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차라리 애니메이션을 보자. 소드 아트 온라인: 앨리시제이션 리코시스 리뷰

  • 입력 2020.07.16 15:58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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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게임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이나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다. 현실에서 벗어나 검과 마법, 몬스터가 존재하는 또 다른 현실을 경험하게 해주는 가상현실 게임은 모든 게임의 최종 종착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꿈의 장르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상현실 게임이 언젠가는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꾸고는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완전한 가상현실 게임은 당장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에 그 꿈은 애니메이션이나 유사 영화, 만화 등의 콘텐츠로 구현되고 있다.

무수히 쏟아진 가상현실 게임 기반 콘텐츠 중에 가장 대표적인 시리즈는 단연 소드 아트 온라인이다. 가상현실 게임에 갇혀버린 주인공이 게임 안에서 연애도 하고, 동료와 우정을 쌓으며 마침내 현실로 탈출한다는 기본 스토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소드 아트 온라인은 무수히 많은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매번 등장했던 캐릭터가 다시 등장하고, 도저히 듣기 힘들 정도로 오글거리는 대사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시스템 등 진입장벽이 있긴 하지만 가상현실 게임을 기반으로 한데다가 액션신이 수려한 탓에 소드 아트 온라인은 꽤나 많은 팬을 거느린 장수 시리즈가 되었다. 당연히 게임으로도 많이 출시되었다. 기본인 검과 마법을 사용하는 세계, 총과 대포를 사용하는 세계, 요정이 되어 모험을 하는 세계 등 매 시리즈마다 독특한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워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79. 소드 아트 온라인의 새로운 시리즈, 소드 아트 온라인 : 앨리시제이션 리코시스(이하 리코시스)가 출시되어서 즐겨보았다.

필자는 소드 아트 온라인 시리즈를 게임으로 즐겨본 적이 없다. 애니메이션만 딱 한 편. 그것도 가장 처음에 나온 기본 시리즈만 봤었기 때문에 각 시리즈마다의 차이나 다른 시리즈와의 비교는 할 수 없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리코시스가 게임으로서 어느 정도 완성도가 있는지, 소드 아트 온라인을 모르는 이들도 즐길만한 게임인지 등을 알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춰 리뷰가 진행되었다는 점 양지하기 바란다.

소드 아트 온라인 전통의 스토리. 입문작으로는 비추

스토리는 소드 아트 온라인 전통의 그것을 그대로 계승했다. 주인공 역시 대체 얼마나 오래 게임안에 갇혀 있는지 모를 키리토 그대로고 심지어 첫 작품의 히로인이자 시리즈의 진 히로인 아스나 역시 등장한다. 게임은 처음 키리토가 처음 보는 세상에서 일어나서 절친 유지오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키리토는 로그아웃이 되지 않는 이 기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어째 시리즈 내내 이게 목표냐. ) 유지오는 어렸을 때 금기를 범해 끌려간 소꿉친구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모든 소드 아트 온라인 게임이 그렇지만 리코시스 역시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개발된 듯 하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진행을 따라간다. 그래서인지 스토리 축약이 많고, 쓰잘데기 없는 TMI식 정보가 많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수두룩하다. 밑에서 후술할 예정이다.) 전체적인 큰 플롯은 심플하고, 큰 복선으로 보였던 것들도 중간 중간 회수되고 있어서 개연성이 없다거나 어색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만큼 기본적인 스토리 자체는 탄탄하다. 소드 아트 온라인 시리즈의 팬이라면 익숙한 캐릭터들을 볼 수 있고, 전작과의 스토리 연계도 생각할 수 있어서 좋을 테지만, 리코시스로 소드 아트 온라인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이해 못할 표현이나 장면들이 꽤 자주 등장한다. 캐릭터들이 세계관이나 기본적인 설정은 자세히 설명해줘서 이해가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전작과 연계되는 요소요소가 많아서 입문작으로는 비추다.

연속성은 밥 말아먹었나.

시스템에서는 할 말이 많다. 대체 왜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훌륭한 소재에 이따위 시스템을 채용했는지 울분이 차오를 지경이다. 먼저 스토리 축약. 장편 애니메이션을 게임으로 이식하려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이해하려고 해도 축약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처음에 키리토가 유지오를 만나 검을 알려주고 도시로 간다고 해서 그곳에서의 신나는 모험을 상상했다. 학원에 입학한다면 여러 인간군상과의 어울림이 있을 것이고, 위병대에 들어간다면 몬스터 토벌등의 임무가 있겠지. 그런데 게임은 그런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키리토와 유지오의 1년을 몇 마디 설명으로 끝냈다. 이렇게 축약을 할 거면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은 언급하지 말든가. 필자는 플레이해보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하는 입학시험 얘기를 키리토는 주구장창 해댄다. 입학해서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 대화 몇 번 넘기다 보면 3달이 지나있고, 임무 하나 하고 나면 또 6개월이 지나있다.

이렇게 게임 내 시간을 계속 건너뛰다 보니 정작 게이머가 플레이하는 시간은 정말 몇 안된다. 그나마 초반 마을에서 도시로 이동할 때까지는 내가 키리토를 조종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학원 입학하고 나서는 그냥 비주얼 노벨을 읽는 느낌이었다. 게이머가 키리토를 조작할 수 있는 건 오직 몇 개월에 한 번 있는 특별임무 때 뿐. 그 외에는 그냥 대화 넘기는 기계가 되어 버튼만 연타해야 한다. 게이머가 조작할 수 있는 텀이 길다 보니까 플레이가 연결되는 느낌도 없다. 상점도 많고, 서브 퀘스트도 많은데, 이걸 지금 진행해 봐야 메인 스토리 진행하면 또 달라질 텐데 굳이 왜?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버튼 누르는 시간도 아까운데 중간 중간 넘길 수 없는 장면도 있다. 이게 중요한 장면이면 필자도 몰입해서 보겠는데, 별 거 아닌 일상대화, 혹은 시덥지 않은 농담 따먹기 등을 넘기지 못하게 해 놨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용기와 희망, 오글거리는 대사가 버무려져서 듣기 힘들 지경인데 이걸 그냥 생으로 봐야 한다. 스킵할 수 있긴 하지만 혹시나 중요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을까봐 넘기지도 못한다.

튜토리얼만 4시간. 몹 하나 찾기가 힘들다.

버튼 넘기기 외에 메인 스토리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남은 건 전투 뿐이다. 소드 아트 온라인 게임은 전투 시스템이 독특하기로 유명하다. 리코시스 역시 마찬가지. 나름 액션게임이라 조작할 것도 많고, 전투 시스템도 어디서 본 적 없는 종류의 것이다. 필자 역시 처음에는 익숙해지느라 고생 좀 했다. 하지만 일단 한 번 익숙해지면 조작하는 맛이 있긴 하다. 액션 자체가 화려한 편이고, 연계 했을 때의 소위 말하는 딜 뽕도 충만하다. 문제는 최적화다. 필자는 PS4로 플레이했는데, 조금만 화려한 액션이면 프레임 드랍이 일어나서 버벅거린다. 그렇다고 조작이 말끔한 것도 아니다. 캐릭터의 움직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액션 동작 역시 한 템포 늦게 발동되는 듯한 느낌이다. 캐릭터가 걷는 게 아니라 미끄러진다는 인식을 많이 받게 된다.

튜토리얼은 친절한 편이다. 매번 새로운 시스템, 혹은 초보자가 알아야 할 기능이 나왔을 때 설명이 나오는데 꽤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설명만 자세히 읽어도 게임 진행에는 무리가 없다. 그런데 이 튜토리얼이 게임 시작하고 4시간 가까이 될 때까지 계속 나온다. 아예 한 번에 몰아서 설명을 하던가. 잊을 만하면 튜토리얼이 나와서 튜토리얼만 4~5시간 하는 느낌이다.

조작에서 가장 큰 문제는 퀘스트다. 다른 RPG 게임처럼 리코시스 역시 메인 퀘스트 외에 서브 퀘스트가 지역마다 몇 개씩 존재한다. 사람들이 주는 일반적인 서브 퀘스트가 있고, 고대 전사상이라 불리는 석상이 주는 퀘스트가 있다. 그런데 이 서브 퀘스트의 목표가 지도에 표시 안된다. 처음에 필드에 있는 작은 몬스터를 처치해 달라는데, 이 몬스터가 어디 있는지는 그냥 퀘스트에 나온 설명만 가지고 게이머가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이 무슨 불친절한 시스템이란 말인가. 현실성을 극도로 높인 게임도 아니고 심지어 가상현실 게임을 소재로 한 게임에서 NPC의 말만 듣고 퀘스트를 클리어하라니. 이런 퀘스트가 한 둘이 아니다보니 나중되면 귀찮음에 서브 퀘스트는 포기하고 메인 퀘스트만 진행하면서 스토리를 밀게 된다.

거품 섞인 볼륨

볼륨 자체는 아주 훌륭하다. 4시간 가까이 플레이해도 1챕터를 못 끝낼 정도. 하지만 이 볼륨은 완전히 거품이다. 실제로 게이머가 자유롭게 생각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고, 나머지는 캐릭터 간의 대화를 구경하거나, 버튼 누르는 시간이다. 로딩은 또 왜 이렇게 긴지. 한참 로딩을 기다려서 나오는 게 고작 키리토와 유지오의 희망에 찬 대화 몇 마디다. 위에서 스토리 부분에서 언급한 것처럼 꼭 필요한 내용은 없고, 대부분이 서로 대화하는 내용. 혹은 서로를 염려하는 내용이다. 사건은 없고 대화와 나레이션만 있는 느낌이랄까. 스토리 진행이 어디서는 너무 더디게 가고, 또 어느 시점에서는 순식간에 지나간다. 애니메이션을 게임에 이식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장면 취사선택이겠지만, 그것도 정도껏이어야지. 시간 사이의 갭이 너무 심해 몰입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소드 아트 온라인 광팬만 구입하길. 자유도는 기대하지 말자.

액션 RPG 장르는 필자도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박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그런데 리코시스는 해도 너무 했다. 게임을 플레이한다기보다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분이었다. 오픈월드라고는 하지만 자유도라고는 없고, 실제로 필드에서 캐릭터를 움직이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필자가 소드 아트 온라인에 대해 잘 몰라서 이렇게 박한 평가를 내리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전 지식의 유무를 제하고 게임으로만 봐도 리코시스는 절대 좋은 게임이 아니다. 리코시스 애니메이션을 봤고, 소드 아트 온라인을 사랑하는 이라면 수집용으로 구매하길. 구매를 계획하고 있다면 액션성보다는 비쥬얼 노벨에 무게를 두고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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