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PC] 간만에 나온 수작! 데스페라도스3 리뷰

  • 입력 2020.06.24 13:27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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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게이머라면 코만도스 시리즈를 알고 있을 거다. 1998년 출시되어 실시간 전술 잠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게임으로 올해 리마스터 버전이 등장하여 화제가 된 시리즈다. 실시간 전술 잠입은 이후 데스페라도스라는 게임 시리즈로 계승되었고, 2016년에는 독일의 Mimimi 프로덕션에서 일본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쉐도우 택틱스라는 게임을 개발, 출시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616, 데스페라도스2의 후속작인 데스페라도스3가 출시되었다. 개발사는 쉐도우 택틱스를 개발한 Mimimi 프로덕션이고, 발매는 THQ 노르딕이 맡았다. THQ 노르딕은 이미 수 많은 게임을 서비스한 글로벌 회사로 이름이 높고, Mimimi 프로덕션은 전작의 성공으로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한 바 있다. 데스페라도스 원작 시리즈를 개발했던 스펠바운드의 개발이 무산되고 처음으로 시리즈에 손을 댄 Mimimi 프로덕션. 과연 이들이 만드는 데스페라도스3는 어떤 모습일까?

본격적인 리뷰를 진행하기에 앞서서 필자는 코만도스 시리즈를 심도 있게 즐기지 않았다. 아니, 예전에 몇 번 플레이 해보긴 했지만,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너무 오래된 게임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필자가 기억하는 가장 최근의 실시간 전술 잠입 시리즈는 쉐도우 택틱스. 이번에 데스페라도스3를 개발한 Mimimi 프로덕션의 이전작이다. 필자는 정작 데스페라도스 시리즈의 이전 작품들은 플레이해보지 않았기에 리뷰가 전체적으로 쉐도우 택틱스와의 비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시리즈를 몰라도 좋고, 알면 더 좋고. 개연성 있고, 캐릭터가 살아있다.

쉐도우 택틱스도 그렇고, 데스페라도스3도 그렇고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것은 캐릭터다. 쉐도우 택틱스에서 5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만나고, 이들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흘러갔던 것처럼, 데스페라도스3에서도 특색있는 5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가 흘러간다. 시리즈 전통의 주인공인 존 쿠퍼가 4명의 캐릭터를 만나고, 이들과 함께 자신의 복수를 수행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시리즈의 일환이고, 전작에서 등장했던 이들도 상당수가 재등장하지만, 프리퀄 작품이라 시리즈를 몰라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스토리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존 쿠퍼와 시리즈 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 닥터 맥코이, 케이트 등이 어떻게 친해졌는지도 알 수 있어 즐길거리가 많다.

필자는 데스페라도스3를 통해 이 시리즈를 처음 접했기에 등장인물의 상관관계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굉장히 흥미있게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 원동력이 된 것은 아마도 캐릭터마다 독특하고 참신하게 구현된 캐릭터성과 대사 때문일 것이다. 정 많고 안 그런 척 하지만 정의감 넘치는 존 쿠퍼, 힘 좋은 개그캐, 헥터, 시니컬한 저격수이자 의사인 닥터 맥코이 등 캐릭터마다 컨셉이 확실하고 그에 따른 능력과 대사가 잘 조합되어 예상치 못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서글서글하고 화통한 헥터와 츤데레 자체인 멕코이가 누가 더 적을 많이 죽였는지 내기하는 장면이라든지, 헥터의 치근덕거림을 케이트가 사전에 차단하는 장면 등 처음부터 차근차근 형성된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가 몰입도를 높여주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키워준다. 쉐도우 택틱스 때부터 느낀 거지만 정말 Mimimi 프로덕션이 이런 등장인물들 간의 자잘한 대사나 상황에 따른 상호작용은 잘 구현하는 것 같다.

쉐도우 택틱스와 완전히 동일한 시스템

시스템은 쉐도우 택틱스와 완전히 동일하다. 너무 똑같아서 할 말을 잃었을 정도. 그냥 캐릭터들의 능력만 달라졌다. 쉐도우 택틱스를 모르는 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총 5명의 캐릭터가 있고 이들의 능력을 이용해 맵 내의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통상 목표는 특정 인물을 죽이거나, 해당 장소까지 이동하는 식으로 설정되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캐릭터들의 능력을 조합하게 된다. 적들은 크게 일반병과 그보다 조금 강력한 판초 경비, 마지막으로 오직 헥터만이 근접무기로 죽일 수 있는 롱코트가 있다. 이 외에 변장을 간파할 수 있는 경비견이나 감시만을 하는 민간인 등이 있다.

플레이어 캐릭터들의 능력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쉐도우 택틱스와는 분명히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인 매커니즘 자체는 비슷하다. 변장 기술이 있고, 원거리에서 조용하게 암살할 수 있는 기술, , 유인 기술, 저격 등 쉐도우 택틱스에서 볼 수 있었던 기술이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 데스페라도스3에만 있는 독특한 기술은 마지막 이사벨의 결속과 정신지배 정도뿐이다.

쉐도우 택틱스를 플레이해본 입장에서 시스템상 조금 특이했던 건 하나의 맵 안에 민간인 구역과 전투 구역이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맵 안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만 제시하고 그 외의 것은 플레이어 자율에 맡겨서 중구난방이었던 쉐도우 택틱스와는 달리 데스페라도스3는 하나의 맵 안에서도 세부 목표 간에 민간인 구역이라는 완충장치를 만들어서 말 그대로 한 숨 돌릴 수 있는 구간을 만들어두었다. 그리고 서부시대의 특성을 살려서 다이너마이트, 개틀링 건 등 챕터 마지막에 본격적인 전쟁을 느낄 수 있는 장치를 여럿 만들어 두었다.

초보자는 마우스, 키보드 사용을 추천합니다.

쉐도우 택틱스와 데스페라도스3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실시간 잠입 장르는 조작이 어려운 편이다. PC로 조작을 해도, 패드로 조작을 해도 게이머가 기억해야 할 버튼도 많고, 캐릭터마다 다른 조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조작캐릭터가 1~2명인 초반에는 이런 문제가 크지 않지만, 3~5명을 한꺼번에 조작해야 하는 중,후반 가면 뇌에 과부하가 걸려서 뇌 정지가 오기 마련이다. 실제로 필자 역시 쉐도우 택틱스에서 조작해야 할 캐릭터가 4명을 넘어가는 시점에 반쯤 포기했던 적이 있다. 게이머들의 이 같은 불편함을 눈치챘는지, 개발사가 조작을 최대한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UI도 전작보다 훨씬 깔끔해져서 보기 편하고, 적들의 시야나 색감도 분명하게 구분해 놔서 확인이 쉬워졌다. 필자는 캐릭터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위해 패드로 플레이했지만, 조작 난이도 자체는 마우스와 키보드가 훨씬 쉬우니, 시리즈를 접해보지 않은 게이머는 마우스, 키보드로 플레이하길 권장한다.

어렵다. 어려운데. 재밌다.

전체적으로 어려운 게임임은 분명하다. 쉐도우 택틱스 때도 느꼈지만 실시간 잠입 게임은 퍼즐과 같은 요소가 있어서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한 맵에서 한 시간은 우습게 날리는 경우가 수두룩 하다. 개발사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서 초보자들은 쉬움 난이도로 플레이하길 권장하고 있다.

필자처럼 일반적으로 비슷한 장르를 몇 번 플레이해보고, 전략 게임에 자신이 있는 게이머라면 일반 난이도로 플레이하고, 엔딩을 보고 나서 조금 아쉽다 하는 이들은 어려움 난이도로 재도전 하자. 혹시 챕터 하나를 깼을 때 나오는 달성과제가 하나도 없어서 서운한가? 그게 일반적인 거다. 절대, 절대로 그 별을 채우겠다고 같은 맵을 같은 난이도에서 한번 더 플레이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자. 괜히 스트레스만 만땅으로 받는다. 달성과제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알겠지만, 그 조건을 모두 채우는 건 평범한 게이머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다크소울이나 세키로 같은 극악한 난이도의 게임만을 찾아서 즐기는 변태(?)들에게나 어울리는 달성과제니, 별이 차지 않는다고 시무룩해지지 말자.

전략 장르를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면 추천. 호불호는 조금 갈릴 수도?

앞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데스페라도스3는 쉐도우 택틱스와 유사한 점이 굉장히 많은 게임이다. 이 말은 곧 쉐도우 택틱스의 장점과 단점이 그대로 데스페라도스의 장점과 단점이라는 뜻이다. 일단 장점은 재밌다. 스토리도 개연성 있고, 등장인물들도 모두 매력적이어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맛이 있다. 전략을 세우고 내가 세운 전략대로 캐릭이 움직여서 목표를 달성할 때의 쾌감은 상당하다. 반면 단점은 가볍게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취향이 아니라면 진입장벽이 꽤 있는 장르인데다가 한 번 시작하면 10, 20분만 즐기고 놓을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맵 하나 깨는데 한 시간이 걸릴 수도, 혹은 2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데, 문제는 맵 전체의 지형과 적들의 배치가 맵을 깰 때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 맵에서는 어떻게 이 구간을 넘기고, 다음 구간에서는 어떻게 해야지. 처음에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한 번에 깨야 쉽지. 중간에 멈추면 다음에 다시 시작할 때 다시 맵의 특성과 적들의 배치를 기억해야 한다.

줄기차게 이야기했듯이 어렵고, 한번 시작하면 장기간 플레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모든 단점을 무시해도 좋을 만큼 게임 자체는 재미있다. 캐릭터들의 움직임도 부드럽고, 연출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실시간 전략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수작으로 플레이할 수 있고, 이 장르를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게이머도 입문작으로 플레이하기 좋다. 한 번쯤은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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