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미녀만 있고, 좀비는 없다. 좀비스팟 리뷰

  • 입력 2020.03.27 14:29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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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몇 달 전까지 끊임없이 광고로 나왔던 왕이 되는 자라는 게임을 알 것이다. 전형적인 중국 게임으로 여성을 상품화하고, 게임 플레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광고를 지겹게 내보낸 게임으로 유명하다. 결국 광고 제재를 받고, 과대 광고로 기사까지 나오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화제가 되어 2018년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7위를 차지한 게임이다. 이후 이 게임을 벤치마킹한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왔을 정도.

왕이 되는 자사건 이후는 아니지만, 모바일 게임이 대중화되고 1020대에 비해 투자할 자본이 많은 30, 40, 심지어 50대들도 게임의 소비자가 되면서 개발사들은 이들을 타겟으로 한 게임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왕이 되는 자역시 그런 게임의 하나였고, 현재 유튜브나 SNS에서 B급 감성을 자랑하는 게임 광고들 대부분도 구매력 높은 30, 40대 게이머들을 위한 것들이 많다. 처음에는 단순히 콘텐츠나 그래픽에서 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집어넣는 수준이었던 개발사지만, 최근에는 아예 19금 딱지를 붙여놓고 대놓고 선정적이거나, 대놓고 잔인한 게임을 만들고 있다. 마치 19금 잡지를 연상시키는 그래픽과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은 이런 게임이 등장할 때마다 제기되지만, 개발사들은 이것 역시 게임의 장르이며 대중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 뿐이라는 논리로 계속 비슷한 게임을 양산하고 있다.

미녀와 좀비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좀비스팟 역시 비슷한 류의 비판을 받은 게임이다. 애초에 제목에서부터 미녀를 내세우며 성인들을 위한 게임임을 홍보하고 있는 좀비스팟. 게임을 서비스하는 유엘유게임즈는 좀비와 경영 시뮬레이션을 테마로 한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SRPG라고 호언장담했는데, 과연 진실은 어떠한지. 확인해 보았다. 게임은 325일 출시되었다.

실종된 스토리. 스토리가 있긴 했나.

좀비는 여러 모로 매력적인 캐릭터다. 전염병처럼 전염되기 쉽고 죽은 시체가 일어나고. 대부분의 아포칼립스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나, 영화에서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좀비가 등장하거나, 좀비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괴물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좀비스팟 역시 마찬가지. 모종의 알 수 없는 이유로 세계는 좀비 소굴이 되었고, 주인공은 이런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마을을 경영해야 하는 지휘관 포지션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주인공을 지휘관으로 부르며 주인공은 부대를 이끌고 직접 좀비를 죽이러 가기도 하고, 마을을 경영하기도 한다.

꽤나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할 정도로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은 아니다. 이 게임에서 스토리는 오직 초반에 주어지는 상황설정. 그게 다다. 게이머는 마을을 경영하고 좀비를 물리치며 살아남고, 그 안에서 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 이게 게임의 전체적인 스토리이자, 목표다. 세상이 왜 이 모양이 됐는지, 주인공은 어쩌다 지휘관이 되었는지, 같이 싸우는 동료들의 사연은 무엇인지. 일절 언급이 없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경우에는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식인데, 이 게임은 그런 거 없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도 보수만 줄 뿐이고, 지휘관만의 스토리 뭐 그런 거 없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 영웅이나 동료를 뽑아서 조합해 싸우는 시스템을 가진 게임에서는 영웅에 대한 소개가 아주 간략하게라도 나와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좀비스팟에서는 함께 싸우는 전우들이 어떤 인간인지 알 수가 없다. 한 줄 설명도 없이 오직 능력치만 나열되어 있는 식. 이 게임에서 간략하게나마 그 스토리를 알 수 있는 건 오직 미녀들 뿐이다.

방대한 콘텐츠지만 무자본에게는 모두 그림의 떡

유엘유게임즈는 좀비스팟을 새로운 전략 RPG라고 소개했지만, 이 게임은 명백하게 단순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사실 전략이라고 부를 만한 게 있을지 모르겠다. 게임의 흐름은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하다. 기지에서 지속적으로 클릭을 하면서 자원을 모으고, 스테이지에서 좀비를 죽이며 나아간다. 시간이 될 때마다 미녀나 펫 탐방도 계속 하고, 미녀와 좋은 시간을 보내서 아이가 생기면 결혼도 시킨다. 콘텐츠가 굉장히 많아서 복잡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틀은 모두 비슷하다. 예를 들어보자. 특정 미녀를 얻기 위해서는 탐방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미녀의 호감도를 끝까지 올려야 한다.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미녀를 랜덤으로 만나는 탐방을 실시하거나, 특정 미녀를 만날 수 있는 전속 탐방을 실시해야 한다. 랜덤 탐방은 처음에 3번의 기회가 있고,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채워지지만 전속 탐방은 따로 전속 탐방권을 구매해야 한다.

자녀 양성, 유전자 병원, 수색 등 대부분의 콘텐츠들은 앞에서 예로 든 이 시스템의 틀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분명 콘텐츠는 방대하다. 해야 할 일도 많아서 쉴 틈 없이 터치를 하다보면 뇌정지가 오기도 한다. 문제는 캐시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고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금방 한계에 처한다는 것이다.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 하겠지만, 캐시를 하지 않으면 사실상 미녀를 수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수색이나 펫 탐방도 한 번 하고 나서 충전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어서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 스테이지도 마찬가지. 4스테이지, 5스테이지까지 가면 야금야금 사라지는 병사로 인해 스테이지를 한 번에 깨지 못한다. 병사 수급 역시 시간이 필요한 일. 결국 캐시 아이템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게 없어서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남는 일이 없나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꽤 자주 발생한다.

미녀를 위한 게임인데, 미녀를 얻기가 어렵다.

미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이전에 먼저 전제로 해야 할 게 있다. 좀비스팟은 여성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이 박힌 게임임은 분명하다. ‘왕이 되는 자류의 게임들이 모두 그렇지만 여성을 단순히 성적인 존재로 보고 한 번에 여러 여성과 깊은 관계를 맺는게 당연시 되어 있어서 게임의 전제 자체가 기본적인 사회의 윤리의식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이 콘텐츠의 목적이 게임의 리뷰인 만큼,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는 잠시 묻어두고 미녀와의 관계를 게임의 요소로만 보고 리뷰해 보려 한다.

미녀와의 콘텐츠는 대놓고 선정적이다. 미녀와 데이트를 하게 되면 노출이 심한 옷으로 바뀌면서 커튼이 처지고, 일정 확률로 자녀도 생겨난다. 욕실에서 함께 목욕하는 콘텐츠도 있고, 미녀를 여러 명 초대해서 파티를 하는 콘텐츠도 있다. 게임 이름은 좀비스팟이지만, 실제로는 미녀들과의 콘텐츠가 더 많다고 느낄 정도. 그렇다고 선정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 미녀는 각각 영웅 한 명과 연계되어 있어 미녀와의 호감도를 올리면 그 영웅의 능력치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커맨드가 해금된다. 미녀와의 친밀도가 높아져 경험치가 쌓이면 이를 소재로 하여 영웅을 강하게 육성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미녀와의 관계가 실질적인 전투력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일단 무자본인 유저들에게는 미녀 한 명을 얻는 것도 녹록치 않다. 랜덤 탐방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는 일반 남성 NPC도 만날 수 있기에 확률이 0%에 가깝다. 그렇다고 전속 탐방권을 구매하자니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전속 탐방권의 가격은 하나에 다이아 200. 미녀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5번은 만나야 하니, 1000의 다이아가 들어간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의 지역에 미녀와 남성 NPC, 미녀로 구분되지 않는 여성 NPC까지.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7~8명이 있다는 거다. 결국 전속 탐방권에 최소 다이아 2000 정도는 투자해야 미녀 한 명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출시 이벤트로 수월하게 다이아를 모아 약 1800정도의 다이아를 전속 탐방권에 올인했는데, 아직도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만난 미녀 3명 외에는 다른 미녀를 얻지 못했다. 일단 얻은 미녀와의 친밀도를 올리는 데에도 캐시 아이템이 필요하다. 계속 이런 저런 콘텐츠를 진행하다보면 친밀도를 올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캐시 아이템들은 구할 수 있지만, 기본이 되는 미녀를 얻기가 너무 힘들었다.

터치, 터치, 터치.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을까

연출도 대단할 게 없다. 처음에는 전략 시뮬레이션이라고 해서 전투를 조금 기대했는데, 역시나. 전략 그런 거 없다. 그냥 영웅만 배치하고 나면 지들이 알아서 총질하면서 싸운다. 다른 콘텐츠도 마찬가지. 유저의 컨트롤이나 전략 같은 게 필요 없다. 유저가 결정할 건 아이템을 쓸 것이냐 말 것이냐 정도. 남은 건 오직 터치, 터치, 터치 뿐이다.

좀비스팟의 유일한 장점은 그래픽이다. 미녀가 중점이 된 게임답게 게임 내 등장하는 인물들의 일러스트가 수준급이다. 실사 모델링을 한 것인지 미녀들도 어딘가에 있을 법한 얼굴들이고, 영웅들의 일러스트 역시 꽤나 디테일하고 멋있다. 다만 이 좋은 그래픽을 인게임에 전혀 녹여내질 못했다. 그냥 보기 좋은 그림 한 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BGM도 두 어 가지를 돌려서 사용하는지, 계속 비슷한 느낌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애초에 텍스트에 신경을 쓰지 않은 건지, 미녀를 제외한 영웅들의 대사는 어색하기 짝이 없다. 번역 투의 말투에 나래이션을 하는 건지, 주인공에게 말을 거는 건지 앓 수 없을 정도로 문맥이 엉망이다.

빈말로도 추천은 못할 듯. ‘왕이 되는 자류를 참으로 잘 계승했다.

전형적인 왕이 되는 자류의 게임이다. 물론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게임적으로 발전한 부분도 눈에 띈다. 조금 더 체계화 되었고, 시스템적으로 즐길 거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 할수록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비스팟은 좀비가 게임의 주체가 아니라 미녀가 게임의 주체다. 미녀의 모델링에 영혼을 갈아 넣었기 때문인지 전략이나 전투 연출 같은 건 허술하기 짝이 없다. 꽤나 선정적인 게임임은 분명하고, 문제의 요지가 될 부분도 다분하기에 성 윤리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어린 친구들에게는 추천하기가 미안하다. ‘왕이 되는 자를 즐겼던 이들이라면 킬링타임용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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