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거칠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부드러운 '오프로드', PC '오버패스' 리뷰

  • 입력 2020.03.04 16:20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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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라는 단어를 마주하게 된다면 막연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주로 특정 브랜드의 차종인 '코란도'나 '랭글러'에 바퀴가 튜닝된 SUV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거친 자연위에 바퀴를 올려놓는 진짜 '오프로드'는 사륜구동, 차체보다 큰 바퀴, 진흙과 흙먼지, 타이어 장애물, 외관의 멋짐보다는 단단한 프레임을 그대로 드러낸 자동차들의 모습일 것이다.

 

'오프로드'의 세계를 게임으로 옮겨놓으면 어떤 느낌일까? 일단 바퀴가 달려있으니 장르는 '레이싱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르를 나누기에 앞서 '과연 오프로드를 주제로 한 게임이 뭐가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기억에 남을만한 오프로드 게임이 없다. 무엇보다 '오프로드 게임'은 어떤 재미를 가지고 있을지가 더 궁금하다.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게임이 출시됐다. 바로 '조르딕 레이싱'이 개발한 '오버패스'다. 사실 오프로드 자체가 소수 매니아를 위한 분야인 만큼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쉽게 접근해볼 기회가 없다. 어떻게 보면 간접적으로나마 거칠고 투박한 야생의 맛, 오프로드의 재미를 조금은 느껴볼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통나무와 타이어 더미, 바위와 자갈, 날카로운 엔진소리와 먼지의 맛을 키보드로 혹은 패드로 느껴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과연 '오버패스'는 방구석 게이머들에게 오프로드의 거친 세계를 제대로 전해줄 수 있을 지 한 번 입문해 보자.

'오버패스'는 일종의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커리어'와 트랙을 정해 자유롭게 주행할 수 있는 '빠른 경주'를 선택해서 플레이 할 수 있다. 오프로드 세계의 입문을 위해서는 커리어에서의 튜토리얼을 꼭 거쳐야 한다.

 

튜토리얼에서는 오프로드 레이싱의 종류와 기본적인 개념을 배울 수 있다. 오프로드는 장애물이 설치된 트랙을 경주하는 '장애물 코스'와 산의 경사를 오르는 '힐 클라임'의 두 가지가 있다. 처음에는 비교적 낮은 난이도와 장애물 코스에 도전할 수 있으며, 커리어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어려운 코스에 도전할 수 있다. 물론 난이도가 오르는 만큼 보상도 더 좋아진다.

커리어는 하나의 '리그'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한 번의 경주를 완료하면, 순위에 따라 수입을 얻을 수 있고, 또 명성도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좋은 차량을 해금하고, 또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단 한 대의 차량만으로 하나의 시즌을 보낼 수는 없다. 경주가 끝나면 손상된 차량은 수리해야 하고, 또 다른 경쟁자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꼬박꼬박 업그레이드도 해야 한다. 순위를 높여 돈을 모으고, 명성이 높아지면 스폰서가 생기는 시스템은 일반 레이싱 게임과 비슷하다.

'오버패스'를 하기 전에는 오프로드 레이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아마 오락실에서의 천 원씩 넣고 타는 어트랙션의 기억이 가장 컸던 거 같다. 과연 PC에서도 심박 수가 올라가는 덜컹거림을 패드에서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오버패스가 가져온 오프로드는 '답답함'에 가까웠다. 

 

바퀴 달린 자동차가 등장하는 게임 대부분이 기록 단축이나 극한의 속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오버패스'는 '기술과 선택'을 더 중요하게 다룬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자동차가 굴러가는 개념, 그리고 크게 보면 물리학, 마찰, 관성과 같은 재미와 거리가 먼 것들을 필수로 익혀야 한다는 소리다. 무작정 가속만 하다가는 바위 하나 넘기도 어렵다.

일단 오프로드는 도로 시가지나 트랙처럼 예쁘게 깔린 아스팔트가 아니라 불규칙한 바위와 진흙, 타이어 더미 위를 달려야 한다. 달리는 트랙과 장애물에 맞춰 이륜구동, 사륜구동, 그리고 차동 잠금장치를 매번 선택해야 하고, RPM을 어느 정도에 맞출 것인지를 매번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철저히 기록의 싸움이다.

 

매번 진흙탕에 고꾸라지고, 어기적거리며 언덕을 오르다가 뒤집어지고, 조금 속도를 내볼까 하면 바로 전복되는 것이 '오버패스'가 가져온 오프로드 레이싱이다. 속도를 내며 장애물을 부수거나, 장애물들을 시원하게 뛰어넘는 그런 재미는 없다. 달리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선택과 계산으로 '넘는 재미'를 찾아야 한다. 

'장애물 코스'에서는 '아니 좁은 곳을 뭐 어떻게 가라는 거지?'를 거쳐서 '어떻게 넘어가라는 거야'라는 생각만 든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힐 클라임'도 비슷하다. 분명히 모든 바퀴가 다 붙어 있는 거 같은데 계속 RPM만 오르고, 차체는 움직이지 않는다. 언덕의 거대한 바위를 오르기 위해서는 차의 구동 방식을 매번 바꿔야 하고, 또 손상이 없도록 조심해서 운전해야 한다. 

 

멀리서 보기만 했을 때는 거칠어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굉장히 세밀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오프로드였다. 엑셀보다는 '브레이크'를 밟을 줄 알아야 하고, 차량이 다치지 않도록 늘 신경 써야 하며,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사륜구동과 차동 잠금장치를 맞춰서 바꿔줘야 한다. '오버패스'에서는 기존의 '운전을 좀 한다'는 개념이 하나도 소용이 없다.

개인적으로 장애물과 씨름하고, 때맞춰 구동 방식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지는 과정을 원하지 않았다. '오버패스'는 차라리 최근의 '항아리 게임'이나 '점프킹'에 가깝다. 매번 선택해야 하고, 진행은 답답하고, 한번 잘못하면 뒤집힌다. 지금까지 온 곳을 다시 가야 한다. 물론 트랙의 개인 시간을 단축하는 과정은 재미있겠지만, 이런 재미는 차라리 일반적인 아케이드 레이싱에서 더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역마다 특징이 있고, 특정 조건 없이 모두 선택할 수 있는 트랙은 마음에 든다. 기존의 레이싱 게임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지형들과 배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장애물을 그냥 넘어가거나, 고깔 혹은 경계선의 리본을 살짝만 건드려도 페널티를 부여받는다. 장애물을 뛰어넘어서도 안되고, 바위나 타이어, 통나무를 제외한 모든 것은 스치기만 해도 시간이 추가된다.

마치 영화나 다른 게임의 연출처럼 흙먼지를 휘날리며, 거칠게 질주하는 레이싱을 원한 게이머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버패스'의 오프로드는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오프로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게이머들이 새로운 타이틀에서 기대하는 재미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오버패스'가 오프로드 레이싱의 세밀함과 성취감을 담아내고자 노력한 부분은 충분히 느껴진다. 기존의 그냥 달리고 멈추던 레이싱과는 다른 독특한 맛이 있다. 오프로드를 게임에 담아내고자 했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너무도 세밀하고, 복잡하다. 경쟁을 덜어내고 기록 단축만을 담아낸 만큼 단조롭기도 하다. 시원하게 부수면서 다릴 줄 알았던 게임이 시뮬레이션이나, 퍼즐에 가깝다.

현실에서도 오프로드는 소수를 위한 분야인 만큼  '현실적인 오프로드 레이싱'을 담아낸 게임도 어디까지나 소수 매니아들을 위한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오프로드를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이 방구석에서 게임을 하고 있을까?'하는 점이다. 오프로드는 기존의 잘 다듬어진 도로를 벗어나 자연에 도전하고,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아마 오프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패드를 잡는 쪽보다는 현실의 자연으로 나가는 쪽을 선택할 것 같다. 

 

그렇다면 '오프로드에 관심이 있는, 혹은 입문하려는 게이머'들이 '오버패스'에 흥미를 느낄 것이냐 하는 것이 남는다. 게이머마다 받아들이는 재미가 다르겠지만, 성공적이라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아케이드 레이싱은 일단은 달려야 하고, 뭔가를 들이박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버패스'는 이런 시원한 맛보다는 세밀한 시뮬레이션에 가깝다. 차라리 VR이나 어트렉션 플랫폼을 노리는 쪽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지만, 기대감이 너무 높으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오버패스'를 구매하는 게이머들은 분명 오프로드를 제대로 체험하겠지만, 세밀함과 답답함을 분명 느낄 것이다. 41,000원으로 오프로드라는 분야를 느껴보고 싶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지만, 같은 가격에도 더 재미있는 '게임'들이 얼마든지 많다. 진짜 제대로 된 '오프로드'를 느껴보고 싶다면, 차라리 밖에서 찾아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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