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커지브링어(ScourgeBringer), 믿을 건 당신의 실력 뿐… 로그라이크의 소용돌이 속으로

  • 입력 2020.10.30 13:35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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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로그라이크’ 장르가 그렇듯이 <스커지브링어(ScourgeBringer)>는 매우 어려운 게임이다. 게이머는 빠르고 정확해야 하며,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총알에도 능숙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 게임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소규모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적들을 향해 돌진하면서 짜릿한 콤보를 연타하는 와중에도 나머지 적들이 어떤 방식으로 기회를 엿보는지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전개는 아주 짧은 순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게이머는 꽤 까다롭다고 느낄 것이다. 결론적으로 당신은 2D 픽셀의 향연을 즐기는 건 잠시 뒤로 미루고, 상당한 연습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게임은 종말론을 따르지만, 뚜렷한 시도는 하지 않는다. 그저 지구에 낯선 이들이 찾아왔고, 사람들은 그것들을 ‘ScourgeBringer(스커지브링어)’로 부른다. 탐사를 시작한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으며, 생사를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여기서부터 개발진이 거창한 음모론을 제기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장검으로 무장한 백발 소녀가 갑자기 인류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는 이야기는 개연성을 상실해 보인다. 물론 게임에 들어가면 오래된 컴퓨터를 통해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을 읽어 보았지만, 의미를 자세히 알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해서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텍스트를 더 모으면서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해도 이 게임의 핵심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먼저 게이머 앞에 보이는 건 여러 스킬을 잠금 해제할 수 있는 재단과 오래된 컴퓨터, 그리고 힌트를 주는 NPC가 있다. 컴퓨터는 앞서 밝힌 것처럼 수집한 자료를 모아 놓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아마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이 광경을 지겹게 보게 될 것이다.

이제 포털로 들어가면 총 다섯 개의 챕터 중 첫 번째를 시작하게 되는데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리듬감을 맛볼 수 있다. 게이머가 할 수 있는 동작은 벽을 타고 점프, 그리고 전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시 및 장검 공격이 있다. 탄환을 발사할 수도 있지만, 전투의 대부분은 대시와 장검 공격으로 이루어진다. 방식부터 매우 낡아 보이지만, 막상 뛰어들게 되면 꽤 기술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로그라이크 장르는 다양한 장비와 빌드 업을 특징으로 하지만, 이 게임은 전투 시스템 하나로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 이건 꽤 제한적이고 지칠 수 있지만, 예상 외로 도전적이다.

이 게임의 전투가 재밌는 이유는 자유분방한 조작감에 있다. 게이머가 장검으로 적들을 베어 나갈 때마다 공중에 뜨게 되는데 대시와 점프를 응용하면 지면에 닿지 않고 연쇄적인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다. 대부분 공중에 머물면서 대시 공격, 또 한 번 대시 공격을 연호하며 지면에 닿기를 거부하게 될 것이다. 대시는 일반적으로 적에게 돌진하지만, 회피에도 활용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의 순간적인 판단에 따른다는 것이다.

‘락 프리즘’이라는 몬스터는 이 게임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게 해준다. 이 몬스터의 강렬한 레이저 빔 공격에서 빠져나오려면 대시 공격 외에 떠오르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 게이머가 ‘강화 악마’나 ‘붉은 해파리’를 한참 상대하고 있을 때 빠르게 판단해서 살아남으려면 대시 공격은 필수적이다. 이 게임에서 게이머가 설계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각 챕터마다 등장하는 고유한 몬스터들과 싸우기 위해 벽을 등지거나 도망쳐서 기회를 엿보는 전술은 오히려 위험에 빠지는 결과를 나을 것이다. 이 게임은 몬스터의 공격 패턴에 당황하기 앞서 먼저 대시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이 게임의 외형은 ‘메트로베니아’로 보이지만, 각 챕터의 스테이지는 비교적 좁은 편이이다. 마치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룸처럼 보인다. 전투 장소와 중간 보스 룸, 상점과 스킬 룸으로 구성되었는데 진행을 하려면 모든 몬스터를 제거해야 한다. 중간 보스는 비교적 쉽게 처리할 수 있는데 세 번째 챕터 이후부터는 두 개로 불어나면서 더 어려운 과정을 요구한다.

세 번째 챕터부터는 바닥에 독극물이 등장하면서 공중에 머물 것을 노골적으로 강요한다. 게이머의 체력을 간간이 깎아 먹었던 첫 번째 챕터의 가시밭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게다가 일부 몬스터는 자폭을 일삼기도 해서 대시 응용이 더 치열해진다. 적들이 발사하는 탄환도 홍수에 떠밀리듯이 스테이지를 점차 지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이 백발 소녀에게는 회심의 스킬이 하나 더 있다. 스매시는 적들의 탄환을 막아내는 기능을 하지만, 잠금 스킬을 해제하면 게이머가 원하는 방향으로 반사시킬 수 있다. 몬스터들은 근접전 뿐만 아니라 튕겨나가는 총알에 맞아도 잠시 그로기 상태가 되기 때문에 추가타를 이어나갈 수도 있다. 친절하게도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게이머를 노리기 전에 경고 표시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스매시 타임을 적절하게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스매시의 가장 큰 매력은 보스전에 있을 것이다. 무지막지한 탄환을 발사하는 그 타이밍을 잘 잡아서 스매시를 날리면 그 엄청난 공격력을 그대로 돌려보낼 수 있다. 덕분에 중간 보스뿐만 아니라 메인 보스도 예상 외로 빠른 시간 안에 제거할 수 있다.

그렇다고 스매시가 모든 상황에서 만능인 기술은 아니다.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게이머와 몬스터들이 뒤엉키면서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할 것이다. 본인 역시 연습이 충분하지 못 한 탓에 체력이 계속 깎이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말았다. 스매시의 범위를 너무 믿은 것도 문제지만, 이 게임의 화려한 공중전에만 매료되어 버리면 첫 번째 챕터에서부터 크게 고전할 수도 있다.

그녀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백발을 휘날리며 장검을 휘두를 때지만, 상점에서 샷건, 레이저, 체인건 등 여러 가지 총을 구입할 수도 있다. 탄약은 매우 부족한 편이라서 긴급할 때만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장검의 위협에서 우연찮게 벗어난 몬스터가 불안해 보였을 때 주저하지 않고 총을 발사하게 된다. 게이머의 체력은 숫자로 표기 되는데 업그레이드를 통해 발전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일부 몬스터들이 체력 상자를 떨구기도 하고, 스킬 룸에서 모든 체력을 보충해 주기도 하지만, 체력이 너무 깎이면 게임을 쉽게 단념해 버릴 정도로 회복 불능 상태가 된다. 어떤 스킬은 게이머에게 잠시 무적 상태를 주기도 하지만, 잠깐의 실수 때문에 쉽게 체력을 잃을 수 있다.

이 게임은 전반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반복적인 플레이가 여러 번 지속될 것이다. 여타 ‘로그라이크’ 장르처럼 여러 아이템을 획득하고, 업그레이드도 가능하지만, 믿을 수 있는 건 게이머의 조작 실력이다. 운 좋게 스킬 룸에서 모든 체력을 보강하더라도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은 애초에 버려야 한다. 최종 스테이지까지 가는 길은 그리 길지 않지만, 터무니없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남다른 끈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꽤 흥미로운 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로그라이크’ 장르에 비하면 다양성 부분에서 부족한 편이지만, 마니아들이 즐길 요소는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백발 소녀의 액션은 꽤 난잡하고 좌충우돌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시원한 사운드트랙과 함께 펼쳐지는 이 흐름은 단조롭지 않고, 창의적이다. 그리고 게이머가 그 흐름을 의도적으로 바꿀 수 있다.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를 하면서 공중 콤보에 아쉬움이 있었다면 이 게임으로 잠시 아쉬움을 달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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