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PS4] 디아블로를 원했다면 미안. 마인크래프트 기반 핵앤슬래시 게임,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리뷰

  • 입력 2020.05.30 18:44
  • 수정 2020.06.09 16:49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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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를 모르는 게이머는 없을 거다. 2020년 모든 플랫폼을 통틀어서 2억장 이상 판매된 타이틀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 게임이라는 영광된 칭호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2009년 최초 버전이 나오고 2011년에 정식버전이 출시되었다. 마인크래프트는 네모난 블록을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구조물을 만들고, 갑옷을 만들고. 아예 공간 하나를 만들어내는 극강의 자유도를 가진 게임이다. 말 그대로 유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것. 모드를 만들기도 쉽고, 콘텐츠 자체를 유저가 직접 창조해내기도 쉬워서 마인크래프트는 본 게임보다 거기서 파생된 콘텐츠가 더욱 많이 소비되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전 세계의 사람들은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해 완전히 다른 게임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숫제 문화유산을 구현해 놓기도 한다. 유명 만화나 애니메이션, 혹은 스타의 뮤직비디오를 재현해 놓은 작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워낙 대흥행한 타이틀이고 유저들이 재미로 만든 모드들의 퀄리티도 워낙 뛰어나서 당연히 다양한 게임으로 분화되어 출시되고 있다. 현재까지 마인크래프트를 기반으로 출시된 게임은 총 2. 마인크래프트 스토리모드와 마인크래프트 어스였다. 그리고 526, 핵앤슬레시 장르의 게임, 마인크래프트 던전스가 출시되었다. 마인크래프트를 기반으로 했지만 마인크래프트와는 진행방식이나 시스템의 유사성이 전혀 없다.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보는 것이 좋다.

애초에 스토리가 무거울 수가 없다.

필자의 생각이지만 그래픽과 스토리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가벼운 스토리, 무거운 스토리에는 그에 어울리는 그래픽이 있다는 뜻이다. 콜 오브 듀티를 도트 그래픽으로 즐길 수는 없고, 슈퍼마리오를 실사 그래픽으로 즐길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마인크래프트로는 하드한 게임을 만들 수 없다. 아무리 무겁고 뛰어난 주제의식을 가진 스토리를 만들어도 그래픽에서 느껴지는 귀여움과 아기자기함 때문에 몰입이 안되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 던전스의 스토리는 전형적인 용사 스토리다. 우민왕이라 불리는 소심한 놈이 왕따를 당했고, 어쩌다 힘의 오브를 찾아서 복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우민왕의 공포정치에 용사가 들고 일어나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마인크래프트류의 게임들이 그렇듯, 간단명료하기 그지없는 스토리다. 그나마 이 스토리도 나래이션을 통해서만 설명하지 따로 주인공들의 음성이나 등장인물들의 대사 등은 없다. 마치 옛날 동화를 읊어주는 느낌이랄까. 옛날에 용사가 그랬단다 느낌의 나래이션은 마인크래프트의 그래픽과도 잘 어우러져서 진행하는 맛이 있었다.

장비에 올인? 디아블로와는 다르다.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는 핵앤슬래시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모든 핵앤슬래시 게임은 필연적으로 디아블로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디아블로가 구축해 놓은 장르이기도 하고, 이 장르에서 지금까지 디아블로에 버금갈만한 게임은 나왔을지 모르지만, 디아블로를 뛰어넘는 게임은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최근에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패스 오브 엑자일이나 스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울센까지. 플레이하는 이들은 모두 이 게임이 디아블로와 무엇이 다르고, 어떤 점에서 더 나은지를 검사하듯 평가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는 디아블로와는 확연히 다른 게임임을 먼저 밝힌다.

기본적인 진행방식은 여러 개의 맵을 순차적으로 돌며 스토리를 미는 방식이다. 맵 하나를 돌면 챕터 하나가 끝났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맵은 언제든 다시 돌 수 있다. 전투는 크게 근접전과 원거리, 그리고 유물이라고 부르는 특수능력을 활용하게 된다. 유물은 총 3가지이고 근접전과 원거리는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모션이나 효과가 달라진다.

이 게임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육성이다. 통상 핵앤슬래시 게임은 적을 죽이면 경험치를 얻고 레벨업을 하게 되고, 이 레벨업에서 스킬 포인트나 신체 포인트를 얻어서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는 캐릭터 자체가 강해지는 게 아니라 아이템에 붙어있는 스킬을 강화한다. 레벨업을 하면 아이템 강화에 필요한 자원을 주고 이 자원을 이용해 아이템의 스킬을 최대 3단계까지 강화할 수 있다. 아이템마다 부여된 스킬이 다 다르고 높은 레벨의 아이템일수록 많은 스킬이 붙어 있다. 스킬은 최대 3개까지 붙일 수 있다. 아이템을 팔면 그 아이템에 부여된 자원을 모두 회수할 수 있어서 언제든 원하는 장비로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접근전 방식을 원하면 근접전 피해증가가 붙어 있는 갑옷을 입고 무기와 갑옷의 스킬을 업그레이드 한다. 반대로 원거리 방식을 원하면 원거리 증가 옵션이 붙은 갑옷을 입고 활의 스킬을 업그레이드 하는 식이다.

장비만 바꾸면 더욱 강력해지기 때문에 당연히 파밍이 중요하다. 파밍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무식하게 맵을 계속 돌던가, 캠프에 있는 상인에게서 자신의 레벨에 맞는 무기나 유물을 구매하는 방법이다. 플레이를 해 보면 알겠지만 어느 한 가지 방식을 고집하면 안 그래도 어려운 게임이 배는 어려워 진다. 장비는 맵에서도 쉽게 바꿀 수 있으니, 원거리와 근접전을 적절하게 바꿔가며 플레이하는 게 좋다.

적절한 BGM과 수려한 그래픽

이 게임은 마인크래프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게임이다. 당연히 마인크래프트 특유의 네모난 블록을 기반으로 그래픽이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마인크래프트 게임과 다른 점은 그래픽 엔진을 마인크래프트 전용 엔진이 아닌, 언리얼 엔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마인크래프트 게임보다는 훨씬 그래픽이 부드럽다는 걸 알 수 있다.

BGM과 효과음 역시 탁월하다. 들어가는 맵의 종류에 따라 다른 BGM이 흘러나오고, 보스나 중간보스와 조우했을 때는 마인크래프트 주제에(?) 비장미까지 느껴지는 음악이 배경으로 깔린다. 솔직히 필자는 처음 마인크래프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그래픽과 BGM에서 어떤 악평을 쏟아낼까 고민했었는데, 그와는 정반대의 평가를 내리게 되었다.

타격감은 좋은데, 속도감이 아쉽다.

가장 중요한 전투다. 아기자기한 블록 구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꽤나 멋진 연출을 보여준다. 근접전을 주로 하면 때릴 때마다 들리는 소리에 중독이 되어서 나도 모르게 리듬(?)에 맞춰서 때리고 있을 정도다. 원거리나 마법 역시 효과가 그렇게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제법 좋은 편이다. 도트 그래픽 게임에서 보이는 연출의 화려함이랄까. 그런 부분을 닮아 있어서 전투를 하는 재미가 있었다.

아쉬운 점은 속도감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이다. 핵앤슬래시 게임의 대명사인 디아블로는 나중 되면 수면제 게임이라는 놀림을 받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이동 자체가 시원시원했다. 이동기도 꽤 많았고. 하지만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는 이동기가 꼴랑 구르기 하나고, 그마저도 시원스러운 맛은 없다. 오히려 조금 답답하기까지 할 정도. 그냥 걷는 것도 짧은 다리로 움직여서인지 종종걸음을 걷는달까. 느리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캐주얼과 핵앤슬래시. 그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 게임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는 결코 쉬운 게임은 아니다. 스킬의 구성도 나름 신경써야 하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투사체와 적들의 공격을 피하는 컨트롤도 필요하다. 파밍 역시 하면 할수록 캐릭터가 강해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핵앤슬래시 장르로서 갖춰야 할 건 모두 갖추고 있지만, 마인크래프트 기반의 게임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아기자기하고 캐주얼한 느낌은 끝까지 감추질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괜찮은 액션게임이다. 평균 2시간 이상 하나의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필자가 무려 3시간 가까이 이 게임 하나만 붙잡고 있었을 정도. 액션과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하는 라이트 게이머에게는 수작이겠지만 정통 핵앤슬래시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조금 가벼운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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