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직접 요괴가 된다, PS4 '인왕2' 리뷰

  • 입력 2020.03.20 12:56
  • 수정 2020.03.25 12:39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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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들이 '어려운 게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게임은 어떤 것일까? 아마 대부분 '다크소울' 시리즈를 떠올렸을 것이다. '다크소울'은 '프롬 소프트웨어'의 대표 3부작 시리즈이며, '소울류'라는 장르를 확립한 게임이기도 하다. 이후 '프롬 소프트웨어'는 '블러드 본'과 '세키로'를 내놓으며, 이 '소울류'의 색깔을 확실히 굳혀가고 있다.

 

'프롬 소프트웨어'와 '다크소울'이 언급되면 늘 비교되는 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인왕'이다. '인왕'은 '소울류'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많은 부분이 다른 게임이다. 자세에 따른 속도와 공격력의 변화, 소모된 기력을 순간 회복하는 '잔심', 각종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수호령', 다양한 무기 옵션 등이 '인왕'의 특징으로 꼽힌다.

 

'인왕'은 '세키로'의 등장 이후 늘 비교 대상이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게임의 배경이 일본의 사무라이, 요괴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비교하면서 '어떤 게 더 재밌다, 뭐가 더 낫다' 를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기존의 '소울류'에 익숙한 게이머들을 유입 시키기에 '인왕'은 뭔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어려움의 미학'을 추구하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 '인왕'은 뭔가 '작위적이고 악질적인 불합리함'으로 가득 찬 게임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세키로'가 '아 어렵네. 그래도 할만해'였다면, '인왕'은 '이건 뭐 그냥 작정하고 죽으라는 거네. 어쩌라는 거지'의 느낌이다. 

 

원거리에서 꾸준히 날아오는 화살, 회피나 구르기에 제한을 두는 지형, 둘이나 셋 이상의 적의 급습, 갑자기 위에서 굴러오는 돌덩이. 단순히 억지 부리는 이런 설정은 도전 의식 보다 '더러워서 안 한다'로 마무리된다. 

'소울류'에 익숙했던 게이머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부족했던 '인왕'이 다시 한번 게이머들을 찾아왔다. '하드코어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후속작 '인왕 2'가 드디어 정식발매 됐다.

 

개인적인 첫인상은 2 라고 하기엔 아쉬웠다. 전작의 대부분을 그대로 가져왔고, 변화되거나 추가된 부분은 많지 않았다. '2'를 붙여서 후속작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체감상 '확장팩'이나 '용량 큰 DLC'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개발사 'Team NINJA'도 아무런 고민과 대책 없이 2를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존의 색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은 이를 만회할 만큼 뭔가 '강력한 한방'을 숨겨놨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인왕 뒤에 숫자 '2'를 붙일 수 있을 정도의 것이 담겨 있는지 한 번 살펴보자.

전작과 거의 동일한 인터페이스

새로 추가된 무기 '언월도 낫'과 '손도끼'

'인왕'은 사무라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인 만큼 칼을 주력으로 창, 망치, 사슬 낫 같은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한다. 이번 '인왕 2'에서는 기존의 무기들과 함께 '언월도 낫'과 '손도끼'가 추가됐다.

 

직접 사용해본 느낌으로는 '언월도 낫'의 묵직함이 좋았다. '손도끼'는 거리를 재고, 공격 타이밍을 잡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결국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기는 전작에서 애용하던 '사슬 낫'이다. 이미 나의 손은 사슬 낫의 공격 타이밍과 거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도끼를 쓰던 크레토스가 블레이드를 쥐었을 때의 익숙함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묵직하게 베는 맛이 좋다

아마 '인왕 1'을 플레이했던 게이머라면, 무기가 새로 추가된다고 해도 크게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자기 손에 맞는 무기 하나만을 끝까지 가지고 가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몇 번 죽어보면 쉽게 깨닫게 된다. 더럽게 어려운 적들을 상대하기도 복잡한데 무기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면서 상대할 여유가 없다.

 

물론 다양한 무기를 사용해보는 것도 게임의 재미겠지만, 아무리 풀 파밍을 해도 그냥 지나가는 몬스터에 얻어맞고 죽게 되면 생각이 바뀐다. 이런 장르에서는 자기 손에 익숙한 것을 고집하는 것이 어쩌면 현명할지도 모른다.

무기의 스킬 포인트는 겉모습이 조금 바뀌었지만 기본은 같다
'인왕 2'에서도 애용도에 따라 공격력이 상승한다

 

'사무라이'에서 이젠 '요괴'가 된다

다양한 무기를 그대로 가져가고, 신규 무기를 추가한 것은 좋다. 하지만 아마 많은 게이머가 '전작과 크게 바뀌지 않았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인왕 2'는 전작의 공격 자세부터 스킬 모션이 모두 똑같다. 사실 언급하지 않는다면 뭐가 바뀌었는지 쉽게 눈치채지 못할 정도다. 

그렇다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쓰쿠모 무기'일 것이다. 전작에서는 다양한 수호령을 무기에 부여하고, 강화하는 일종의 '필살기'이자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러나 이번 '인왕 2'에서는 이 '쓰쿠모 무기'가 사라졌다. 대신 이번에는 플레이어가 직접 수호령으로 변한다.

이제 직접 요괴가 된다

바뀐 부분은 크게 '요괴화', '특기', '다마시로와 요괴스킬' 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요괴화는 말 그대로 암리타 게이지를 모아 직접 요괴로 변신하는 것이다. 쓰쿠모 무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요괴화 동안에는 체력과 기력이 '요괴화 게이지'로 대체된다. 공격을 받으면 게이지가 줄어들고, 적을 해치울 때 얻는 암리타를 흡수하면 게이지가 다시 차오른다. 

선택한 수호령에 따라 '수호령 기술'도 사용할 수 있다. 일종의 필살기 느낌인 이 수호령 기술은 요괴화 게이지를 크게 소모하지만, 확실하게 적을 해치울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이다.

속이 다 시원하다

요괴화는 수호령에 따라 '맹/신/환'의 세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맹'의 경우 적에게 공격을 받아도, 경직되지 않고 받아칠 수 있다. 

 

'신'은 빠른 공격과 회피가 강점이다. 계속 피하면서 딜을 할 수 있는 도적이나 민첩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환'은 일종의 원거리 딜러 느낌이다. 무기를 던져서 적을 맞추면, 그 앞으로 즉시 이동할 수 있다. 이 '맹/신/환'의 세 가지 타입은 '특기'도 조금씩 다르다.

'특기'는 적의 공격을 받아치는 '패링'이다

'특기'는 일종의 '패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왕 2'에서는 '세키로'를 의식이라도 했는지, 적이 강력한 공격을 하기 전에 주변이 붉게 빛난다. 이때 타이밍에 맞춰 '특기'를 사용한다면, 적의 기력 게이지와 상관없이 경직시키고 큰 데미지를 입히며, 자신의 기력을 회복한다.

 

'맹' 과 '신' 타입은 앞으로 돌진하거나, 회피하면서 '특기'를 사용하고, '환'은 제자리에서 받아친다. 타이밍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타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패링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적의 강한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면 곧장 죽음으로 이어진다.

타이밍만 잘 맞추면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

네꺼도 이젠 내꺼야. '다마시로'와 '요괴 스킬'

'인왕2'에 새롭게 추가된 다른 요소는 바로 '다마시로'다. 이 '다마시로'는 일정 확률로 요괴에게서 얻을 수 있으며, 요괴가 사용하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다마시로'를 얻으면, 이를 수호령에 동조시킬 수 있고, 두 가지 종류의 '요괴 스킬' 전투 시에 사용할 수 있다. 

모든 요괴에게서 '다마시로'를 얻을 수 있다
같은 '다마시로'는 중첩으로 강화할 수 있다

즉, '가라스텐구'와 '외눈 오니'를 무찌르고 '가라스텐구의 다마시로'와 '외눈 오니의 다마시로'를 얻었다면, 플레이어가 이 둘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괴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요력'이라는 게이지가 필요하다. 이 '요력'은 요괴를 잡을 때마다 조금씩 차오른다. '요괴 스킬'마다 비용이 조금씩 다르고, '특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만큼 중요한 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게이지를 잘 채워야 한다.

'누레온나'의 스킬은 다수의 적에게 몰렸을 때 도움이 된다

게이머를 괴롭게하는 '잔심' 그리고 '영암'

'인왕'은 독특한 공격 방식이 있다. 바로 '기력'과 '잔심'에 바탕을 둔 공격으로 '딜 타이밍'을 잡는 것이다. '인왕 2' 에서도 이 방법은 똑같다. 적들은 기력 게이지를 가지고 있고, 이 기력 게이지를 깎아내면 적은 무조건 경직에 걸린다. 이때는 모든 공격이 들어간다는 뜻이고, 이때를 노려 많은 데미지를 입혀야 한다.

 

'딜 타이밍'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하는 것이 바로 '기력'이고, 이를 회복시키는 '잔심'이다. 인왕의 '기력'은 저절로 회복되기도 하지만, 공격 이후 소모되는 기력을 '자세유지'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공격하고 끝' 이게 아니라, 기력이 회복되는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한 번 더 눌러야 된다. 이 '잔심'은 '인왕'의 독특한 시스템이지만, 유저들의 피로도를 상당히 끌어올리기도 하는 요소다.

인왕의 핵심은 '잔심'을 기계처럼 쓰는 것에 있다

단순화하면 '공격 - 적의 기력 소모 - 적의 경직 - 연속 공격 - 잔심 - 연속 공격 - 잔심 - 적의 기력 회복' 이런식으로 이어지는 것이 인왕의 전투방식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입인왕'일 뿐 등장하는 적들이 무작정 맞아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적들도 어느정도 얻어터져준 이후에는 '영계'라는 '바닥'을 깔고, 다시 기력을 회복한다.

요괴가 생성하는 '영계' 역시 기력과 연결되어 있다. 영계에서는 플레이어의 기력 회복속도가 느려지거나 아예 회복되지 않는다. 이 영계에 들어가있는 요괴들은 더욱 강력해진다. 이런 까다로운 구역을 없애는 방법역시 바로 '잔심'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요괴들과 싸울때는 '잔심'을 기계처럼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암' 지역에 들어서면 머리에 뿔이 생긴다

'인왕2'에서는 '영계'가 더 독하게 바뀌었다. 바닥의 범위를 일정 구역으로 확대했다. '영암'이라는 영계로 둘러쌓인 구역 추가됐다. 이 '영암'지역 내의 요괴는 더 강하고, '신사'와 '보물상자'는 영암을 정화하기 전까지는 사용할 수 없다.

 

필드 뿐만 아니라 요괴형 보스전에서도 영암페이즈가 준비되어 있다. 기존의 보스전이 계속 달리면서 빈틈을 노렸다면, 이번에는 그 방식이 잘 통하지 않는다. '영암'에서는 기력이 쉽게 차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달리기도 힘들고, 도망만 다니다가는 공격을 할만한 기력도 남지 않는다.

 

이쯤 되면 '적은 쎄지고, 나는 기력회복도 안되고 완전 작정하고 죽어봐라는 거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인왕'의 '악질적인 불합리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앞서 언급한 '요괴 스킬'과 '특기'다. '영암 안에서는 '요력 게이지'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도망치는 것보다, 적의 큰 공격을 '특기'로 받아치거나 '요괴 스킬'로 해치우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물론 맞기 전까지 이론은 쉽다. 패턴을 파악하고, 타이밍을 잡는 데는 수많은 죽음과 재도전이 필요하다.

'인왕'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이 방식 역시 게이머마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것이다. 굳이 또 비교하자면 '세키로'가 적의 공격을 차근차근 받아내고 쌓다가 '인살'을 넣었다면, 인왕은 적을 야금야금 깎아내면서 '파고들기'를 노리는 것이다.

 

'인왕 2'의 다양한 '요괴 스킬'과 '특기', '요괴화'가 개발진의 의도를 잘 살릴 수 있을지, '불합리함'을 극복할 만큼 강력한 무기가 될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게이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새로운 동료는 언제나 환영 '스다마'와 '스네코스리'

인왕2는 전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이어가는 만큼 익숙한 요괴들도 나오지만, 새로운 요괴들도 나온다. '고다마'와 비슷한 '스다마'와 북실북실한 고양이 '스네코스리'다.

먼저 '스다마'는 기존의 '고다마'가 '봉마의 때' 영향을 받아서 변화했다는 설정이다. 처음에는 뭔지 모르고 무작정 공격하다가 즉사했는데, '스다마'는 아이템을 교환해준다. 기존에 사용하지 않는 무기를 바닥에 버리면 주워서 다른 무기나 소비형 아이템으로 바꿔준다.

'스네코스리'는 고양이 처럼 생긴 요괴인데, 크게 버프를 주거나 하진 않으며, 동행하는 동안 요력게이지가 조금 찬다. 적들을 보면 공격을 하기도 하지만 데미지가 크진 않다. 사실 역할이 없어도 그냥 귀엽다. 데굴데굴 구르면서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면, 해골이나 괴상한 요괴들을 보던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데구르르

'솔플'을 고집하는 게이머들은 상관 없지만, 정말 스트레스 받는 게이머들을 위한 '의로운 칼무덤'도 새롭게 추가됐다. 기존의 빨간색 '칼무덤'은 다른 유저들이 사망한 곳이며, 해당 유저의 AI를 소환해서 아이템을 파밍하는 곳이었다.

이번 '인왕 2'에서 추가된 파란색 '의로운 칼무덤'은 우호적인 AI를 소환해서 함께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물론 게임의 난이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장르 특유의 매운맛이 쉽게 사라지지만, '너도 한 번 당해봐라' 하는 속 시원함은 느낄 수 있다.

무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앞길이 지옥이라는 뜻이다
너도 한 번 당해봐

 

어쩔 수 없는 아쉬움

'인왕 2'는 커다란 변화 없이 기존의 것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조금씩 추가했다. 좋게 본다면 기존의 게이머들을 위한 배려로 받아들일 수 있다. 후속작이 기존의 것을 모두 갈아엎고, 쓸데없이 변화만 추구하는 게 무작정 답은 아니다. 기존의 게이머들은 익숙해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스트레스만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화려하고 빠른 액션을 바탕으로 '요괴화'와 '특기'를 추가한 '인왕 2'은 이제 '소울류'가 아니라 '인왕류'의 모습을 갖췄다. 과연 개발진의 이러한 선택이 게이머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게 1인지 2인지
심지어 온천의 인형들도 똑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인왕 2'의 아쉬운 점은 전작의 너무 많은 부분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인터페이스는 물론이고, 공격 모션, 아이템, 스킬, 등장하는 요괴를 그대로 우려냈다. 후속작치고는 전작과는 다른 맛을 보여주기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요괴화', '특기', '영암', '새로운 속성' 등 충분히 재미있고, 발전한 부분이 느껴지지만 '2'보다 '1.5'쪽에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게임의 시리즈에서 똑같은 것을 우려낸 '사골'에 거부감이 없고, '인왕'을 방금 마친 게이머라면 '인왕 2'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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