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 아니면 의미 없다. PC Hot Shot Burn 리뷰

  • 입력 2020.01.30 17:05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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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온라인 캐주얼 게임이 대세를 이룬 적이 있다. 가깝게는 카트라이더,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있겠고, 거슬러 올라가면 뿌요뿌요, 포트리스 등이 있다. 모두 게임 한 판에 5, 길어야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게임들로 가벼운 마음으로 접속해서 즐기는 게임들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하나의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본 틀은 온라인 게임이 태동된 이래 온라인이라는 타이틀을 단 게임에는 예외 없이 적용된 방식이다. 지금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요소가 없는 게임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기에 모든 게임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놓는 추세다.

최근 게임의 추세가 온라인을 위주로 돌아가지만, 처음에 예로 든 게임들은 애초에 온라인이 아니면 플레이가 불가능한 게임들이다. 최근 나오는 거의 모든 게임은 기본 스토리라인이나 소위 본편이라 불리는 콘텐츠가 있고, 거기에 온라인 요소나 온라인 모드가 따로 있는 형국이다. 중심 줄기가 있고 거기에 달린 곁가지가 온라인 방식이랄까? 물론 그 곁가지가 조금 많이 크지만 본말전도가 일어나는 상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 캐주얼 게임들은 온라인이 아니면 게임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온라인의 비중이 높다. 온라인이 중점이 된 게임이면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이뤄지게 된다. 나의 게임 실력, 나의 캐릭터의 현 위치가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것이다. 물론 게임을 잘하는 일부 금손들이야 좋다구나 하고 즐기겠지만, 게임에 재능이 없는 대다수 게이머들은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컴퓨터와 할 때는 그래도 봐줄만 하다고 생각했던 내 실력이 다른 게이머와 비교되는 순간 처참한 수준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캐주얼 게임들은 이런 피로감을 쉬운 조작과 단순한 시스템으로 극복해왔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워낙에 화려하고 깊이 있는 게임들이 많이 나와서 인기를 잃어가는 추세다. 이런 와중에, Hot Shot Burn은 굉장히 오랜만에 등장한 온라인 캐주얼 게임이다.

간단하고, 직관적인 시스템

대부분의 온라인 기반 캐주얼 게임들이 그렇듯이 Hot Shot Burn 역시 굉장히 간단하고 직관적인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다. 스토리모드나, 기본적인 인트로, 이런 거 없다. 물론 개발사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스토리는 있겠지만. 그게 게임에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냥 우주에서 4명이 총 들고 계속 서바이벌 경쟁하는 느낌이랄까. 사실 아무리 캐주얼 게임이라도 기본적인 스토리는 있어야 한다. 어찌되었든 게임이니까. 스토리 없는 게임, 세계관 없는 게임이 성공할 리가 없잖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스토리에 비중을 두지 않았다. 의문이 드는 점이지만 게임을 조금만 플레이해보면 왜 스토리가 필요 없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Hot Shot Burn은 굉장히, 무지막지하게 간단한 게임이다. 4명의 플레이어가 있는데, 플레이할 사람이 없을 때는 컴퓨터를 집어넣어도 된다. 어떻게든 4명을 맞춰서 게임이 진행되면 하나의 맵 안에서 서로를 총으로 쏴 죽이게 된다. 한 명 죽일 때마다 1점씩 얻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서바이버 점수를 대폭 얻는다. 1명이 살아남으면 다른 맵에서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플레이어가 게임 시작 시에 설정한 점수. 보통 50점인데, 이걸 달성하면 1등 조건이 만족되고, 1등 조건을 만족한 플레이어가 어느 스테이지에서건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게임은 끝나게 된다. 쉽게 말해 매 스테이지가 서바이버 모드인 FPS 게임인 셈.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는 캐릭터는 총 6종으로 각각 무기와 특수능력이 다르다. 처음에는 3명만 고를 수 있지만, 플레이하다보면 자연스레 다른 캐릭터가 해금이 되니, 딱히 플레이버블 캐릭터에는 거의 제한이 없다고 보면 된다.

나름(?) 전략이 필요하다.

처음에 게임 시스템을 인지하고 나서 나는 금방 1위를 할 줄 알았다. 친구가 없어 컴퓨터 3명을 끼고 플레이했는데, 내 오만한 콧대는 2분 만에 부러지고 말았다. 조작감이 묘하게 불편하다. 조작 자체는 굉장히 간단하다. 패드 플레이를 권장한다는 안내에 따라 패드로 플레이했지만, 누르는 버튼 자체가 많지 않아 키보드로 플레이 해도 문제는 없을 듯 했다. 정작 문제는 내 손가락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굉장히 단순한 게임이고, 실제로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조작은 아니지만 그 미묘한 조작 하나에 생사가 쉽게 갈린다. 게임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보통은 된다고 자부하는데 시작하자마자 죽은 경우가 수두룩 하다. 이건 내 손가락 문제기도 하지만, 게임 자체가 의도한 바이기도 하다.

Hot Shot Burn은 굉장히 스피디한 게임이다. 캐릭터의 움직임 자체는 그렇게 빠르지 않지만, 총알이 꽤 빨라서 보고 피하면 늦는다. 미리 예측해야 한다고 할까. 거기다 캐릭터마다 특성이 달라서 전략을 각각 따로 짜야 한다. 대쉬기가 있는 캐릭터, 은신이 있는 캐릭터, 연사가 되는 캐릭터 등, 캐릭터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는 뜻. 보기에는 간단하지만, 결코 만만히 볼 게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목숨은 꼴랑 한 개다. 막 말로 스쳐 지나가는 총알에만 맞아도 사망이다. 이번에는 공격 안하고 살아남아야지 하고 마음먹은 스테이지에서도 0.5초만에 눈 먼 총에 맞아 죽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개발 의도가 친구들과 가볍게 즐기라고 만든 게임인 만큼, 허탈하게, 혹은 우스꽝스럽게 죽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 편이다.

전의를 불태우는 BGM

그래픽은 안 그래 보일지 모르지만, 꽤 수준급이다. 원색이 많이 쓰여서 캐릭터 구분도 쉽고, 나름 FPS게임이라고 미세한 움직임도 부드럽게 잘 구현해 놓았다. 스피디하게 움직이는 캐릭터들과 총알을 보고 있으면 정신없긴 하지만, 그것 역시 의도한 듯 하다.

한 가지 그래픽 부분에서 독특한 부분은 아기자기하고 우스꽝스럽게 생긴 캐릭터들이지만, 의외로 잔인하다는 것이다. 선인장처럼 생긴 캐릭터는 죽을 때 눈알이 튀어나오고, 복어는 뇌수가 튀어나온다. 과거에 유행했었던 해피트리프렌즈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간단해서 아이들도 즐기기 쉽지만 의외의 잔인함 때문에 선뜻 추천하기는 좀 어렵다. 연출 부분도 꽤 괜찮다. 죽을 때의 연출에서 볼 수 있듯이 효과 하나하나에 나름 공을 들여서 폭발이다 쉴드도 확실하게 인지되고, 매끄럽게 연결된다.

BGM은 신난다. 게이머의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함인지 빠르고 강렬한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는데,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패드를 들고 싶어진다. 매 스테이지 시작할 때마다 전의(?)를 불태우는 목소리로 Hot Shot Burn을 외친다. 이 목소리가 BGM과 어우러져서 꽤나 전투의지를 자극하는 부분도 있다.

이 가격에 이 게임을? 글쎄.

온라인 게임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게임에 참여해서 대기시간을 줄이느냐에 있다. 물론 아직 출시 초반이고, 홍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그런 점에서 Hot Shot Burn은 낙제점에 가깝다. 흔히 큐를 돌린다고 하는데, 대기 걸어놓고 밥을 먹고 와도 게임이 시작 안 되는 수준으로 사람이 없다. 애초에 한글화가 안 된 게임이라 미국 서버에서만 큐가 잡히는데도 다른 사람과 제대로 게임을 하지 못했다.

스팀의 평가를 보면 친구들과 즐기라는 이야기가 나와 있을 정도로 애초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플레이하는 걸 권장하는 시스템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하려면 가격을 대폭 낮춰야 하지 않았을까. 집에 패드가 4개 있어서 하나의 컴퓨터에서 즐긴다면 상관없겠지만, 4명이 각자의 집에서 게임을 즐기려면 각각 따로 게임을 구매해야 한다. 그러기에는 15000원에 이르는 금액은 너무 부담되는 가격이 아닐까.

스테이지가 순차적으로 풀리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이런 캐주얼 게임의 특징은 간단한 조작에 다른 특이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맵의 존재다. Hot Shot Burn에도 물 속처럼 미끄러지는 맵, 불이 나오는 맵, 장애물이 있는 맵 등 다양한 특성의 맵이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맵을 모두 해금하려면 일정 이상의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기본 스테이지의 단조로운 맵 하나만 가지고서는 10판도 플레이하기 힘들다. 차라리 빨리 모든 맵을 오픈해서 다양한 즐길거리를 주는 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혼자하면 졸작, 함께 하면 평작.

쉽고 가볍게 즐길만한 게임임은 분명하다. 필자는 컴퓨터랑만 플레이해서 그 매력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지만, 스팀 댓글에 있는 것처럼 옆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긴다면 어이없는 죽음을 놀리기도 하고, 깔깔대면서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애초에 개발 방향이 그런 것 같으니까. 이를 반대로 말하면 혼자서 즐기기에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집에 온 친구들과 가볍게 즐기는 손님접대용 게임으로는 평작 정도겠지만, 홀로 즐기는 게임으로서는 최악에 가까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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