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오브 레인(Risk of Rain)2, 매력 넘치는 로그라이크 슈팅 게임

  • 입력 2020.08.14 11:41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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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리스크 오브 레인2(Risk of Rain2)에서 영웅이 되고 싶다면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이 게임은 1980년대식 로파이(Lo-fi) 음악을 시작으로 끊임없는 연속성을 부여한다. 목적지부터 찾으려는 행동은 개연성 없이 출현하는 몬스터 군단에 총구를 들이미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게이머가 생존하려면 개발진이 인위적으로 설계한 아이템들과 난이도부터 시선을 돌려야 한다.

결론적으로 리스크 오브 레인2는 로그라이크를 핑계로 분이 풀릴 때까지 화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이 로그라이크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망하면 첫 스테이지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며 그동안 얻었던 아이템들도 모두 되돌릴 수 없게 된다. 힘들게 올려놓았던 레벨도 1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게임의 흐름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다면 첫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보스부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이 게임은 표면적으로 노출하고 있는 시스템이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오래 생존할 수 있는 법칙을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등장하는 몬스터들부터 차례로 처치하고 나면 동전이 쌓여가고 있다는 점을 눈치채고곧바로 주변에 무작위로 생성된 아이템들을 얻게 된다. 하지만 성미 급한 우리 게이머들은 포털을 찾으라는 미션부터 수행하려 들 것이다.

도대체 그 포털이 어디 있어?

색감은 거의 실종된 듯한 맵 디자인 탓에 붉은색 기운이 감도는 포털을 찾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그렇게 어렵게 찾은 포털에 손을 댔더니 잡몹에 수십 배는 되어 보이는 몬스터가 출연해 무지막지한 공격을 쏟아붓고 금방 사망하게 된다.

보통 로그라이크 게임들은 욕망 가득한 아이템들을 숨겨 놓고 게임 오버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마니아들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마지막 하나까지 찾아낼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런 욕심이 나기도 전부터 사망하기 때문에 어리둥절할 수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는 이 이상한 시스템 때문에 로그라이크를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까지 든다.

Hopoo Games가 제작했던 전작 역시 비슷한 시스템이었다. 2D 도트 그래픽이라는 점만 차이가 있었을 뿐, 시간이 흘러가면서 어려워지는 시스템이나 잡몹이 드랍하는 여러 종류의 아이템들, 로그라이크의 방식을 따르는 것 역시 모두 동일하다.

눈여겨볼 만한 점은 간편한 게임 방식이었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잡몹들은 모두 동전을 떨어뜨린다. , 게이머가 동전이 부족해서 아이템을 손에 넣지 못하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이 게임은 아이템에 있어서는 야박하지 않기 때문에 공격형 드론을 얻을 때마다 그 지원자들이 우후죽순 불어날 수도 있다. 포탑을 기본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엔지니어 캐릭터는 방어막 설치와 함께 아이템을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제 게이머들은 무력감에서 금방 벗어날 수 있다. 기존 로그라이크의 게임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적응할 수 있다. 먼저 아이템 위치부터 찾아낸 다음에 무작위로 등장하는 몬스터들을 처치하면서 뒷배들을 단단히 챙겨준다. 그리고 세 번째 스테이지까지 이동한 다음(물론 한 번도 죽지 않아야 한다.), 두 번째 캐릭터인 헌트리스를 얻게 될 것이다.

헌트리스는 게임 환경을 환기시켜주는 첫 번째 캐릭터가 될 것이다. 의무적으로 플레이해야 했던 코만도스 캐릭터는 무난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작과 달리 무적 기능이 사라졌다. 사실상 전술 구르기능력이 애매해진 바람에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금방 외면받는 신세가 됐다. ‘위상 조정탄이나 제압 사격역시 아무리 뛰어난 컨트롤을 보여줘도 다수의 적들을 처리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반면 헌트리스는 유도탄처럼 화살을 발사하기 때문에 사거리 조절이 힘들었던 코만도스와는 다르게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낮은 체력이나 화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아이템의 조합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게임의 마지막 탈출극까지 무리 없이 전진할 수 있다.

물론 엔지니어가 해외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가장 최고의 캐릭터로 평가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포탑을 설치함과 동시에 방어막까지 가동하기 때문에 전략적인 부분에서도 뛰어나다. 쌓아둔 드론들을 동시에 풀어버리기라도 하면, 그렇게 두려움에 떨었던 무지막지한 보스들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릴 수 있다.

눈치챘겠지만, 이 게임은 코만도스로 죽지 않고 세 번째 스테이지까지 가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다. 이 관문만 통과하면 게이머는 분주히 움직이는 법을 금방 파악하게 될 것이며 무섭게만 보이던 몬스터들도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다.

다만 독창성은 찾아볼 수 없는 레벨 디자인과 몬스터들은 아쉬운 부분이다. 2D 도트 그래픽에서 3D로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텍스처를 입히지 않은 듯한 맵 디자인은 너무했다는 생각도 든다. 오브젝트들의 판정 역시 소홀한 편이라서 점프 기능과 맞물리는 구석도 없다. 낭떠러지에 떨어지면서 길을 찾아가는 이 신박한 발상 덕분에 길을 잃었다고 착각한 자신에게 냉소를 보낼 뿐이다.

게다가 마지막 보스와의 만남이 너무 금방 이루어진다는 것 역시 반복적이라는 단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물론 무작위로 배정된 스테이지 덕분에 숨겨진 장소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엔딩 스크롤을 이렇게 금방 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로그라이크 마니아가 아니라면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게이머가 숨겨진 캐릭터들이 궁금하다면 다시 첫 번째 스테이지로 돌아가서 그들의 스킬을 확인하고, 반복해야 한다. 레벨 디자인이 무작위로 생성된다고는 하지만, 경우의 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같은 플레이를 하는 것과 진배없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게이머가 인위적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플레이에 앞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시간에 따라 어려워지는 시스템을 적절하게 유도해서 일부러 게이머를 코너로 몰아갈 수 있다. 각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보스들의 개체 수를 늘려서 그만큼 보상을 얻어갈 수도 있다.

또 한 가지는 멀티플레이다. 리스크 오브 레인2의 꽃은 사실상 최대 4인까지 즐길 수 있는 협동형 플레이다. 싱글 플레이로 즐기는 것은 단지 이 게임의 곁가지에 불과하다. 혹여 싱거운 면이 없지 않다면 친구와 함께 플레이하기 위해 개인 로비를 시작하거나 무작위로 시작하는 퀵 플레이에 대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온라인 협동 게임을 하게 되면 체크 포인트에서 다시 부활할 수 있기 때문에 싱글 플레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이 게임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다름 아닌 BGM이었다. 크리스가 작곡한 이 저음질의 음악은 영화 <트론>을 연상할 만큼 인상적이다. 차갑고 건조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던 초반을 뒤엎는 이 크레셴도의 광폭한 연주는 계속해서 게이머의 귓가를 흔들어댈 것이다. 크리스는 전작에 이어서 이번에도 배경음악을 담당했으며 다소 발칙하고, 광기 어린 EDM 사운드트랙을 완성했다.

리스크 오브 레인2는 일여 년 동안 얼리 엑세스(Early Access)에서 표류하다가 정식 출시됐다. 마지막 보스가 없던 시절에는 게임의 방향성을 놓고 여러 이견이 갈렸다. 특히 멀티플레이 시스템이 붕괴된 듯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시행착오 끝에 출시된 리스크 오브 레인2는 업데이트와 함께 당당히 스팀 간판을 달고 등장했다. 한글 번역이 아직은 미숙한 상태(단어 사이에 ?가 끼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AI의 사소한 결함이 눈에 띄지만, 간단한 인터페이스와 전투 시스템 덕분에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로그라이크 게임임은 분명하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몬스터들과 더불어 맵 디자인의 개성이 떨어진 점이 아쉬웠다. 특히나 더 다양한 몬스터들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픈 대목이었다. 덕분에 게임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긴장감이 쉽게 희석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뜻밖에 등장하는 보스급 개체가 여러 무리들을 이끌었음에도 이 공허한 마음을 위로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실상 무한 슈팅으로 가는 이 흐름은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했다. 디자인 부분만 개선한다면 리스크 오브 레인의 차기작은 로그라이크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인기를 끌 것이라고 확신한다로그라이크 마니아들, 특히 슈팅 게임을 즐겨 하는 게이머라면 리스크 오브 레인2는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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