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좀비의 알 수 없는 매력 속으로. 좀비나이트 테러 리뷰

  • 입력 2020.04.20 12:26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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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재미를 결정짓는 건 무엇일까. 많은 게임을 리뷰하면서 필자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분명히 그래픽도 괜찮고, 게임 스토리도 나쁘지 않으며, 캐릭터도 나름 잘 구현됐는데 이상하게 재미가 없는 게임이 있고, 스토리 설명도 별로고, 그래픽은 90년대 게임 같고, 스토리도 특이할 것이 없는데 재미있는 게임이 있다. 물론 사람들마다 재미를 느끼는 지점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성급히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필자에게는 두말할 나위 없는 갓 게임임에도 받아들이는 이의 성향이나 취향에 따라 망작이 될 수도 있는 거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하면 일단 기본적으로 충족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이건 취향과 성향을 넘어서서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라 게임의 재미를 판단할 때 객관적인 판단지표로 사용되고는 한다.

필자 역시 리뷰를 진행할 때 이 객관적인 지표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필자의 리뷰 구성 역시 스토리가 얼마나 탄탄한지, 게임의 시스템, 흐름은 어떠한지. 그리고 그래픽과 BGM은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간혹, 이런 구분이 의미 없어지는 게임이 있다. 말 그대로 그냥 재미있는 게임. 혹은 어느 한 부분이 특출 나서 다른 지표가 거의 의미 없어지는 게임 등이 그런 경우다. 필자에게는 오늘 리뷰할 좀비나이트 테러가 그런 게임이었다. 특별하게 장점을 하나 딱 꼽지는 못하겠고, 그렇다고 단점이 부각되는 것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의 게임인데, 이상하게 재미가 있다. 말 그대로 주는 거 없이 이쁜 게임이랄까. 과연 어떤 점이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킨 것인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불친절한 스토리임에도 찰진 대사가 인상적이다.

이전에 리뷰한 좀비스팟을 비롯해서, 좀비를 소재로 한 게임은 무수히 많다. 좀비라는 괴물 자체가 신비하면서도 잔인한, 게다가 긴장감까지 줄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주기적으로 좀비를 주요 소재로 활용한 게임, 드라마, 영화 등이 꾸준히 발매되는 편이다. 이 게임 역시 주요 소재가 좀비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기존의 좀비 콘텐츠와는 많이 다르다.

먼저 좀비가 적군이 아니라 아군이다. 통상 좀비 게임, 좀비 영화를 살펴보면 좀비에게서 주인공이 살아남는 이야기이거나, 좀비로 인해 고통받는 일반 시민들의 고군분투 등을 주요 스토리로 가져간다. 하지만 좀비나이트 테러는 좀비 자체가 주인공이 된 게임으로 주인공은 보다 많은 일반인을 좀비화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게임을 진행해 나간다. 흔한 좀비 콘텐츠의 클리셰를 깨부쉈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 역시 굉장히 독특하다. 다른 게임처럼 오프닝이나 멋들어진 컷신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모든 스테이지를 처음 시작할 때 인트로를 틀어주는데, 이 때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튜토리얼을 가장한 TV 화면 속 대사를 통해 대략적인 스토리를 알 수 있는 식이다.

사실상 스토리의 모든 것이 인트로인 셈인데, 이 인트로가 꽤 중독적이다. 굉장히 일상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느닷없이 좀비가 들이닥치는게 주된 이야기 흐름인데, 이때 내뱉는 인물들의 대사가 엄청 찰지다. 뜬금없이 배변활동의 효용성을 주장하질 않나, 사랑을 고백하질 않나.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린 과학자는 반쯤 미친듯한 언사도 서슴치 않는다. 언어도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 익숙하지 않은 언어가 등장해서 특이한 느낌을 준다.(사실 존재하는 언어인지도 모르겠다. 자세히 들어보면 그냥 빨리 감기를 한 듯한 언어다.) 분명히 스토리가 자세한 것도 아니고 친절히 설명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여기저기서 조금씩 주워듣게 되는 정보로 대략적인 흐름 자체는 알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주인공이 좀비라는 점만 빼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스토리를 대사가 캐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퍼즐식 시스템. 좀비를 늘려라!

과거 90년대 많이 유행했던 스테이지 방식으로 게임은 진행된다. 크게 5가지 큰 줄기의 스토리가 있고, 각 스토리는 10개의 스테이지로 구분되어 있다. 스테이지별로 도전과제가 있으며 이 도전과제를 클리어하면 챌리지 업적이 해금되는 식이다. 게임은 퍼즐 형식으로 진행된다. 모든 스테이지의 목적은 세세하게는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는 비슷하다. 맵 안에 있는 모든 인간을 좀비화시키거나 죽이는 것. 혹은 좌측에 등장하는 좀비들을 우측 끝까지 보내는 것. 기본적인 좀비는 설렁설렁 걸어 다니다가 일반인을 발견하면 달려가서 물고, 물린 이는 좀비가 된다. 단순해 보일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신경 써야 할 것이 굉장히 많고, 공략법도 많은 게임이다.

밑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우리의 적인 인간들도 좀비에게 그냥 당하지는 않으며 중간 중간 바리케이트 형식으로 길을 막아놓는 경우도 있어서 머리를 굴려야 한다. 좀비를 터트려 길을 뚫거나, 좀비 주사를 이용해서 막힌 건너편 지역에서 새롭게 좀비를 불리거나. 그도 아니면 벽을 기어다니는 좀비를 생성시켜서 아예 다른 루트를 뚫을 수도 있다. 좀비를 점프시킬 수도 있고, 빨리 달리게 할 수도 있어서 나름 전략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편이다.

음산하고 위기감을 주는 분위기. 흑백임에도 수준급 연출

좀비나이트 테러의 그래픽은 도트 방식이다. 한물 지나간 그래픽 방식이지만 등장하는 좀비나 등장인물의 크기가 굉장히 작음에도 불구하고 잘 표현해 놓았다. 비록 뭉뜽그려 표현되기는 하지만 좀비가 사람을 습격하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고, 인간들이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잘 구현된 도트 그래픽에 날개를 단 것이 바로 색감이다. 좀비나이트 테러는 기본적으로 흑백게임이다. , 좀비, 인간, 가릴 것 없이 전부 다 흑백으로 표현되지만 업그레이드나 좀비 확산에 필요한 아이템은 녹색으로 표시되고 인간이나 좀비가 죽을 때 터지는 피도 선명한 칼라로 처리되어 있다. 이 외에 플레이어가 확인해야 할 아이템, 튜토리얼을 대신하는 TV 등도 녹색으로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 게임 전체를 지배하는 흑백에서 강조하고 싶은 일부오브젝트에만 칼라가 적용되어 있는 이 같은 방식은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굉장히 음산하고 날카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여기에 위기감을 강조하는 듯한 BGM도 한몫 하고 있다. 처음 게임을 킬 때부터 위태로운 듯한 BGM이 깔리고 스테이지에서는 좀비들의 신음소리와 좀비가 인간을 뜯어먹는 기괴한 효과음이 더해져서 음산함을 더욱 가중시킨다. 연출 역시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한 일등 공신. 좀비가 죽을 때, 혹은 조작으로 좀비를 터트릴 때 등 좀비가 죽을 때의 묘사가 적나라하고 피가 터져나가는 식으로 묘사가 되어서 잔혹한 좀비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인간이 이렇게 강력한 존재였나. 꽤 어려운 난이도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꽤 있는 게임이다. 처음에는 총 5개의 스토리 중 첫 번째 이야기, 치명적인 중독과 마지막 이야기, 문워커만 개방이 되어 있는데, 두 이야기 모두 스테이지 하나하나를 클리어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플레이어는 인간을 습격해서 포인트를 얻고, 이 포인트를 이용해서 좀비를 폭발시키거나, 변형 좀비를 생성해 나갈 수 있다. 다른 좀비들의 방향을 지정할 수 있는 좀비, 기어다니는 좀비 등을 만들면서 난관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문제는 메인 적인 인간들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데 있다. 기본 좀비는 총을 든 적에게 녹아버리고, 방망이를 든 적도 까다로운 상대다. 필자를 멘붕에 빠지게 만든 이는 종교 단체의 수장. 무슨 파이어뱃 모냥 손에 든 무기에서 불을 내뿜는데, 그 때까지 어렵게 모은 40마리에 가까운 좀비가 2초도 안되어서 불타버리고 말았다. 이처럼 계속 다양한 형태의 적이 등장하기에 게이머 역시 어떤 식으로 저 까다로운 적을 해결할 것인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여기다가 지형의 문제도 있다. 기본적으로 부술 수 있는 문은 기본좀비로도 뚫는 게 가능하지만 문이 없거나 아예 벽으로 막혀있는 지역은 다른 방법으로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좀비를 폭발시켜 벽을 뚫든, 지하로 내려가서 우회하든. 오만가지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다.

수작의 반열에 들어가는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는 전략게임.

좀비나이트 테러는 친절한 게임은 아니다. 좀비를 강화하는 방법, 맵을 클리어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도 아니고, 자잘한 팁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냥 플레이어가 몇 번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알아서 게임방식을 체감하고, 좀비 활용법을 습득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픽이 뛰어나지도 않고, BGM이 귀를 사로잡는 것도 아닌데, 게임 자체는 재미있다. 스테이지 하나를 깨는데 길게 잡아야 5분 정도가 걸리니 그냥 남는 시간에 가볍게 한 번씩 플레이해볼 수도 있다. 화려하기만 하고 게임성은 바닥인 최근의 양산형 게임들에 비하면 꽤 수준급의 게임성을 자랑하는 게임이다. 퍼즐이나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시간을 잊고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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