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자동, 자동, 자동. 방치를 사랑한 게임, 리버티레기온 리뷰

  • 입력 2020.10.14 14:19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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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진행하면서 몇 차례 언급한 것 같은데, 필자는 모바일 게임을 싫어한다. 특히 모바일 RPG 게임은 특히나 더. RPG라는 장르 자체가 수려한 그래픽과 무거운 시스템, 스토리가 없으면 몰입하기 어려운 장르라는 개인적인 견해에서 비롯된 편견 아닌 편견인데, 아쉽게도 지금까지 모바일 게임에 대한 필자의 편견은 대부분 들어맞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즐길만한 대작 모바일 게임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RPG 장르에서만큼은 대작 모바일 게임을 필자는 본 기억이 없다.

이게 참 아이러니인데, 모바일은 편의성과 간단함을 극도로 추구하는 매채이다 보니까 가면 갈수록 조작이 간단한 게임이 등장하고 있다. 당장 게임 광고만 봐도 한 손으로 즐기는 게임, 가민히 놔둬도 성장하는 방치형 게임이라는 문구를 스스럼 없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방치형 게임은 필자도 좋아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껏이어야지. 모든 과정이 방치로 구성된 게임은 플레이하는 의미가 없다. 요즘 나오는 모바일 게임들의 대부분이 이런 식인데, 버튼만 누르면 이게 애니메이션이지, 게임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지난 1010, 글로벌 게임 기업 이유게임이 자사가 직접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캐주얼 판타지 MMORPG 리버티레기온을 정식 출시했다. 구글스토어와 원스토어, 애플스토어 등 3대 마켓에 모두 내놓은 이 게임은 이미 해외에서는 가이아 오딧세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바 있는 게임. 과연 이 게임이 모바일 게임에 대한 필자의 편견을 깨줄 수 있을지, 기대하며 리뷰를 진행해 보고자 한다.

개연성도 없고, 그 실체를 찾기도 힘든 스토리. 그냥 없다 생각하자.

도입부에서 굉장히 거창하게 편견을 깨 주길 기대한다고 했는데, 게임을 키고, 캐릭터를 선택하자마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퀄리티가 어떠하든 어느 게임에나 있는 오프닝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을 머금고 시작한 게임. 나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 게임은 스토리 면에서 0점에 가깝다. 오프닝도 없고, 세계관 설명도 없다. 광고에서 유일무이한 혁명 RPG라고 대차게 홍보를 해댔지만, 이걸 이 게임 내에서 알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단 1도 없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슬라 제국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일어선 저항군의 이야기를 담은 게임이라고 한다. 리버티레기온이라는 이름도 자유를 찾는 사람들이라고. 자유를 너무 강조한 탓일까? 플레이어에게 세계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알려주지 않고 게임이 시작된다. 물론 배경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게임도 일부 있다. 간단한 퍼즐이나, 어드밴처, 혹은 게임 플레이 안에 그 내용이 설명되어 있는 경우에는 굳이 장황하게 게임 세계관을 언급할 필요 없다. 하지만 리버티레기온은 어떤 사례에도 들어맞지 않는다.

게임을 시작하면 바로 캐릭터 생성으로 넘어가고, 3명의 캐릭터 중 하나를 클릭하면 간단한 이동 장면이 나오고 바로 NPC와 대화를 이어나가며 게임이 진행된다. 이런 게임이 어디 있단 말인가. NPC들과의 대화를 통해 배경을 유추하려 해도, 이놈들은 하나마나한 쓰잘데기 없는 말만 내뱉고 있다. “어둠의 힘이 강해지고 있으니, 서둘러라.” “네가 우리의 희망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내가 왜 희망인지, 대체 내가 싸워야 하는 주 적은 누구인지. 아무런 설명도 없고, 그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지만, RPG는 스토리와 성장요소를 빼면 어떤 재미도 느낄 수 없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다음 스토리가 무엇인지, 주인공의 온갖 고생질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에 플레이어가 몰입할 수 있어야 하고, 차츰차츰 성장하며 강해지는 캐릭터를 키우는 맛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리버티레기온에서는 스토리에서 어떠한 흥미도, 재미도 느낄 수 없었다.

이것도 해야되고, 저것도 해야되고. 뭐가 이렇게 많아.

전체적인 구성은 일반 RPG와 동일하다. 캐릭터에게는 총 4개의 스킬이 있고, 이 스킬과 평타를 이용해 몬스터를 잡으면 레벨업 한다. 곳곳에 퍼져 있는 NPC들과 대화해서 퀘스트를 받고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요즘 RPG게임에는 하나씩 있기 마련인 던전, 보스전, PVP도 존재한다. 여타 다른 RPG 게임에 있을법한 요소가 모두 들어가 있는데, 문제는 너무 많은 콘텐츠를 집어넣어서 집중이 1도 안된다는 거다. 스토리를 진행하면 오픈되는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자체는 전장, 던전, 시련, 보물이 다지만 이와 관련된 UI가 너무 중구난방이라 어떤 게 콘텐츠고, 어떤게 보상인지 모를 지경이다. 이 얘기는 아래 그래픽 부분에서 하기로 하자.

일단 시스템적으로 보자면 리버티 레기온은 RPG가 맞지만, 전형적인 방치형 게임이다. 그것도 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류의. NPC와의 대화, 보상수령 등 거의 모든 알림내용에 시간제한이 있고, 그 시간제한을 넘기면 자동으로 가방으로 들어가거나 사용되어진다. 스토리 진행도 마찬가지. 퀘스트 버튼을 눌러놓으면 캐릭터가 알아서 탈것을 타고 이동, NPC와 대화를 하고 몬스터까지 잡아버린다. 애초에 게임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설정된 퀘스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플레이어가 조작해야 하는 건 처음에 게임을 키는 것. 그거 하나다. 물론 수동으로 조작할 수도 있긴 하지만, 워낙 맵 체계도 복잡하고, 캐릭터 인식이 어려워서 차라리 자동을 눌러놓는 게 낫긴 하다.

앞에서 이야기하긴 했지만, 즐길거리 자체는 많고, 이 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시스템도 많다. 신격, 혼주, 성령, 성신같은 시스템은 이 게임의 독창적인 것이고, 결혼과 아기 육성도 여느 게임에서도 보기 힘든 요소다. 그런데 이 요소들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실하고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신격이 무엇인지 자세히 보고 싶어도 단순히 세지는 거. 혼주는 강화하면 되는거. 이런 식으로 설명하고 끝이다. 거기다 이 모든 요소들이 특별한 능력을 주는 게 아니라 결국 모두 다 전투력 상승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딱히 메리트가 없기도 하다. 이럴 거면 차라리 레벨업을 조금이라도 빨리 시켜주던가. 비슷한 시스템을 여기저기 우겨넣어서 오히려 복잡하게 만든 느낌이다.

중구난방 UI, 복잡하다

리버티레기온은 카툰 그래픽을 지향하고 있다. 감탄할만큼 뛰어난 그래픽은 아니지만, 그래도 낙제점을 줄 만큼은 아닌 그래픽이고, 전투 연출도 나쁘지 않다. 아니, 사실 상 요즘 나오는 게임치고 전투 연출이 나쁜 게임은 없는 터라. 어찌됐든 그래픽 자체는 평범하지만, UI구성이 말 그대로 개판이다. 당장 필자의 모바일 화면 위에 떠 있는 UI만 나열해 보겠다. 셩계비법, 보물, FOD, 전장, 던전, 시련이, 보스가 가장 위, 그 밑에는 혜택홈, 첫충선물, 혼주보물, 장비보물, 상점이 있고, 그 밑에 해변파티, 특별선물, 탈것소원, 진품감정, 한정구매, 7일접속 메뉴가 떠 있다. 이것만 해도 눈이 아플 지경인데 채팅창 위에는 보상을 수령하라는 UI가 기본 4~5개가 떠 있다. 좌측에는 퀘스트와 함께 또 다른 보상 UI 3개가 떠 있다.

접속해서 반짝거리는 UI만 클릭하는 데도 한 세월이다. 신규유저 유입을 위해 보상을 많이 푸는 것 같긴 한데, 그것도 적당히 해야지,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보상을 풀어버리면 수령하는 것도 일이고, 대체 뭐가 뭔지 몰라 고마움도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필자 역시 너무 귀찮아 그냥 떠오르는 보상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확인, 확인 버튼을 연타했다. 그러다가 12000원 결제를 할 뻔한 불상사도 있었다. 이걸 노린 거라면 정말 악질 중의 악질이고.

편리함에 빠져 본질을 잊은 건 아닌지

폰트도 문제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폰트가 배경 색과 크게 구분되지 않아서 가독성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모든 NPC의 대화가 같은 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심지어 알림 문구 역시 그렇다. 이걸 읽으려면 눈에 힘을 줘야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제한시간이 있어서 슥 훑고 지나가야 한다. 여러 모로 불편한 그래픽이었다.

편리함을 추구하다보니 괜찮은 지점도 있었다. 보상으로 받는 대부분의 사용 아이템은 그 존재를 몰라서 가방에 묵혀두는 경우가 많은데 리버티레기온은 받는 즉시 사용여부를 플레이어게 알려줘서 터치 한 번으로 쉽게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거기다 보스들과 NPC들의 표현도 멋들어져서 보는 낙이 있었다.

게임은 플레이 해야지, 보는 게 아니다. 망작이라 단언할 수 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리버티레기온은 평작도 안되는 졸작이다. 스토리의 개연성은 없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데 방해되는 요소가 하나도 없어서 성취감도 없다.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을 겨냥해서 자동진행 요소를 극대화한 것 같은데, 이게 오히려 필자에게는 마이너스 요소로 다가왔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이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더 이상 플레이할 가치를 못 느끼게 하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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