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스트레이트 로드, 볼륨을 높여라… 5.1 채널을 준비하라

  • 입력 2020.08.28 13:26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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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스트레이트 로드(No Straight Road)의 여정은 꽤 흥미롭다. <파이널 판타지 Type-0> <파이널 판타지 15>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말레이시아 태생의 개발자는 로드 트립의 로망 속에 록(Rock) 음악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lectronic Dance Music)이라는 기발한 러브레터를 보냈다. 그 역시 <비트 마니아><댄스 댄스 레볼루션> 등의 음악 게임 장르를 15년 동안 즐겼으며, 스퀘어 에닉스와 함께하면서 음악과 액션 게임을 접목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록 밴드 뱅크 베드 정션의 멤버, 메이데이와 주크의 오디션이 EDM이 지배하는 이상한 세상 바이닐 시티에서 진행된다. 록 밴드로서 재능을 보였지만, 불행히도 바이닐 시티에서는 록을 음악 장르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게다가 도시 백업 에너지가 바이닐 시티 소속의 아티스트에게만 제공되는 기막힌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사실상 록 음악 자체를 금지한 것이었다. 게이머는 메이데이와 주크가 되어 최고를 자부하는 DJ와 신동 피아니스트, 보이 밴드 등과 한판 승부를 펼치며 록 음악을 하나의 장르로 끌어올려야 한다.

메트로노믹(Metronomik) 개발진이 선택한 그 한판 승부는 보스전에 집중되어 있다. 보스를 만나기 전까지 에너미 오브젝트들을 통과해야 하지만, 사실상 요식 행위나 다름없다. ‘관문으로 칭하기에는 비교적 짧고, 단순하며, 난이도 조절에도 큰 의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잡몹들은 그저 게이머의 튜토리얼 상대로만 할당되어 있을 뿐이고, 그 시간은 예상외로 오래 간다.

전투는 대체로 핵 앤드 슬래시장르와 리듬 기반의 회비 시스템이 혼합되어 있다. 여기에 <비트 마니아>처럼 아케이드용 리듬 게임 장르까지 섞이면서 외형적으로는 협업 시스템이 두드러진다. 역동적인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스테이지가 바로 보스전이며, 그곳에서 벗어나면 단순한 형태의 RPG 메커니즘이 발동된다. 도시 및 콘서트홀 곳곳에 흩어진 미니 콰사로 불리는 에너지 코어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메이데이와 주크는 바이닐 시티의 만행으로 빼앗긴 전력에 공급도 하면서 록 음악의 팬들까지 모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전투에 필요한 스티커와 모드 추가, 스킬트리에 필요한 팬 파워를 수집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게임에서 액션의 쾌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DJ 서브아토믹 슈퍼노바와의 첫 보스전을 치를 때까지는 액션 커맨드에 집중하다 보니 이 게임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의 묘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어정쩡한 액션 시스템 탓에 다이내믹한 사운드가 묻히는 경향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적응되지 않은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공격이 계속되기 때문에 허둥지둥 마무리되는 수순인 것이다. 전투와 리듬이 응집력 있게 펼쳐지기보다 카툰식의 왜곡된 이미지처럼 사정없이 퍼붓기 때문에 다소 어리둥절할 수 있다.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라 패턴을 파악해야 하는 플랫폼이 문제인 것이다.

근접 공격과 원거리 공격의 타깃 설정이나 회피할 수 있는 방법, 보스의 이동 경로, 여기에 리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어려움까지.

그것은 짜릿할 수 있지만 금방 지칠 수도 있다.

보스전을 거쳐서 오버 월드에 도달하면 그 무력감이 더 강하게 다가올 수 있다. 이 느슨한 세계관에서 그다지 할 일이 없다고 생각되면, 이 게임이 던지는 유머와 농담으로 넘어가게 된다. EDM이 아니면 에너지조차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이 도시에서 독재를 부르짖는 것도 우습지만, 록 음악을 들려주러 왔다는 메이데이의 대사에서 코웃음을 치게 된다. 그 절정은 하츠네 미쿠를 떠올리게 하는 사유와의 보스전에서 이루어진다.

보스전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산만한 것만은 아니다. 이 게임이 음악 장르로서 매력을 발휘하는 시점부터 되돌아보면 파스텔 계통의 수중 세계가 떠오른다. 인어 공주가 마법을 부리는 듯한 사유는 게임 속에서 보컬로이드의 가상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다. 뒤에서 조종하는 성우,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모션 캡처 배우가 제거 대상이다.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메이데이도 익살스럽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나 리듬에 있다. 이때부터는 어느 정도 플레이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사유의 테마부터는 조금씩 귀기울이게 된다. 첫 번째 보스전과는 달리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어깨를 들썩거리게 되는데 ‘DK 웨스트와의 보스전에서는 그 분위기가 무르익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트 마니아>식의 리듬 액션 장르가 여기서부터 시작되며 체크 포인트에서부터 재시작하는 부담감도 어느 정도 줄어들게 된다.

단순히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사유와의 보스전 이후부터는 이 게임의 철학대로 이 세계는 모든 것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

문제는 액션의 방향성이 OST와 한참 어긋나 보인다는 것이다. 메이데이와 주크의 플랫폼(발판) 게임 스타일을 보고 있으면 <슈퍼 마리오><크래쉬 밴디쿳> 시리즈부터 가깝게는 <라쳇 엔 클랭크> 시리즈와 <아스트로 봇 : 레스큐 미션>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아마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대미지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물론 게임의 콘셉트로 인지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보스전으로 가기 전의 단순한 절차 정도로만 보인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잡몹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그 어떠한 장르의 특성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유와의 보스전 이후부터는 OST에 집착한 나머지, 액션에 기댈 요소가 거의 희석되기 시작한다. 물론 메이데이와 주크가 스킬트리를 올리면서 더 강력해지고, 새로운 능력도 얻지만, 눈을 크게 뜨기보다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그렇다 보니 액션과 RPG 요소는 점차 뒤로 밀리면서 OST에 기대를 걸게 된다. 그것이 적절한지를 떠나서 이 게임의 OST는 상쾌하고 세련되어 있으며, 대담한 창의력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이 게임의 펑키 스타일과 맞물리면서 수두룩한 라인업이 스쳐 지나간다. 2003, 캡콤에서 게임큐브로 발매했던 <뷰티풀 조><기타 히어로>, <록 밴드>, <스페이스 채널 5> 등이 있으며, 올드 게이머들이 반길 만한 <Jet Set Radio>가 그것이다. 애초부터 값비싼 그래픽과 경쟁하지 않으려고 했던 메트로노믹 개발진의 철학 덕분일 것이다. 그들은 애초부터 사실주의와 거리를 두었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피부색도 가지각색이다. 대신에 <파이널 판타지 15>를 개발하면서 로드 트립을 떠올렸으며 여행 속에서 되새길 수 있는 낭만주의로 시선을 돌렸다. 이들이 록 음악과 EDM을 대립시킨 것은 단순한 호소력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맥락이 있는 음악을 넣고 싶어서였다.

개발진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라디오헤드(Radiohead)와 다프트 펑크(Daft Punk)를 비교하기도 했다. 인터뷰어가 이끌어낸 키워드였지만, 마침 낭만주의를 거창하게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절한 비유로 들었던 것이다.

노 스트레이트 로드는 훌륭한 사운드트랙을 보유한 반면에 액션 게임 장르로서는 민망한 수준이다. 특히 일부 전투에서 시점이 고정되는 현상은 사실상 세밀한 조작을 포기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악기로 적을 가격하고, 음표를 발사하는 이 단순한 패턴이 맞물리면서 스킬트리에도 의문을 품게 된다. 보스와의 전투도 대부분 거리를 두고 특정 물체를 활용하는 식이기 때문에 호쾌한 액션을 기대할 수는 없다. 혹여 <베어너클 4>의 체리를 연상했다면 손목에 힘을 빼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보스전 아이디어는 좋은 편이다. 공격과 방어 모두 리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체력이 줄어들면서 코너에 몰리더라도 그 흥겨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OST라도 듣고 싶어서 분주히 움직여야 했다. 스토리나 보스의 비주얼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머쓱하게 만들지만, 이 게임의 OST는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한 결론이겠지만, 5.1 채널 스피커를 준비하고 볼륨을 올리는 것이 좋다. 이 게임은 음악 외에도 좌우 스피커를 활용하는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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