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압축 양산형 모바일 RPG. 모바일 '위드 2: 신의 귀환' 리뷰

  • 입력 2020.07.08 16:07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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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지만 '양산형 RPG'는 2020년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판을 함축하는 단어다. 대부분의 모바일 RPG가 껍데기만 다를 뿐, 그 안에 포함된 콘텐츠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의 유행으로 지나갔으면 좋았겠지만, '양산형 RPG'의 인기는 꾸준하다. 이제는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많고, 마켓의 랭킹 순위에 없으면 어색할 정도가 됐다.

 

'양산형' '중국산'이란 단어 자체가 굉장히 불편하고, 정이 가지 않는 게이머가 대다수일 것이다. 우선은 이 장르는 어떤 신선함이 없다. 이 카테고리에 속한 게임들은 '스킨'만 다를 뿐이지 다 같은 게임이다. '그래도 이거 하나 만큼은 달라요'라고 열심히 아닌 척하지만, 결국 들여다보면 그놈이 그놈이다.

 

이 '양산형 RPG'는 게임 진행의 대부분을 '자동'에 맡기는 시스템이다. 그러다 보니 플레이어는 뭔가를 '한다' 보다는 일종의 '관람' 혹은 '감상'의 느낌을 받는다. 여기에 요즘엔 더 나아가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다 알아서 해드릴게요'의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제는 '방관자'가 된 셈이다.

 

내가, 내 휴대폰에 받은 게임인데 그냥 켜놓고 딴짓을 해도 상관없다. 물론 이런 방법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 분명 이런 시스템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휴대폰 들여다볼 여유가 없어요' '게임할 시간이 없어요'의 바쁜 현대인을 위한 맞춤 게임이다. 이를 비난할 순 없다.

부정적인 시선의 게이머들에겐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의외로 '양산형 RPG'는 어느 정도 평타는 치는 게임이다. 이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들, 혹은 구매력이 있는 특정 층 때문인지, 아니면 뭔가 일반인들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손' 같은 게 작용하는지 모르겠지만, 명맥은 계속 이어진다.

 

아마 마켓을 둘러보다가 '무슨 게임인데 3편까지 나왔지?' '어디서 나온 게임이지?' 하는 게임들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이번에 다룰 게임이 바로 이런 느낌이다. 바로 '위드 2: 신의 귀환'이다. 참고로 1편은 '위드: 신의 날개' 였다. 솔직히 1편이나 2편이나 크게 다를 것도 없을 것이고, 굳이 전작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젠 모바일 게임 개발사나,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이나 알 거 다 아는 사이다. 굳이 포장하거나 유난 떨 필요 없이 '요즘 나오는 중국산 양산형 RPG'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해볼까 한다.

'위드 2'의 캐릭터는 세 가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검사' '궁수' '법사'로 RPG의 기본과 같은 직업이다. 남녀 캐릭터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커스터마이징은 생략됐다. 최근 3D 실사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에서는 세밀한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드 2'는 이런 불필요한 힘 빼기를 생략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직업과 성별, 이름이 전부다. 특이하게 캐릭터의 이름도 무작위로 선택할 수 있다. 주사위를 굴리면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 무작위로 선택된다. 최근에는 캐릭터의 이름까지 이렇게 자동으로 만들어 준다. 

 

캐릭터 선택에서 모션을 조금씩 감상할 수 있는데, 시작부터 '양산형 그래픽' 특유의 색감이 진하게 묻어난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양산형 RPG'의 표준처럼 느껴진다. 사실 그래픽이 중요한 게임은 아니다. 어차피 탈것과, 애완동물과, 날개 등의 각종 아이템으로 가려지게 되니 큰 의미는 없다.

인 게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UI와 그래픽이다. '중국산 양산형 RPG'는 개발과정에서 마치 준비된 '에셋'이나 '스킨'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언젠가 해본 것 같은' 색감, NPC, 오브젝트, 텍스트로 가득 차 있다. 굳이 이 게임이 위드 2가 아니라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플레이해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위드 1'과의 연결점을 모른다고 해도 게임엔 지장이 없다.

 

전형적인 모바일 양산형 RPG의 그래픽 수준이기 때문에 이런 게임을 좋아하고, 또 즐겨하는 게이머라면 크게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대신 필드의 모든 캐릭터가 날개를 달고 있고, 탈것을 탈고 이동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렉은 느껴진다. 화려한 이펙트를 좋아한다면 상관 없지만, 좀더 원활하고 빠른 진행을 하고 싶다면 그래픽을 설정해주는 편이 좋다.

UI 역시 다른 RPG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표준'의 배치를 하고 있다. 게임은 어차피 자동으로 진행되고, 터치만으로 게임은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 방향키와 스킬 창의 위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굳이 이렇게 커야 하나?' 생각이 든다.

 

메뉴와 스킬 창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각종 충전 혜택도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든다. 이 메뉴의 절반 이상이 모두 충전과 관련된 내용이다. 하나의 메뉴로 묶어서 세분화한 것이 아니라 이벤트, 첫 충전, 일일패키지, 혜택 등 모두 하나의 아이콘을 차지하고 있다. 

 

'이벤트' '보상'이라는 단어로 뭔가를 막 퍼줄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싸게 드릴게요. 충전하세요'다. 물론 양산형 RPG 답게 초반에 최대한 재미를 볼 수 있는 '탈것' '애완동물' '날개'는 받을 수 있다. 화면에 보이는 대부분이 과금과 관련된 아이콘이기 때문에 딱히 건드릴 일이 없다. 모바일게임에서 아이쇼핑은 크게 재미가 없다. 

'위드 2'에서 새롭게 접한 기능이 하나 있다. 개인적으로 양산형 RPG를 한동안 플레이 않았기 때문에 조금 신선했다. 지금까지 스토리 컷신 건너뛰기나 NPC와의 대화 스킵 기능은 많이 봐왔지만, '카운트 다운'은 처음이다. '위드 2'에서는 캐릭터의 대사에 '3초'의 시간제한을 뒀다. 한마디로 NPC의 대사가 길건 짧건 3초만 지나면 그냥 자동으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솔직히 '위드 2'의 깊은 스토리의 구성이나 독특한 배경설정, 세계관 같은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있으나 마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점을 예상한 듯이 오히려 '더 빠른 진행'을 가지고 왔다. '선수끼리 뭘 놀라고 그래요' 라는 느낌이었다. 간혹 텍스트의 번역이 어색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를 확인할 틈을 주지 않았다.

스토리의 진행이 빠른 만큼 캐릭터의 육성이나 레벨업도 굉장히 빠르다. 실제로 30분 정도만 진행해도 50은 쉽게 찍을 수 있다. 기본 진행은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지만, '실전 압축 레벨업' 구간은 따로 있다. 물론, 재화와 아이템을 파밍하고 강화하는 '던전'과 '보스'도 거쳐야 한다.

 

레벨업을 하는 구간은 '마궁'이다. 여기에선 4~5 정도의 레벨을 단숨에 올릴 수 있다. 당연히 진행은 '자동'이고, 뭔가 굳이 할 필요는 없다. 메인 퀘스트 진행을 위해서는 '마궁'에 꼭 들러야 한다. 피할 수는 없다. '마궁'뿐만 아니라 양산형 RPG에서 갖춰야 할 요소는 모두 있다. 다른 게임의 경우엔 파티, 월드 보스, 수집 등의 구역을 하나하나 찾아야 하지만, '위드 2'에서는 '일상'이라는 메뉴에 모여있다.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다가, 한 번씩 빨간 점의 '바로 가기'를 돌아가며 눌러주면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월드 보스를 잡거나 파티플레이를 하는 구간에서는 미터기의 딜 순위만큼 보상에 차이가 있다. 과금 요소가 개입하는 콘텐츠지만, 넘을 수 없는 허들 정도는 아니다. 주로 '데미지 버프'나 '물약'과 같은 개념이기 때문에 클리어가 어렵진 않다. 레벨 80 정도까지는 막히는 구간이 없다.

캐릭터의 육성이나 장비의 파밍과 강화는 전형적인 양산형 RPG의 유행을 따르고 있다. 캐릭터의 스탯 강화, 장비 교체, 불필요한 장비 분해, 스킬 개방과 같은 기능은 모두 자동으로 지원한다. 제때 터치만 해주면 저절로 강해지기 때문에, 파밍이나 강화의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위드 2'는 확실히 이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다. 양산형 RPG의 대표 마스코트는 '날개' '탈것' '펫'인데 이 세 가지에 '육성'기능이 있다. '진짜 제대로 한 번 보여줄게'의 의지가 보인다. 뭔가 다른척하지 않고 '표준'을 그대로 따른다. 관심 없는 게이머나 새로운 유입보다는 이 장르를 정말 좋아하고, 하는 방법을 아는 게이머에 집중한다.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든다. 괜히 아닌 척 다른 척 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것을 끼워 넣지 않았다. '중국산 양산형 RPG'가 갖춰야 할 것을 모두 갖췄다. '비난할 테면 해라. 우리는 이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를 위해 더 쉽고 편하게 만들었다'는 자신감과 솔직함이 보인다.

앞서 중국산 양산형 RPG를 '평타는 치는 게임'이라고 했다. 좋은 뜻은 아니다. 말 그대로 '평타'만 치고 그치기 때문이다. 이 틀을 깨지 않는 한 많은 게이머의 관심을 사로잡기 어려울 것이다. 스킬도 없고 궁극기도 없고 그 어떤 특성도 없이 '평타'만 있다면 과연 누가 그 캐릭터를 고를까?

 

물론, 양산형 RPG를 하는, 할 수밖에 없는 게이머들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 장르를 즐기는 게이머들이 평생 '위드 2'를 할 것도 아니고, 그저 잠깐 지나가는 정도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낀다면 할 말이 없다. 소수의 매니아들을 위한 게임도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평타'만 '터치'만이 유일한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별다른 조작도 없고, 들여다볼 필요도 없는 게임에서 어떻게 재미를 찾아내야 할지 모르겠다. '위드 2'의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랑은 안 맞는 거 같네요'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진짜 중국산 양산형 RPG 제대로 보여줄게'라는 느낌이고, 정말로 '중국산 양산형 RPG'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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