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엑스컴의 뽕 맛을 느껴라.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 리뷰

  • 입력 2020.04.29 12:35
  • 수정 2020.05.07 15:19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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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갓! 이 게임을 리뷰할 수 있다니. 얼마나 큰 축복인가! 엑스컴 시리즈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전략 게임 중 하나다. 엑스컴 시리즈를 아예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간략하게 스토리를 설명하자면 주인공은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서 인간 연합군을 결성한 사령관을 플레이하게 된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모집한 신병들을 이끌고 외계인의 비밀 프로젝트를 하나씩 격파하고, 그들의 기술을 훔치며 발전, 종국에는 그들의 침략을 막아 지구를 지키는 것이 최종 목표인 게임이다.

1편에서 플레이어인 사령관은 외계인의 침공을 잘 방어했으나 결국 실패했고, 2편에서는 외계인에 의해 점령된 지구에서 저항군 운동을 펼치는 것이 주요 스토리다. 각 병종간의 특색과 시너지가 특출나고, 플레이어의 육성에 따라 사이오닉 분대, 메카닉 분대 등 컨셉 플레이도 가능했기에 엑스컴 시리즈는 전략게임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게임 중 하나였다. 1994년에 처음 출시된 게임이지만 2000년대 들어와 리부트한 시리즈가 다시 출시되면서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리부트하면서 전투 인원을 늘리거나 난이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 다양한 모드도 함께 제공하고 있어 게이머들의 여러 입맛을 고루 만족시키고 있는 게임 중 하나다.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는 이 엑스컴 시리즈의 외전격인 작품이다. 당연히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를 표방하고 있으며 여러 모로 전작의 시스템이나 스토리를 반영한 요소가 많다. 이 게임을 통해 엑스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즐길 수는 있겠지만, 보다 깊이 있게 즐기려면 전작을 한 번쯤 플레이하고 오길 추천한다. 본작의 외전격인 작품이다보니 자연스레 리뷰의 대부분이 전작과의 비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 양해 바란다.

엑스컴 이후 5. 적이었던 외계인을 받아들이다

서두에서 밝혔듯, 엑스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외계인의 침공을 격퇴하는 스토리다. 그런데 이 외전에서는 모든 침공이 끝나고 난 뒤, 평화가 찾아온 지구의 뒷수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편에서 이미 오랜 기간 외계인의 점령을 받았던 지구인만큼 전 세계적으로 외계인이 이미 많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지구는 31시라는 도시를 외계인과 하이브리드,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공존의 상징으로 내세웠고 이곳의 시장 자리에 주력 외계인 종족이었던 어드밴트를 내세웠다.

그리고 31시의 치안을 보조하기 위해 새로운 분대가 창설되니 이 분대의 이름이 바로 키메라 스쿼드. 주인공이 운영할 분대다. 키메라라는 말 그대로 인간과 하이브리드, 외계인이 공존하는 분대인데, 이들은 첫 임무에서 납치된 시장을 성공적으로 구해내며 화려한 데뷔를 한다. 하지만 시장은 돌아가는 차 안에서 폭사하고, 키메라 분대는 이 사건의 배후를 밝혀내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스토리를 보면 알수 있듯이 이 게임의 주요 무대는 31시라는 도시 하나다. 전 세계를 무대로 뛰어다녔던 전작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규모가 적을 수밖에 없으며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도 총 11명으로 정해져 있다. 무엇보다 전작과 다른 점은 이들 키메라 분대의 11명 구성원이 각각의 스토리와 나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작에서는 신병을 뽑아서 내 입맛대로 육성하며 캐릭터의 스토리를 플레이어가 만들어가는 식이었다면 이번 편에서는 이미 성격과 분과가 정해져 있는 캐릭터를 육성해 가는 식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전작에서는 전략의 일환으로 병사 하나하나를 단순한 소모품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아예 모든 캐릭터를 안드로이드로 구성하는 등 병사를 단순히 전장의 장기말로 취급하는 플레이가 가능했었다. 그러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고 애써 키운 병사가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등 현실적인 전쟁의 느낌을 주면서 긴장감을 더해줬다. 하지만 이번 작에서는 모든 분대원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스토리를 부여, 육성하는 맛을 느끼게 해 줬다. 전략의 폭이 조금 좁아지고 그 자리를 RPG의 육성이 채워 넣은 느낌이랄까.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시스템. 달라진 건 캐릭터뿐?

용어가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엑스컴 특유의 운영방식은 건재하다. 베이스 캠프에서 무기나 각종 소모품, 장비품을 연구하고, 분대를 파견시키거나, 조사활동을 하면 시간이 흐른다. 따로 훈련실에서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릴 수도 있고, 전투를 거듭하며 경험치를 쌓아 진급시킬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운영방식은 전작의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지만, 문제는 이 것들이 모두 꽤 많이 축소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엑스컴 시리즈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전형적인 나만의 분대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본편에서는 캐릭터 코스프레도 그렇고, 무기나 병사들의 능력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갈 수 있었다.

사이오닉 분대, 로봇으로만 이뤄진 메카닉 분대, 전원이 칼질을 하는 돌격 분대, 아니면 적당히 균형을 이룬 분대 등 워낙 많은 병과가 있고, 그 병과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능력들도 있었기에 플레이어가 선택할 여지가 많았다. 하지만 키메라 스쿼드는 그런 부분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척탄병, 저격병 같은 분과는 아예 사라졌고, 돌격병 역시 여러 캐릭터가 그 능력을 분산해서 가져갔다. 육성방향이 다양하지 않으니 그 기반이 되는 연구 역시 다양하지 않다. 주무기의 데미지를 올리는 연구, 방어구 연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부가적인 요소에 불과해서 딱히 연구를 빨리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연출 부분에서는 확 나아진 부분은 딱히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픽은 확실히 나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고, 버퍼링처럼 끊어지던 문제가 많이 해결됐다. 본편에서는 주요 사건 이외에는 별로 존재감이 없었던 컷신도 이번 작에서는 꽤 많이 첨가시켰다. 물론 그 컷신의 대부분이 선 굵은 만화 이미지 같은 걸로 처리한 건 조금 불만이지만, 애초에 외전으로 나온 것이니 그 정도는 이해할 만하다. 연출에서 좋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캐릭터성이 생기면서 이들간에 자잘한 농담따먹기식 대화가 자주 이뤄진다는 것. 이걸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없던 전우애가 생기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도 한다.

스피디한 전투와 전략성을 가미한 돌격 파트

키메라 스쿼드가 전작과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바로 전투다. 일단 시작부터가 다르다. 전작에서는 기습이라고 해서 먼 곳에서 들키지 않고 잠복한 분대원들이 선제공격을 하면서 전투가 진행되었는데, 키메라 스쿼드에서는 돌격 작전이라는 새로운 파트가 생겼다. 가지고 있는 장비와 능력에 따라 돌격 포인트가 달라지는데, 이 파트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장비도 따로 존재한다. 돌격 포인트에 따라 미세한 버프와 디버프가 있고, 적의 종류에 따라 반격을 하는 경우도 있기에 전략성이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개인별로 턴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오리지널 엑스컴에서는 우리 분대가 모든 행동을 마무리하면 그 다음에 적 턴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조작만 잘하고, 전략만 잘 세우면 한 대도 맞지 않고 전투를 끝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키메라 스쿼드에서는 개인별로 턴이 돌아가서 완벽한 퍼펙트 승리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잘못된 선택 한 번으로 캐릭터가 죽는 경우도 많고, 전투 자체가 전작보다는 스피디하게 전개되서 실시간 전투의 긴장감을 조금 더 느낄 수 있다.

볼륨부터 전투까지. 까려면 가루가 되도록 깔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워낙 좋아하는 시리즈고 기다려왔던 게임인지라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지만, 전작과 비교했을 때, 그리고 팬심을 빼고 보면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니, 까려고 보면 오히려 정말 깔 것 투성이인 게임이기도 하다. 위에서도 계속 언급했지만, 기본적으로 키메라 스쿼드는 캐릭터에 중점을 둔 게임인지라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해 변화하는 게 거의 없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는 말 그대로 광대한 자유도를 보장해서 전투뿐만 아니라 육성, 베이스캠프 운영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인 방법은 있었지만, 정답은 없었다. 정상 정복이라는 목표는 제시하지만, 거기까지 올라가는 방법은 유저의 선택에 맡긴다는 식. 하지만 키메라 스쿼드는 정답을 정해놓고 그 방향으로만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세부적으로 캐릭터들의 육성에 관여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긴 하지만 그 개입의 요소가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을 바꿀 정도로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볼륨이 너무 적다는 거다. 외전격의 작품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엑스컴 시리즈 하면 방대하고 혜자스러운 플레이타임으로 유명한 게임인데, 너무 콘텐츠가 부실했다. 운영과 전투방식, 육성방식에 대해 알고 나면 할 수 있는 게 오직 전투 뿐이다. 메인 전투 끝나면 클릭 몇 번 하다가 전투. 그 다음 또 전투. 이 미칠 것 같은 전투 반복이 게임의 지루함을 배가시킨다.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전투별로 다양한 목표를 제시하거나 더 강한 적이 계속 등장해 줘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게임의 목표는 적의 웨이브 막기, 아니면 요인 데리고 탈출, 적 전멸. 이 정도가 다다. 게다가 전투 인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4명으로 고정되어 있는데 아군 유닛의 수가 고정적이다 보니 적의 난이도나 숫자도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가지 않는다. 아군이 너무 강력해져서 더 이상 할 게 없는 소위 정체기가 오는 것인데, 문제는 이 정체기가 굉장히 빨리 찾아온다는 거다. 엑스컴 게임 시스템에 익숙한 필자 기준으로 약 8~9시간 정도면 정체기에 도달해서 더 이상 할 게 없을 정도였다.

엑스컴을 안다면 추천. 엑스컴을 모른다면? 그냥 킬링타임용

키메라 스쿼드는 엑스컴3 리부트가 나오기 전에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전작의 등장인물들도 일부 등장하고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어서 엑스컴의 또 다른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신선한 게임이었다. 전투나 진행방식 등에서 전작과 사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엑스컴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와 육성의 뽕맛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 시리즈를 좋아했던 이라면 꼭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다만 그렇다고 본편에 해당하는 퀄리티와 게임성을 기대하지는 말자. 말 그대로 외전이니까. 할인해서 11,000, 할인 안해도 22,000원에 이정도 퀄리티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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