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견장의 무거움, PC 'COMBAT MISSION SHOCK FORCE 2' 리뷰

  • 입력 2020.09.15 14:46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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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도 살살 맞으면 안 아파' 는 상당히 오래된 드립이다. 그러나 현실은 게임이 아니다. 권총이나 소총, M4와 AK에 정해진 데미지 같은 건 없다. 총상은 고통을 떠나서 생명에 아주 큰 위협이 되는 큰 사고다. 아프고 어쩌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FPS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것에서 출발한 이 드립은 '게임'에서만 놓고 본다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총 게임'이라고 부르는 FPS에는 다양한 총기가 등장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총기들은 화력, 연사력, 사거리, 장탄 수 등의 능력치가 다양하게 조절된다.

 

이를 통해 FPS 게이머들은 현실에서는 만져볼 수 없는 각국의 다양한 총기를 통해 재미를 느낀다. 특히 '피지컬'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장르인 만큼 다양한 총기 중에서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장비를 찾는 것 또한 FPS의 묘미다.

몇몇 FPS 매니아 중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부분이 강하게 적용된 걸 좋아하는 부류도 있다. 물론 게임을 통해 총기의 반동이나, 총열의 뜨거움 화약 냄새 같은 것은 느낄 수 없지만, 다른 부분은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온도, 습도, 풍향에 의해 민감하게 변화하는 탄도를 적용하거나, HP를 없애고, 현실처럼 총상을 당할 경우 그대로 행동불능이 되는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한다. 정확하게 그 장르를 구분할 순 없지만, '밀리터리 FPS'나 '택티컬 FPS'라고 부르는 게임들이 여기에 속한다. 

 

현실성을 추구하는 것은 FPS뿐만이 아니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RTS의 경우엔 실제 군사 훈련 작전에 활용되는 '워게임'이 더 어울릴 정도로 '재미' 보다는 '현실성'에 더 무게를 두는 게임들도 있다. 

 

'스타크래프트'처럼 '마린, 메딕 한 부대에 탱크 4기 어택땅'의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부대의 지휘관이 되어서 병력을 운용하는 것이다. 주어진 아군의 병력을 지형이나 기후, 적의 진영에 맞춰 임무를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뜻이다.

게임과 현실의 경계에서 '현실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게임들은 사실 일반 게이머들이 접근하기엔 상당히 버겁다. 전쟁이란 게 재미있다는 것도 안될 일이지만, 사실 실제로 군사 작전 훈련은 영화나 게임처럼 명령 몇 번으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만큼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전쟁'을 다루는 게임에서 박진감이나 긴장감, 화끈함을 원하지만, '밀덕'이라고 불리는 매니아들이 원하는 게임은 이런 '재미'를 추구하는 것과는 방향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이 여기에 속한다. 바로 '컴뱃 미션 쇼크 포스 2'라는 게임이다. 국내의 게이머들에겐 조금 생소한 이름이지만, '밀덕' 게이머들에겐 상당히 좋은 평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재미보다는 현실성, 그리고 게임보다는 시뮬레이션의 성격이 강한 만큼 접근하기엔 진입장벽이 높았던 게임이다.

 

과연 '현실성'이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기존의 RTS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그리고 도대체 어떤 부분을 '밀덕' 게이머들이 좋아하는지 한 번 알아볼까 한다. 

우선 '컴뱃 미션 쇼크 포스 2 (CMSF2)'는 정식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워 게임에 한 번 입문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기엔 쉽지 않다. 입문용 타이틀로 봤을 땐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만큼 기본적으로 매뉴얼이 제공된다. 하지만 모두 영어로 되어있고, 여기에서 사용하는 단어들도 생소한 군사용어가 많다. 군대를 전역한 예비역이라면, 어느 정도 눈치껏 그 단어를 파악할 수 있겠지만, 정확하게 게임을 이해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따로 제공되는 매뉴얼은 6개의 PDF 파일로 되어있고, 100페이지에 가까울 정도로 그 내용이 방대하다. 섣부르게 도전할 만한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첫 느낌은 예전의 '팔콘 4.0'의 매뉴얼을 봤을 때와 비슷했다. '배울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빨리 포기하는 게 낫겠다'

'하나씩 천천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우선 게임을 실행하면, 2020년과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화면이 등장한다. 바로 시작 할 수 있는 배틀, 퀵배틀, 캠페인은 보이지만, 튜토리얼을 제공해주진 않는다. 대신 캠페인을 시작하면, '트레이닝'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내가 'CMSF 2'에서 가장 먼저 벽을 느끼는 것은 바로 '시점'이다. 일반적으로 접해왔던 RTS나 시뮬레이션 게임과는 달리 정해진 시점이 없다. 모든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마우스 클릭이나 휠을 잘못 눌렀다가는 바로 카메라가 바뀐다.

 

키보드의 'WASD'쪽은 시점을 움직이고 변경하는 데 쓰인다. Q와 E는 축으로 시점이 전환되고, 높고 낮음은 R과 F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게이머가 생각하는 것처럼 'A는 어택, S는 스탑' 이런 식이 아니다. 시점 적응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시점을 어느 정도 잡아둔 다음에는 병력에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이도 만만치 않다. 일단 '클릭&드래그'는 'CMSF 2'에서 소용이 없다. 일반적인 RTS라면 다수의 부대를 드래그한 후 부대지정을 하고 공격이나 무빙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CMSF 2'는 단순히 '움직인다, 공격한다'의 명령에 그치지 않는다. 여기에서 더욱 확장되고, 디테일한 명령을 통해 부대를 움직일 수 있다. 

 

부대의 명령은 'M C S A'의 4가지 패널에서 선택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M'은 'MOVEMENT' 로 기본적인 움직임의 명령을 선택하는 패널이다. 이동을 느리게 할지, 빠르게 할지, 적과 마주치면 교전은 어떻게 할지 등 다양한 움직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C'는 'COMBAT'으로 교전수칙을 정하는 것이다. 적을 마주할 경우 공격을 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범위를 경계할 것인지 등을 선택할 수 있다. 'S'는 'SPECIAL'로 특수 명령을 실행한다. 차량의 경우, 주변이 사막이거나 마른 땅일 경우엔 먼지를 일으키는 등의 특수행동을 지시할 수 있다.

 

처음엔 분대, 소대 단위의로 명령을 내려야 하므로, 처음엔 '드래그가 왜 안되는 거지?'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다수의 소대에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SHIFT 키를 사용해야 한다.

A에서 B로 부대를 움직이는 것도 단순하지 않다. 하나하나 세부 지침들을 정해주고, 또 이동 경로 역시 정해야 한다. 부대의 움직임은 직선을 기본으로 한다. 때문에 세밀한 움직임을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경로를 자세하게 설정해야 한다.

 

각각의 지점은 하나의 타일 범위로 설정된다. 목표지점에 부대가 도달할 경우 멀뚱멀뚱 서 있지는 않는다. 부대의 이동 지점이 벽이나 건물일 경우 자동으로 엄폐하고, 언덕이거나 적이 시야에 들어오면 엎드려서 은폐한 후 바로 교전하기도 한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단순히 '움직임'에만 집중한 나머지, 부대가 공격받는 경우가 많았다. 병법의 기본이 '지피지기'듯, 'CMSF 2'에서도 아군의 움직임만큼, 적이 어디에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에서 정해준 '목표 지점'은 말 그대로 최종 지점이다. '최대한 빨리 그냥 어택땅 찍으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그 지점까지 가는 과정을 어떻게 짤 것이며, 최소한의 피해로 임무를 수행할 것인지, 부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전체적인 판을 짜는 것이 바로 'CMSF 2'의 진짜 목표다. 

게임의 진행은 '턴제'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플레이어가 각 부대에 명령을 내리고, 게임 진행을 하면 1분간 그 과정을 관전하는 방식이다. 즉, 하나의 미션에서 총 40분이 주어진다면, 40턴을 진행하는 셈이다. 숙련된 플레이어는 '실시간'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갑자기 발생하는 변수에 빠르게 대처해야 하므로 입문자, 초보자는 추천하지 않는다.

 

게임의 '배틀'은 실제 지형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부대의 규모, 지형, 운용하는 군대의 국가 등 다양한 환경의 전투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처음엔 캠페인의 트레이닝부터 차근차근 접근한 후, 개별 배틀에서 난이도를 최대한 낮추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 난이도에 따라서 부대가 이동할 수 있는 적정 거리를 정해주거나, 적의 위치를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주기 때문이다.

 

'게임은 일단 헤딩이지' 라는 생각으로 멋모르고 배틀부터 시작하면 상당히 고생한다. 내가 이런 부류에 속한다. 처음부터 30분 자리 짧은 미션 하나를 선택했고, 이것저것 눌러보면서 게임을 익혔는데, 부대를 제대로 '교전'시키는 데에만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엔 무조건 '튜토리얼' 부터 찾아서 플레이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헤드셋을 착용하는 플레이어는 실제 전장의 소리들, 차량의 배기음과 엔진소리, 부대 무전 교신, 산발적으로 들려오는 총성과 포격음을 그대로 듣게 된다. 부대의 병력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머리를 쥐어짜는 와중에 실제로 이런 전장의 소리가 들려오면 엄청난 스트레스다. '실제 전쟁에는 재미라는 요소가 없다'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CMSF 2'는 게임의 '재미' 요소보다 '시뮬레이션'에서 느낄 수 있는 현실성과 디테일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연히 화려한 이펙트나 사실적인 모델링, 모션 같은 것은 없다. 대신 각종 데이터와 수치,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변수들의 디테일은 상당히 높다. 기존의 개념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이런 장르가 어떤 건지 한 번 찍먹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오래 하지 못할 것이다. 대신, '하나의 장르를 깊게 파보고, 매니아들이 왜 열광하는지 그 깊은 맛을 느껴보고 싶다'하는 생각이라면, 새로운 분야를 '학습'하고 그 결과를 시험해 보는 것을 원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해볼 만하다.

 

기존의 '어려운 게임'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뭔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차라리 그냥 지나치는 것도 좋다.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비싼 돈을 주고 스트레스만 받다가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CMSF 2'는 현실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전쟁의 현실성과 그 무게감을 견딜 자신이 있는 플레이에만 도전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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