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미래가 내게 달렸다. PC '딜리버 어스 더 문' 리뷰

  • 입력 2020.08.31 12:42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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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은 '보는 맛'이 있다. 인류가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나간다는 것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그만큼 각각의 게임에서는 독특한 세계관의 우주를 마음껏 그려낸다. 우주선이나 우주복, 각종 과학 상식을 뒤엎는 무기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건물과 아이템 심지어 종족까지. 새로운 볼거리가 많다는 것은 재미를 찾을만한 요소가 가득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주'를 다루는 게임은 먼 미래를 바라보거나, 혹은 일어났을 수도 있을 법한 상상을 바탕으로 한다.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외계종족의 침략과 이에 맞서는 인류'를 그린 액션 FPS나, 수많은 행성을 유랑하면서 스토리를 써가는 '스페이스 오페라',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 같은 곳을 유지 보수하는 '엔지니어'의 이야기까지. 게이머들이 경험할 수 있는 우주는 별만큼이나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소재는 ‘식민지 개척과 자원 탐사’에 관한 내용이다. '지구 자원의 고갈'은 가끔 현실에서도 다뤄지는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사실상 '지구의 끝'과 닿아있는 암울한 이야기지만, 그만큼 가장 현실적인 우주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구를 떠나 달이나 화성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이야기. 이쪽은 차라리 외계인의 등장이나 시간여행, 차원 도약 보다 어쩌면 현실에 밀접한 느낌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맞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을 그려낸 게임이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나선 이야기. 플레이어는 자원이 고갈된 지구를 살리기 위해 달에 가야만 한다. 바로 '딜리버 어스 더 문'이다. 도대체 지구에는 어떤 일이 생긴 건지, 그리고 달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있을지, 달에 가야 하는 이유를 한 번 알아보자. 

지구의 자원이 앞으로 무한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만 할 뿐이다. 2020년 현재, 지구가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아니면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진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 기업, 국가는 지구의 자원을 마구 소비하고 있다. '딜리버 어스 더 문'은 '진짜 이렇게 계속 가면 어떻게 될지 미리 보여줄게' 에서 출발한다.

 

가까운 미래 2030년. 대규모 에너지 위기가 시작된다. 지구상에는 남은 에너지가 거의 없는 상태. 이에 세계 각국은 세계 우주 에이전시 'WSA'를 설립한다. 이 문제를 지구 밖 우주에서 찾겠다는 것. 그리고 이 문제의 답은 인류가 가장 먼저 발을 디딘 행성, 달에 있다.

 

달에서 가장 가까운 찾아낸 물질의 이름은 '헬리움 3'. 이 물질의 발견으로 인류는 몇 년간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 그리고 2032년 인류는 드디어 달에 개척지를 건설한다. 'WSA'는 본격적인 '헬리움 3'의 채굴과 정제를 시작하고, 영구적인 거주지를 마련한다.

 

게임에서는 '헬리움 3'를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일반적인 수송이 아닌 '전송'이다. '마이크로웨이브 파워 트렌스미션'의 'MPT'라는 기술이다. '딜리버 어스 더 문'에서 새롭게 창조한 건물과 기술이자, 게임의 핵심이 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도 잠시. 2054년, 대정전이 발생한다. 'MPT'의 작동이 중지되고, 달과의 통신마저도 끊긴 상태. 달의 상황을 파악하고, 구조대를 파견해야 하지만, 지구는 이미 인력과 자원이 모두 고갈된 상태다. 달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 지구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결국, 'WSA'는 2055년을 끝으로 해산한다. 

 

하지만 'WSA'의 몇몇 개척자들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활동을 재개한다. 이들은 'Fortuna'를 결성하고, 달에 사람을 보내 'MPT'를 복구하기로 한다. 2059년 지구의 어느 한 사막. 드디어 드디어 달에 우주인을 보낼 준비를 마치게 된다. 달에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어떤 비밀이 기다리고 있는지 상태에서 플레이어는 우주선에 오른다.

플레이는 어드벤쳐와 퍼즐을 즐겨한 게이머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게임 자체의 난이도는 쉬운 편이다. 주변의 오브젝트들을 상호작용하면서 단서를 찾고, 스토리를 채워나가는 방식이다. 얼마 전 리뷰했던 '문즈 오브 매드니스'와 플레이 스타일이 상당히 비슷하다.

 

하지만 '딜리버 어스 더 문'은 관찰과 퍼즐의 담백함을 강조했다. 긴장감이나 박진감, 액션의 요소보다는 이야기의 내용을 전달하고, 실제로 우주에 있는 듯한 경험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서사가 게임의 중심이 되다 보니,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영화나 게임에서 워낙 많이 다뤄진 내용이다 보니 '어? 이거 거기 나온 거 아닌가? 하는 익숙함도 있다. 완전히 신선한 느낌보다는 '궁금해서 끝을 보고 싶은 호기심'이 더 크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더 문' '마션' '인터스텔라'와 비슷한 분위기의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면 짐작이 될 것이다.

공포, 전투, 파밍 등의 요소를 완전히 걷어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느끼는 몰입감은 다른 게임들보다 더욱 짙다. 물론, 긴장이나 위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주에서의 마주하는 가장 원초적인 위협 '산소 부족'은 가끔 찾아오지만, 다른 게임과 비교하자면 거의 없는 수준이다.

 

게임 플레이의 템포도 빠르지 않다. 장르의 특성상 주변의 사물들을 하나하나 다 집어가면서 밝혀지지 않은 스토리를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의 관계나, 플레이어가 달에 오기 전 이곳엔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주변의 단서를 찾아가면서 조금씩 모아야 한다.

'딜리버 어스 더 문'은 상당히 가까운 미래를 그려냈기 때문에 구조물이나 다양한 아이템들을 구경하는 맛은 나쁘지 않다. 우주 SF에서 어디까지가 '현실적'인지 그 한계를 정할 순 없지만, 게임에서 구현한 것들은 가까운 미래에 실제 있을 것 같은 아이템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행선에서의 조작이나, 전초기지의 오브젝트를 다루다 보면 디테일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게임이란 게 느껴진다. 실제로 달에 거주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구조나 몇몇 아이템은 현실에 기반을 둔 것도 있다. 물론, 표준 규격처럼 보이는 우주복이나 손목의 컨트롤 패드, 플라즈마 광선, 동력전지나 구동 콘솔 같은 아이템은 기존의 다른 우주 SF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다.

 

'딜리버 어스 더 문'에 더 몰입할 수 있는 부분은, 게임 곳곳에서 보이는 한글이다. 벽에 붙은 포스터나 경고문, PC의 모니터 화면 등 많은 오브젝트에 한글이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자연스럽게 덮어쓴 것이 마음에 든다. 사실 개발사 입장에서는 CG 처리를 하는 것보다 자막을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할 것이다. 하지만 게이머의 몰입감을 위해 이런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을 쓴 부분이 마음에 든다.

 

번역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언어로 인해 불편할 일은 없다. 게이머가 발견하는 단서를 차근차근 살펴보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재미를 찾기 위해 최대한 배려했다. 

게임의 특성상 NPC가 없고, 모든 활동을 혼자 하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퍼즐을 던져준다. '딜리버 어스 더 문'에서는 사실 해결책을 찾는 것 보다 단순히 버튼을 조작하는 것에 가깝다.  

 

우주 전지를 모아서 동력을 복구하고, 플라즈마 절단기를 활용하면서 장애물을 없애고,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는 산소통을 모으고, 각종 기계장치를 다루는 것이 전부. 복잡한 뇌지컬이나 빠른 피지컬은 필요 없다. 단지 지루함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 정도일 뿐, 흐름을 깨트리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는 없다. 

'우주는 외계인이고, 광선검과 광선총' 혹은 '산소 고갈과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 같은 자극적인 우주를 원한 게이머에게 '딜리버 어스 더 문'은 상당히 밋밋하고 지루한 게임이다. 이렇다 할 긴장감이나 액션의 맛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신 그 공백을 '경험' 이라는 담백함으로 채웠다.

 

다 만들어낸 공간이고, 뻥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게임 속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어느새 깊게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가까운 미래를 그려낸 개발사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다만, 초반의 몰입감을 후반부까지 끌어가진 못했다. 이런 우주 SF 게임이 언제나 그렇듯 게이머를 만족시킬 마무리를 보여주진 않는다. 이런 부분은 아쉽다.

 

뭔가 스펙타클한 우주를 기대했다거나, 외계인의 뇌수 같은 게 터져 흐르길 기대했다면 '딜리버 어스 더 문'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가까운 미래의 달의 모습을 구경하고, 정말 있을법한 달의 시설들을 한번 조종해보고 싶다면 생각해볼 만하다.

 

이 게임을 시원하게 추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게임의 가격 때문이다. 게임의 볼륨이 기대했던 것보다 짧고, 강렬하게 여운이 남는 부분도 없다. 고요하고 끝없는 우주에 홀로 남겨져, 묵묵히 인류의 미래를 구원하는 일은 외롭고 어지럽다. 강렬함보다는 담백함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재미를 좋아한다면 한 번 도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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