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가 만들면 다를까? 세 번째 '테라', 모바일 '테라 히어로' 리뷰

  • 입력 2020.03.12 11:30
  • 수정 2020.03.16 18:18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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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아마 게이머들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했던 경험이 있을 국산 MMORPG다. 테라를 해보진 않았더라도 한 때 PC방을 점령한 배틀로얄 '배틀그라운드'와 이를 빚어낸 개발사 '블루홀'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블루홀이 배틀그라운드를 내놓을 수 있었던 기반을 테라의 캐릭터 '엘린 수영복'이라고도 말한다. 개인적으로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크래프톤'으로 이름을 바꾼 개발사의 시작, 그 기반에는 테라가 있었다. 테라를 모르는 게이머라도 게임 내의 캐릭터 '앨린'과 너굴맨 '포포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커뮤니티에서 한때 유행했던 '몹인지아란네'도 테라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예전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PC부터 PS4, 모바일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꾸준히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는 IP다.

PC에서 시작된 테라는 모바일 플랫폼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현재 테라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은 이미 '테라 클래식' 과 '테라 M'이 있다. 하지만, 두 가지만으로는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기 부족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번째 테라가 게이머들을 찾아왔다. 바로 '테라 히어로'다. 기존의 '클래식'과 'M'은 '카카오게임즈'와 '넷마블'이 서비스한 소위 '남의 집 테라'였다. 그래도 이번 '히어로'는 기대해 볼 만한 게 본가,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크래프톤의 '레드사하라 스튜디오'에서 직접 서비스를 맡았다.

 

사실 모바일게임, 그중에서도 RPG는 어쩔 수 없이 게이머의 취향이 확연하게 나뉠 수 밖에 없다. 특유의 플레이 방식과 어쩔 수 없이 굳어진 게임사의 운영방식을 완전히 뒤바꿀 수는 없다. 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그중에서도 재미있는 모바일 RPG를 찾는 게이머들이 남았다. 모바일 RPG 특유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경험만 남긴 게이머들은 이미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증발한 상황이다. 

그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PC와 콘솔 게임을 오랫동안 해온 게이머들에게 모바일게임은 사실 좋은 경험이 아닐 것이다. 모바일게임의 궁극적인 재미는 결국 어떻게 포장을 한다고 해도 '현질'로 이어진다. RPG 장르라면 더더욱 심하다. 결국 '모바일 RPG'는 '현질'이 기반이 된다. 현재의 이런 모바일 RPG판에 '테라 히어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세 번째 이야기를 선보인 건지 궁금하긴 하다. 솔직히 많은 기대를 하진 않지만 그래도 삼세번. '본점'이 보여주는 테라의 저력은 어떤 모습일지 한 번 알아보자.

'테라 히어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그래픽. '때깔'하나는 훌륭하다. 신형 언리얼4 엔진을 사용해 PC나 콘솔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모바일 특유의 번쩍거림과 화려함은 부족함이 없다. '국산 신작 모바일 MMORPG'라는 편견 없이 봐도 시작 시의 오프닝이나 게임 중간에 등장하는 컷신역시 나쁘지 않다. 물론 그 캐릭터의 성격이나 스토리, 전투의 구도는 익숙한 맛이 있다.

 

그래픽만큼 집중한 것이 있다면 바로 등장하는 '캐릭터'다. '테라 히어로'가 타이틀인 만큼 등장하는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 많은 공을 기울였다. 현재 오픈 기준으로는 영웅의 숫자가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엘린'이나 '포포리', 몹인줄 알았던 '바라카' 같은 기존 테라의 종족들이 다양한 직업군으로 포함되었다.

이런 스킬 이펙트와 캐릭터 움직임을 마음껏 관찰할 수 있도록 시점 전환도 자유롭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원한다면 가까운 시점의 '액션 뷰' 를 설정할 수 있고, 좀 더 넓고 트인 MMORPG 느낌을 원한다면 '쿼터 뷰' 로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 '비주얼'하나 만큼은 제대로 힘을 많이 실은 느낌을 받는다. 

'테라 히어로'가 이렇게 그래픽에 힘을 실은 이유는 기존 테라의 색을 조금 바꿨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테라는 전형적인 MMORPG, 오픈 월드 방식이었다. 마을, 필드, 던전에 나 말고도 다른 누군가가 뛰어다니던 게임이다. 하지만 이번 '테라 히어로'는 MO, 즉, '스테이지' 방식을 선택했다. 기존의 방대한 필드, 다수의 플레이어를 보는 것보다 플레이어의 캐릭터와 스테이지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테라는 하나의 종족과 직업을 선택해 성장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미리 준비된 영웅들을 모집하고 육성해야 한다. 게임 내에서는 '원정대'라고 하는 이 시스템은 3명의 캐릭터를 선택해 팀을 편성할 수 있다. '창기사', '무사', '마법사', '사제' 등의 직업을 가진 원정대원을 모집하고, 육성하는 것이 이번 '테라 히어로'의 가장 큰 변화이자 핵심이다.

5명, 많게는 7명 이상까지 편성하는 기존 모바일 게임과 비교했을 때 3명의 원정대원 편성은 조금 적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슷한 느낌, 혹은 '비주류' 캐릭터들은 최대한 덜어냈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열심히 빚어냈다. 굳이 기존 수집형 RPG와 비교한다면 '양보다는 질'을 선택한 느낌이다. 원정대는 '프리미엄 등급'과 '일반 등급'이 있지만, 게임의 진행만 잘 따라가면 프리미엄 원정대도 영입할 수 있다. 4성이나 5성 같은 조합이나 강화는 없지만, 캐릭터의 외관을 바꾸고 싶다면 '코스튬'을 획득해야 한다. 

'테라 히어로'는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기존의 테라와는 다른 모습을 선보이는 게임이다. 하지만 '모바일 RPG' 의 틀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현질'의 굴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좋은 그래픽, 예쁜 캐릭터가 준비되어 있어도, 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지 않으면 '깡통'에 불과하다. '테라 히어로'에서는 내 케릭터를 그나마 쓸모 있게 만들려면 다양한 방법으로 강화해야 한다.

 

캐릭터 강화 요소는 레벨업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성장', 12칸이나 채워야 하는 '장비', 그리고 '스킬'이다. 먼저 '성장' 에서 중요한 것은 '각성'이다. 기본 캐릭터의 스텟을 조금씩 올려주는 각성은 캐릭터의 레벨이 20에 도달했을 경우 진행할 수 있다. 비슷하게 원정대의 스텟을 올릴 방법은 '발키온의 권능'이 있다. 이 '발키온의 권능'은 '환영의 탑' 던전에서 얻는 훈장으로 원정대의 능력치를 강화할 수 있다.

가장 확실하면서도 빠르게 캐릭터를 강화할 방법은 바로 '장비'다. '테라 히어로'에서는 '창조의 공방'이라는 메뉴에서 모든 장비를 조합하고 강화할 수 있다. 굳이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승급', '강화', '분해', '초월' 등 단어만 들어도 어떤 방식인지는 이미 익숙할 것이다. 장비를 합치고, 레벨을 올리고, 분해해서 재료를 얻는 방법들이다. 

 

다양한 방식의 강화 재료, 조건이 있는 만큼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해야 할 것이 굉장히 많다고 느껴진다. 꾸준히 요일 던전과 재화 던전을 돌아야하고, 메인 퀘스트도 진행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시간을 절야하고, 피로감을 덜어낼 수 있다. 게임의 핵심 시스템들인 만큼 유료 아이템 상점을 활용하면 더 좋은 장비와 강화 재료들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

'테라 히어로'는 기존의 테라의 모습에서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한 새로운 이야기다. 게임사들이 잘하던 것을 놔두고 다른 방법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 과정에서 더 재미있는 요소들이 나오기도 하고, 또 게이머들 역시 기존 IP가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변화가 게이머 입장에서는 너무도 익숙하고, 새로운 느낌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레드사하라 스튜디오'의 변화, 테라 고유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잘 유지하면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분명히 느껴진다. 아쉬운 것은 이런 변화가 기존의 틀을 바꿀 수는 없어도, 어떤 조금의 틈은 만들어 냈어야 하는데 '뭐 또 똑같은 모바일 RPG네' 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어쩔 수 없는 한계점이다. 

 

이제 게이머들도 '모바일 RPG'를 접근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굳이 이런 부분들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테라'를 정말로 좋아하는 게이머들, '크래프톤'이라는 개발사의 능력을 확인해보고 싶은 게이머들, 가장 최근의 국산 모바일 RPG의 수준을 맛보고 싶은 게이머들이라면 일주일쯤은 경험해 볼 만한 게임이다. '테라 히어로'는 굉장히 높은 퀄리티의 게임이다. 하지만 '모바일 RPG'의 너무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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