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바이킹'의 동물버전? PC 'Escape for Life Inc' 리뷰

  • 입력 2020.06.08 14:08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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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포머' 장르는 단순한 조작을 기본으로 한다. 단순함이란 '이동과 점프'를 의미한다. 여기에 다양한 맵, 등장하는 적들의 패턴, 특색있는 아이템들을 잘 조합하면 '명작'이 탄생한다. '슈퍼 마리오'나 '록맨'같은 게임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플랫포머 게임들은 순간의 반응, 칼 같은 타이밍, 동체 시력 등의 '피지컬'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한번 당해봐라'를 목적으로 만든 게임에 가깝다. 게이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판때기 밟는 플랫포머'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장르는 '386'이나 '486'의 '도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 당시 '명작'이라고 부를만한 게임, 액션을 바탕으로 한 게임들은 대부분 플랫포머 장르에 속했다. 물론 기술적 한계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움직인다. 점프한다. 쏜다' 라는 이 세 가지만 충족되어도 재미있는 시절이었다.

 

'고전'의 범주에서 생각해보면 '위험한 데이브'나 '페르시아 왕자'등 수많은 명작이 떠오른다. 당시에는 컬러가 아닌 오로지 녹색만 볼 수 있는 CRT 모니터를 보며 플레이했었다. 그 이후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코딩을 배우는 것처럼 학교에서도 따로 컴퓨터 수업을 했고, 동네에는 '컴퓨터 학원'들이 생겼다.

 

그때 가장 재미있게 했던 플랫포머 게임 중의 하나가 바로 '길 잃은 바이킹'이다. 10대, 20대의 게이머에게도 '길 잃은 바이킹'은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지금은 예전의 명성만 못하지만, 유명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의 오리지널 시리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마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 나오는 캐럭터쯤으로 알고 있겠지만, '486'과 '도스' 시절을 보낸 세대라면 컴퓨터실, 혹은 컴퓨터학원에서 한 번쯤은 플레이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길 잃은 바이킹'은 세 명의 바이킹 캐릭터들을 서로 번갈아 가며 조작하고, 퍼즐을 푸는 게임이다. 상황에 맞는 캐릭터 조작, 각자 다른 개성과 능력을 가진 캐릭터, 다양한 아이템과 인벤토리 개념이 특징이다. 오래된 게임이지만, 아직도 기억하는 게이머가 많을 만큼 '명작'이라 불리는 게임이다.

 

그리고 최근, 이 고전 명작과 아주 비슷한 게임이 하나 출시됐다. 인디 게임 개발사 'PowerBurger'의 'Escape for Life Inc(이하 Life Inc)'라는 게임이다.

'Life Inc'는 '길 잃은 바이킹'처럼 서로 다른 능력의 캐릭터 셋을 조종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물고기 '밥'이다. 게임의 시작은 아침을 만들어주는 '밥'과 '밥의 엄마'를 비춰준다. 엄마는 아침을 차리고, '밥'은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얼핏 보면 평범한 바닷속의 일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엄마는 '우리는 죽게 될 거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시작부터 밑도 끝도 없어보이지만, 뭔가 있긴 있는 느낌이 든다. 이후 '밥'은 학교를 가던 중 'Life Inc'라는 파이프를 보게 되고, 곧 빨려 들어간다.

두번째 캐릭터는 '언'이라는 독수리다. 정확하게 파악할 순 없지만 다양한 새들이 모여있는 군대처럼 보인다. 장교처럼 보이는 까마귀는 '언'에게 훌륭한 비행실력이 있다면서 자신의 부대에 합류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마침 다른 새들이 어떤 불청객을 조사하고 있고, '언'은 이들을 돕기위해 합류한다. 맵을 조사하다 보면 어딘가에서 물건들이 마구 떨어지고 있는데, 출처는 UFO 처럼 보이는 비행체다. '밥'처럼 '언'역시 정체불명의 비행체에 빨려 들어간다.

세 번째 캐릭터는 '산타클로스'의 순록 '릭'이다. 산타는 '릭'에게 '루돌프'의 빨간 코를 보라며 다그친다. '릭'은 빨간 코를 가지지 못한 것을 질책받는다. '릭'은 자기도 그렇게 되겠다고 말하지만, 산타는 자신의 순록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썰매를 끄는 그룹에서 버려진 '릭'은 산타의 순록 학교를 떠나게 된다. 그 와중에도 루돌프는 릭을 쫓아와 조롱한다. 그 순간 '언'을 빨아들였던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릭'을 잡아간다.

'밥' '언' '릭' 이 세 동물은 의문의 비행체 내부에서 모이게 되고, 이제 게임은 시작된다. 게임에서 언급되는 'Life Inc'는 정확하진 않지만, 외계인에 의해 동물이나 식물들이 시험, 변형되는 곳처럼 보인다. 감옥처럼 보이는 시설에 다양한 동식물을 가둬놨고, 사육과 실험을 하는 장치들이 보인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결코 좋은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전반적인 스토리를 추측하는 데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오로지 '영문'으로 밖에 플레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Life Inc'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 게임에 등장하는 텍스트가 전부 영어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자체적으로 '해석'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사용되는 단어가 어렵진 않지만, 생소한 단어들이 가끔 보인다. 한글로 플레이하는 것보다는 상당히 피곤하다.

 

개발자가 의도한 내용, 동물 학대나 실험에 관해 비판하는 메시지 같은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나뿐만 아니라 플레이하는 게이머마다 느끼는 바가 조금씩 다를 것이다. 단어의 함축적 의미나 뉘앙스를 파악할 수준까지는 안 되기 때문에 확실한 내용은 직접 플레이하고 느껴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게임을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투박한 도트 그래픽이다. 투박하다는 뜻은 현재의 다른 도트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조금 거칠다는 뜻이다. 작게, 세밀하게 찍은 느낌이 아니라 예전 '도스'에서 실행하던 게임의 그래픽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도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개성은 잘 살려냈다. 게임에 등장하는 동물과 식물 캐릭터들을 유치하지만, 귀엽게 찍어냈다. 반면에 게임의 배경이나 오브젝트는 세밀하게 구성했다. 배경과 캐릭터, 상호작용하는 아이템 등은 확실하게 구분된다. 개인적으로는 배경의 색감과 가끔 보이는 알록달록한 대사들이 좋았다.

'영문'의 답답함과 투박한 그래픽이 문제될 것은 없다. 게임의 진짜 재미는 '퍼즐'이기 때문이다. 눈치와 센스가 중요하다.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세 가지 동물 캐릭터를 잘 활용해야 한다. 지형이나 장애물이 등장하면 이에 맞는 캐릭터를 선택해 '수영' '비행' 박치기'스킬을 활용해야 한다.

 

세 케릭터는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스킬을 하나씩 배우게 된다. '언'은 '벽타기'를 배울 수 있고, '밥'은 '워키토키'로 땅에서 걸으며, 무전을 들을 수 있다. '릭'은 자신을 무시하던 루돌프처럼 '빨간 코'를 얻게 된다. 

퍼즐은 주로 버튼을 밟거나, 상자를 옮겨서 길을 찾는 것이다. 물에서는 '밥'을 활용할 수 있고, 길을 막고 있는 상자나 장애물은 '릭'의 박치기를 통해서 부술 수 있다. 퍼즐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은 편이지만, 모든 캐릭터를 하나의 지점으로 탈출시켜야 하므로 각 구역에서 필요한 순서를 생각해야 한다.

 

간혹 피지컬을 요구하는 구간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캐릭터를 빠르게 바꿔야 한다거나, 동시에 같이 움직이는 것을 활용해야 하는 정도. 플레이어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미를 위한 장치 정도의 수준이다. 

 

반복되는 퍼즐로 지루해질 때쯤엔 '보스'도 등장하고, '런엔건' 게임에서 종종 등장하는 것처럼 진행 방향으로 벽이 밀려오는 구간도 있다. 단순한 조작과 캐릭터의 스킬을 활용한 퍼즐, 다양한 맵의 구성을 잘 조합했고, 플랫포머 특유 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Life Inc'는 담백한 플랫포머 퍼즐의 재미, 옛날 도트 그래픽의 감성을 원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 볼 만한 게임이다. 피지컬과 뇌지컬에서 벗어나 귀여운 동물들을 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힐링'하며 시간을 보내기엔 적절하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역시나 '한글화'다. 게이머들에게 많이 알려진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 진행이 어려울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이고 매끄러운 스토리 이해를 원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군다나 최근의 분위기로 봤을 때는 한글화는커녕, '심의'라는 벽을 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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