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잔혹한 RPG, 알베도 카르타 리뷰

  • 입력 2020.03.08 19:07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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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검색창에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잔혹한 걸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잔인한 장면, 고어스러운 장면을 보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한다. 심리적으로는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불안한 의식과 나태해진 생존에 대한 위기감을 채우기 위해 공포, 잔혹한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라는데, 사실 온전히 이해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잔혹한 걸 유별나게 좋아하는 사람은 내면에 무언가 잠재된 살육욕구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경계를 하기 마련이다. 필자 역시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에일리언이나 여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수준이라면 취향으로 치부할 수 있겠으나 잔인한 사진을 찾아보고, 사람이 죽는 장면을 몇 번씩 돌려보는 인간들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그로테스크한 콘텐츠가 주는 강렬한 감정이 스트레스 해소에 일정부분 기여를 하기는 한다.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시없을 강렬한 감정으로 스트레스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많은 게임이나, 영화에서 의도적으로 조금씩 자극적이고 잔혹한 장면을 집어넣고는 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잔인한 장면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편이었지만, 이번에 리뷰할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고어와 잔혹한 이미지가 주는 쾌감을 아주 조금은 맛 본 듯 하다.

불과 며칠 전 쓴 리뷰에서 분위기가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때 리뷰한 아이리스 앤 더 자이언트도 충분히 분위기가 짙은 게임이었는데, 그보다 훨씬. 오직 분위기 하나만으로도 플레이해볼 가치가 있는 게임이 나왔다. 모바일 게임, 알베도 카르타다. 대체 어떤 분위기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게임인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연출로 녹여낸 잔인하고 음침한 분위기

필자의 리뷰는 언제나 스토리를 우선 평가하며 진행이 된다. 스토리가 무너지면 제대로 된 게임이 아니라는 개인적인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만큼은 이 방식을 바꿔 분위기, 연출에 대해 먼저 말해보려 한다. 그만큼 알베도 카르타에서 연출과 분위기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음침하고, 잔혹하고, 괴기스러운.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를 작품 내에서 꾸준히 어필하고 있다. 분위기라는 것은 어느 한 가지만 만족한다고 해서 조성되는 그런 만만한 것이 아니다. 뜬금없이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고 그 게임의 분위기가 음침하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래픽과 BGM, 배경의 색감 등 다양한 시각적, 청각적 요인들이 모두 어우러져야 게임 특유의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알베도 카르타는 시종일관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그래픽과 BGM 등에 많은 공을 들인 게임이다. 이 부분은 아래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연출이다.

사실 알베도 카르타는 빈 말로라도 그래픽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디테일한 부분은 고전 RPG인 프로토코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등의 그래픽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지만, 굵직굵직한 표현들이 굉장히 인상적이라 좋지 않은 그래픽이 거슬리지 않는다. 알베도 카르타에서는 잔인한 장면이 시시때때로 등장한다. 당장 오프닝에서부터 주인공은 사지가 찢겨 죽고, 처음 들린 마을에는 기괴스러운 모습을 한 요마 주민들이 등장한다. 목이 잘려서 머리만 떨어지는 연출은 굉장히 흔하고, 심지어 인육을 먹는 장면도 등장한다. 고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분명 듣기만 해도 미간이 찌푸려지고 기분이 나쁠 상황이지만 기이하게도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어우러져 그렇게 보기 싫지는 않다.

사소한 연출도 굉장히 정성스럽다. 등장인물이 분노하는 장면에서는 화면이 흔들리며 글씨가 커지고, 요마들을 죽이는 장면에서는 화면이 갈라진다. 효과음도 적절히 배치되어 스토리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주고 있다.

통수와 배신, 살육의 연속.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게임 시작부터 주인공이 어떤 성에 쳐들어갔다가 허무하게 죽어버리는데, 부활한 주인공을 맞이한 건 주인공이 만들었다는 인형들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이 한 번 죽으면서 많은 기억이 날아가서 기억을 찾기 위해 7개의 세계의 색이라는 걸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체적인 스토리 진행이다. 주인공이 얼마나 강한 존재였는지, 주인공은 어째서 죽음에서 살아날 수 있는 건지, 처음에 주인공을 찢어버린 요마는 누구인지. 등 전체적인 스토리의 자잘한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단기적인 목표는 잘 제시해 주고 있어 진행에 어려움은 없었다.

메인퀘스트를 진행하며 드러나는 이야기도 세세한 부분에서는 설명이 부족하지만 큰 구성은 잘 짜여져 있다. 여기서부터 약간의 스포가 있는데,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였기에 소개해보려 한다. 스포를 싫어하는 사람은 이 단락을 건너뛰길 추천한다. 주인공의 동료가 되는 크리스티아에 관련된 스토리가 이 게임의 스토리적 장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알베도 카르타는 여타 RPG처럼 꿈과 희망이 가득한 세상이 아니다. 동료들은 모두 노예 인장이 박힌 주인공의 노예들이고, 이 중에는 주인공을 죽여서 팔려고 했던 인간까지 있다. 거기다 크리스티아는 요마들에게 잡혀서 몇 십년간 인육을 제공한 상태. 이런 엽기적인 스토리 진행이 가능한 게임이 몇이나 되겠는가? 알베도 카르타는 특유의 잔혹한 분위기 덕분에 이런 스토리 진행도 전혀 억지스럽지가 않다.

희망이라고는 없는 스토리지만 등장인물들끼리의 대화를 통해 소소한 재미를 주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확고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상황들이 꾸미지 않은 웃음을 줘서 대화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긴장감을 유발하는 BGM, 그냥저냥 그래픽

알베도 카르타의 모든 것은 잔혹하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맞추는 데 초점이 들어가 있다. 일등 공신은 단연 BGM. 오프닝 음악부터가 심장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묘한 연주가 계속되고, 게임 플레이 내내 낮고 음울한 음악이 계속 흘러나온다. 효과음도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계속 이어져서 긴장을 유지시켜준다. 요마가 사람을 뜯어먹는 소리, 요마가 변태하는 소리 등이 제법 잘 구현되어 있어 긴장감을 유발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래픽은 좋은 편이 아니다. 인게임은 고전게임 수준이고, 전투시 스킬 이펙트도 화려하지 않다. 유일하게 봐줄 만한 것이 캐릭터 일러스트 정도? 하지만 그것도 최근 나오는 게임들의 화려한 그래픽에 비하면 뛰어난 편은 아니고 그냥저냥 무난한 수준이다. 오히려 감탄했던 건 적들의 일러스트다. 인게임에서는 단순히 늑대로 표현된 몬스터가 전투 화면에서는 마치 신화 속 케르베로스 마냥 위압감 있게 등장한다. 대부분의 적들은 머리통을 들고 있거나, 손 하나가 촉수로 묘사되는 등 괴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 퀄리티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대체 왜 가로모드를 지원하는 않는거냐. !!

전형적인 RPG 게임이다. 주인공을 포함 총 3명이 전투를 수행할 수 있고 죽으면 본거지인 주인공의 성으로 돌아온다. 주인공의 성에서 아이템 구매, 판매, 강화 등 모든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곳을 돌아다니거나 할 필요가 없다. 동료의 호감도를 올리면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간단한 코스튬 옷을 주는데, 능력치에는 별 영향이 없다. 시스템 상 특이한 점은 맵 곳곳에 있는 조언?하는 빨간 글씨들이다. 여기에는 간단한 전투 팁부터 스토리 진행 팁까지 다양한 것들이 적혀 있는데, 간혹 통수를 치기도 한다. 왼쪽으로 가래서 갔더니 떨어져 죽는다던가 하는. 그래도 나름 효과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기 때문에 이 글씨를 참고하면 게임 진행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 핏빛을 연상시키는 빨간 글씨가 마치 앞서 죽어간 이들의 조언처럼 다가오기에 음울한 분위기를 한층 더해준다.

열심히 칭찬을 하긴 했지만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굉장히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바로 조작감이다. 모바일 게임이 모두 그렇지만, 알베도 카르타는 특히나 조작감이 부자연스러웠다. 대체 왜!! 가로모드를 지원하지 않는 걸까. 현재 나오는 모든 모바일 RPG 게임은 가로모드를 지원한다. 그게 게이머들이 조작하기 편하니까. 그런데 이 게임은 가로모드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스마트폰을 세로로 양손으로 잡고 게임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가로모드만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거기다 인벤토리나 구매를 할 때 무조건 두 번 눌러야 해당 메뉴로 넘어가게 해 놨다. 필자는 처음에 이걸 몰라서 1시간동안 아이템 구매를 하지 못했었다. UI나 폰트 같은 부분도 굉장히 올드해서 마치 고전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필자를 비롯해서 고전게임에 대한 향수가 가득한 아재들은 오히려 좋아할 요소지만 분명 대중들은 불편해할 만한 부분이다.

너무 유니크해 호불호가 갈릴 게임.

처음에 게임을 시작하고 10분 동안은 망작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픽도 그냥저냥이고 조작감은 역대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불편했다. 그런데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기이하게 전개되는 스토리, 예상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잔인한 장면들. 필요한 곳에서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CG까지. 그래픽과 조작감만 빼면 충분히 수작 반열에 들어갈 수 있는 게임이다. 오랜만에 시간을 잊고 플레이하는 즐거움을 준 게임이지만, 잔인한 장면이 꽤 있으니, 당연하게도 호불호가 있다. 고전게임식 그래픽과 불편한 조작감만 감수할 수 있다면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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