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퍼즐의, 퍼즐을 위한, 퍼즐에 의한 게임. Hexelectric 리뷰

  • 입력 2020.06.15 16:27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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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현대적 의미의 게임이 가장 먼저 등장한 장르는 퍼즐이 아닐까? 그만큼 퍼즐게임의 역사는 길고도 깊다. 학창시절 많이 즐겼던 오목도 퍼즐게임의 일종이며 블록쌓기 게임의 시조인 테트리스 역시 분류를 하자면 퍼즐이다. 퍼즐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는 점은 호불호로 남기도 한다.

이 퍼즐 장르 중 Hex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1942년에 수학자에 의해 처음 고안된 게임으로 육각형 형태의 격자를 배치한 보드에서 게임이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두 명으로 서로 각자의 칩을 놓게 되는데 마름모의 서로 마주보는 두 변을 먼저 잇는 사람이 승하게 되는, 간단하지만 파고들면 꽤 복잡한 게임이다. 이 보드게임은 훗날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수 많은 게임으로 출시되었고, 이 원리를 이용한 보드게임도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익숙한 게임이다. 오늘의 주인공, Hexelectric 역시 Hex를 변형하여 만든 게임이다. 20196월 출시되었다.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고백하는데, 필자는 퍼즐을 싫어한다. 아무래도 단순한 인간이라 부수고 때리면서 성장하는 게 좋지, 머리를 써서 플레이하는 방식은 좋아하질 않는다. 그나마 테트리스나 뿌요뿌요 같은 게임은 블록을 없앨 때의 쾌감도 있고, 상대와의 경쟁이라 목표의식도 있지만, 그 외 다른 퍼즐 게임은 어렵기만 하고 지루해서 오랜 시간을 플레이하지 못한다. 오늘 리뷰할 Hexelectric 역시 이러한 퍼즐게임의 지루함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다른 퍼즐게임보다는 훨씬 몰입도 있게, 오래 즐길 수 있었다. 대체 어떤 점이 달랐고, 이 게임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기본은 Hex. 이름대로 전력을 충전시키면 된다.

먼저 시스템을 살펴보자. Hexelectric는 육각형 형태의 도형을 움직이면서 게임이 진행된다. 도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전기를 품고 있는 도형과 전기를 충전 해야 하는 도형이 있는데, 플레이어가 움직일 수 있는 건 전기를 품고 있는 도형 뿐이다. 전기를 품은 도형은 전기를 뿜는 꼭짓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 꼭짓점을 충전 도형에 적절하게 배치시켜서 알맞은 양을 충전하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게 된다. 각 충전 도형은 육각형 안에 2, 많게는 5개 정도의 작은 홈이 있는데, 전기 충전이 될 때마다 이 홈에 빛이 들어온다. 너무 많은 전기를 주입하면 과부하가 걸려 또 조건 충족이 안된다.

글로 설명하면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보거나 플레이 화면을 보면 굉장히 간단해서 금방 적응할 수 있다. Hexelectric는 총 13개의 챕터가 있고, 150개의 스테이지가 있다. 각 스테이지는 얼마나 적은 횟수를 움직여 모든 전기를 채웠느냐로 점수를 메기고, 이 점수가 배터리라는 자원으로 치환된다. 배터리는 챕 터를 해금하는 데 쓰이는데, 초반에는 배터리가 남아 돌지만 후반 가면 난이도가 올라가서 어쩔 수 없이 많이 움직여야 해서 배터리를 조금씩밖에 얻질 못한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챕터를 해금하는데 들어가는 배터리 양이 많기 때문에 나중 가면 별 수 없이 플레이했던 스테이지를 다시 클리어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생긴다.

퍼즐 자체는 재밌지만 그 외에 즐길만한 요소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육성요소도 없고, 스토리도 없다. 그냥 주구장창 퍼즐만 풀어서 다음 스테이지를 해금하는 게 다다. 새로운 능력이나, 하다못해 간단한 스토리라도 마련해 줬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스팀에서는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는다고 나오는데, 옵션에 가면 한국어로 바꿀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 , 퍼즐이 전부인 게임이라 게임 설명 말고는 한국어를 구경하기 힘들긴 하지만, 어쨌든 한글화는 되어 있다.

적절한 난이도 분배. 몰입도가 상당하다

필자가 퍼즐게임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난이도 때문이다. 머리가 나쁜 건지 아니면 진짜 그 쪽으로는 재능이 없는 건지. 필자는 퍼즐을 잘 못 푼다. 이상하게 잘 풀다가도 정말 간단한 부분에서 막히는데, 한 번 막히기 시작하면 오만가지 별 짓을 다 해도 항상 했던데로만 머리가 돌아간다. 이 막히는 구간을 풀기가 너무 싫고, 그 때 걸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필자는 퍼즐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마 대부분의 아재들, 혹은 퍼즐게임을 싫어하는 게이머들은 필자와 비슷한 이유로 플레이를 주저할 것이다. 그런데 Hexelectric는 이 난이도 조절을 기가 막히게 해 놨다.

일단 챕터 13개는 각각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설명해주는 한 가지 능력을 위주로 플레이할 수 있게 해 놨다. 예를 들어 한 챕터를 시작할 때 전력을 전달해주는 새로운 형식의 타일이 등장하면 그 챕터에서는 계속 같은 류의 타일이 등장하고, 문제 해결 방식도 비슷하다는 뜻이다. 이게 1챕터부터 반복되는데, 챕터를 진행할수록 점차적으로 복잡해지고, 각 챕터마다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스테이지를 준비해 놔서 꾸준히만 플레이하면 결국에는 깰 수 있도록 만들어놨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반복플레이가 강제되어서 계속 플레이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면도 있고.

배터리를 많이 얻으려면 가장 적은 횟수로 클리어하는 게 가장 좋지만, 리셋해서 다시 플레이하는 데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일단 이런 저런 방식을 하나하나 해보면서 공략법을 찾아가고, 마지막에 최적의 공략법을 쓰면 이 문제도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퍼즐에서 장애물, 방해되는 요소로 등장하는 규칙도 다양한 편이다. 처음에는 그냥 육각형 모양의 전력충전 타일을 계속 돌리면 깰 수 있을 정도로 규칙이 간단하다. 하지만 후반으로 가면 충전한 타일을 다시 돌려서 재충전 해야 하고, 과충전되는 타일을 신경 써야 하며, 충전 꼭지점이 여러 개 있는 타일도 고려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규칙이 등장해서 이 규칙을 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다.

단순하지만, 부족함은 느끼지 못한 그래픽, BGM

퍼즐게임은 애초에 그래픽이나 연출이 좋을 수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뇌지컬이 게임의 근간이고 그래픽이 좋아봐야 낭비이기 때문에 퍼즐게임은 그래픽이나 연출이 간단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좋으면 좋지만, 그래봐야 퍼즐게임에서 나올 수 있는 그래픽의 한계는 트라인 정도가 최선이다. Hexelectric 역시 그래픽, 연출이 좋은 게임은 아니다. 분홍색 배경에 육각형의 타일이 그래픽의 전부고, 연출이래 봐야 전력충전이 완료되었을 때, 스테이지 전체가 짧게 빛나는 게 전부다. 그럼에도 부족한 점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사운드 역시 있었나 의심이 들 정도로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냥 타일이 돌아갈 때 효과음. 그리고 연출과 마찬가지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했을 때 잠깐 성취감을 높여주는 아주 짧막한 BGM. 그게 다다. 그런데도 역시 부족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

퍼즐에만 올인한 평작

Hexelectric은 오직 퍼즐만을 위한 게임이다. 퍼즐 이외에 다른 즐길 요소는 전혀 없어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퍼즐만 재미있으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퍼즐 자체는 퍼즐에 익숙하지 않은 필자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몰입도 있고, 잘 구성되어 있었다. 필자 입장에서야 퍼즐에만 몰두한 구성이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 거니까. 가격도 3000원 대로 무척 혜자스럽다. 하루 날 잡고 플레이할 수 있을 만큼 볼륨도 꽤 되니, 퍼즐을 좋아하는 이라면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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