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고추가 총을 쏜다. Cockhead 리뷰

  • 입력 2020.08.24 17:05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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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 있는 한, 에로와 성인 콘텐츠는 사라지지 않는다. 성욕은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한 인간의 본능이기에 야한 것에 끌리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법에 저촉되지 않고, 인륜을 저버리지 않는 선에서라면 성인 콘텐츠는 수요가 보장되는 굉장히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날 출시되는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에 가슴 빵빵하고 거의 헐벗은 미소녀들이 등장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모두 게임의 주요 고객층인 남성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수단이다.

인간의 본능은 규제책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끝을 모르고 확장되어 간다. 그래서 게임을 비롯한 모든 콘텐츠 산업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적정연령이라는 걸 마련해 놓았고, 그 안에서 콘텐츠가 소비된다. 하지만 이 적정연령에 대한 기준은 각 나라별로, 문화권 별로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느끼는 성 인식과 미국, 유럽에선 느끼는 성 인식이 다른 탓이다. 그 중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건 성에 대해 개방적인 미국과 한국이다. 한국은 성을 부끄러운 것, 낯 뜨거운 것, 숨겨야 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미국은 드러내야 하는 것. 개인의 독립적인 것으로 본다. 이 차이는 게임에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미국에서 발매되는 게임은 성을 유머의 소재로 자주 써먹는다. GTA4나 세인츠로우처럼 B급 감성이 조금이라도 섞인 게임에서는 예외 없이 게이, 창녀 같은 요소가 유머로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요소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온갖 비난을 받기 때문에 성을 은근히 드러낸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일러스트나 의복을 야하게 만드는 식으로 말이다. 한국에서는 성기가 온전히(코믹하게라도) 나오는 게임, 만화, 영화는 전무하다고 봐야한다. 그런데 지난 816. 무려 남자의 성기가 주인공이고 적으로 여자의 성기가 등장하는 미친 게임이 출시되었다. 요바게임에서 출시한 Cockhead. 이 게임이 얼마나 정신나간 게임인지, 리뷰를 통해 알아보겠다.

이 따위 스토리가 왜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지...?

필자는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모르고 무작정 켰다가 굉장히 당황했다. 일단 주인공의 모습부터가 귀두다. 고환을 다리 삼아 걷고, 귀두에 손이 달려 있는 형태인데 성에 관해 전형적인 대한민국 보통 수준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애초에 Cockhead라는 게 우리나라말로 귀두를 뜻하는 거지만. 사실 이 단어를 알고 있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오프닝부터 혼돈과 당혹의 연속이다. 귀두끼리 나와서 서로 사랑을 나누다가 여자 성기가 불타는 창을 내던지고, 이를 맞은 주인공이 천사 귀두(?)에게 구해진다. 게임은 병원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오프닝에 나왔던 다른 귀두를 찾으러 가면서 시작된다. 게임 내에서는 어떠한 대사도 없고(하긴. 귀두가 말을 한다는게......) 나레이션도 없어서 모든 정황은 오직 주인공의 움직임을 통해서만 알아가야 한다. 그런데 이해가 쉽지 않다. 개발사 측에서 내놓은 게임 설명 멘트를 보면 자신들은 어떤 성적인 표현이나 의도를 가지고 이 게임을 제작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게임의 스토리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단언한다.

솔직히 모르겠다. 제작사 측에서 이 스토리가 왜 일반인들에게 공감을 얻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거기다 귀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여성 성기가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게임을 내놓으면서 정말 이게 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을까? 미국에서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이 게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컵헤드 짝퉁

먼저 이 게임은 얼리 억세스이기 때문에 시스템이나 기타 요소들이 바뀔 수 있음을 밝힌다. 하지만 개발사에서 말하는 걸 보면 현재의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퀄리티만 높여서 정식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현재 나와 있는 얼리 억세스를 기준으로 시스템을 평가했음을 미리 말해둔다.

게임소개에도 적혀있듯이 이 게임은 컵헤드의 방식을 많이 따라했다. 그래픽도 손으로 직접 그린 애니메이션 형태고, 캐릭터의 움직임도 만화스럽다. 게임 구성 역시 마찬가지. 과거 오락실에서 많이 즐겼던 것처럼 주인공을 조작해서 등장하는 적들을 물리치고, 장애물을 건너가며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컵헤드를 한 번도 플레이해보지 않았던 필자 입장에서는 이게 Cockhead만의 방식인지, 아니면 벤치마킹한 컵헤드의 방식인지 모르겠으나, 스테이지를 넘어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진행방식이 참신했다. 첫 스테이지에서는 단순히 점프와 앞으로 나아가기를 이용해서 진행하고, 두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등장하는 적들을 향해 총을 발사한다.(이 총의 총알도 정액이라는 데서 필자는 많은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가 않았는데, 갑자기 보스가 등장해서 싸우고, 에너지가 다 달아서 졌다고 생각했더니 이번에는 점프를 하며 올라가는 맵이 등장한다. 이처럼 다음에 어떤 스테이지가 어떻게 등장할지 모른다는 의외성의 재미가 녹아 있다.

2D 액션 어드밴처 형식인데 진행하면서 계속 조금씩 진행방식이 바뀐다. 이점이 이 게임의 유일한 장점이자 특색이었다. 이제부터 단점을 하나씩 지적질 해보자.

개떡같은 조작감. 그래픽과 음악도 평균 수준

카툰풍의 그래픽은 만화가가 직접 손으로 일일이 그린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마치 만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점프를 하면 먼지가 만화적으로 표현되고 적들도 만화속 캐릭터가 그대로 튀어나온 것 같았다. 꽤 재미있는 시도가 되었을 것이다. 주인공과 소재가 성적인 것만 아니었다면. 아무리 만화적으로 표현했다고 해도 성기가 돌아다니고, 정액을 쏘는 데 이를 불편해하지 않을 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음악도 제법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으로 게이머의 텐션을 올리려 노력한 모습이다. 물론 음악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아서 계속 똑같은 음악을 주구장창 들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꽤 괜찮은 BGM이었다.

그래픽과 음악은 소재가 성기라는 점만 빼고 본다면 이미 컵헤드를 통해 검증된 것들이기도 해서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망했어요 수준이다. 일단 조작감을 보자. 나름 2D 액션 어드벤쳐를 표방하는 이 게임은 특성상 조작감이 중요하다. 같은 장르의 트라인이 장수하며 끊임없이 사랑받는 이유가 뭐겠는가? 부드럽고 유려한 조작감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Cockhead는 낙제점이다. 전후좌우 움직임과 점프, 대쉬, 총쏘기. 조작해야할 버튼은 고작 이게 다인데, 모든 버튼의 조작 판정이 개떡같다. 필자는 처음에 나오는 스테이지에서 무려 30분을 죽었다. 그냥 단순하게 벽돌을 피해 점프를 하면 되는 구간인데, 조작감이 다른 게임들과 달라서 계속 끝에 걸려서 죽은 것이다.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느낌이랄까. 제동도 잘 안 걸리고, 더 앞으로 가야 할 부분에서는 판정이 개떡이라 죽기 일쑤다.

버튼도 네가 알아내라. 불친절 끝판왕

또 하나의 단점은 극도의 불친절이다. 아무리 간단한 게임이라지만 이 게임은 튜토리얼도 없다. 점프 버튼이 뭔지도 안 알려주고, 대쉬키가 뭔지도 안 알려준다. 그냥 설정 창에서 게이머가 찾아서 조작해야 한다. 당최 스토리도 이해를 못하겠는데, 조작법도 모르니, 게이머는 멘붕에 빠지기 쉽다. 게다가 이 진행이 맞는지 의심이 되는 구간도 수두룩 하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첫 보스전을 치뤘을 때다. 이게 게임 스토리상 어쩔 수 없는 건지 모르겠는데, 필자는 여기서 죽었다. 당연히 처음부터 시작할 거라 여겼는데, 새로운 맵이 등장했다. 밑에서는 무슨 이상한 오염물이 올라오고 있고, 주인공은 위로 위로 올라가야 하는 맵이었다. 보통 이런 맵이 등장하면 중간 중간 적을 배치해 두고, 주인공이 밟아야 하는 구조물도 조금 신경써서 배치해서 어려움을 주는데, Cockhead은 그런 거 없다. 적들은 등장하지 않고, 구조물도 계속 같은 위치에 반복적으로 놓여진다. 그냥 점프버튼만 타이밍 맞춰서 눌러주면 알아서 쭉쭉 올라가는데, 이걸 무려 2분은 반복하고 있어야 한다. 턱을 괴고 앉아서 스페이스 버튼을 누르는 내내,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질 정도였다거기다 중간에 끄면 저장도 되지 않아서 엔딩을 보고 싶다면 오락실 게임 마냥 한번 켜서 끝까지 가야 한다. 그것도 고역이었다.

실패가 뻔한데, 한국에 왜 출시하는 걸까? 믿고 거르자

아무리 얼리 억세스라는 걸 감안해도 이 게임은 완성도가 너무 낮다. 불친절 끝판왕이고, 액션성이 뛰어나지도 않으며 스토리가 직관적이지도 않다. 혹시나 필자가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싶어 개발사가 내놓은 이 게임의 장점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모두 필자가 단점으로 지적한 부분들 뿐이었다. 이 정도 완성도로 내놓을 거라면 소재만이라도 좀 친숙한 걸 쓰던가. 성기라니. 당연히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거라는 생각은 못했던 걸까? 아마 한국에서는 거의 플레이하는 이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추천하고 싶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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