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남자들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Daemon X Machina 리뷰

  • 입력 2020.02.21 14:11
  • 수정 2020.03.02 15:43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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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는 남자의 로망이다. 왜 그런지는 필자도 알 수 없지만, 로봇이라는 개념이 인간에게 인식되는 순간부터 메카는 남자들의 꿈이었고 갈망이었다. 필자 역시 남자인지라 어렸을 때부터 화려하고 묵직한 로봇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메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가슴이 뛰는 남자들이 워낙 많다보니 로봇과 관련된 콘텐츠들은 여러 번 영화와 애니, 게임 등으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곤 했다. 퍼시픽림, 트랜스포머 시리즈, 가오가이거, 그랜라간, 건담 시리즈 등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는 로봇 콘텐츠가 성공을 거둔 경우가 많고, 남자들이 생각하는 메카의 요건을 채운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유독 게임 부분에서는 제대로 된 진정한 메카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슈퍼로봇대전(이하 슈로대)이라는 온갖 로봇들이 등장하는 게임이 있긴 하지만, 슈로대는 엄밀히 말하면 콘텐츠 게임이지 남자들이 원하는 메카 게임은 아니었다.

좀 더 묵직하면서 나만의 기체를 조종하는 맛이 있는 게임. 게이머들이 메카 게임에 원하는 것은 내가 건담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건담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이 요구를 일찍부터 캐치한 개발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하드한 로봇게임을 개발해 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소울 시리즈로 유명한 프롬 소프트웨어가 제작하는 아머드코어 시리즈였다. 개발의도도 좋았고, 사람들이 원하는 장르의 게임이었지만 메카라는 장르에 마이웨이를 걷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성이 겹쳐져 굉장히 매니악한 시리즈가 되고 말았다.

 

어렵고 난해한 조작,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시스템 등으로 인해 입문장벽이 높은 게임이라는 인식이 박혀있고, 실제로 게이머의 취향도 많이 타는 게임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메카 게임 하면 아머드코어를 떠올리게 될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쌓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그런데 20192, 스위치를 통해 이 아머드코어의 계승작을 자처하는 게임이 등장했으니 바로 Daemon X Machina(이하 데몬 엑스 마키나)였다. 성공적인 발매를 바탕으로 2020214일에는 스팀으로도 발매되었다. 과연 데몬 엑스 마키나가 메카에 대한 게이머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게임인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평탄한 스토리를 적절히 녹여낸 스토리. 한글화만 됐으면!!!

스토리는 좋게 말하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재탕이다. 메카 게임의 대표작, 아머드코어의 계승작임을 증명하기 위함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스토리 역시 아머드코어와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다. 기업들의 의뢰를 해결하는 방식을 취했던 아머드코어와 마찬가지로 데몬 엑스 마키나는 해방여단이라 불리는 이들의 의뢰를 해결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달의 낙하를 계기로 이모탈이라는 AI가 반란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인류는 멸망의 위기에 내몰렸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새로운 능력에 눈을 뜬 신인류, 아우터를 아스널, 즉 로봇에 태워 이모탈에 대응한다. 이들을 용병이라 부르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사상이나 유대에 따라 몇 개의 해방여단으로 묶여 이모탈의 침략에 저항한다. 플레이어는 신출내기 아우터가 되어 여러 해방여단과 관계하며 최종적으로 이모탈을 무찌르는 게 스토리의 주요 내용이다.

스토리 자체는 잘 뽑힌 편이다. 꽤 어렵고 설명이 필요한 설정이지만, 데몬 엑스 마키나는 이 설정을 게임 내에서 이어지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사건 하나하나를 통해 설명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게이머는 큰 스트레스 없이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인류 멸망의 위기에서 하나의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류의 스토리는 과거 여러 차례 성공이 입증된 스토리로 독특하지는 않지만, 게이머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이야기라는 장점이 있다. 메카라는 장르 자체가 워낙 튀기 때문에 스토리는 무난하게 설계한 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것이 한글화가 아니라는데 있다.

스위치는 분명히 100% 한글화가 적용되어서 발매되었다. 하지만 스팀판은 한글화를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대체 왜 이런 발매를 한 것인지 지금도 의문이다. 스토리가 무난하다고 하지만, 단순히 액션만을 즐기는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스토리에 대한 몰입이 중요하다. 이 점을 개발사도 알고 있기에 인물들 간의 대사나 메시지 등 텍스트 량이 적은 편은 아니다. 당연히 평범한 영어 수준으로는 스토리의 반도 이해를 못할 수밖에 없고, 게임의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필자 역시 영어로 플레이할 때는 스토리를 전혀 몰라서 아예 몰입도 안됐고, 망겜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가 친구로부터 빌린 스위치로 한글판을 플레이하자 그래도 제법 괜찮은 구석이 있는 게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위치로 발매된 적이 있으니, 당연히 PC판도 한글화 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스위치에 있는 소스를 가져와 독자적인 한글패치를 하고 있는 유저도 있는 실정이다.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손이 가는 일도 아니었을 것 같은데, 대체 왜 한글화를 하지 않은 것인지. 유통사의 정신 나간 판매 전략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전투, 또 전투. 노가다의 기운이?

시스템 역시 아머드코어와 유사하다. 오더를 수주하고 출격해서 의뢰를 완료하는 방식으로 용병이라는 설정에 잘 들어맞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오더라는 것이 천편일률적인 반복이라는 데 있다. 그냥 주구장창 나가서 싸우고, 돌아오고, 나가서 싸우고, 돌아오고. 반복이다. 가끔씩 특정 건물을 지키는 방식으로 오더내용이 달라지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중심 오더와 자유롭게 수주할 수 있는 프리오더로 나뉘어 지는데, 각 의뢰를 해결할 때마다 일정량의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포인트를 활용해 무기를 사고, 파츠를 사서 기체를 강화시켜나가는 방식이다. 물론 오더를 나가서 적 기체를 물리쳤을 때 그 잔해에서 파츠나 무기를 입수할 수도 있다. 매력적인 방식이지만, 익숙해지면 그것만큼 지루한 것이 없는 방식이다. 보통 메인 퀘스트가 지루해질 때쯤 되면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PVP를 하며 새로운 재미를 느끼기 마련인데, 데몬 엑스 마키나는 온라인에 대한 배려도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NPC 용병이나 다른 유저와 같은 오더를 해결하거나, 다른 유저와 대전을 하는 방식. 오로지 2가지만 지원한다.

싱글 플레이 중에도 게이머가 개입할 수 있는 것이 기체의 조종과 장비 세팅 말고는 아예 없다는 건 문제로 느껴진다. 기체가 서 있는 격납고 이외에는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오로지 이 곳에서 오더 수주하고 전투, 다시 돌아와서 오더 수주하고 전투. 반복이다. 전투에 너무 올 인한 느낌이랄까. 좀 더 용병들의 사생활이나, 미래사회의 일상들을 조금 더 보여줘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투가 꽃인데, 전투가 밋밋하다

모든 시스템이 전투에 포커싱되어 있고, 메카의 꽃은 전투이니만큼 사실 전투 자체가 재미있다면 게임 자체도 재밌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작 전투가 밋밋하다. 오른손과 왼손, 그리고 어깨에 달려있는 것까지. 무기는 총 3가지를 장비할 수 있다. 이 장비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 편이고, 레이저, 불릿, 소드, 미사일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어떤 무기를 주로 쓰느냐에 따라 파트를 조정해 자신만의 독특한 기체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큰 메리트다. 인식능력을 높여 멀리서 적을 저격하는 기체를 만들 수도 있고, 중장갑을 두르고 근접무기를 장비해 돌격할 수도 있다. 가벼운 파츠로 구성해 속도전을 즐길 수도 있다. 이처럼 자기만의 전투 방식을 추구할 수 있는 점은 전투에 있어 몰입감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정작 전투가 재미가 없다. 타격감도 느껴지지 않고, 박진감이 넘치지도 않는다. 내가 맞아서 HP가 달고 있는데, 맞았다는 걸 알 수가 없는 수준이다. 조작이 어렵지는 않다. 이런 총기류 싸움에서 핵심적인 포인트는 바로 타겟팅인데, 타겟팅을 AI가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적 근처에 카메라를 맞춰놓고 버튼만 연타하면 알아서 맞는 수준이다. 전투가 밋밋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펨코 게이지를 통해 적의 주의를 돌리는 분신을 만드는 일종의 필살기를 마련해 놓았는데, 크게 위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전투가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타격감 때문이다. 미사일을 맞춰도 적이 맞는다는 걸 알 수 없고, 내가 맞아도 별로 실감이 되지 않으니까 그냥 버튼 누르기 게임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플레이 방식의 문제인가 싶어서 근접 세팅도 해보고 스나이퍼 세팅도 해봤는데, 매 한 가지였다. 때린다는 느낌, 맞는다는 느낌이 너무 없었다.

나만의 기체를 만드는 커스터마이징은 탁월

2D 카툰 렌더링을 활용해서 부드러운 그래픽을 자랑하는데, 메카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기체의 묘사는 나름 사실적이기에 어색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BGM은 스토리나 전투마냥 그냥 무난한 수준이다. 딱히 기억나는 것도 없지만, 딱히 거슬리지도 않는. 전체적으로 무난하지만 커스터마이징 하나만큼은 탁월하게 구현해 놨다. 파트를 변경할 때마다 외양이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달라지고, 무기 역시 종류나 이름에 따라 달라진다. 캐릭터의 모습 역시 구현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게 되는 다양한 색깔이나 패턴, 페인팅 종류를 통해 나만의 기체를 만들 수도 있고, 유명 건담의 모습을 재현할 수도 있다.

독특한 시도도 나름 많이 한 게임이다. 기체가 부서지면 통상 플레이어는 죽기 마련이지만,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신인류인 아우터라는 점을 고려해서인지, 작은 플라즈마 무기를 가지고 전투를 이어나간다. 해방여단 간의 알력다툼이 있고, 상반되는 오더를 통해 갈등이 증폭되어 간다는 점 역시 일반적인 스토리의 클리셰를 파괴하는 독창적인 시도다. 물론 딱 거기까지라는 게 문제긴 하지만.

정신적 후계자를 자처하기에는 완성도가 조금. 무난한 평작 수준

데몬 엑스 마키나는 아머드코어의 정신적 후계자를 자처하며 등장한 게임이다. 실제로 다른 매체의 리뷰에서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플레이 방식이나 시스템, 전투 시스템 등 많은 부분이 아머드코어를 닮아 있지만, 모든 게 전체적으로 약간씩 모자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특히 다른 콘텐츠를 다량 포기하고 전투에 올인했으면서도 밋밋하게 구현된 전투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한글화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쉽게 추천하기 어려운 요소 중 하나다. 무난한 메카 게임으로 평작 수준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또 다시 플레이하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수작에는 못 미치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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