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희귀 시리즈가 그저그런 레이싱 게임으로? 프로젝트 카스3 리뷰

  • 입력 2020.09.07 00:35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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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가상현실에 재현해 내는 콘텐츠다. 살인, 파괴, 추리, 연애까지. 보통 인간은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을 게임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 주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부여하는 콘텐츠가 게임인 것이다. 수 많은 장르 중에 속도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을 구현한 것이 레이싱 게임이다. 운전을 해 본 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봤겠지만,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아무 걱정 없이 액셀을 밟을 때의 쾌감은 상당하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풍경들과 바람을 찢을 것처럼 달리는 자동차가 주는 스릴은 남자라면 누구나 마다하지 않는 순간들일 것이다.

레이싱 게임은 이러한 인간의 속도에 대한 욕망을 구현한다. 평소 현실적 여건(좋게 포장했지만 결국 돈이다. ㅜㅠ) 때문에 타보지 못한 고급 차들, 이른바 스포츠카를 타고 전국의 유명한 서킷을 달려보는 경험은 오직 게임으로만 가능하다. 보다 현실적인 게임을 위해 레이싱은 VR로도 등장하고, 실제 핸들을 닮은 기기로 조작할 수도 있다. 레이싱 게임은 판타지의 영역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영역의 스포츠이기에 얼마나 현실과 유사한지, 조작방법이나 그래픽이 실제 차를 타는 것과 얼마나 같은지가 관건이 되는 장르다.

솔직히 필자는 레이싱 게임을 거의 해보지 않았다. 레이싱 게임의 1인자라는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도 어렸을 때 한 두 번 플레이 해본 게 다고, 그 외에는 이와 비슷한 류의 레이싱 게임은 거의 플레이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카트라이더와 옛날 오락실에서 500원 넣고 플레이 했던 이름도 모를 레이싱 게임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 828, 레이싱 게임 시리즈, 프로젝트 카스의 3번째 작품이 출시되었다고 해서 리뷰를 진행해보려 한다. 필자 본인은 레이싱 게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주변에 한 때 레이싱 게임에 푹 빠져 지냈던 지인이 있어 그의 도움을 일부 받았음을 밝혀둔다.

다른 건 신경쓰지 말고 레이스만 즐겨라.

전통적으로 레이싱 게임은 스토리라는 게 있을 수가 없다. 단순히 레이싱을 하면 끝나는 게임에 스토리가 있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 때는 주인공이 등장해서 앞에 놓인 상대 레이서와 경주해서 이기는 플랫폼이 대세를 이룬 적이 있다. 이니셜D였나. 하지만 그래픽이 발전하고, 게임에 추가되는 차종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스토리 모드보다는 다양한 서킷, 차종을 구현하는 것이 레이싱 게임에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말았다. 프로젝트 카스 역시 이러한 차종과 서킷 추가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프로젝트 카스3의 시스템은 굉장히 간단하다. 그냥 내 차를 하나 구입하고, 서킷을 달리며 목표를 완수해서 더 좋은 서킷을 제패하는 거다. 처음에는 로드 E라는 클래스에서 시작하는데, 서킷의 목표를 완수할 때마다 돈을 받아서 다음 클래스의 서킷을 해제, 또 다른 레이스를 즐기면 된다. 레이스는 서킷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랩 시간을 재는 레이스도 있고, 전통의 순위 결정전도 있다. 목표도 크게 어렵지는 않다. 몇 분 안에 랩을 돌아라, 혹은 코너를 완벽하게 돌아라. 이런 식이다. 로드 E에서 로드 B까지. 그 다음은 하이퍼 카와 GT까지. 난이도별로 단계가 구현되어 있어서 이 단계만 충실히 따라가도 유저의 조작능력이 향상되도록 구현해 놓았다.

레이싱 게임의 핵심인 멀티플레이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일반 온라인 대전게임처럼 빠르게 매치상대를 잡는 모드가 있고, 경기 시간을 정해서 예선을 진행하고 본선에서 경쟁하는 모드가 있다. 마지막은 서킷과 날씨 등을 모두 입맛대로 조정해서 즐길 수 있는 커스텀 모드가 있다.

나만의 드림카, 나만의 드라이버

레이싱 게임의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즈 기능 역시 잘 구현되어 있다. 브랜드 협조가 되어야 하는 레이싱 게임의 특성상 모든 차량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유명 브랜드의 차량은 거의 전부 구현되어 있다. 포르쉐, 벤츠, BMW, 아우디, 토요타, 쉐보레, 재규어 등 꿈에만 그리던 차들을 직접 운전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차량의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현실과는 다르다. 현실과는!) 서킷을 몇 번 돌면 자동으로 돈이 모여서 차량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다. 보통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어떻게든 가장 성능이 좋은 차를 찾기 마련이지만 이 게임은 난이도에 맞는 차량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처음에 시작하는 차량은 로드 E 등급이다. 레이싱에서는 가장 낮은 단계의 차지만, 바퀴, 핸들, 엔진 몇 개 바꿔주면 이 차는 금방 로드 D, C등급이 된다. 문제는 이렇게 등급이 오르면 로드 E 서킷은 돌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다. 자연히 로드 E를 돌기 위해 다운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로드 D 수준은 안 되지만, 로드 E에서는 최고 성능이 되는 차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뜻. 그런데 이 과정을 게임에서는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는다. 물론 업그레이드 창이 뜨면 대략적인 설명이 나오긴 하지만 처음에는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아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견뎌야 한다. 실제로 필자는 무조건 성능이 좋으면 최고인 줄 알고 만땅까지 업그레이드 했다가 서킷 입장이 안되어서 다시 다운그레이드하는 수고를 거쳐야 했다.

드라이버도 커스터 마이징이 가능하다. 레이서의 성별은 물론이고, 헬멧이나 옷의 종류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큰 의미가 없다. 사실상 드라이버가 등장하는 건 수상식에서 손 몇 번 흔드는 장면이 다니까.

시스템 설명은 훌륭. 기술 설명은 제로. 극과 극이다.

프로젝트 카스 시리즈는 매니아들 사이에서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으로 불린다. 시리즈 전통적으로 조금만 방향을 틀어도 차체가 크게 움직일 정도로 민감한 반응도 그렇고, 타이어 마모, 피트스탑 등 진짜 레이싱을 구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디테일한 구성으로 호평을 받은 시리즈였다. 당연히 레이싱 고인물들은 사랑하는 게임이었지만, 신규 유저의 유입은 어려운, 그런 게임이 되고 말았다. 이런 점을 인식했는지, 이번 작에서는 신규 유저를 배려한 장치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타이어 내구도나 피트스탑은 아예 삭제되었고, 코너를 돌 때는 언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고, 언제 액셀을 밟아야 하는지 설명해 주는 마커도 생겨났다. 여러 모로 많은 변화를 준 부분이지만, 일부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프로젝트 카스 시리즈의 전통인 사실성과 깊이 있는 주행의 재미가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다.

시리즈의 전통 팬은 불만이겠지만, 필자처럼 이 게임으로 레이싱 게임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꽤 친절한 시스템이었다. 조작 방법도 초보자를 선택하면 코너에서 알아서 브레이크를 잡아주기도 한다. 문제는 시스템은 친절하게 만들어 놓고, 기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필자같은 레이싱 게임 무식자는 레이싱 게임은 그냥 액셀만 주구장창 밟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레이싱 게임 달인들은 하나의 코너를 도는 데에도 여러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언제 브레이크를 밟고 떼야 하는지, 핸드 브레이크는 언제 쓰는지. 드리프트는 언제, 어떻게 쓰는 것인지. 이런 부분들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 기술에 대해 조금 더 세세하게 알려주는 튜토리얼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깨지고, 흐릿하고. 내가 데모판을 하고 있나?

레이싱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그래픽이다. 보기만 해도 황홀해지는 드림카를 얼마나 사실적인 수준으로 구현했는가. 그리고 서킷의 주변 배경이 얼마나 아름답고 환상적인가. 주행을 하는 순간의 속도감은 또 얼마나 잘 구현했는가. 솔직히 말해서 이런 부분에 있어서 프로젝트 카스3는 낙제점을 받기에 충분하다.

프레임 드랍도 자주 일어나고, 일부 구간에서는 아예 그래픽이 깨져서 하얀 빛으로 처리되는 부분도 있었다. 차량의 질감이나 색감은 좋았지만, 차량을 제외한 모든 부분의 그래픽이 수준 미달이었다. 드라이버가 클로즈업되는 수상 부분에서는 마치 도트를 연상시킬만큼 픽셀이 도드라져 보였고, 배경도 흐릿한 부분이 많았다.

리뷰를 진행한 필자의 기기가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65인치 UHD TV에서 게임을 했고, 기기는 PS4였다. 다른 게임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걸 보면 이건 게임 자체의 문제라고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시리즈의 이름에 먹칠을 한 건 아닐까?

당연히 좋은 부분도 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 때는 차체가 조금 밀리는 현상을 그대로 구현했고, 드리프트로 아슬아슬하게 코너를 빠져나갈 때의 쾌감은 꽤 좋다. 게임 한 판에 5분이 안 걸리도록 볼륨도 조절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주구장창 레이싱만 즐겨야 한다는 점만 빼면 레이싱 초보자인 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친절한 요소도 많았다. 하지만 레이싱 게임 마니아인 지인은 프로젝트 카스가 자신의 장점을 내던지고 그저 그런 레이싱 게임이 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런 수준의 레이싱 게임은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굳이 프로젝트 카스여야 할 이유.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추천은 못하겠지만, 가볍게 레이싱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구매해도 좋을 것 같다. 6만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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