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오랜만에 만나는 퍼즐 플랫포머 게임, Relicta 리뷰

  • 입력 2020.08.10 14:34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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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게이머는 뿌요뿌요나 테트리스 같은 블록 퍼즐을 떠올리겠지만 퍼즐은 거의 모든 게임에 조금씩이라도 들어가 있는 요소다. 액션 RPG에도 길찾기라는 아주 전통적인 퍼즐이 기본으로 깔려 있고, 아케이드를 비롯한 전략 장르에도 퍼즐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퍼즐 장르는 모바일과 스위치 등 캐주얼한 게임기기로 넘어갈 뿐, 약간 무겁고 스토리 있는, 하드한 장르의 퍼즐 게임은 나오질 않고 있다. 쉽게 말해 블록퍼즐, 사천성류의 퍼즐만이 모바일과 스위치에서 살아남고, 그 외의 아케이드식 퍼즐게임은 많이 사라진 지 오래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게 트라인 시리즈지만, 그걸 온전히 3D 게임이라 부르긴 좀 그렇고. 최근에 나오는 리얼한 그래픽에 1인칭 시점으로 퍼즐을 풀어나가는 게임은 거의 없다는 뜻. 툼레이더나 언차티드도 퍼즐 요소가 많이 가미된 아케이드 액션 형식이지만, 이 게임들은 대부분 퍼즐보다는 액션과 스토리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는 게임들이다. 전통적인 3D 퍼즐 게임은 그 명맥이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출시가 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출시된다고 해도 대부분 모바일이나 스위치로 출시하지 PC나 플스, 엑박으로 출시되는 퍼즐 게임은 전무한 상황.

유일하게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포탈 시리즈다. 공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퍼즐을 맞추는 이 게임은 퍼즐을 메인으로 한 1인칭 게임 중 가장 큰 성공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시리즈였다. 하지만 포탈22011년 출시되고나서 후속작에 대한 소식이 없다. 결국 퍼즐을 메인으로 한 대작게임은 포탈2를 마지막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83. 새로운 1인칭 퍼즐 게임이 등장했다. 마이티 폴리곤이 개발한 Relicta라는 게임으로 스팀에서 출시되었다. 과연 이 게임이 스러져가는 퍼즐 플랫 포머 장르를 다시 새울 수 있을지, 기대를 품고 리뷰를 진행해 보자.

탄탄한 스토리, 진행하는 맛이 있다.

Relicta210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파텔박사는 달 탐사기지인 찬드라 기지의 소장이자 책임연구원으로 저명한 물리학자다. 이 곳에서 선별된 몇 명의 인원과 함께 Relicta라 불리는 독특한 외계 물질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여기까지가 오프닝 영상의 이야기고 실제 게임 플레이는 2년 전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의 딸이 엄마와 함께 일하기 위해 찬드라 기지로 발령받아 오는 시점부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굉장히 기승전결이 뚜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은 스토리에 배경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다. 주인공이 가지고 다니는 PDA? 같은 기계를 열면 딸과 주고받은 이메일, 직장동료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 게임 배경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뿐만 아니라 기지를 돌아다니면서 얻을 수 있는 수집품에도 인물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정보들이 쓰여 있어서 스토리 몰입에는 문제가 없었다.

Relicta라는 물질에 대한 언급,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수수께끼가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하나둘씩 해소되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 문제는 퍼즐을 푸는데 시간을 너무 오래 잡아먹으면 이전 스토리가 기억이 안 나는 정도? 실제로 필자는 플레이하면서 퍼즐을 푸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내가 이 복잡한 퍼즐의 소용돌이를 푸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몇 차례 까먹기도 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방식의 퍼즐

모든 퍼즐 플랫포머 게임은 전체 퍼즐을 관통하는 기본 원리가 있다. 하나의 큰 원리를 가지고 그걸 변형하고 심화되면서 점점 어려워지는 거다. 포탈은 공간이동이 주요 퍼즐원리였고, 얼마 전에 필자기 리뷰한 Hexelectric는 전기, 전도체가 기본 원리였다. 그런 의미에서 Relicta는 자기력과 중력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다. 초 엘리트 물리학자라는 주인공의 설정에 맞춰서 주인공이 낀 장갑이 +극과 , 중력을 물체에 부여한다. 설정 자체도 굉장히 참신하고, 퍼즐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처음 보는 것들 뿐이다.

퍼즐은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주인공이 하나의 구역을 나아가기 위해 하나의 퍼즐을 풀어야 하는 식. 퍼즐은 꽤 복잡하다. 일단 게이머가 직접 들어서 조작할 수 있는 상자가 있다. 이 상자에 +, - , 중력을 부여해서 해당 구간을 지나가는 게 목표다. 구간은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문이 있고, 사람과 상자 모두 지나갈 수 없는 문도 있다. 이 문을 열기 위해서는 상자를 일정 발판 위에 넣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어렵다.

퍼즐의 목표 자체는 주인공이 다음 구간으로 넘어가는 것. 오직 하나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은 복잡하고 어렵다. 상자와 상자의 +, -를 조작해서 서로 밀어내거나 끌어당겨야 하고, 여기에 중력까지 넣어서 허공에서 밀어내거나, 허공에 있는 상자를 끌어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주인공이 직접 상자 위에 올라서서 조작해야 할 때도 있고, 이동 중에 중력을 풀거나 자기를 바꿔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경우의 수가 워낙에 많고 생소한 퍼즐방식이라 금방 적응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퍼즐을 풀었을 때의 성취감도 크다.

그래픽, 조작감. 모두 나쁘지 않다. 적당한 수준

그래픽은 나쁘지 않고 오히려 좋은 수준이다. 감탄을 자아낼 정도의 실사 그래픽이 구현된 건 아니지만,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도 아니다. 아주 적당한 수준. 자기력이나 중력을 표현해내는 효과는 신선했다. 눈으로 +, -극의 범위가 표현되는 것도 그렇고, 참신한 효과가 꽤 많았다. 배경 역시 디테일하고 환상적이다. 테라포밍된 달에서 기지의 고장을 해결하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닌다는 설정인데, 그래서인지 극지방, 열대우림, 사막 등 다양한 자연환경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렇게 등장하는 배경 효과가 꽤 좋다. 효과음과 BGM 역시 스테이지에 따라 달라져서 색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액션이 거의 없어서 그렇게 크게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조작감 역시 나쁘지 않다. 단순히 마우스 포인터로만 표시되어 있고, 1인칭 시점이라 키보드로는 조작감이 나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오히려 역동적인 움직임이 필요 없고, 퍼즐을 푸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움직임은 잘 구현되어 있어서 아주 적절했다고 느꼈다.

퍼즐이 헬이다. 길찾기는 또 왜 이렇게 불친절해

개인적으로는 퍼즐 난이도가 아주 헬이었다. 필자는 트라인처럼 2D 기반 퍼즐 게임만 해봤지 이렇게 3D로 나온 퍼즐 플랫포머 게임을 처음 해봤는데, 너무 어려웠다. 상자가 어디 있는지 못 찾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상자를 찾아도 도대체 저걸 어떻게 여기로 끌어와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는 일도 많았다. 튜토리얼 수준인 처음 실험 단계에서도 퍼즐을 못 풀어서 1시간여를 고생하기도 했다. 아마 필자처럼 퍼즐에 자신이 없는 이들은 여러 차례 막히는 구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또 신기한 건 안 풀려서 머리 좀 식히고 오면 또 어찌어찌 푸는 방법이 생각난다는 거다. 그리고 한 번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고 나면 조금 더 수월해지기도 하고. 문제는 이 퍼즐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복잡해진다는 사실이다. 처음에야 대충 보고 , 이렇게, 저렇게 몇 번 해보면 답이 나오겠다.’ 싶은 구간이 많은데, 갈수록 감이 안 잡히는 구간이 많아진다. 상자의 개수도 많아지고, 통과해야 할 문도 많아지며, 조작해야 할 요소도 많아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갈수록 피로감도 더해진다. 어려운 퍼즐을 간신히 풀어서 다음으로 넘어갔는데, 여기서는 더 복잡한 퍼즐이 기다리고 있다면? 필자는 바로 게임을 꺼버렸었다.

퍼즐 난이도와 함께 또 하나의 문제는 길찾기다. 사실 앞에 놓인 퍼즐을 계속 풀면서 나아가기면 하면 되는 게임이라 길을 찾아야 할 상황은 많지 않다. 그런데 그 많지 않은 상황에서조차 목표를 명확히 알려주는 기능이 없어 애를 먹었다. 메인 프로그램으로 가서 AI를 초기화시키라는데, 그러면 메인 프로그램이 어디 있는지는 알려줘야 할 것 아닌가. 물론 가까이 다가가면 조작해야 할 기계가 반짝거리기는 하지만 그 넓은 달 기지에서 길 하나 알려주지 않고, 미니맵도 없으니, 길찾기가 상당히 버거웠다.

!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고 즐기시길.

Relicta는 굉장히 독특한 퍼즐 플랫포머 게임이다. 퍼즐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어디서 본 적 없는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고, 스토리도 탄탄해서 충분히 즐길만한 게임이다. 퍼즐의 어려움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오직 퍼즐로만 풀어나가는 게임이라 액션성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게 좋다. 퍼즐만 취향에 맞고, 할 만 하다면 충분히 수작으로 불릴 수 있는 게임이다. 21000원이라는 가격도 나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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