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간만에 등장한 제대로 된 모바일 RPG, 로드 오브 히어로즈 리뷰
[모바일] 간만에 등장한 제대로 된 모바일 RPG, 로드 오브 히어로즈 리뷰
  • 김민진
  • 승인 2020.04.08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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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주요 게임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건 모바일이었다. 어디서나 쉽고 간편하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모바일 게임의 장점은 금방 대중을 사로잡았고, 모바일 게임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이 커지고 거의 모든 장르의 게임들이 모바일 전용으로, 혹은 PC와 모바일 겸용으로 출시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바로 단순하고 쉬운, 소위 양산형 게임의 등장이다. 하루가 바쁜 직장인들은 진득하게 앉아서 핸드폰을 부여잡고 게임을 할 시간이 없다. 처음에는 이처럼 11초가 아까운 이들을 위해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이 터치 몇 번만으로 진행이 가능한 게임들이 등장했었다. 물론 취지는 좋았다. 단순하고 쉬운 게 나쁜 것도 아니고, 실제로 하루종일 일상에 찌든 직장인들은 복잡하고 신경써야 할 게임들을 기피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히트를 친 게임을 여러 게임 회사가 따라하면서 겉보기에만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소비자들을 속이는 과대광고류의 게임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우리는 방치형 게임입니다.’ 혹은 알아서 성장하는 게임!’ 이라는 식의 타이틀을 달고 나오면 상관없는데, 대부분의 게임들은 인게임 내에서 가장 화려한 연출만 잘라서 보여주거나 아예 과장광고용 연출 영상을 따로 제작하기까지 한다. 이 페이크에 속은 게이머들은 광고만 보고 게임을 선택했다가 얼마 안 가 게임을 다시 지우는 경우가 꽤 많다.

필자도 이런 경험이 많았다. 화려한 연출에 전략적 재미도 가미되어 있다고 해서 나올 날만 기다리다가 애써서 다운받았는데, 해보니 콘텐츠도 없고, 스토리도 빈약해서 금방 지운 경험이 많다. 애초에 필자는 캐주얼이나 퍼즐, 어드밴처 장르가 아닌 이상 가벼운 게임을 싫어하기에 광고에 나오는 게임들은 일단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향이 많았다. 너무나 쉽게, 가벼운 마음으로 개발해서 출시되는 게임이 많은 탓에 광고나 일부 연출만 보고 게임을 선택하기가 어려워졌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리뷰 할 로드 오브 히어로즈 역시 처음에는 그런 편견을 안고 시작한 게임이다. 하지만 필자의 편견은 게임 시작 10분도 안 되어서 깨지고 말았다. 최근 리뷰한 게임들의 평이 죄 다 안 좋아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번 게임은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리뷰를 할 수 있을 듯 하다.

직관적이면서 디테일이 살아 있는 스토리

먼저 스토리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주인공은 아발론이라는 작은 나라의 군주가 되어 기사단을 데리고 조금씩 세력을 키워나간다. 대륙을 지배하려는 야욕에 불타는 제국이 있고, 이들은 대륙을 혼란에 빠트리기 위해 주변 나라에 주술, 마법을 통해 문제를 일으키고, 주인공과 아발론의 기사들은 세력을 키워나가는 와중에 제국의 야욕을 알게 되어 맞서 싸우게 되는 이야기다. 흔하디 흔한 주제에 이미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구조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독특한 건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이 꽤나 탄탄하고 대사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다는 것이다. 보통 MMORPG, 특히 모바일 게임은 스토리 전개가 굉장히 스피디하고 디테일을 챙기지 않는다. 잠재고객의 연령층이 워낙 다양하고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이들 대부분이 콘솔 게임에서처럼 무겁고 깊이 있는 분위기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에서 위쳐급 세계관과 스토리를 원하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서 모바일 게임의 스토리 설명은 길지 않고, 직관적이며 대사량 역시 많지 않다.

하지만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직관적인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깊이 있는 대사를 배치하여 무게감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주인공이 처음 마주하게 된 적국이자 두 번째 스테이지인 플로렌스를 점령하면 주인공과 플로렌스 왕은 마주앉아 대화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대화에 사용되는 단어나 문장의 퀄리티가 꽤 뛰어나다. 군주란 무엇인가, 나라란 무엇이고,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주제에 대해 제법 심도 깊은 대화가 오고간다. 간단한 정복전쟁이라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시작했던 필자는 이 부분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감탄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계속 이어졌다. 단순히 소년만화식 할 수 있어! 주인공이 최고야!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적당히 현실정치의 이론도 섞어서 풀어내는 이야기 방식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고리타분한 게임이라는 뜻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게임인 만큼, 주인공과 아발론을 절대적 선으로 규정하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익숙한 시스템, 친절한 설명. 모바일 게임은 이래야지

시스템은 여지껏 많이 출시되었던 영웅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이다. 5명의 영웅을 데리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전투는 턴제로 진행된다. 각 캐릭터는 평타스킬 하나와 일반스킬 하나, 필살기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 메인 스테이지가 있고, 유저들과 전투하는 아레나가 있으며 다양한 이득을 주는 특별 스테이지가 있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형식의 콘텐츠들이 있는데, 이 콘텐츠들 역시 풀어내는 방식이 굉장히 자연스러워서 이해가 쉬웠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적정시점이 되면 그에 따른 다른 콘텐츠가 해금되는 방식인데, 육성 수준에도 맞고 설명도 자세해서 어려운 부분이 전혀 없었다.

독특했던 부분은 메인스토리와 영웅 파견시 유저의 선택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토리에 따라 적국을 침공해야 할 때, 스테이지 입구에서 적국에 선전포고를 하고 침공할 건지, 아니면 사절을 보내 항의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이게 전투의 유무를 결정하는 유의미한 선택인지 아니면 어떤 선택을 해도 전쟁이라는 결과로 귀결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실제로 필자는 중립구역을 통과할 때 전쟁과 협상 중 협상을 택하자 전쟁을 안 하고 동료 한 명을 얻었는데, 이게 전쟁을 선택했을 때도 같은 결과가 도출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이런 양자택일 방식은 영웅을 파견할 때도 같다. 하나의 이슈에 대해 파견된 두 명의 영웅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데, 어떤 의견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돌아오는 보상이 다르다. 소소한 점이지만 이런 디테일이 몰입감을 높여주었다. 영웅 소환 시스템도 조금 특이하다. 영웅을 데리고 진행되는 게임은 대부분 일부 아이템을 대가로 영웅을 소환하도록 하는데,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라 그냥 각 나라별로 영웅이 정해져 있고, 이 영웅들을 소환하려면 상당량의 재화를 지불해야 하는 식이다. 물론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자연적으로 얻는 영웅과 출석보상을 완료하면 얻을 수 있는 영웅은 따로 존재한다.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그래픽과 보이스

그래픽과 BGM 역시 굉장히 훌륭하다. 사실적인 그래픽이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그래픽인데, 색감도 괜찮고 캐릭터마다 특징도 잘 구현해 놨다. 특히 최근 나오는 게임에서는 게이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성들을 겨냥해서 최대한 선정적이고 육감적으로 여자 캐릭터를 모델링하는 경우가 많은데,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수인족, 엘프, 인간 기사, 용인족 등 다양한 종족의 캐릭터들은 남, 녀 비율이 거의 균등한 편이고 캐릭터마다 상징하는 특징을 부여해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보이스 역시 수준급이다. 일부 대화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캐릭터의 대사가 풀보이스로 녹음되어 있다. 게다가 앵무새처럼 같은 대화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터치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 대사를 내뱉어서 이 대사를 듣는 재미도 있다. 캐릭터에게 어울리는 적절한 성우들의 목소리도 찰떡이었다. 필자는 주인공인 아발론의 군주를 약간 시크하고 도도한 여자로 생각하고 외모를 꾸몄는데, 그에 딱 맞는 목소리가 흘러나와서 깜짝 놀랐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각각 모델링이 보여주는 특징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구현되어 있어서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더해주고 있었다.

깔끔하면서 화려한 연출. 명작은 디테일에서 탄생한다.

필자는 로드 오브 히어로즈의 백미는 단연코 연출과 컷신이라고 생각한다. 잘 뽑힌 캐릭터들과 그래픽으로 구현된 연출은 화려하면서 안정감이 있다. 보통 화려한 연출을 살리면 정신없다고 느껴지기 마련인데, 로드 오브 히어로즈에서는 전혀 그런 부분을 느끼지 못했다. 가장 많이 수행하는 단순한 평타스킬도 클로즈업을 하거나 카메라 각도를 달리하면서 지루함을 덜어주려 노력했다. 필살기 역시 스테이지마다 적어도 한 번씩은 보는 스킬인데, 묘하게 각도를 달리하고 대사를 달리해서 계속 새로움을 주고 있다.

스테이지 중간 중간 이어지는 컷신 역시 공을 들였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듯, 수려한 그래픽의 캐릭터가 인게임과 똑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컷신은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를 한층 높여주었다.

적극 추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게임

출시 초반이고, 아직 서비스한지 얼마 안 된 게임이라 부족한 부분도 눈에 띈다. 일단 중심이 되는 캐릭터가 31명에 불과하고 스테이지가 막혔을 때 즐길 수 있는 서브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보완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단점들이다. 앞에서 진행한 몇 번의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필자는 모바일 게임에 대한 평가가 기본적으로 박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굉장히 재미있게 즐겼다. 아주 오랜만에 깊이 있고 제대로 된 정통 RPG 게임이 등장한 듯 해 반가운 마음이다. 모바일로 할만한 게임이 없다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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