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의외로 추천! 마구마구 2020

  • 입력 2020.07.16 15:58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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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마구? 내가 꼭 욕해줄 거야! 마구마구!

 

정말 솔직하게 말할게요, 전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된 마구마구 2020 이외에, PC 버전으로 넷마블 플랫폼에서 서비스된 마구마구를 제대로 플레이해보지 않았어요.

왜냐면 적어도 제겐 입문하기에 너무 벽이 높은 게임처럼 보였거든요. 진입장벽이라고 하죠? 마구마구 팬들이 게임 관련 사이트에 하는 불만들의 목록만 열거해봐도 게임을 전혀 하고 싶지가 않았었어요. 현실 돈을 써야만 뽑을 수 있으며, 극악한 확률의 가챠로만 완성된다는 플라잉 캐치등의 스킬과 덱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악덕 게임의 운영에 수년간 시달린 것처럼 지치는 기분이었죠! 그러니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볼 용기가 없었다는 게 더 옳은 표현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그 악독한(?) 마구마구의 모바일 버전이 출시되었어요! 좋았어. 이쪽은 내 전문이지. 이번 기회에 이 게임계 악한 녀석들의 신작을 내 두 손으로 오체분시하여 플레이어들의 원한을 풀어주리라! 소매를 걷어붙인 저는 본격적으로 마구마구 2020의 해부에 들어갔죠. 그런데 어라, 이거 왜 괜찮은 것 같죠?

얼마 전에 주로 해외 게임 웹진 위주로 무턱대고 출시하기 이전의 <라스트 오브 어스 2>에게 무궁한 호평을 냈다가 많은 게이머로부터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죠? 언 듯 리뷰어들의 판단이 이상해 보이지만, 사실 리뷰를 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이나 전작의 명성이 후속작의 이미지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거든요. 명작 타이틀 IP의 후속작이 조금 이상하면,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플레이한 자신이 조금 이상한 게 아닌가 하는 이상한 합리화를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명작의 후속작은 끔찍한 망작이될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소리일까요? 마구마구 2020을 살펴봅시다!

마구마구 2020의 리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전 이미 알고 있어요. 바로 결제, 과금, P2W (Pay to Win)의 상태가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느냐가 제일 궁금하시겠죠? 이 부분은 바로 다음 문단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즐거워보이는 싸이버 관중들
즐거워보이는 싸이버 관중들
보라카드가 뜨면 기부니 조커든요.
보라카드가 뜨면 기부니 조커든요.
마구마구2020의 붉은청룡
마구마구2020의 붉은청룡

 

결제 없이도 성장할 수 있을까요?

...메니지먼트 게임으로선 나쁘지 않네요!

 

사실 전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우선 기본적인, 너무 비싸지 않은 패키지가 있다면 구매할까 잠깐 고민했답니다. 애초에 마구마구란 게임 자체가 엄청난 과금 구조로 돌아간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고, 게임을 해본 결과 게임에 흥미가 어느 정도 갔기 때문이에요.

아예 이런 게임은 차라리 처음부터 약간의 과금을 하는 것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도 생각했죠. 하지만 다른 플레이어들과 몇 판의 실전 경기를 치러보고 나서 그 생각을 바꾸었어요.

왜냐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컨트롤하더라도, 결국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는 실전 경기에서조차 가장 중요한 것은 구단 가치, 즉 다른 게임으로 치면 전투력에 해당하는 부분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컨트롤의 실력 차가 조금 나고, 내가 열심히 한다면 나보다 조금 높은 구단 가치를 가진 사람도 이길 수 있기는 했지만, 압도적으로 나보다 높은 구단 가치의 팀과 만나면 꼼짝없이 승리를 내줘야 했습니다. 이쯤 되니 또 다른 의문이 드는 거 있죠.

이 게임, 과금을 안한 사람도 할 수 있기는 한 걸까?

어쩌면 당연히 드는 의문이었어요. 전작의 악명도 악명인 데다, 구단 가치로 인해 승패가 너무 쉽게 갈리고 있었고, 구단 가치를 가장 빠르게 올리는 길이야 당연히 패키지 결제일 테니 말이죠. 저는 이것에 대한 실험을 하기위해 아예 결제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무과금 계정인 상태로 며칠간의 시간을 줘보기로 했습니다.

결과는요? 의외로 나쁘지 않았단 거예요!

제 팀은 별도의 결제를 하지 않고도 그 구단 가치를 계속해서 쭉쭉 성장시키고 있어요. 가장 주요했던 성장 포인트는 싱글 게임이었요. 싱글 게임은 AI 팀과 시즌 경기를 펼쳐 승리하면 그 보상을 얻는 방식인데요, 더 중요한 건 이 싱글 게임의 리그가 내가 별도로 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진행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건 게임을 끄고있어도 마찬가지고요. 속도는 15분에 1 게임. 즉 대략 1시간에 4게임 정도가 자동으로 흘러가죠. 게임에 많은 노력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면 싱글 게임이 알아서 진행되도록 내버려 두고 몇 시간에 한 번씩 들어가서 경기 최대 수를 클리어해주거나 아니면 새로운 시즌을 열어주면 돼요. 제가 이런 식으로 플레이했죠. 싱글 게임은 15분에 1경기. 하지만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경기 숫자는 정해져 있고, 패시브 스킬을 찍으면 이게 더 늘어나요. 아마 초기 수치는 20이었던 것 같고, 제 경우엔 구단 레벨이 몇 번 오를 때마다 이 경기 수를 늘려주는 패시브를 올려서 최대 40회의 경기가 자동진행되게 만들어두었습니다.

15분의 경기를 40번 해도 알아서 캐릭터들이 성장하고 있는 격이니 전 10시간에 한 번씩만 접속해서 경기 확인만 해주면 계속해서 알아서 구단이 성장하고 있는 격이었습니다.

이건 마치, 오래된 웹게임들을 하는 기분도 들었어요. 마치 몇 시간에 한 번씩 오게임에 접속해서 창고 가득 쌓여있는 자원을 소모해주고 로그아웃하는 감각과 유사했죠. 이렇게 리그 진행은 마치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에 가까운 감각을 가지고 가고 있었고, 리그 진행을 통해서 구단은 쑥쑥 성장하는 데다가, 일간 퀘스트와 주간 퀘스트로 꾸준히 캐시 재화를 뿌리고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과금 없이도 캐시로만 얻을 수 있는 카드들도 조금씩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따지고 보자면 일간 퀘스트를 꾸준히 깨는 플레이어가 들이는 노력에 비교해 같은 수준의 재화를 얻기 위한 결제금액이 너무 큰 게 아닌가 싶었어요. 예를 들어 주간 미션으론 200 보석, 일간 미션으론 하루엔 50 보석을 얻을 수 있으니 주간 무료로 얻을 수 있는 보석의 수는 550 정도죠. 그리고 이 정도 보석을 얻으려면 결제금액으론 만원이 넘어요. 매일 게임에 접속해서 잠시 즐기는 것 만으로도 한 달에 5~6만 원에 해당하는 캐시 재화를 얻게 해두었어요. 이런 패턴이 유지된다면 나쁘지 않은데요?

하지만 이 말도 덧붙이지 않으면 안 되겠죠, 싱글 경기로 리그를 진행하며 구단이 점차 성장하고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을 얻는 재미로 치자면 상당히 훌륭한 게임이지만, 시뮬레이션 게임, 실시간 경기 등의 콘텐츠는 PVP 성향을 지닌 경쟁적 콘텐츠고, 이것들을 깊게 즐기다 보면 아주 꾸준한 결제의 유혹을 받을 게 틀림없어요.

아무리 내가 싱글 경기로 구단을 열심히 키워놓아도 누군가는 나의 구단보다 강한 구단을 가지고 있을 테고, 선수의 능력치가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지금의 상황에선 나보다 강한 구단에게 질 때마다 결제를 해서 빨리 구단 가치를 높이고 싶어지겠죠!

어찌 보자면 아무리 친절하게 다가와도 이 게임은 구조적으로 항시 결제의 유혹을 내포하고 있고, 그것을 개발진이 그 유혹의 힘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에 무과금 유저들도 얼마든지 가벼운 마음으로 마음껏 자신의 구단을 성장시킬 수 있게 시스템을 열어놓았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글을 적다 보니 정말로 그럴 것이란 확신이 드네요!

실컷 게임을 즐기다가, 언젠가 먹이를 콱! 물 날을 기다리면서 말이죠!

이 달달한 무료 플레이는 거대한 미끼이고, 우리는 한 마리의 가련한 물고기일지도 몰라요. 언젠가 파닥파닥. 낚였다. 를 외치게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 당장 이 떡밥은 내 거야!’라고 외치며 마구마구 2020을 맛봐야 할 치명적인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다음 문단에 등장합니다!

 

많이 준비되있는 싱글 게임 콘텐츠들
많이 준비되있는 싱글 게임 콘텐츠들

 

(충격) 알아서 성장하는 구단이 있다??
(충격) 알아서 성장하는 구단이 있다??
전투력...아니 구단 가치가 오르면 기분이 조커든요.
전투력...아니 구단 가치가 오르면 기분이 조커든요.
실제 MVP가 이랬다간 큰일날겁니다.
실제 MVP가 이랬다간 큰일날겁니다.

 

 

훌륭한 연출과 해설 보이스!

야구 알못도 즐겁다!

 

여기까지 리뷰를 읽었는데 조금 허무하시겠지만, 고백하자면 전 야구를 잘 몰라요!

야구 알못, 야알못 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바로 제가요!

사실 기본적인 야구의 규칙들 정도는 알고 있는데, 야구를 즐겨보진 않는다는 소리예요. 어려서부터 잦은 이사를 다녀서 그런지, 연고지 팀에 대한 정감이나 의리 같은 게 도무지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응원하는 팀도 없고, 딱히 야구 경기에 재미를 붙이지 못했어요.

하지만 마구마구는 재밌더라고요!

어떤 점이 재밌었느냐? 라고 하면 흔히들 구단을 성장시키는 재미, 선수 카드를 모으는 재미 등을 떠올리겠지만 전 의외로 그보다 더 직관적인 부분들이 즐거웠어요.

우선 게임의 UI와 그래픽의 수준이 상당히 높고 깔끔해서 눈이 즐거웠습니다. 이건 정말이에요. 근래에 나온 모바일 게임치고도 마구마구 2020은 때깔 자체가 좋아요. 간단하게 펼쳐지는 퀘스트창의 모션만 보아도 제법인데?’ 싶다니까요? 흐음, 이건 좀 공감하기 힘들 정도로 변태적인 디테일인가요? 좋아요, 이건 접어두고 더 공감 갈만한 예시를 들자면 해설자들의 보이스였어요!

경기가 시작되면 먼저 들리는 것이 해설자들의 인사입니다. AI로 만들어진 프로 해설자들은 (아무래도 실제 해설자의 보이스를 사용해서 만든 것 같아요) 경기 내내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심지어 묘하게 현실의 경기와 다른 게임내의 상황도 재치있게 그에 맞게 해설해주더라고요. 쳤습니다~! 안타-! 아웃되고 맙니다. 홈런~! 경기 마무리됩니다! 귀여운 3등신 선수들의 경기중 리액션 디테일도 해설과 어우러져서 즐거웠어요. 굉장히 뻘한 실수가 일어나면 뜬금없이 카메라가 감독을 한 번 비춰준다든가 하는 센스도 너무 웃겼어요. 굉장한 점은 싱글 게임에선 최대 4배속의 자동경기도 제공하는데, 4배속 경기에도 해설들의 목소리가 아주 자연스럽게 해설을 이어간다는 거예요. 목소리가 변조되지도 않고, 참 적절하게 연출을 잘했다 싶더라고요.

 

이렇게 재미난 연출들도 있고, 해설자들의 해설도 재밌고, 여유 있게 싱글 게임 위주로 구단을 성장시키면 결제의 압박도 없는 마구마구 2020은 제법 괜찮은 게임이었어요.

물론 온라인 성향의 게임은 운영에 따라 그 운명이 많이 갈리는 만큼 향후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일단 첫인상은 의외로 제법 좋았어요.

예를 들면 싱글 게임의 자동경기가 꼭 게임속에 들어가서 자동 버튼을 눌러야만 그제서야 발동되는 등, 사소하게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요. (이것 좀 수정해주세요, 설정하면 늘 자동경기로 시작 할 수 있도록요!)

 

여러분도 당기신다면 가볍게 즐겨보세요.

플레이어들과 싸우는 실시간 경기에 너무 심취하진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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