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인더, ‘사신 모바일’의 진정한 리메이크 버전이라면…

  • 입력 2020.09.23 15:41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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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스카이의 MMORPG <더 파인더>는 일종의 ‘데드 카피’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기고 있다. 위더스 게임에서 2019년 10월에 출시한 <사신 모바일>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처럼 빼닮았기 때문이다. 게이머가 조종할 캐릭터인 ‘검객 청룡’, ‘궁사 주작’, ‘대력가 현무’, ‘도사 백호’도 그대로고, 전투 시스템 역시 카피를 해 놓은 것처럼 동일하다. 팡스카이에서는 공식 카페를 통해 <사신 모바일>의 리메이크 버전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와 동시에 그래픽과 폰트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데 NPC의 자막 부분이 조금 더 추가된 것 외에 눈에 띄는 부분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이후에 <사신 모바일>에 없었던 추가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하니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미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양산형 게임’이나 ‘이미테이션 게임’, 속된 표현으로는 ‘재탕 게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신 모바일>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서비스가 중지된 국산 게임이었다. 4년 동안 순수 국산 기술로 제작했으며 한국형 동양판 판타지를 표방했지만, 중국산 양산형 게임의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개성 없어 보이는 인터페이스와 조작감, 사행성은 기본이고 ‘현질’을 유도하는 대문짝 만한 이벤트 페이지, 무분별한 레벨 업과 아이템 수집의 남발, 매력은 찾아볼 수 없는 전투 시스템과 눈만 아프게 하는 광원 효과 등이 게이머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게다가 국산형 게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동서양 캐릭터들이 때를 구분하지 않고 등장하였으며 BGM과 분위기도 중국 게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안타깝게도 <더 파인더>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새로운 리소스 파일을 다운로드하면서 보여주는 오프닝은 누구나 기대할 법한 비주얼이었다. 국내 성우진의 목소리 연기까지 더해지면서 팡스카이에서 강조한 리메이크 버전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였다. <사신 모바일>에서는 없었던 오프닝으로 보이는데 전제는 간단하다. 염마국 대판관 영안이 수수께끼의 인물 ‘죄인’의 이간질에 속아 반란을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전란을 틈타 수많은 악귀들이 인간계로 빠져나가면서 이 게임의 세계관이 시작된다.

하지만 서버에 접속하는 그 순간부터 <사신 모바일>을 그대로 카피하고 있다. 현질을 유도하는 이벤트 페이지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선’이라는 남자와 첫 대면을 하는 것까지 모두 판박이다. 이후에 만나는 NPC 캐릭터들까지 모두 동일한데 자막만 조금 추가된 것 외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 게다가 상점에 준비된 아이템과 보상까지 똑같았다. 팡스카이에서 장점으로 내세운 시나리오 부분이 아마 NPC의 추가된 자막을 얘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신 모바일>도 그렇지만, 이 게임은 주로 잡몹 퇴치와 재료 수집, 이를 요구하는 NPC와의 대화가 반복된다. 그 와중에 각종 레벨 업과 보상이 눈 부실 정도로 화면을 채워 주고 진행되는데 딱히 보람을 느낄 만한 이벤트는 찾기 힘들었다. 퀘스트 목록을 터치하면 지정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은 여느 MMORPG와 비슷하지만, 그 밖에 전투와 채집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게이머가 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게 된다.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낮은 도트와 결합된 광원 효과는 눈만 아프게 할 뿐이고, 동일 서버에 뛰어든 게이머들의 난잡한 전투까지 겹치니 그야말로 산만해서 시선을 고정시킬 수가 없었다. 보스전 역시 <사신 모바일>과 외형까지 똑같은데 체력이 고갈되는 것 같으면 미리 보상으로 주어진 포션(초반에 무려 80개 이상이 주어진다.)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일부 게이머들은 ‘킬링 타임’을 언급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손이 가지 않는 온라인 게임이 또 있는지 의문이 든다.

물론 가상 조이스틱이 좌측 하단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른바 ‘AUTO SKILL’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문제는 이 게임이 처음부터 성장과 수집을 노골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게임의 ‘AUTO’ 시스템은 퀘스트 목록을 한 번 터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이 흐름을 멈추는 방법부터 찾게 될 소지가 크다. 가끔 모니터만 들여다보면서 게이머의 체력 부분만 신경쓴다면 모를까, 그러니까 게임과 타 미디어(영화를 본다거나 인터넷을 한다거나)를 동시에 접하려는 이른바 생활형 멀티플레이를 자처한다면 이 게임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 설치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질로 승부하는 해외 인디 게임 시장에서 과연 ‘킬링 타임’이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개인적으로는 MMORPG, 특히 모바일 온라인 게임 경험이 전무한 관계로 스트리머들의 충고와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이 바닥에서 마니아로 통하는 그들이 말하는 <더 파인더>는 본인이 느낀 과정과 거의 비슷했다. 처음부터 양산형 게임으로 눈치채는 게이머도 있었고, 더 나아가서 ‘재탕’이나 ‘삼탕’을 의심하는 게이머도 있었다. 그들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퀄리티와 시스템은 별개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더 파인더>의 출시 시간에 맞춰 생방송을 진행한 스트리머는 특이하게도 시나리오 첫 부분부터 막히고 말았다. <사신 모바일>에도 등장했던 이선이라는 남자와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퀘스트 목록 터치가 먹통이었던 것이다. 우스꽝스럽게도 그와 비슷한 증상을 겪는 게이머들이 이선 앞에 줄을 서고 있었다. 그는 자연스럽게도 이선이라는 남자가 한 명씩 만나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하고 말았다. 게다가 레벨 10 이하로는 채팅도 할 수 없어서 문제점을 공유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답답한 나머지 사냥터로 나섰는데 지도를 시각적으로는 보여주지만, 목적지만 터치하면 캐릭터가 어디든지 가로질러 건너갈 수 있다. 여기에서도 가상 조이스틱의 활용 정도가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사냥터로 들어서지만, 시나리오를 진행해야 장비도 얻을 수 있으니 재접속해 보기로 한다.

다른 스트리머의 경우도 비슷했다. 그는 장비와 스탯 부분에서 이미 하품이 나올 정도로 심심하다고 평가했다. 잔여 포인트를 통해 힘, 민첩, 지능, 활력을 강화하고, 장비와 함께 아이템을 통해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매우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캐릭터마다 추천 시스템까지 있고, 자동 장착까지 준비되어 있어서 대체 게이머가 집중해야 할 요소는 어디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AUTO’ 시스템 덕분에 시나리오가 물처럼 흐르는 것은 반길 만하지만, 역시나 시간이 흐를수록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마 팡스카이에서는 모바일 MMORPG 게임의 핵심을 속도전으로 분석한 모양이다. 이를테면 지하철에서 모바일 MMORPG로 시간을 때우는 성인 남녀들이 스토리에는 집중하지 않고, 대충 손으로 터치하면서 넘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최근 범람하는 모바일 게임들이 대부분 성장과 수집에 집중하고 있고, ‘현질’을 유도하는 페이지는 비교적 큰 폰트로 구성하는 것이다. 어쩌면 <사신 모바일>을 비롯한 <더 파인더>는 이러한 익숙한 흐름을 따라갔다고 볼 수 있다.

스트리머의 경험담을 길게 늘어놓았던 이유는 본인의 경험이 전무한 탓도 있지만, 최근 모바일 게임들이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부 스트리머는 이 게임을 이른바 ‘재활용’의 연장선으로 분석하기도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오프닝을 보면서 새롭게 추가된다는 콘텐츠에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뭐 하나 걸리라’는 식의 얄팍한 마케팅이 아닌, 게이머들의 눈이 번뜩일 만한 반전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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