수나 어떤 팀 같은 것을 따로 생성하는 과정은 없다.

 

레이싱 게임에서 '커스터마이징'은 그 첫인상을 결정하는 부분인데, 이 콘텐츠가 부실하다는 것은 아쉽다. 물론 차고라는 메뉴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다른 장르와 비교하자면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는 자유도는 많이 떨어진다.

 

커리어 모드는 플레이어의 선수나 자동차를 키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지마다 부여된 목표를 클리어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하나의 레이싱 팀을 선택하고, 그 팀의 대표가 되어서 출전한다. 일종의 챕터를 클리어 해가는 방식. 하나의 팀마다 6~7개 정도의 경주를 해야하고, 모든 목표를 달성할 경우 고유 보상을 받을 수 있다.

'PACER'는 컨셉이 '무중력 레이싱'인 만큼 기존의 레이싱 게임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고 게임의 기본이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아케이드 레이싱인 만큼 어느 정도 보정은 해주기 때문에 난이도는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중요한 단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바퀴를 돌려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사용한다는 점. 차체를 좌우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에어 브레이크'라는 각각의 날개를 조종해야 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에서는 ‘피치’를 사용해서 본체의 위와 앞을 들어주거나 내려야 한다.

 

요약하자면, 브레이크를 밟으며 코너를 도는 것이 아니라 좌측으로 방향을 돌릴 때는 좌측 에어 브레이크 키를 눌러야 하고, 오른쪽으로 돌릴 때는 우측 에어 브레이크, 속도를 줄일 때는 이 키 두 가지를 모두 눌러야 한다. 방향과 관계없이 핸드브레이크 키로 드리프트를 사용하는 레이싱과 달리 감속과 방향 전환에 조금 차이가 있다.

'반중력 레이싱'은 자동차가 아니라 사실 로켓을 조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속 600~700km/h 로 질주하는 로켓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트랙이 가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고, 현실의 물리법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식으로 설계되어있다.

 

질주의 맛에 취해있다가는 '미친 각도'의 코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금세 추월당하게 된다. 코너에서도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어 브레이크의 사용이 중요한데, 아주 미세하게 눌렀다 떼는 타이밍을 익힐 필요가 있다.

 

'무중력 레이싱'은 일반 레이싱처럼 점잖게 100분의 1초를 다투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공중에 떠서 다른 플레이어와 겨룬다는 것은 상대방을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PACER'에서도 '공격'과 '방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속도' 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이다.

트랙에는 크게 세 가지 아이템이 있다. '카트 라이더'와 비슷한 게임을 해본 게이머라면 바로 알아챌 수 있다. 아이템과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오직 '부스터'뿐이다. 트랙에서의 공격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격 아이템을 획득하면 플레이어가 장착한 공격무기를 1회 사용할 수 있다.

 

'PACER'는 체력과 보호막이 있고, 이 수치가 0이 되면 차체는 폭발한다. 한 번 폭발한다고 해서 게임이 그대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1위를 달리다가 갑자기 최하위로 밀릴 수 있을 만큼의 딜레이가 발생한다. 체력은 다시 회복할 수 없지만, 보호막은 트랙 위의 아이템으로 다시 복구할 수 있다.

 

부스터 아이템은 순간 속도를 올려준다. 때문에 전투가 아니라 오로지 '경주'에 집중한다면 최대한 밟아야 한다. 트랙의 곳곳에 부스터 아이템을 연속으로 밟을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불필요한 전투를 피하고 무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1등으로 독주할 자신만 있다면 다른 아이템을 포기하고 부스터 아이템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PACER'의 경주 방식은 다양하다. 각 커리어의 트랙마다 요구하는 조건들이 다르다는 뜻이다. 정해진 시간마다 최하위를 제거하는 '엘리미네이션', 상대방을 제거하는 만큼 점수를 얻는 '디스트럭션', 배틀로얄처럼 점점 자기장이 줄어드는 '스톰' 등 다양하다. 단순히 플레이어의 피지컬을 요구하는 타임 어택이나 노템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트랙의 규칙이 다양한 만큼, 이에 맞춰 본체의 성능도 바꿔줘야 한다. 차고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파츠를 활용해 본체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최고 속도, 민첩성, 드리프트 및 방어 파츠의 개조는 물론, 엔진과 핸들링, 브레이크, 반중력 등의 부품도 플레이어에 맞춰 설정할 수 있다. 물론 초반에는 많은 파츠가 잠겨있기 때문에, 캠페인이나 퀵플레이에서 열심히 '크레딧'을 벌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무기파츠. 'PACER'에서는 좌측무기와 우측무기를 따로 사용할 수 있고, 또 여기에 공격방식까지 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기의 발사 방식을 추적하는 '락온'방식을 선택하거나, '더블샷'으로 더 높은 화력을 노려볼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차고에서 무기나 각각 파츠들을 선택했을 때, 정확하게 어떤 부분이 변경되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롭게 부착한 파츠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트랙에서 직접 사용해봐야 한다.

'PACER'는 '반중력 레이싱'을 기다리던 게이머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게임의 전반적인 UI나 볼륨, 반복적인 플레이 방식은 어쩔 수 없는 '레이싱 게임'의 한계를 보여주지만, 미래지향적인 네온 그래픽, 600km/h 에 달하는 짜릿한 스피드와 레이저 캐논의 묵직한 파괴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다만, 아직 정식 한글화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한들 '질주'와 '파괴'에 꼭 번역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반중력 레이싱'의 독특한 맛을 원한다면, '질주'와 '파괴'의 준비가 되었다면, 'PACER'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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