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영어'의 높은 진입장벽, PC 'Drox Operative 2' 리뷰

  • 입력 2020.06.11 16:07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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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원이나 역사, 크기와 같은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접할 기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지구'의 존재, 그 위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다. '우주'에 대해서는 그리 깊게 공부해본 적이 없다. 단순히 '밤하늘의 별' 혹은 '인공위성 발사' 정도 수준의 관심이 전부다. 내가 깨닫기에는 너무 거대한 존재, 미지의 세계라는 것 정도에 그친다. 

 

솔직히 지구와 달의 거리, '와 진짜 멀구나'를 느낄 수 있을 정도까지가 내가 짐작하는 우주다. 거리를 세는 단위가 '광년'으로 바뀌는 순간부터는 모든 게 추상적으로 바뀐다. 광년이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 거대함 앞에 '우주란 정말 존재하긴 하는 건가?' 하는 근원적인 의문까지 든다.

 

이런 관점에서 '우주'는 게임이 다루기 좋은 배경이 된다.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함과 동시에 끝없는 공간에 대한 공포와 경외심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는 게임에서는 다양한 문명과 기술, 그리고 상상력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 

 

지금은 인간을 달에 보낸 것이 고작이지만,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면 미래에서 만나볼 법한 기술을 간접 체험하는 것은 늘 신선한 경험이다. 예를 들자면 행성 간의 여행, 식민 행성의 테라포밍, 차원 이동과 시간 여행 같은 것들. 현실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에선 얼마든지 허용된다.

우주 RPG, 그중에서도 '비행선'을 다루는 게임은 진입장벽이 높아서 소수의 매니아들만이 찾는 장르다. 가장 대표적인 게임 '이브 온라인' 처럼 이름은 알지만, 실제로 주위에서 플레이하는 게이머를 찾기란 드문 일이다. 찾는 게이머가 적다고 해서 그 장르가 사라지진 않는다. 지금도 누군가는 '명작'이라고 불릴만한 우주 RPG를 플레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이브 온라인' 만큼은 아니지만, 우주 RPG의 팬들이 주목할 만한 인디 게임이 하나 출시됐다. 국내 게이머들에겐 생소한 게임 'Drox Operative 2'다. '드록스 오퍼레이티브 2'는 쉽게 예상 가능한 우주 RPG다. 지금까지 접해왔던 다양한 우주적 요소들이 빼곡하게 들어가 있다. '규모' 적인 부분에서는 게이머마다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상당히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준비한 것이 느껴진다. '스페이스 오페라' 급의 서사나 '시뮬레이션' 같은 세밀함은 부족하지만, 대신 함선 간의 빠른 전투를 느껴볼 수 있다. 액션 RPG에 가깝다는 뜻이다.

'드록스 오퍼레이티브 2'는 먼저 함선을 선택해야 한다. 각 비행선은 팩션들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고, 조금씩 스탯의 차이와 보너스가 있다. 함선을 고르는 것과 함께 게임의 시작 난이도와 크기, 각종 옵션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 플레이할 경우 설정한 옵션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함선을 선택한 후 게임을 시작하면 어떤 설명을 해준다거나, 목표가 없다. 뭔가 정해진 스토리가 없이 우주에 떠 있는 자신의 함선을 조종하는 것이 시작이다. 아무런 방향도 없고, 제약이 없는 만큼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선택한 종족과 우주선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게임의 내용이 바뀐다.
 

게임을 조금씩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NPC를 만나게 된다. NPC가 주는 퀘스트를 받고, 이를 결정하는 것이 이 게임의 큰 흐름이다. 퀘스트의 목적은 다양하다. 단순히 화물을 배달하거나, 거래하고, 다른 종족과 외교적인 관계를 맺어 그들의 일을 해결해주기도 한다. 물론 중간중간 끊임없이 등장하는 우주 해적과의 전투도 벌어진다.

'드록스 오퍼레이티브 2' 역시 다른 RPG와 마찬가지로 탐험, 사냥, 성장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맵의 'Anomaly'라고 하는 공간을 탐색하거나 맵에 등장하는 적들과 싸우다 보면 각종 강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수집품을 얻어서 자신의 우주선을 강화하면 각종 스탯 능력치를 얻고, 스킬을 추가할 수 있다.

 

무기, 쉴드, 추진력 같은 아이템을 장착하면 기체의 기본 스텟이 올라가고, 공격과 관련된 아이템을 얻으면 단축키로 지정해서 직접 사용할 수 있다. 인벤토리나 스킬과 관련된 UI는 전반적으로 단순한 편이지만, 초반에 각종 효과를 확인하는 데에 적응하기가 조금 어렵다. '이게 과연 어떤 능력이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직접 사용해보고 익혀야 한다.

 

아이템 장비는 크게 4가지 종류로 나뉘어있고, 색깔에 따라 그 공격, 방어, 보너스 스탯 등의 차이가 있다. '크레딧'이라는 재화를 통해 우주 상점에서 구매할 수도 있고, 더 좋은 무기와 장비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전투만 놓고 본다면 사실 그렇게 박진감 넘친다거나, 상당한 컨트롤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3D로 표현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2D 슈팅 게임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라이덴'이라는 고전 비행 슈팅 게임의 감성이 느껴졌다. 공간의 제약이 없고, 탄막이 쏟아지지 않는 비행 슈팅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될 정도의 수준이다.

 

등장하는 적들의 스피드는 굉장히 빠른 편이다. 타겟으로 직접 지정되는 스킬은 거의 없고, 어느 정도는 조준을 해야 한다. 추진력과 방향 전환에 대한 감각만 조금 익히고, 공격 방식만 이해한다면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다. 하드코어 모드가 아니기 때문에 기체가 중간에 행동불능이 되어도 다시 이어서 플레이 할 수 있다.

'드록스 오퍼레이티브 2'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등장하는 다양한 팩션과의 '관계'를 꼽을 수 있다. 게임의 흐름이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착한 편, 나쁜 편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다양한 종족을 만나게 되고, 복잡한 이해관계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맵 곳곳에는 다양한 기체들이 비행하고 있고, 그들이 공격을 받기도 한다. 이를 도와줘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서로의 아이템을 공유하고, 또 기술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잘 지내는 척하다가 한순간에 배신할 수도 있다. 평화로운 우주를 만들 수도 있고, 말 그대로 무법지대로 바꿀 수도 있다.

'드록스 오퍼레이티브 2'는 전형적인 우주 RPG의 모습을 갖춘 인디게임이다. 이런 장르를 접해본 적 없는 게이머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들이 많고, 새롭게 배우고 적응해야 할 요소들도 많다. 아쉽게도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이브 온라인'의 라이트 버전 정도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넘어야 할 장벽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게임 장르의 특성상 '뭘 하세요' 라고 딱히 정해주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플레이어가 하나하나 찾고, 알아서 플레이해야 한다. 여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때는 해야 할 것이 너무도 많아진다. 다양한 종족과 그에 얽힌 이야기, 퀘스트가 있는 만큼 어떤 것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를 플레이어가 직접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더 단단한 벽은 바로 '영문'이라는 점이다. 높은 자유도와 방대한 컨텐츠를 담은 만큼 텍스트의 양이 엄청나다. 모든 요소에 도움말이 있을 정도로 알아야 할 정보들이 상당한데, 이 모두가 영어로 되어있다. 단어 역시 일반적인 게임에서 보게 되는 수준보다 높고, 흔히 접할 수 없는 기술적, 과학적인 내용이 많다. 수많은 텍스트를 하나하나 다 번역하면서 플레이하기엔 상당히 버거운 게임이다. 안 그래도 복잡한 게임인데 번역과 이해의 과정까지 거쳐야 한다.

아직 알파 버전의 얼리엑세스 기간이라 멀티플레이도 제한이 있다. 글로벌 공개 서버가 따로 열려있지 않다. 차라리 멀티플레이라도 쉽게 접속 할 수 있었으면, 키운 함선으로 전투라도 했을 텐데 아직 그 정도 수준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주 RPG를 소재로 한 장르인 만큼 국내에서의 인지도 역시 사실상 거의 없는 편이다. 안타깝지만, '한글화'는 아마 없을 것 같다. 현재 '드록스 오퍼레이티브 2'에 대한 커뮤니티의 언급도 없고, 공유되는 정보도 거의 없다. 'Soldak'이라는 개발사와 게임 '드록스 오퍼레이티브' 시리즈의 기존 팬이 아닌 이상 일반 게이머들이 어려움을 감수해가며 플레이할 이유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장르의 게임은 오래 우려내면, 플레이어가 오랫동안 참아낸다면 나중에 빛을 보는 게임이다. 초반의 어려움만 넘긴다면, 특유의 다양함과 방대함에 빠질만한 재미가 분명 숨어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초반에 고생을 좀 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이런 과정을 참아가면 플레이할 게이머가 몇이나 될까? '한글화'에 대한 기대감도 없는 게임을 말이다.

 

이 장르를 정말 좋아하고, 영어에 대한 어려움이 없는 게이머라면 말리진 않겠다. '나만의 작은 인디게임'을 원한다면 만족할 것이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으로는 다른 재미있는 게임들이 얼마든지 많으니 차라리 돈과 시간을 아끼라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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