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퍼즐 게임, 네바에 리뷰

  • 입력 2020.09.21 17:50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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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가까이 리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내 생각보다 이 게임들이 즐길만 하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필자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소위 말하는 명작 게임이 아니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가뜩이나 없는 시간 쪼개서 하는 여가시간에 굳이 잘 알지도 못하고, 하고 싶지도 않은 게임을 해야 하나? 하지만 일단 건드려 보니까 꽤 재미난 게임들이 많았다.

수 많은 게임들 중 필자의 편견 아닌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린 장르는 퍼즐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리뷰를 하기 전까지 필자는 찢고, 부수고, 때리는 액션, RPG 장르나 스포츠 아니면 거의 손을 대지 않았었다. 다른 류의 게임은 지루하거나, 고작 게임을 하는데 너무 많은 생각을 요구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뷰를 하면서 접해본 최근 퍼즐 어드벤처 게임들은 충분히 긴장감 있고, 재미있었다. 퍼즐을 풀어가면서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맛도 있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방식의 퍼즐 역시 새롭게 다가왔다.

그래픽에 대한 편견 역시 일부 사라졌다. 필자와 친구들은 예전부터 소위 말하는 그래픽 충이었다. 실제와 비슷한 종류의 변태적인 퀄리티의 그래픽에서 만족감을 느껴온 진성 벌레들이라 2D나 도트는 그냥 추억팔이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많은 게임을 접하면서 그래픽이 꼭 그 게임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픽이 끝장나게 좋은데 망겜도 있고, 도트나 단순한 2D 그래픽인데 색다른 진행방식으로 재미를 선사하는 게임도 있다. 많은 경험으로 인해 필자는 이제 좋은 게임이란 스토리와 조작, 시스템 등이 잘 어우러진 게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 리뷰할 네바에 역시 마찬가지. 아마 과거의 필자였다면 게임 소개 영상에 나와 있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그래픽만을 보고 실망에 빠졌겠지만, 필자는 더 이상 그래픽 충이 아니다. 게임 전문 퍼블리셔 CFK가 지난 917일 출시한 네바에는 과연 갓겜이 될 수 있을까? 함께 살펴보자.

대사와 자막 없는 진행으로 다소 불확실한 스토리 전달

네바에 스토리의 가장 큰 특징은 음성이 없다는 거다. 무성게임이라도 스토리 표현만 제대로 된다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솔직히 필자에게는 이 점이 큰 단점으로 다가왔다. 일단 스토리 자체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스팀에 올라온 스토리 설명을 보면 마을의 가로등 불이 꺼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녀가 탑에 올라 빛나는 나비를 훔치게 되는데, 그 결과 온 세상에 빛이 사라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녀가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내용을 게임 내에서는 제대로 알기가 힘들다. 일단 소녀는 뜬금없이 길거리에서 눈을 떠서 이 마을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탑으로는 어떤 마을 남자의 안내에 따라서 함께 들어간 것 같은데, 이 남자도 사라져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소녀의 호기심 덕에 이 사단이 난 것으로 보이는데, 대체 왜 이 소녀를 플레이하고 있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스팀의 설명을 안 보고 게임만 플레이하면 주인공인 소녀가 멍청하고 무지함으로 마을에 재앙을 몰고 온 존재로 보이고, 보스인 가면 쓴 여자가 오히려 나비를 지키려는 선한 인물로 보인다.

스토리 표현의 불확실성은 뒤로 제쳐두고 스토리 자체는 참신하다. 특히 빛을 잃어버린 마을의 표현이 굉장히 음산하면서도 괴이해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것들이다. 스토리가 표현되는 새로운 방식 자체는 신선했지만, 조금만 더 친절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글 한 줄만 추가해 주던가. 아니면 조금 더 명확하게 표현했으면 이런 오해는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빛으로 풀어나가는 퍼즐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시스템 역시 꽤 독특하다. 네바에의 모든 진행은 빛에 좌우된다. 진행하다보면 모자이크라도 된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구간이 있는데, 여기에 빛을 비추면 선명한 물체, 몬스터의 모습이 드러나는 식이다. 장애물로 길이 없는 상황에서도 빛을 비추면 장애물이 사라져버려서 지나갈 수 있게 된다. 모든 퍼즐의 끝이 결국에는 빛으로 귀결되는 상황. 빛을 공급하는 방법도 독특하다. 특정 키를 누르면 시간이 멈추고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데, 이 모드에서 조작할 수 있는 검은 나비를 빛을 저장하는 용기에 가져다대면 그 곳에 빛이 충천되는 식이다. 거의 모든 퍼즐이 이 방법으로 해결되고, 일부 구간에서는 빛에 의한 그림자로 퍼즐이 풀리기도 한다.

퍼즐이 어렵지 않아서 진행은 빠른 편이다. 퍼즐이 너무 쉽기 때문인지 빛이 없는 곳에서는 주인공의 체력이 닳아 버리는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것도 그렇게 보통 난이도에서는 큰 패널티로 와 닿지가 않는다. 퍼즐을 풀기 위해 천지 사방에 빛을 뿌려놓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냥 빛만 비추면 끝인 퍼즐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퍼즐이 조금씩 복잡해진다. 빛을 비췄을 때 나오는 그림자를 특정 부분에 설치해야 한다든가, 그림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일치시켜야 한다든가 하는. 여기다 간간히 직접 조작해야 하는 퍼즐도 등장해서 퍼즐이 부족하다고 느낄 새는 없다. 정작 문제는 그래픽과 보스전이다.

흑백이라 호불호는 갈릴 듯.

트레일러나 홍보 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네바에는 흑백 게임이다. 이게 꽤나 호불호를 탈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취향 자체가 좀 올드해서 흑백 감성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불편한 구간이 있었다. 게임 내에서 빛을 비추지 않으면 적들은 단순한 모자이크 덩어리나 회색의 얼룩처럼 보인다. 이게 그냥 단순한 오류, 혹은 그래픽적인 실수인 줄 알고 그냥 지나가다가 피 본 일이 꽤 많다. 전체가 흑백배경이라 사물 구분 자체가 어려운 점도 문제. 퍼즐을 푸는데 중요한 열쇠가 될 구조물인데, 흑백 화면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흑백 특유의 감성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흑백이라 빛이 사라진 상황이 좀 더 직관적으로 표현되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너~, 너무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다. 온갖 화려한 그래픽이 난무하는 상황에 깔끔하지도 않고, 어딘가 정신없어 보이는 흑백 게임을 누가 하겠는가? 적어도 빛이 비추는 곳만이라도 칼라로 표현하거나 조금 더 색다른 이펙트가 있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흑백이라는 그래픽을 택한 시점에서 호불호는 있을 수밖에 없는 요소지만 이 불편함을 해소하면 조금 더 대중적인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빈약한 보스전

이 게임의 정체성은 어디까지나 퍼즐 어드벤처다. 퍼즐을 풀어나가며 앞으로 계속 진행해 나가는 게임임은 분명하지만, 그 와중에 보스전도 일부 존재한다. 그런데 긴장감 넘쳐야 할 이 보스전이 너무 쉽게 구성되어서 중간보스처럼 느껴진다. 보스들의 공격도 피하기 너무 쉽고, 데미지를 주는 것도 어렵지 않다. 마리오처럼 직접 적을 밟았을 때도 데미지가 들어가는데, 이보다 더욱 효과가 큰 것은 빛을 활용한 공격이다. 보스가 있는 방에는 여지없이 빛으로 구성할 수 있는 그림자가 존재하는데, 이를 보스에게 맞추면 데미지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이 단순한 작업 몇 번만 성공하면 쉽게 보스를 클리어할 수 있다. 유일하게 제대로 된 전투씬이라고 할 수 있는 보스전인데 너무 허무한 느낌이다.

단점은 명확하지만, 장점도 확실한 게임. 가볍게 즐기기 좋다.

힐링게임이 그렇듯, 네바에 역시 호불호가 갈리긴 할 것 같다. 흑백화면으로 인한 선명하지 못한 그래픽, 어딘가 둥둥 떠다니는 듯한 배경 등 불호의 요소가 있지만, 이를 충분히 덮을만큼 퍼즐은 참신하고, 독특하다. 볼륨이 작은 편이라 가볍게 퍼즐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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