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수집형 RPG의 전형. 아르메블랑쉐 리뷰

  • 입력 2020.06.05 12:36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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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고 휴대폰으로 제법 깊이 있는 게임도 즐길 수 있게 되었을 때, 우후죽순 늘어난 것이 영웅 수집형 게임이다. 수 많은 영웅들, 적게는 20~30. 많게는 60~70명에 이르는 영웅들 사이에서 내가 원하는 캐릭터, 원하는 컨셉의 영웅을 골라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고 육성하는 재미는 많은 게이머들을 매료시켰고, 한 시대를 풍미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지금까지도 수집형 RPG는 계속 출시되고 있으니, 과거형은 아니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광고로 보게 되는 AFK 아레나 역시 그런 게임이고, 신작 게임 목록에서도 수집형 게임은 많이 찾아볼 수 있다.

2010년대 초반 모바일 게임을 즐겼던 이라면 수집형 게임을 모를 수가 없다. 필자 역시 한 때 수집형 게임을 아주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수집형 RPG 게임 중 명작이라고 이름난 브라운 더스트는 물론, 킹스레이드, 데스티니 차일드까지. 좀 시대가 지난 게임이지만 나름 오랫동안 집중해서 즐겼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자 필자는 이런 수집형 게임을 더 이상 즐기지 않게 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 게임성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오랫동안 즐겼던 브라운 더스트나 데스티니 차일드는 게임성과 일러스트를 모두 잡은 게임이었지만, 이후 등장한 수집형 게임 중 상당수는 일러스트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선정적으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아름다운 캐릭터를 그려낼까. 물론 일러스트가 이쁘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요소가 하나 더 늘어나는 거고, 캐릭터가 예뻐서 나쁠 건 없지만, 문제는 이게 너무 과한 경우다. 남성 캐릭터는 주인공 하나고, 동료는 죄다 여자들 투성이. 거기다 게임성은 없는 수준. 이러면 이게 그냥 야한 만화지. 게임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여기다 지독할 만큼 과금을 유도하는 시스템까지. 데스티니 차일드와 브라운 더스트로 수집형 RPG에 재미를 붙인 필자였지만, 이후 몇 번 즐겨본 다른 수집형 RPG 게임에서 앞서 말한 문제점을 통감한 필자는 수집형 게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었었다. 그런데 지난 62. 썸에이지에서 서비스하는 새로운 수집형 전략 RPG가 출시된다고 해서 플레이해 봤다. 아르메블랑쉐. 과연 이전의 수집형 RPG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주인공 세력 VS 악의 세력. 흔한 클리셰다.

먼저 스토리는 세계 정복을 꿈꾸는 사일런트 크로스라는 조직에 맞서서 싸우는 히어로 학원 소속 캐릭터들의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게이머는 이제 막 히어로 학원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사라를 중심으로 하나하나 사건을 파헤쳐가며 사일런트 크로스와 맞서 싸우고, 그들을 저지하게 된다. 스토리는 어디에나 있는 주인공 VS 악의 세력 구도를 차용해 왔다. 워낙 여러 게임에서 활용된 스토리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라 게이머들에게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토리로 감동을 주거나, 특별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는 거의 없다. 개발사 측에서는 일부 캐릭터의 성격을 독특하게 설정해서 이들 간의 케미를 주려고 한 것 같은데, 정작 중요한 캐릭터 설명이 빈약해서 스토리에 집중할 수가 없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대충 뭔지는 알겠다. 알겠는데, 뭐랄까. 임팩트가 없다고 해야 할까. 너무 흔한 전개, 너무 흔한 연출이 반복되어서 약간 피로감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방지축 열혈 주인공이 악의 세력과 싸우면서 많은 걸 깨닫고,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뭐 이런. 모바일 게임 특성상 필자 역시 엔딩을 보지는 못했고, 캐릭터가 약해서 스토리 진행도 막혀 있는 상황인데, 대충 흘러가는 내용을 보면 앞으로의 전개가 예상될 정도다. 악당 중 대빵이라 불리는 왕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거고, 나쁜 놈들과 주인공 그룹 간에도 얽히고 설킨 인연의 실타래가 있을 것이다. 누가 봐도 자매로 보여지는 캐릭 콤비도 있고, 주인공에게 호의적인 적 캐릭터도 있다. 스토리가 중반부,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어떻게 변모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초반 진행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흔한 스토리였다.

전투는 조금 독특, 나머지는 흔한 수집형 게임

시스템 역시 스토리처럼 특별한 요소는 없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며 영웅을 수집하고, 수집한 영웅을 업그레이드하고 육성하며 새로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 유저들 간의 배틀 콘텐츠인 아레나와 특별던전 개념인 무한던전과 공간침략이 있다. 여타 수집형 RPG에서 사용됐던 요소를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유료재화인 다이아를 모아서 신규 영웅을 모집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고, 장비를 모아서 강화시키고, 장착시킬 수 있는 것도 같다. 다만 아직 출시 초반이라 게이머의 편의를 도와줄 수 있는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장비 자동 장착이라든가, 영웅들을 보면서 직접 경험치 약을 투여할 수 있는 기능이라든가. 일본에서 먼저 서비스한 건지, 아니면 애초에 일본 게임인 건지는 모르겠는데, 음성이 일본어라 조금 낯설었다. 플스에서야 일본 게임이 워낙 대세라 그렇다지만, 모바일 게임에서 일본어 음성을 듣는 건 오랜만이라. 차라리 음성을 삭제하거나 더빙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조금 독특했던 건 역시 전투 부분. 대부분 수집형 전략 RPG 게임은 처음 영웅의 배치를 통해서 전투를 진행한다. 하지만 아르메블랑쉐는 여기에 턴제 전략 전투를 아주 조금 섞어서 게이머가 전투에 개입할 여지를 추가시켰다. 각 캐릭터는 나름의 공격 범위와 이동 거리가 있고, 이를 잘 조합해서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전투는 팀 단위로 한 턴씩 진행되는데, 과거 전략게임처럼 이동 완료를 하면 더 이상 조작할 수 없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캐릭터들을 배치, 이동시키면 된다. 캐릭터마다 나름 속성도 있고 부위파괴 등도 있어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작은 UI. 아재는 힘들다.

그래픽은 수려하다. 필자가 우려했던 대로 역시나 여성 캐릭터들이 판을 치고 있는 점은 조금 불편했지만, 그래도 눈살이 찌푸려질만큼 선정성이 심한 편은 아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가슴이 출렁거리는 캐릭터가 무슨 선정성이 없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게이머의 대부분이 남성인 만큼, 그들에게 어필해야 과금이 쉬운 게임사의 입장도 고려하자. BGM도 적당한 수준. 크게 귀가 거슬린다거나, 탁월한 BGM, 그래픽은 없었다. 다만 하나 아쉬웠던 건 UI. UI가 너무 난잡하다고 해야 할까? 직관성이 떨어져서 메뉴를 집중해서 봐야 했다. 이건 개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필자는 원체 아날로그 감성이라 미래시대 배경의 그래픽에서는 눈이 아파온다. 기계가 난무하고 회색빛으로 점철된 배경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이 게임이 약간 그런 식이었다. 배경이 미래라서 그런지 몰라도 메뉴의 UI 역시 메카풍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이게 개인적으로 조금 복잡하게 느껴졌다. 아재라서 그런가, 메뉴 설명의 글씨도 너무 작은 것 같았다.

화려한 연출을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전투 연출은 꽤 괜찮다. 문제는 이 괜찮은 부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거다. 전투 연출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각 캐릭터마다 일정 턴이 지나면 사용할 수 있는 오의다. 쉽게 말해 필살기인데, 이 필살기를 사용할 때는 캐릭터 일러스트가 나오고, 뒤이어서 화려한 연출이 쫙 이어진다. 그런데 필살기를 사용하기까지가 너무 오래 걸린다. 통상 전투를 시작하면 필살기를 사용하기까지 짧게는 5~6. 길게는 7턴까지 필요하다. 그런데 당연히 일반 전투는 6턴까지 가질 않는다. 결국 오의는 보스전에서나 한 두 번 볼 수 있다는 뜻. 기껏 멋진 연출을 구현해 놨는데, 자주 볼 수가 없으니, 이 부분은 아쉬웠다.

수집형 RPG.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전형적인 수집형 전략 RPG 게임이다. 너무나도 익숙한 설정, 어디서 본 듯한 시스템. 아르메블랑쉐만의 특징은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고, 오직 수집형 전략 RPG의 특징만 보인다. 장르에 매몰된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 장르에 있을 건 모두 갖추고 있어서 그게 꼭 나빠 보이지만도 않는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고, 과금 유도도 많지 않으니, 수집형 RPG를 좋아하는 이라면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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