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총과 전기톱이 '!감나빗'을 만났을 때, PC '기어스 택틱스' 리뷰

  • 입력 2020.05.06 00:38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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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스테이션'의 라이벌이자, 콘솔 시장의 다른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Xbox'. '엑박'의 하드웨어 성능은 늘 '플스'보다는 조금씩 앞섰다. 콘솔 자체의 하드웨어 스펙이나 컨트롤러는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을 받았지만, '플스'를 앞지를 수는 없었다. '두 번째'라는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는 '독점작' 때문이다.

 

'독점작'의 수에서는 늘 밀렸지만, 그래도 '엑박'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게 해준 타이틀은 몇 가지 있다. 이번에 다루게 될 게임이 바로 그 중 하나인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다. 전기톱이 달린 기관총, 유탄발사기, 샷건 같은 묵직하고 살벌한 무기를 사용하는 TPS인데, 개인적으로 괴물을 '터트리고, 썬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이 바로 '둠'과 '기어스 오브 워'다. 

 

지금까지 화끈한 전기톱의 맛, 3인칭 슈팅 액션으로 '엑박'의 효자 노릇을 한 '기어스 오브 워'가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사각형 타일'과 '턴 종료'를 선택했고, 뒤에는 '워' 대신 '택틱스' 가 붙었다.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신작 '기어스 택틱스'다.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는 '이머전스 데이' 라는 중요한 사건에서 시작한다. 요약하자면, 'COG'라는 세력과 'UIR' 세력간의 전쟁이 있었고, 훗날 두 세력은 종전 협정을 맺는다. 전쟁이 가고 평화가 올 것이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인간을 습격한 것은 다름 아닌 '로커스트'라는 괴물들이다.

 

땅속에 있던 괴물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었다. 물론 비밀리에 이런 정보를 다루던 몇몇이 있긴 했으나, 그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지는 못한 것. 결국 세계 인류의 20%가 넘게 사망했고, '기어스 오브 워'의 배경이 되는 '세라'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결국, '해머 오브 던' 이라는 막강한 위성 무기를 사용해 대규모 폭격을 감행하기로 결심하고, 인류는 대규모 폭격과 '로커스트'의 습격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기어스 택틱스'는 이 중요한 사건 '이머전스 데이'의 1년 이후를 기점으로 한다. 원작과 비교했을 때는 훨씬 앞선 이야기다.

수송부 소속의 '게이브 디아즈'는 방공호에서 부대원들과 폭격을 피하던 중, '시드 레드번'이라는 노병을 만나게 된다. '시드'는 '게이브'에게 기밀 서류를 회수하라는 명령을 전달하게 되고, 둘은 함께 이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둘은 로커스트의 공격을 뚫던 도중 폭격에 휘말리게 되고, 은행의 금고로 피신해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하지만, 이 폭격으로 인해 자신이 속해있던 수송부 대원들은 모두 죽게 된다. 

 

디아즈는 '프레스콧'이라는 세력의 의장에 의해 또 다른 임무 한 가지를 받게 되는데 바로 로커스트의 생명 공학자 '우콘'이라는 괴물을 물리치는 것이다. 폭격에 의해 생존자도 희박하고, 물자도 없는 상황에서 '게이브'와 '시드'는 그들의 팀에 합류할 '기어'들을 모으고 '우콘'을 물리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기존 '기어스 오브 워'와의 직접적인 연관점은 없다. 오히려 원작의 출발점 보다 훨씬 앞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여기에 등장하는 '디아즈'는 후에 등장하는 시리즈 5 '케이트 디아즈'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세계관은 공유하지만, 서로 간섭은 없는 '스핀오프' 작품. 그동안 잘 간직해온 '기어스 오브 워' 의 외전으로 만들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는 스토리다.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온 만큼 '전기톱'과 '유탄 발사기'는 이번 시리즈에서도 등장한다. 다만, 이번 '택틱스'에서는 그 화끈함이 조금 줄어들었다. 지금까지 '기어스 오브 워'의 색깔이었던 '피지컬', '실시간', '긴장감' 은 조금 줄어들었고 대신 '뇌지컬'과 '운빨'이라는 새로운 재미를 담았다.

'0과 100을 제외한 모든 확률은 50이다' 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 장르의 대표작품인 'XCOM'을 해본 유저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적을 바로 앞에 두고도 맞추지 못했을 때, '!감나빗'이라는 텍스트를 본 유저라면, '확률'이 다른말로 '운빨'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알 것이다. 

 

이제 '기어'들도 이 '확률'과 '빗나감'이 가져다 주는 절망이 무엇인지 느끼게 됐다. '기어스 택틱스'는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이다. 이제 눈과 손보다는 머리를 좀 더 써야한다. 과연 '전기톱'의 확률은 얼마나 될까?

 

먼저, 스테이지에는 각각 목표가 주어진다. 특정 위치로 이동하거나, 거점을 보유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어들을 편성해야 한다. 임무마다 편성할 수 있는 캐릭터와 팀원의 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목표에 맞는 팀원을 구성해야 한다.

각 팀원은 '지원병', '전위병', '저격병', '정찰병', '중화기병' 의 클래스로 나뉜다. 각자 공격 방식이나, 스킬이 확실하게 차이난다. '지원병'의 경우 아군을 보호하고, 회복하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저격병'은 멀리있는 적을 공격할수록 적중률이 올라간다. 연속해서 적을 해치울 수록 '보너스' 수치가 증가한다.

 

'중화기병'은 막강한 화력이 장점이다. 특히, 같은 자리에 계속 머물 때마다 공격력이 올라가는 '뿌리박기'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정찰병'은 '은신'을 통해 들키지 않고 적에게 접근할 수 있고, 다른 클래스보다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전위병'은 일종의 '탱커'와 비슷하다. 적의 시선을 끄는 '도발'과 자체 '회복'능력을 갖추고 있다.

 

클래스는 레벨업을 할 수록 '스킬'을 강화할 수 있다. 이 스킬 트리는 크게 4가지의 특성으로 나뉜다. 한 쪽을 선택한다고 해서 다른 쪽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여유만 된다면, 모든 특성을 다 선택할 수도 있다. 즉, 같은 '지원병'이라고 해도 아군을 '회복'하는 방향을 선택할지, 아니면 다양한 '지원' 스킬을 선택할지는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기어스 택틱스'의 핵심은 '행동 점수'와 '확률'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느냐다. 팀원마다 기본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은 세 번이다. 이 세 번의 기회를 활용해서 이동, 공격, 경계, 스킬 사용을 잘 분배해야 한다. 초반에는 세 번으로도 충분히 클리어 할 수 있는 적이 등장하지만,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3점 만으로는 부족하다. 

 

'행동 점수'는 팀원에게 옮겨줄 수도 있고, 특정 조건이 맞으면 보너스로 얻을 수 있다. 특정 기술의 경우에는 '행동 점수'를 2점 이상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입문자들은 '재장전'에도 '행동 점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행동 점수' 대신 일종의 게이지를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이다. 특히, 전장의 이동과 관련해서는 불필요하게 소모하는 '행동 점수'가 많이 발생한다. 같은 1점이라고 해도 이동 거리에 차이가 있고, 클래스마다 효율이 다르다. 즉, 사선을 확보하기 위해 한 발자국 이동하는 것과,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같은 값을 가진다는 뜻이다.

 

차라리 사각형이나 육각형의 타일을 도입했다면, 조금 더 편했을 것 같다. 행동 점수의 기대값이 클래스마다 다르다 보니 나중으로 갈수록 '몰아 주기'의 방식을 선택하게 되고, 특정 캐릭터에만 의존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 발동 기술'과 '경계'를 잘 활용해야 한다. '지속 발동 기술'은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패시브 스킬'이다. 클래스 스킬트리와 착용하고 있는 장비에 의해 조금씩 차이가 있다. 특히 적에게 '막타'를 누가 치느냐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클래스의 '지속 발동 기술'을 꼭 확인해야 한다.

부족한 턴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어스 택틱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경계'다. '경계'는 일반적인 턴 종료와 다르게 '행동 점수'를 사용한다. 적을 직접 공격하기에 거리가 멀거나, 혹은 행동 점수가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는 '경계'를 활용해야 한다.

 

적의 턴이 시작했을 때 이 경계 지역에 들어오는 적들은 공격을 받게 된다. 행동 점수를 3점 모두 사용한다면, 총 3번의 공격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캐릭터의 성향을 완전히 '경계'에 특화했을 경우엔,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위치를 잘 잡고 '경계'를 활용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경계'의 범위에 속해있을 경우엔 모든 행동에 제한을 받는다. 이는 적과 아군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히 적들도 공격보다는 아군의 이동을 묶는 방법으로 '경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곳에 뭉치기 보다는 여러 곳에 퍼지면서 서로를 엄호해야 한다. 아군이 적의 '경계' 범위에 묶여 있다면, 이를 빨리 해제시켜줘야 한다.

사실, 가장 확실한 방어는 '공격'이다. 하지만 '기어스 택틱스'는 '확률'이라는 위대한 법칙의 영향을 받는다. 이 장르의 특징인 '빗나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가 달라진다. 사선에 있다고 해서 모든 적이 맞는 것은 아니다. 클래스마다 거리에 따라 '명중 확률' 이 다르고, 아이템과 장비, 스킬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격이나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명중 확률'의 계산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만큼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에서는 한 턴이 소중하다. 적 한 명을 없애느냐 살려두느냐에 따라 게임의 흐름이 완전히 뒤바뀐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0과 100이 아니면 모든 확률은 50이다'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걸 인정하지 못한다면, '아니 이게 안 맞네' 라고 열 받는다면 이 장르는 오래 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믿어야 한다. 그래도 확률은 가끔 배신한다. 이때, 웃으며 불러오기를 할 수 있다면, '기어스 택틱스'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XCOM에는 있는데, 왜 기어스 택틱스는 없지?'라는 생각, '기어스 택틱스'를 플레이하면서 'XCOM'을 떠올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XCOM' 시리즈를 굉장히 재미있게 했고,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 역시 재미있게 했던 팬의 입장에서 굳이 두 게임을 비교하고 싶진 않다. 'XCOM'은 이 장르를 거의 대표하다시피 하는 게임이고, '기어스 택틱스'는 이제 시작인 게임이다.

 

분명 기존의 게이머들에게는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일 게임이지만, 아주 못 쓸 정도는 아니다. 다만, '기어스 택틱스'만의 독특한 전략, 전술 방식을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지금까지 '엑박'을 지켜온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를 키보드와 마우스로 할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 다른 게임과 비교가 아닌 '기어스 택틱스'만의 재미를 한번 느껴보고 싶다면, 플레이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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