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포 키우기. 국산 프린세스 메이커의 비전은 있는가!

  • 입력 2018.08.07 17:53
  • 수정 2018.09.03 17:59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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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전 어린 시절에 구경했던, 도트그래픽으로 이루어졌던 게임 하나가 생각난다.

당시의 우리 또래들의 인식 안에선 그건 ‘여자애들 용’ 게임이었고, 그래서 여자애들은 대놓고, 남자애들은 몰래몰래 쑥스러워서 하면서 했던 게임, 애니메이션 으로 치자면 <세일러 문> 과 비슷했던 그 시절의 그 게임은 지금까지도 장수하고 있는 게임 시리즈 <프린세스 메이커> 중 하나였다.

 

그리고 국산 프린세스 메이커 (한국인 이라면 국산 프메 합시다!) 라고 불리는 게임이 있으니, 그 이름도 의미심장한 <여포 키우기> 되시겠다.

 

<여포 키우기> 는 결과물과는 별개로 기획 의도에선 굉장히 박수를 쳐 주고 싶은 작품이다.
그러니까 문화 산업계에는 O.S.M.U 란 개념이 있다. 원 소스 멀티 유즈 (One Source Multi Use), 문자 그대로 하나의 작품을 다양한 형태의 즐길 거리들 로 만드는 작업으로, 만화 원작의 게임이나 드라마 등을 떠올려 보면 생각나는 그 개념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각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성화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영화/드라마 계에서나 간혹 있는 일 이다.

예를 들면 최근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웹툰 원작의 영화 <신과 함께>, 또 절찬리 방영된 웹소설 원작의 드라마 <김비서가 왜그럴까> 가 좋은 사례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서 목 놓아 그 이름만 외치던 OSMU, 특히 보기 드물게 게임화를 직접 이루어 내고 있는 회사가 의외로 조아라(Joara.com, 구 유조아) 라는 웹소설 멀티 플렛폼 회사다.

자신들 사이트에 연재되고 있는 유료 소설들의 게임화를 적극 추진하는 중이시다.

 

물론, 게임화 역시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 하고 있는 행위기야 하겠지만 이쪽분야 자체가 드문 한국에서 손수 OSMU 게임들을 지속적으로 내어놓고 있고, 그 중에 <메모라이즈> 나 이번 <여포키우기>처럼 약간의 화제성을 불러일으킨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취지는 응원한단 소리지, 그 결과물인 게임이 무작정 좋단 소린 아니다. ㅎ

 


 

 

게임의 메인화면과 구성, 아니 전체적인 게임 자체가 2018년도 게임이라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다.

‘국산 프린세스 메이커’가 맞긴 한데, 굉장히 구작 프린세스 시리즈가 생각나는 UI와 진행방식이다.

진행하면 할수록 이게 과연 2018년도에 출시된 최신 PC 게임이 맞나 의문인 시간들이 한동안 지속된다. 계속해서 딸을 일을 보내고, 수업을 보내고 하다 보면 소정의 이벤트들도 나오고 하기야 하지만, 이거야 원 고전게임을 하는 감각이 계속 지속되는 것 이다.

 

그래픽의 화질은 좋다. 하지만 그래픽 자체가 일부 게이머들에겐 심하게 불호일 수 있다.

도무지 어찌 된 일인지, 실제 일본에서 만든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 보다 <여포키우기> 의 그래픽이 더 일본스럽다. 조금 촌스러운 말론 왜색이 진하다.

 

또 일부 사람들에겐 삼국지의 맹장 여포를 귀여운 여자아이로 T.S. (Trans sexual) 시켜 놓은 설정도 거슬릴 수 있다. 곰곰이 따져 보면 미소녀로 탈변한 이순신 장군이 등장하는 <이순신 장군 키우기> 라 쳐도 크게 다른 설정은 아니니까 말 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게임은 굉장한 혼종이다.

중국의 영웅을 데려다 일본풍 가득한 여자아이로 바꾼 한국산 게임.

한중일 3국의 합작 게임(?) 이 바로 <여포키우기> 의 정체다.

세상에, 이런 기괴한 만남이!

 

물론, 아마도 이 게임의 리뷰를 굳이 찾아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단점이 아닌 장점이겠지만 말 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러스트도 일종의 업계포상 이리라.

 

다만 아무리 보아도 구작 <프린세스 메이커> 보다도 오히려 얕은 깊이의 게임성이 8000원의 값어치를 하는지는 고민 해 보아야 겠다.

 

근례 나오는 PC 게임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 그것은 대형 기획/개발사의 게임뿐만이 아니다.

1인 제작에 가까운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만들어내는 게임들 역시 수작이라 불릴 만 한 것들이 심심찮게 나오는 세상이다. <여포키우기> 는 ‘국산’ 이라는 쉴드를 감안하고 보아도 상당히 ‘촌스러운’ 게임임을 부정 할 순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또 이 부분이 이해가 아주 안 가진 않는 점은, <여포 키우기> 는 사실은 모바일 게임이 원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를 포함한 많은 게이머가 그렇듯,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 기대하는 게임성과 기대치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PC 나 콘솔 게임엔 어느 정도 게임을 구성하는 견적, 즉 게임의 깊이를 기대하게 된다.

PC 혹은 콘솔 게임을 대할 때 게임은 일종의 종합 예술이며, 게임을 클리어 했을 때 마치 훌륭한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뿌듯함을 원하는 것 이다.

반면, 모바일 게임이라면 정말 킬링 타임만 충실하게 수행 해 주면 그만이다.

 

 

그러니 모바일 게임 기준으로 보자면 의외로 <여포 키우기> 는 제법 훌륭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깊이는 없고, 한, 두 시간 정도만 플레이 해 보면 새로운 엔딩을 수집하는 행위 이외엔 더 나올 건덕지가 없지만 멍 하니 클릭하고 있기엔 훌륭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모든 엔딩을 클리어 하는데 드는 시간은 대략 10시간 전후다.

8천원의 투자로 10시간짜리 손장난 감을 구매하는 것은 누군가에겐 사치이겠지만 취향에 맞다면 괜찮은 투자일 수 있다.

 

어차피 다른 취미나 문화 생활을 즐기기에도 그 정도 금액은 투자해야 할 때가 많으니까 말 이다.

또, 별개의 이야기지만 킬링 타임 조차도 많은 양의 추가 과금을 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수많은 게임에 지친 게이머에겐 이건 큰 사치도 아니기도 하니까. 적어도 <여포 키우기> 엔 DLC 나 캐시 구매 등 추가 과금 요소는 없다.

 

 

각종 삼국지 인물들이 까메오처럼 등장하는 이벤트들도 재미 요소 중 하나다. 물론 모두 TS 된 상태.

 

 

회차를 거듭해서 다양한 엔딩을 볼 때 마다. 혹은 숨겨진 이벤트를 격파 할 때 마다 숨겨진 아이템들을 하나 씩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특이한 희귀 아이템들은 다음 회차를 플레이 할 때 그대로 가져 갈 수 있다.

다회차 플레이 할수록 딸을 더욱더 수월하고 강하게 키울 수 있게 되는 것 이다.

 

 

 

이러한 잔잔한 재미 요소들, 그리고 새로운 엔딩을 만들어 낼수록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여포의 일러스트를 수집 할 수 있는 시스템들도 있다.

 

굉장히 옛날 센스의 게임이지만, 갖출 건 제법 다 갖추긴 했다는 소리다.

 

“모바일 게임으론 조금 넘치는 것 같고, PC 게임으론 조금 모자란 것 같은 게임”이 내가 <여포 키우기>를 하면서 느낀 인상이다.

 

물론 이와는 별개로, 원작 웹소설의 팬 이라면 또 다른 의미에서 만족스러운 플레이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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