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선율에 녹여낸 퍼즐과 액션, PC 'Neversong' 리뷰

  • 입력 2020.10.26 12:57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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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산' '수능'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세 가지 단어의 연결고리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게임판의 한 해를 정리하고, 그 시대 최고의 게임들과 앞으로 한국 게임의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는 국내 최대의 게임 행사. 바로 '지스타'다.

 

'지스타'는 게이머들을 위한 축제이면서, 게임과 연관된 분야의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그 행사의 색깔이 '모바일 게임'에 편중되고, 대부분 '스트리머'와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어 '다양한 게임'을 다루는 그 본질적인 의미는 많이 바랜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 게임사와 방송 플랫폼, 그래픽 하드웨어가 부스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체험해보고자 했던 게이머가 '지스타' 기대하는 것은 예전만 못하다. 무엇보다 올해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지스타' 자체에 대한 관심이 메마른 상황.

 

인디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사실 '지스타' 보다는 'BIC'를 떠올릴 것이다. 부산에서 열리는 '인디 게임 페스티벌'은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전까지 지스타와 일정을 함께 했다. 소규모의 개발사와 재능있는 개발자들이 직접 게이머들을 만나 소통하고, 또 게임을 소개하는 축제다.

'알파 테스터 구합니다'가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자신의 게임을 홍보하는 사람, 게이머들의 피드백을 하나하나 녹음하는 사람, 또 그런 현장을 촬영하고 인터뷰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BIC'다. 개인적으로 '한국 게임의 미래와 희망은 사실 BIC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곳의 분위기는 1전시장의 열기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번 'BIC'도 '코로나 19'의 영향에 라인으로 진행된다. '정제되지 않은 원석' '재능 넘치는 루키'들을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대신, 사람은 만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게임, 명작 인디게임은 만나볼 수 있다. 이번 'BIC'에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세계 각국의 인디게임들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도 'BIC' 홈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퍼즐 어드벤쳐 게임. 'Neversong'이다. 

'Neversong'의 첫인상은 '우울함'이다. 이미 게임에서도 시작하기에 앞서 상실과 희망을 다루는 이야기이며, 진행 중 감정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고 미리 경고한다. 이런 주제의 게임들은 대부분 '미스터리'나 '크툴루 신화'를 섞은 공포의 맛을 강렬하게 내뿜는 경우가 많지만, 'Neversong'의 속엔 그 정도로 진한 어둠이 묻어있지는 않다.

 

주인공 '피트'는 고아 소년이고, '피트'의 세계는 회색빛이라고 할 정도로 우울하고 외로움에 가득했다. 이런 '피트'의 유일한 친구는 '렌'이다. '렌'은 마을에서 제일 밝은 여자아이다. 둘은 정반대의 성격이지만, '렌'은 '피트'와 어울리며 피아노를 연주할 방법을 알려준다.

 

평소와 같던 어느 날. '피트'와 '렌'은 실수로 어떤 문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버려진 수용소. 수용소의 저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창백한 얼굴이 보이고, '렌'은 끌려간다. 나약한 겁쟁이 '피트'는 그 상태로 정신을 읽고 코마 상태에 빠진다.

 

정신을 차린 후 '피트'는 '렌'의 행방을 물어보지만, 누구도 자세히 아는 사람이 없다. 누군가는 어딘가로 끌려갔을 것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렌'을 찾으러 간 사람도 소식이 없다고 한다. 플레이어는 마을 '레드윈드'를 돌아다니며, '피트'가 코마에 빠져 있는 동안 어떤 사건들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렌'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 비밀을 알아내야 한다.

오프닝은 우울하고, 또 어딘지 모르게 무서운 분위기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이런 느낌이 조금 옅어진다. 'Neversong'의 장르는 '퍼즐'과 '어드벤쳐'를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액션을 조금 섞었고, 난이도는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구색을 갖추기 위해 넣은 것도 아니다. 처음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오 이거 뭐야? 손맛 있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

 

퍼즐 어드벤쳐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에서 굳이 '액션'을 언급하는 것은 그만큼 이 장르에선 흔치 않은 타격감이 있기 때문이다. '피트'가 사용하는 무기도 그럴싸하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빠따'로 더 많이 불리는 '못 박힌 야구방망이'. 몬스터마다 나름의 타이밍이 있고, '뭐 대충 휘두르면 알아서 판정 나겠지' 하는 식의 쉬운 전투는 아니다. '피지컬'이 중요하진 않지만, 중간중간 보스전도 등장하는 만큼 패턴과 타이밍을 알아챌 눈치는 필요하다.

다른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Neversong'만의 특징은 바로 음악적인 효과다. 즉, 배경음악이 이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주인공 '피트'가 있는 곳의 환경과 심리상태, '렌'과의 물리적, 심리적 틈을 설명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피트'와 '렌'의 관계를 설명하고, 또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게임은 음악이 중요하다'라고 직접 드러내기도 한다. '피트'가 몬스터들을 해치우면, '음표'를 얻을 수 있다. 얻은 음표를 피아노의 한 마디로 조합하면 아이템을 하나씩 얻을 수 있다. 그만큼 이 게임이 일반적인 '어드벤쳐 퍼즐'의 방식을 담은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인디 게임의 OST'라는 예상을 뒤집을 정도로 사운드 자체에 많은 공을 들인 게 느껴진다. 제작자가 '드뷔시'와 '쇼팽'에서 영감을 받아 직접 제작한 피아노 선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래도 '어드벤쳐'라는 장르의 한계는 어쩔 수 없이 느껴진다. '퍼즐 어드벤쳐'의 경우엔 그 게임의 색깔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뇌지컬'을 요구하는 경우. 이런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퍼즐을 풀이하는 과정' '생각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게임에서 컨트롤러에서 손을 떼고 오랫동안 생각해도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 물론, 어떤 바닥을 밟거나, 상자를 옮기거나, 레버를 누르거나 하는 정도의 움직임은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움직임을 끌어내는 충분한 '사고의 과정'이다.

 

다른 하나는 정반대를 요구한다. '사고' 보다는 일단 '행동'이 더 중요한 경우다.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답은 명확하게 보이지만,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타이밍과 주인공의 능력이 필요하다. 'Neversong'은 여기에 속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굳이 액션의 요소를 섞어낸 것에는 이 '어드벤쳐'라는 색깔에 더욱 힘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

 

주인공 '피트'의 공격방식은 단순하지만, 이를 활용한 이동방식은 다양하다. 밧줄에 매달리기도 하고, 우산을 타며 활강하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기도 한다. 게임의 중요한 해결방식이 '일단 움직여'인 만큼, 복잡하게 얽힌 퍼즐을 마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번 당해봐라' 식의 '피지컬'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시간 끄는 게 명확하게 보이는 퍼즐 요소도 없어 게임의 진행은 어렵지 않다.

'Neversong'의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스토리텔링을 풀어내는 방식, 그래픽과 사운드로 꾸며낸 '분위기'와 '감성'은 확실히 뛰어나다. '인디 게임'에서 기대하는 그 이상을 확실히 보여주는 게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트'의 이야기가 단순히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플레이어가 보는 모든 것이 단순한 '모험'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주인공의 회상이나 전혀 다른 환상에 대한 추측인지를 플레이어마다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즉, 플레이어의 경험에 따라 결말을 다르게 풀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사구조,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퍼즐 어드벤쳐'를 기대하는 게이머들이 느낄 수 있는 재미는 빈약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를 원하는 게이머들에게는 답이 뻔히 보이는 퍼즐뿐이고, '제대로 각 잡은 액션'을 원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그 타격감이나 손맛이 빨리 사라지는 느낌이다. 개발자가 전하고픈 이야기에 무게를 두다 보니, 어느 정도 적당한 퍼즐과 액션을 타협한 셈이다. 어느 쪽이든 '장르 특유의 독특한 맛'을 기대한 게이머라면 약간은 '밋밋하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요약하자면 '너무 쉬운데?'가 된다.

 

'성인용 짧은 단편 동화'를 원한다면 'Neversong'은 상당히 괜찮은 게임이다. '힐링'을 하기엔 그 내용이 조금 무겁고, 우울한 부분도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나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느껴보고 싶은 게이머라면 한 번쯤 해볼 만 하다. 귀여운 캐릭터와 독특한 분위기를 담아낸 그래픽,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적당한 난이도의 퍼즐과 액션을 잘 그려낸 게임을 느껴보고 싶다면 'Neversong'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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