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 하크(HAAK), 과연 열광할 것인가? 중국에서 건너온 메트로베니아

  • 입력 2020.09.19 00:29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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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하크(이하 Haak), 이른바 용감한 하크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이 타이틀은 그 유례부터 흥미롭다. Haak는 광동어로 검은색을 의미하며 이 게임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하다. 이 게임의 메커니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해킹 기술의 발음이 Haak와 동일하다는 점. 게다가 네덜란드어로 Hook을 의미하는데 주인공의 주요 무기가 갈고리라는 것이 우연치고는 꽤 놀랍다.

중국 광동성에 위치한 블링 게임(Bling Game) 스튜디오는 얼리 엑세스(Early Access)를 통해 Haak를 출시했으며 약 1년 동안 다듬을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2021년 후반기에 정식 버전을 내놓겠다는 그들의 계획과 달리 게임의 완성도는 꽤 매끄러운 편이다.

검은색의 남자이자 이 게임의 주인공, 하크는 3개월 전 사라진 형, 바크를 찾아내기 위해 황폐한 거리를 거닐다 Tr8이라는 수수께끼의 인물과 접촉한다. 그는 이 미로와 같은 빌딩 사이를 빠져나가게 한 대가로 자신의 정보원, 3kyo를 찾아달라고 요구한다. 마침 바크의 소재를 알고 있다는 시민을 만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북역 지하실로 향한다. 그 와중에 내비게이션을 획득하면서 위험천만한 미로를 빠져나가고, 건틀렛을 손에 쥐면서 자신을 위협하는 악당들과 한판 승부를 펼친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이 게임의 핵심 요소인 갈고리가 있다.

블링 게임 스튜디오가 밝힌 것처럼 이 게임은 <슈퍼 메트로이드(Super Metroid)>와 같은 메트로베니아 게임의 영향을 받았지만, <젤다의 전설 : 시간의 오카리나>에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마도 Tr8과의 교신 과정에서 나타나는 스토리텔링과 수많은 상호작용, 흥미로운 이스터에그 등을 통해 독립적인 장르를 고집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은 최소한 이 게임을 메트로베니아 라이트정도로 해석해 주길 바라고 있다.

그들이 전통적인 메트로베니아 장르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에는 갈고리시스템이 있다. 하크의 갈고리는 적들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면서 플랫폼(발판) 게임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조준 모드가 작동되면서 발사 방향을 360도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데 특이한 점은 불릿 타임(bullet time)이 발동된다는 점이다. XBOX 게임 패드 기준으로 R 스틱을 움직이면 화면에서 움직이는 모든 오브젝트들이 슬로 모션으로 변경된다. 이는 공격이나 기동성 면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작용하는데 이른바 갈고리 포인트를 통해 스피드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더 빠르게 앞으로 직진하고 싶다면 갈고리 포인트 정면에서 발사하면 될 것이고, 위로 높게 떠오르고 싶다면 갈고리 포인트를 지나쳐서 뒤늦게 발사하면 될 것이다.

갈고리는 전투에서도 효율적이다. 게이머가 지나쳐야 할 발판을 위협하는 에너미 오브젝트들이 일정한 시야 안에 놓이면 과녁 센서가 작동되면서 조준 모드 필요 없이 타격할 수 있다. 이 게임의 적들은 사각지대에 머물면서 게이머들을 성가시게 하는 경우가 많다. 게이머는 발판을 삼아 도약하면서 불릿 타임을 발동해 적들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불릿 타임은 보스와의 전투에서 가장 효과적이다. 게이머의 첫 번째 보스인 왕나대는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전방 공격을 자랑한다. 특히 지면에 진동을 일으키면서 바위 조각들을 떨어뜨리는데 이런 다양한 패턴을 알아가는데 불릿 타임이 꽤 유용하게 쓰인다. 물론 왕나대의 패턴을 모두 파악하고 나면 갈고리 공격도 필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불릿 타임과 더불어 사용하는 갈고리 공격은 그만큼 매력적이다.

문제는 이 게임의 난이도다. 안타깝게도 얼리 엑세스 과정에서는 난이도 설정이 없다. 피드백을 통해 고려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게이머들의 선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난이도 설정은 필수로 보인다.

먼저 게이머가 느끼는 취향이나 플레이 실력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본인 역시 <슈퍼 메트로이드>부터 <악마성 드라큘라 X 월하의 야성곡>, 최근에는 <블러드 스테인드 : 리추얼 오브 더 나이트>까지 즐겼지만, 이 게임의 반복적인 죽음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물론 메트로베니아 장르들은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에게 일부분 죽음을 통해 집중적인 공략을 요구한다. 각 스테이지에 여러 함정과 에너미 오브젝트들을 배치해서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경우가 없도록 하고, 이러한 복습을 반복시키면서 피해갈 수 없는 중독성을 자랑한다.

이 게임에서 느끼는 문제점은 그 복습 과정이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다. 북역 지하실에서 지진이 일어나면서 빠져나오는 그 과정은 거의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새로운 난관들이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에 무한 반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뒤에서는 대형 병기가 위협적으로 따라붙었고, 장애물까지 파괴해 나가면서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대형 병기에게 짓밟히거나 뜨거운 레이저 맛을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위기 상황은 여느 게임들에서도 봐 온 것처럼 익숙하다. 문제는 돌파해야 할 난관이 저마다 쉽지 않고, 결정적인 것은 바로 갈고리 포인트에 있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갈고리는 이 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지만, 오롯이 게이머만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불릿 타임을 발동해서 360도 방향으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지만, 하크가 갈고리 포인트들을 뛰어넘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히 건너가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본인의 게임 실력을 탓하고 싶다. 갈고리 포인트들이 불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고, 그것들을 발판 삼아 일직선으로 향하는 게 그렇게 어렵다는 사실을 한탄하고 싶지는 않았다. 문제는 바로 코앞까지 뒤쫓아오는 대형 병기에게 죽은 횟수가 누적될 때마다 쌓이는 피로감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추격전은 게임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리듬감으로 느끼지만, 블링 게임 스튜디오 사람들은 뭔가 다른 생각을 한 것처럼 보인다. 게이머가 난관을 하나씩 해결할 때마다 희열을 느끼길 바라고, 마지막 순간에 탈출할 때 만세라도 부르길 바란 모양이다. 그들이 바라는 게이머는 메트로베니아 마니아면서도 발판만 봐도 패드를 놓지 않을 정도의 열정이 있어야 한다. 발판이 좀 미끄러워서 싱겁게 죽어도, 거의 끝까지 달려와서 이제 막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판에 키패드 살짝 삐끗해서 죽는다고 해도 금방 잊을 수 있을 정도로 미쳐 있어야 한다.

물론 <마계촌> 시리즈를 즐겼던 마니아 게이머들이라면 이 정도 난이도에는 코웃음을 칠 것이다. 오히려 짧은 플레이 타임 때문에 얼리 엑세스를 핑계 대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난이도 개선은 꼭 필요해 보인다. 체력이 고갈되지 않았는데도 함정에 걸린 이유 하나로 스테이지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앞에서도 거창하게 설명했던 추격전, 엄밀히 따지면 탈출극 역시 지나치게 길어지면 피로감도 쌓이겠지만 설득력도 떨어진다. 장애물 파괴와 대형 병기가 발사하는 유도 미사일까지는 좋지만, 갈고리를 통한 일직선 이동까지 겹치니 할 일이 태산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이러한 탈출극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흐름이 끊긴다는 점이다.

이 게임을 2시간 안에 클리어한 게이머도 있다. 그는 얼리 엑서스 게임이 데모보다 약간 길어서는 안 된다.”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반면 앞서 언급했던 탈출극에 질색해 버린 게이머도 있다. 그는 대체 로봇의 속도는 어떻게 설계되었나? 내가 뛸 시간이 없다. 진심인가?”라며 난이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Haak는 블링 게임 스튜디오의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카툰 스타일과 고해상도 픽셀 아트가 결합된 비주얼은 가끔 눈이 번뜩일 정도로 놀랍다. 꼼꼼한 렌더링과 높은 프레임 속도의 2D 애니메이션은 블링 게임 스튜디오가 자랑하는 장인 정신이다. 동아시아 문화를 반영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는 메트로베니아 장르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그들만의 고집이 엿보인다. 또한 모험을 하는 동안에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게임 엔딩에도 영향을 끼치게 제작했다. 블링 게임 스튜디오는 기특하게도 얼리 엑세스 과정에서 피드백을 통해 게이머들과 함께 결말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 하크가 어떤 캐릭터로 돌아올 것인가? 제발 죽음이 너무 반복되지만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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